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 새 친구
츠구미는 저녁 퇴원을 위해서, 방을 정리하고 있었다. 옷은 새로 병원측에서 챙겨줬으니, 수화물만 챙기면 그대로 퇴원할 수 있다.
입었던 옷은 피범벅이 되어 처분받기로 했다. 딱히 비싼 금액의 옷도 아니고, TV에 나와버린 옷은 더 이상 입을 수 없을 것 같다. 꽤 마음에 들었는데 아쉽다.
치도리는 이나바와 함께 정부에 들렀다가 집으로 돌아갈 거 같아서, 츠구미의 청취 조사가 끝난 후 바로 병원에서 나가버렸다. 아마도 계약 내용 등을 따지고 오는 것이겠지만, 역시 조금 걱정이었다.
덧붙여서 츠구미가 돌아갈 때에는, 밖에서는 안을 볼 수 없는 타입의 차로 태워준다고 한다. 미디어 대책 때문인 것 같다. 하루 지난 지금까지도 병원 앞에는 언론인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것 같고, 보통 택시로는 제대로 나가지도 못한다고 한다. 민폐에도 정도가 있지.
……이번 사건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분명 직접 마수를 쓰러드린 츠구미일 것이다. 마법소녀도 아닌 그냥 남자가 마수를 쓰러뜨렸다――미디어로서는 꼭 취재를 하고 싶을 것이다. 어쩌면 정부도 그 주변의 사정을 고려해 준 것일지도 모른다.
『하가쿠레 사쿠라』와 닮은 얼굴에 대한 것은, 어떤 취급을 받고 있는지까지는 모르겠지만, 화제가 되지 않기를 빌 수밖에 없다. 어쨌든, 귀찮은 것임은 변함이 없다.
츠구미가 멍하니 침대 옆에 앉아있는데, 똑똑, 노크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무래도 누군가가 온 것 같다.
"네, 들어오세요."
――어차피 또 아사쿠라가 시간을 때우러 왔겠지. 츠구미가 그렇게 생각하면서 문을 열자, 그곳에 있던 사람은 예상 밖의 인물이었다.
"에헤헤, 와 버렸다."
"상처는 괜찮아?"
그렇게 말하며, 스즈시로와 미부는 대답도 듣지 않고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 츠구미는 입을 벌리고,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왜, 왜 여기에?"
"뭐야, 오면 안 되는거야?"
츠구미가 묻자, 미부는 불만이라는 듯이 입을 삐죽거리면서 츠구미의 옆에 털썩 걸터앉았다.
"그런건 아니지만…… 설마 육화의 두 사람이 올 줄은 생각못했으니까."
사건이 끝난 이상, 그들이 츠구미에게 관여할 이유가 없다. 가뜩이나, 다시 육화에 뽑혔기 때문이다. 츠구미와 대화하고 있을 틈이 있을거라곤 생각되지 않았다.
"흐응? 같이 싸운 사이인데 차갑구나. ――그래서, 선글라스는 이제 쓰지 않아도 돼?"
"……앗."
츠구미는 허겁지겁 얼굴을 가렸지만, 이미 늦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 두사람 앞에서는 맨얼굴을 드러낸 적이 없었다. 설명하기 귀찮았다, 는 것이 주된 이유인데, 과연 그들은 하가쿠레 사쿠라를 닮은 이 얼굴을 어떻게 생각할까?
츠구미가 망설이고 있자, 옆에 앉아있던 미부가 갑자기 손을 내밀어, 츠구미의 얼굴에 손을 댔다. 그리고, 한숨이 닿을 정도로 가까이 얼굴을 접근해, 말똥말똥 쳐다본다.
"과연. 치도리의 말로는 혈연은 없는 것 같은데, 이렇게까지 닮았다면 숨기고 싶을만 하겠네"
그렇게 혼자 납득하면서, 미부는 말을 이어갔다. 한편, 츠구미 쪽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갑작스러운 이성의 접근에 동요해, 말이 잘 나오지 않는다. 그것도, 눈앞에 있는 것은 귀여운 여자아이다. 츠구미는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게 되었다.
츠구미가 미부에게 잡힌 채로 굳어있자, 스즈시로가 말리듯이 말을 걸어왔다.
"아―, 유리 짱. 그 쯤 해 둬. 츠구미 군 얼굴 붉어졌으니까."
"응? 왜그래? 어제는 내 속옷차림을 봐도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이정도로 쑥쓰러워하다니 이상하잖아."
"아니, 그 때는 긴급시였잖아. 슬슬 불쌍해지려 하니까 그만해줘. 이제 울 것 같잖아."
스즈시로가 그렇게 말하자, 미부는 마지못해 하는 식으로 츠구미에게서 손을 떼었다. 츠구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아련하게 열을 가진 자신의 볼이 얄밉다.
……별로 울지는 않지만, 곤란했던 것은 분명하다. 츠구미는 「고마워」라고 스즈시로에게 감사를 표하고, 크흠 하고 기침하고 두 사람을 향해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귀가 아직 조금 빨간 것은 애교이다.
"……그래서, 용건은?"
츠구미가 그렇게 묻자, 스즈시로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감사 인사를 하려고. 결과적으로, 너와 치도리 짱 덕분에 살았으니까. ――정말로, 고마워."
"응 응. 아마 두 사람이 없었으면 우린 죽었을거야. 정말 다행이야."
그렇게 말하고 고개를 숙이는 두 사람에게, 츠구미는 어찌할 바를 모르며 말을 걸었다.
"고, 고개를 들었으면 좋겠어. 답례를 말해야 할건 오히려 우리들이지. 육화의 두 사람이 없었더라면, 최악의 경우 우리는 모두 죽었을지도 몰라. 정면에 선 두 사람에게 협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 ……게다가, 내가 마수를 쓰러뜨릴 수 있었던 것은 두 사람이 마수를 약하게 만들어줬기 때문인걸."
――츠구미 혼자의 힘으로는, 그 마수를 쓰러뜨릴 수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그것은 츠구미의 공적이 아니라, 틀림없이 팀으로서의 공적이 틀림없다. 그렇기에 이런 식으로 감사받을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렇게 츠구미가 주장하자, 둘은 얼굴을 마주보고 웃기 시작했다.
"아하하! 치도리 짱과 같은 말을 하는구나. 역시 남매인걸."
"치도리와도 이야기 했어?"
"응. 걔가 마법소녀가 된 건 좀 의외였지만 말야. 호전적으로는 보이지 않았고. 뭐 정부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우리도 도와줄테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
스즈시로는 한바탕 웃고, 츠구미의 앞에 접힌 종이를 내밀었다. 그 종이를 받으면서, 츠구미는 고개를 갸웃했다.
"이건?"
"나와 유리 짱의 개인적인 연락처. 어찌됐든간에, 도움을 받은 것은 사실이니까. ――츠구미 군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다음번에는 우리가 도와줄게!"
육화에도 재선되었으니까 나름대로 권력은 있으니까, 하고 웃으면서 스즈시로는 말했다. 츠구미는 손안에 있는 메모와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런 소중한 걸, 나 따위가 받아도 되는거야?"
육화의 사적인 연락처라니, 어느 정도의 가치가 있을지 짐작도 가지 않는다.
본래대로라면, 그녀들은 츠구미와 평생 인연이 없을 구름 위의 인간이다. 단 한 번 협력한 정도로, 이렇게까지 신경을 써줄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렇게 무겁게 생각하지 않아도 되잖아? 아무리 우연이라지만, 그 외모로는 여러가지로 귀찮은 일에 휘말릴 것 같아서 말이야. 게다가 치도리의 일도 있고. 여차할 때 기댈 수 있는 상대가 생겼다고 생각하면 돼. ――자."
미부는 츠구미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그렇게 말하고, 오른손을 츠구미의 앞에 내밀었다. 영문을 모르고 미부의 얼굴을 쳐다보자, 그녀는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우리가 연락처를 줬잖아. 그쪽도 써서 주는게 예의라고 생각하는데."
"……필요해?"
"필요하고 말고! 함께 목숨을 걸고 싸웠잖아. 이제 친구같은 거겠지?"
츠구미가 당황해하며 그렇게 묻자, 미부는 환한 얼굴로 그렇게 대답했다.
생각해보면, 그녀는 이 방에 들어왔을 때부터 묘하게 거리가 가까웠다. 어쩌면 그것은, 처음부터 츠구미를 친한 사이――친구로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언뜻 스즈시로 쪽을 보니, 그 말대로! 라고 말하고 싶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도망갈 곳은 없는 것 같다.
츠구미는 테이블에 놓여있던 메모장에 자신의 연락처를 적고, 슬며시 두 사람에게 건네주었다. 왠지 모르게, 간지러운 것을 느낀다.
두 사람은 받은 메모를 소중한 듯이 넣어두고,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그러면, 용건도 끝났으니 슬슬 가야겠는걸."
"저녁에 기자회견이 있어서 말야. 매번 하는 일이라고는 하지만, 귀찮은 것에는 변함이 없어."
그렇게 말하고, 둘은 우울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기자회견이란, 아마 육화의 취임식을 말하는 것일 것이다. 정부 관저에서 대대적으로 이루어지는 것 같은데, 츠구미는 중계를 본 적이 없어서 자세한 것은 모른다.
"그러고보니, 두 사람은 육화에 재선됐었지. 축하해."
츠구미가 그렇게 축하하자, 스즈시로는 약간 불만스러운 듯이 어깨를 움츠렸다.
"순위는 유키 짱에게 져버렸지만 말야. 아―아, 조금 충격."
"그래? 나는 별로 신경쓰지 않는데."
"이건 말도 안 돼!"
두 사람은 그렇게 말하면서, 천천히 일어섰다.
"그럼 안녕, 츠구미 군. 나중에 꼭 연락줘."
"조만간 또 만나자!"
그 둘의 말에, 츠구미는 밝은 미소를 지었다. ――정말, 친구 같은 대화구나.
"아아. ――또 보자."
츠구미는 가볍게 손을 흔들며 그렇게 말했다. 정말 다시 만날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것으로 관계가 끝나 버리는 것은, 조금 아쉬웠던 것이다.
육화라던가, 귀여운 여자애라던가, 그렇게 싼 이유가 아니다. ――그녀들이, 존경할 만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올곧은 마음가짐은, 츠구미에게 있어서 무엇보다 눈부시게 보였다.
그리고 발빠르게 병실을 나서는 두 사람의 등을 배웅해주며, 츠구미는 후후, 하고 작게 웃었다.
――마치, 폭풍 같은걸.
같은 사고에 연루된 피해자이며, 어깨를 나란히 하고 마수와 싸운 『전우』. 츠구미에게는 과분한 평가라고 생각하지만, 나쁜 생각은 들지 않았다.
츠구미는 침대에 누우며, 멍하니 연락처가 적힌 메모를 바라보았다. 특징적인 둥그스름한 문자와, 오른쪽을 약간 올려쓰는 거친 문자. 둘 다 개성이 드러나는 필적이다.
"친구, 라."
――면전에서 다른 사람에게 그런 말을 들은 것은, 언제 이후일까. 떠올리는 것 만으로도, 부끄러움과 가슴이 따뜻해지는 것 같은 기쁨을 느낀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절대 말할 수 없겠지."
반 친구는 커녕, 절친인 유키타카에게는 특히 말할 수 없다. 어떤 말을 들을지 알 수 없으니까. 메부키 선배에게는 말해도 문제는 없겠지만, 따로 지나치게 퍼뜨릴 필요는 없을 것이다. 물어보면 대답하면 될 뿐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츠구미는 시계를 바라보았다. 시각은 14시 5분 전. 츠구미는 그것을 확인하고, 튕기듯 상체를 일으켰다.
"앗차. ――이타도리에게 가기로 약속을 했었지."
――오늘 아침, 아사쿠라에게 이타도리의 상태를 들을 수 있었다. 그녀는 발목을 심하게 삐어, 퇴원 후에는 집에서 일주일간 휴식을 취하라고 말한 것 같다.
퇴원 시간은 츠구미와 같은 오늘 저녁. 본인이 츠구미를 만나고 싶어하기 때문에, 그 전에 만나러 가달라고 아사쿠라에게 부탁받은 것이다.
그리고 츠구미의 면회가 허락된 시각은, 오늘 14시. ――즉 시간이 없었다.
츠구미는 서둘러 침대에서 내려와, 손에 들고 있던 메모를 수첩에 넣고, 재빠르게 자신의 병실을 뒤로했다.
――마수와 마주한 어린 소녀는, 지금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츠구미는,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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