54. 치도리와 남동생
천마 놀이공원의 결계 사고에 대해 말하자 【5】
~~~
666 : 무명의 국민
순서대로 시계열을 정리하면 이렇게 돼
마수경보. 파견 마법소녀 확정. (다카사키)
결계사고 발생. 6명이 휘말려듬. (그 중 두명이 현역 마법소녀)
다카사키가 마수 1체를 격파. 복병 마수(이레귤러)에게 기습을 당해 행동불능.
마수가 소녀A B를 발견.
쫓기던 소녀A를 소년D가 구출.
말려든 여섯명이 모임.
미부가 마수를 공격. 약체화에 성공.
소년D가 미로까지 마수를 유도. 스즈시로와 함께 안으로.
마수를 불에 태워, 불타는 미로에 가두는데 성공.
마수가 불길 속에서 부활. 이 시점에서 육화의 두 사람은 행동불능.
소녀C가 토끼와 마법소녀의 계약을 맺음.
변신한 소녀C가 마수와 교전하지만, 고전.
소년D가 배후에서 마수의 목에 단검을 찔러 넣음.
구조. 전원 생존.
자세한 부분은 생략했어
667 : 무명의 국민
>>>666
이렇게 나열해보니 장난아니네.
신종 호러 어트랙션인가 뭔가인가?
668 : 무명의 국민
>>666
미부의 탈의나 스즈시로의 손톱 뽑기는 생략했구나.
TV에서도 그 부분은 흐릿하게 보였고.
669 : 무명의 국민
어차피 위에서부터 스톱이 걸린거겠지.
정부적으로는 육화의 위험한 장면은 별로 보여주기 싫을테니까.
670 : 무명의 국민
>>668
그런 일이 있었어!?
육화는 역시 하는 일이 장난이 아니구나……
671 : 무명의 국민
결계 내에서는 변신도 못하잖아?
게다가 힘도 제대로 쓸 수 없고.
그런 상황에서, 육화라고는 하지만 마수와 싸울 생각을 하다니.
672 : 무명의 국민
라고 할까 마법소녀는 기본적으로 머리가 이상한 녀석들이 많으니까……
673 : 무명의 국민
그나저나 육화 의외에는 얼굴과 이름은 밝히지 않는구나.
마법소녀가 된 소녀C 정도는 얼굴을 보여줘도 괜찮을텐데
674 : 무명의 국민
개인적으로는 흑일점인 소년D가 궁금해.
일반인인데 마수에게 쐐기를 박다니 굉장하지 않아?
조금 동경해.
675 : 무명의 국민
어차피 소녀C의 남자친구겠지.
여자친구가 눈 앞에 있다면 당연히 죽을 기세로 노력할테니.
676 : 무명의 국민
>>674
아니, 나는 질투심이 가득인데?
유리에 짱의 서비스 신을 본데다, 란 짱과 손을 잡다니 너무 부러워.
677 : 무명의 국민
전용 스레에서는 질투에 눈이 먼 나머지 살인 예고까지 하던데.
뭐 그런 바보는 금방 잡히겠지만.
678 : 무명의 국민
>>677
개중에는 감사하는 녀석들도 있다고?
소년D가 없었으면 두사람은 죽었을 가능성도 있고.
679 : 무명의 국민
그래도 남자라면 한번쯤은 망상한 적 있지.
만약 자신이 핀치의 마법소녀와 조우한다면, 같은거.
680 : 무명의 국민
>>679
나도 있어.
교실에 테러리스트 정도로 일반적인 망상이지.
681 : 무명의 국민
하지만 너희들 실제로는 그 소년D처럼은 활약할 수 없잖아 ㅋㅋㅋ
682 : 무명의 국민
모르는거지.
숨겨져 있던 힘이 각성할지도 몰라.
683 : 무명의 국민
>>674
내가 소녀A였다면 절대로 반할 자신이 있어.
간발의 차이로 도와주러 오다니 왕자님이냐고.
684 : 무명의 국민
덧붙여서 소녀A B는, 명문 아스카 학교의 학생인가봐.
특정 스레의 녀석들이 장담하고있어.
685 : 무명의 국민
헤에, 특정 스레 너무 무셔……
686 : 무명의 국민
역시 다들 태생이 궁금하구나.
내일이면 전원 특정되서 자택에 취재진이 몰려들것만 같은걸ㅋㅋㅋ
687 : 무명의 국민
만약 내가 소년D였다고 생각하면 제정신이 아닐거 같아.
이제 평범한 생활은 더 이상 할 수 없을지도.
688 : 무명의 국민
그나저나, 대규모 결계사고는 처음 있는 일 아냐?
말려드는 인간은 랜덤인 것 같고, 조금 무섭네.
689 : 무명의 국민
남녀 관계없는 것 같고 말이지.
내일은 나일지도 몰라.
690 : 무명의 국민
>>688
마수의 랭크에 따라서는 즉사라고.
정부는 즉각 타개책을 내놓아라.
691 : 무명의 국민
>>690
정부도 열심히 하고 있을테니까……
◆◆◆
츠구미는 정부에서 준비해 준 차량의 뒷좌석에 깊숙이 앉아, 커다란 한숨을 내쉬었다. 핸드폰으로 인터넷 게시판 몇 군데를 들여다보았지만, 기분이 우울할 뿐이었다. 아직 츠구미에 대해선 특정되지 않았지만, 이건 시간문제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가장 신경이 쓰이는 것은, 육화――미부와 스즈시로의 팬의 행동이다. 역시 살상사태까지는 아니겠지만, 신상을 들키면 귀찮아 질 것이 확실하다. 괴롭힘 정도는 각오하는 편이 좋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불행 중 다행인지, 츠구마기 찍힌 장면은 의도적으로 줄어든 것 처럼 보인다. 예를 들면 육화의 두 사람을 메고 옮기고 있는 영상 등은, 미디어에서는 보도되고 있지 않는 것 같았다. 어쩌면, 정부측에서의 배려일지도 모른다.
"도착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운전기사가 말을 걸자, 츠구미는 감사의 말을 하고는 차에서 내렸다. 밖에서 보이는 집안은 어두워서, 사람이 있는 기색은 없다. 아무래도 치도리는 아직 돌아오지 않은 것 같다.
집 열쇠를 열고, 그대로 2층 방으로 발을 옮긴다. 어제는 편안히 잠들었을텐데, 왠지 몸은 녹초가 되어 있었다. 츠구미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어제의 피로가 무거웠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방문을 열고 불을 켜자, 흔들거리는 무언가가 눈에 들어왔다.
"늦었군."
"……벨, 님?"
그곳에는, 언짢은 표정을 하고 책상에 걸터앉아 있는 벨이 있었다. 츠구미는 자기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벨에게 다가갔다.
"벨 님, 대체 어디에 갔던거야. 의논하고 싶은 것이 잔뜩 있었는데."
"네놈의 부주의를 정리하고 온 것이다. 불평하지 마."
벨은 피곤한 듯 한숨을 내쉬고, 츠구미를 힐끗 노려보았다.
……확실히 꽤 폐를 끼치긴했지만, 반 정도는 불가항력적인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츠구미도, 딱히 말려들고 싶어서 그렇게 된 것은 아닌 것이다.
"정말이지, 서툰 정의감 따위는 갖지 말고 숨어서 가만히 있었으면 좋았을것을. 자신의 입장이라는 것을 조금은 생각하는게 어떠냐?"
벨은 어이없다는 듯이 그렇게 말했다.
"그건 그렇지만……"
분명 벨히 말한대로 어딘가에 숨어있었더라면, 이런 귀찮은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츠구미에게도 꺾을 수 없는 것이 있다. 만약 그 장소에서 이타도리나 치도리가 죽어버렸다면, 치도리의 마음에는 깊은 상처가 남아있었을 것이다.
――게다가 손이 닿는 범위에 있는 소중한 사람 정도는, 제대로 지키고 싶다. 그 정도는 용서받아도 되지 않을까, 라고 츠구미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츠구미의 안일한 생각을 헤아렸는지, 벨은 불만스러운 듯 혀를 차며 말했다.
"――그렇게 생각하지 마라, 츠구미. 네놈은 만능도 천재도 아니다. 오만도 어지간하군. 애초에, 자신드 제대로 지키지 못하면서 우쭐해지지 마라!!"
"……응."
츠구미에게 있어서, 그 질책은 듣기 거북한 말이었다.
이번 사건에서 츠구미는, 자신의 실력이란 것을 지겹게 깨달았다. 마법소녀로서의 힘을 잃으면, 분명 츠구미는 E급 레벨의 마수에게조차 상대할 수 없다.
이번에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다. 츠구미 외에 육화가 두 명이나 있고, 치도리도 마법소녀의 계약을 맺어 츠구미를 구해주었다. 그야말로 기적의 연속이라고 해도 좋다.
……만약 또 이번처럼 결계사고에 휘말렸을 때, 다음에는 무사할거라는 보장은 할 수 없다. 오히려, 가고일 때처럼 끔찍하게 살해당해도 이상하지 않다.
츠구미가 얌전한 얼굴을 하고 고개를 숙이자, 벨이 덧붙이듯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 결계를 보던 다른 계약신들에게는 이야기를 해 두었다. 네놈의 정체가 다른 마법소녀에게 알려지는 일은 없다. ……기 보다는 신분을 숨기고 있는 자를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것은 매너 위반이니까. 신이 상대라면 한 마디를 해 두기만 하면 된다."
"그렇구나…… 다행이다."
이로써 적어도 치도리에게 『하가쿠레 사쿠라』의 신상이 들통나는 일은 없어졌다. 마찬가지로 정부측에도 존재를 은닉할 수 있다. 그걸 안 것만으로도 안심이다.
하지만, 왠지 벨의 표정은 밝지 않다. 그 모습을 보고, 츠구미는 육화의 새로운 틀――『십화』를 떠올렸다. 만약 벨이 걱정하는 것이 있다면, 그 일임이 틀림없다.
"혹시, 벨 님도 정부에서 『십화』의 이야기를 들었어?"
"응? 아아. 그 이야기인가. 듣긴 들었지만, 그렇게까지 걱정할 필요는 없다. 여섯명이 열명으로 변한다고 해도, 나머지 네명은 어차피 단순 예비일 뿐이다. 기본적으로는 지금까지와 다름없이, 육화가 중심이 되어 진행될 것이다. 사퇴하든 말든, 거기까지 우리에게 영향은 없다."
"너무 중요하게는 보지 않는다는 건가?"
"애초에, 『하가쿠레 사쿠라』는 10위니까 말이다. 정부도 크게 중요하게 여기지는 않을것이다."
벨이 그렇게 당당하게 말을 해서, 츠구미는 그런건가, 하고 납득했다.
그리고 츠구미와 벨이 이것저것 정보를 교환하고 있자, 1층에서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어서 「다녀왔습니다」라고 치도리의 지친 듯한 목소리가 울린다.
츠구미가 마중을 가려고 방문을 건드리자, 벨이 조심스레 소매를 끌어 붙잡았다.
"기다려라. 한가지 말해두어야 할 것이 있다."
"무슨 일인데 갑자기. 까먹은 거라도 있어?"
츠구미가 돌아보고 그렇게 묻자, 벨은 모호한 듯이 말문을 열었다.
"뭐. 아까 다른 계약신과 이야기는 끝났다고 말 했지만, 한 신에게만 조건을 붙였다."
"뭘 갑자기. 이 타이밍이 아니면 안되는 거야? ……아니, 혹시."
그렇게 말하며, 치도리는 힐끗 발밑을 응시했다. 1층에는, 치도리가 있다. ――그렇다는 것은, 치도리의 계약신이 함께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는 것이다.
츠구미가 고개를 들고, 주뼛주뼛 벨 쪽을 바라보자, 벨은 침통한 표정으로 조용히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네놈의 상상대로다. ……자세히는 말하고 싶지 않지만, 나쁘게는 되지 않았다. 네놈은 가만히 녀석이 하는 말을 듣기만 하면 된다."
벨은 그렇게 말을 남기고,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듯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자기도 모르게 손을 뻗었지만, 손은 헛되이 허공을 갈랐다. 츠구미는 멍하니 그 자리에 서서, 버림받은 강아지처럼 작게 신음했다.
"뭐, 뭐라는 거야."
그리고 츠구미는 잠깐동안 현실도피처럼 머리를 감싸고 있었지만, 아래에서 「츠구미―? 있어? 있으면 잠깐 할 이야기가 있는데」라고 치도리가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렇게 된 이상 도망칠 수 없다.
츠구미는 주먹을 꾹 쥐고 기합을 넣고, 천천히 계단을 내려갔다.
거실 문을 열고, 소파에 앉아 있는 치도리를 봤다. 치도리는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츠구미를 바라보고 있어서, 어딘지 모르게 공기가 무겁다.
――그 가장 큰 원인은, 그녀의 무릎 위에 자리잡고 있는 흰토끼 때문일 것이다.
츠구미는 놀란 듯 그 흰토끼를 바라보았다. 벨의 말로 미루어 볼 때, 접촉은 있을 줄 알았지만, 설마 치도리와 함께 당당하게 그 모습을 드러낼 줄은 몰랐던 것이다. 이 흰토끼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그리고 츠구미가 당황한 표정으로 치도리와 흰토끼를 번갈아 쳐다보자, 치도리가 침묵을 깨듯 말하기 시작했다.
"있잖아, 츠구미. 중요한 이야기가 있는데, 괜찮을까?"
"뭐, 응. 그래."
십중팔구, 그 무릎 위의 존재일 것이다. 츠구미가 어떤 말을 들을지 자세를 취하고 있는데, 치도리는 츠구미에게 눈을 돌리고, 살며시 흰 토끼를 양손으로 안아 올리며,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이 아이의 이름은 시로라고 해. ……저기, 이 애는 오늘부터 내 남동생이 될거야. 그, 츠구미에게 있어서는 형이라고 해야 할까?"
그리고 치도리의 가슴까지 들어올려진 흰토끼는, 흥 하고 코로 크게 숨을 내뿜으며, 불손한 목소리로 츠구미에게 말했다.
"앞으로 잘 부탁한다, 동생아."
한 명과 한 신이 토해낸 그 말을 듣고는, 츠구미는 충분히 10초 정도 기다렸다가 조용히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
――치도리의 남동생이 된다. 그리고 흰토끼는 츠구미를 동생이라고 불렀다. 말의 뜻은 이해되지만, 무슨 말인지 도무지 모르겠다. 뭐야, 정신이라도 나간건가.
무심코 뒤를 돌아보며 벨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그곳에는 아무도 없다. 의미없이 울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현실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자세한 설명을, 부탁할게."
츠구미는 하고 싶은 말을 모두 삼키고, 그렇게 뱉어냈다.
――이 기묘한 해후는, 이제 막 시작한 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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