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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번역/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1장 12. -귀신 교사-

by 린멜 2019. 7. 7.


12. 귀신 교사


츠구미는 학생지도실 문 앞에서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침의 호출은 불합리하다 느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츠구미도 짐작이 많이 간다. 어쩌면, 지금까지 한 일이 무엇인가가 드러났을 뿐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이후의 전개가 우울했다. 그러나, 도망치거나 하면 그야말로 단번에 정학 처분이다.



"실례합니다……"



츠구미는 그렇게 말을 하며, 마지못해 지도실의 문을 열었다.



"아아, 왔나. 일단 거기 의자에 앉도록."


"네."



방 안에서 기다리고 있던 키사라는, 그와 마주보는 자리를 가리켰다. 특별히 불만은 없기 때문에, 조용히 지시에 따른다.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지만――네 가슴 주머니에 들어있는 그거… 꺼내보겠나?"


"……하?"



갑작스러운 말에, 사고가 정지했다. 가슴 주머니에 뭔가 이상한 것을 넣었던가? 츠구미는 전혀 짐작이 가지 않았다.


우두커니있는 츠구미에게 애가 타는지, 키사라는 「빨리 꺼내도록」 하고 강한 어조로 재촉해 온다.


츠구미는 이상하다 생각하면서도, 자신의 가슴 주머니를 뒤졌다. 그러자 꺼칠꺼칠한 촉감의 물건이 손에 잡혔고, 그 순간 그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냈다.



――스즈네 선생님에게 받은 부적이다.



그러고보니, 여기에 계속 넣어두었던 것을 잊고 있었다. 다시 생각해 보면, 목숨이 아슬아슬한 곳에서 살 수 있었던 것은, 이것의 가호 덕분일지도 모른다.


츠구미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부적을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선생님의 선물인 셈이고, 특별히 문제는 없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그 무른 생각은, 책상 위를 보고 무산됐다.



―아, 위험할지도



"이것, 은. ――너, 대체 뭘 한 거지?"



키사라는 놀란 듯한 얼굴을 하고, 책상 위의 부적을 바라보고 있다. 그도 그럴것이다. 그 부적은, 보자마자 알 수 있을 정도로, 피로 물들어 있었으니까. 원래부터 검은 천이라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금의 자수나 흰 끈 등은 무참히도 검붉게 변색되어 있었다.


십중팔구, 츠구미가 죽을 뻔 했을 때 묻었을 것이다. 교복이 완전히 복구되어 있었기 때문에, 방심하고 있었다. 설마 이것만이 그때 그대로일줄이야. 츠구미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어떻게 봐도 이건 범죄냄새가 나는걸. 피묻은 부적에서는, 사람 하나는 죽었을 것 같은 기색마저 든다.


단 이것은 츠구미의 피이기 때문에, 사건성은 없다, 라고 우겨도 키사라가 믿어 줄 지는 미지수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 뿐이다.



"특별히 이상한 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음료수라도 흘린걸지도 모르겠네요. 아아, 이건 스즈네 선생님이 주신 거니까, 더럽혀 버린건 제대로 사과할게요."



츠구미는, 가능한 한 죄송하게 보이려 했다. 아무리 말려들었다고 해도 말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이게 아무리 츠구미의 피라지만, 지금은 상처 하나 없는데 설명을 할 수 있을리가. 속이는 것 외에 다른 길은 없었다.



"그런 변명이 통할거라 생각하는거냐?"



하지만, 역시 납득하지 못한 것 같다. 키사라는 언짢은 듯 츠구미의 말을 비웃었다.


――역시 무리구나. 그건 츠구미도 알고있다. 하지만, 실상은 말할 수 없다.



"변명도 뭣도 아니에요. 애초에, 제가 유혈사태가 될 만한 무슨 짓을 저질렀다고 말하고 싶으신건가요? 의심이 가신다면 이것을 경찰에게 가져가보셔도 돼요. 그러면, 제가 누군가를 상처을 입히거나 하지 않았을 거라는 걸, 알 수 있을테니까요."



뭐, 묻어있는 피는 츠구미의 피다. 문제가 될 수는 있지만, 부상 사실이 없는 한 사건성은 인정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강경하게 대응했다.


키사라와 츠구미의 대립은 계속됐다. 먼저 포기한 것은, 키사라 쪽이었다.



"……뭐 됐다. 애초에, 내 용건은 확인만 하는거였으니까."



그 말에, 츠구미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것으로 일단은 안심이다.



"나중에 스즈네 녀석과 이야기하도록. ――아침에 널 부르라고 내게 말 한 것은, 그녀석이다. ……만약을 위해 말해 두지만, 이상한 짓을 하려 하지 말도록."


"제가 교사 상대로 무엇을 할 리 없잖아요……"



꽤 진지한 톤의 충고였다. 걱정하지 않아도 그런 짓을 할 리가 없다.


그런데, 무슨 일인걸까? 츠구미를 불러낸 것이 스즈네의 지시라면, 지난번 귀가 때의 교류 이외의 이유 말고는 눈에 띄지 않는다. 무엇보다 츠구미를 걱정하고 있었던 거 같으니, 안부 확인을 포함하고 있는 걸까?



"아, 맞다. 키사라 선생님은, 어떻게 이게 가슴 주머니에 들어있는 걸 아셨어요?"



츠구미조차 존재를 잊고 있었을 정도다. 특별히 주머니가 부자연스러워 보였던것도 아니니, 담배로 착각한 것도 아닐 것이다.


그 츠구미의 질문에, 키사라는 무뚝뚝한 표정을 하고, 작게 혀를 찼다.


……이 남자, 생활지도를 자칭하고 있는 주제에 꽤 태도가 나쁘다. 아직 젊고 얼굴이 잘 생겨서인지 여학생에게는 인기가 있지만, 남학생에게는 기본적으로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한 부분에서는 유키타카와 닮았구나――하고 츠구미는 생각했지만, 이것을 키사라 본인에게 말하면 격노할 것이 틀림없다.



"그곳에서 철비린내가 났다. 난 남들보다 코가 예민하니까. 그것 뿐이다."


"……그런가요?"



이 자리에 있는게 츠구미가 아니라, 유키타카나 아키야마였다면 「선생님은 마치 개 같아요!」하고 악의 없는 발언을 했겠지만, 츠구미는 그렇게까지 바보는 아니다.


킁, 하고 시험삼아 츠구미도 냄새를 맡아 보았지만, 특별히 그런 냄새는 나지 않았다. 사람에 따라 냄새같은게 과민하게 느껴지는 체질이 있다고는 하지만, 키사라도 그런 체질일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더니, 옆 방의 문에서 사람 그림자가 보였다.



덜컹덜컹, 하고 조심스레 소리를 내며, 인접한 준비실 문이 열렸다. 안심한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스즈네가 학생 지도실로 들어왔다.



"스즈네. 이제 몸은 괜찮은가?"



키사라가 걱정스러운 음색으로, 스즈네에게 그렇게 물었다.



"네에. 이제 완전 건강해요. 유키라 오빠도 걱정을 끼쳐드려 죄송해요."



유카리 오빠――


츠구미는 멍한 얼굴로 키사라를 보았다. 키사라의 이름은 유카리였다. 하지만, 그 여자같은 이름을 조롱하는 학생이 많았기 때문에, 여러가지 일이 있어서 지금은 이름을 부르는 것이 금기처럼 되어 있다. 그걸 저렇게 친근하게?


……이 두 사람은 도대체 어떤 관계일까


그런 생각을 하며 키사라를 바라보고 있으니, 키사라는 겸연쩍은 듯 헛기침을 했다.



"어이, 학교에서는 이름으로 부르지 말라고 했잖아?"


"아, 죄송해요. 무심결에……"



스즈네는 핫 하고, 이내 침체한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왠지 키사라가 나쁜 짓을 하고 있는것처럼 보였다.


그런 교사 둘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키사라가 뒤돌아보며 츠구미에게 말했다.



"――나나세. 지금 있었던 일은 잊어라. 알겠지?"


"만약, 퍼뜨리면 어떻게 되나요?"


"네 수학 성적이 1점이 된다."


"그런 횡포를! ……아니, 별로 퍼뜨리진 않겠지만요. 그낭 좀 듣고 싶었을 뿐이에요."



가혹한 교사가 있던 것이다. 공사혼동에도 정도가 있지.


그렇지만, 이 상태에서 관계를 물어보아도 분명 대답해 주지는 않을 것이다. 나중에 몰래 스즈네에게 물어보는 편이 빠를지도 모른다.



"흥. 나는 자리를 비우겠지만, 나중에 열쇠는 꼭 돌려놓도록. 시즈네 선생도 그걸로 괜찮나?"


"네. 감사합니다, 키사라 선생님."



키사라는 그렇게 말하고 지도실에서 떠났다. 키사라가 나간 자리에, 조용히 스즈네가 앉았다. ――그리고, 책상 위에 올려놓은 부적을 보고는, 슬픈듯이 눈을 찌푸렸다.



"나나세 군은, 제게 궁금한 거 없어요?"



스즈네는 뜬금없이 츠구미에게 그렇게 말했다.


스즈네에게 묻고 싶은것. ――그 자체는, 몇가지 있다. 왜 그날 이 부적을 넘겼는가. 오늘 아침에 쓰러진 이유는 뭔가. 키사라와의 관계는, 등 다양하다. 하지만, 굳이 꼽는다면 이것밖에 없을 것이다.



"스즈네 선생님은, ――그 날, 제게 무슨 일이 생길거라고 생각하셨나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스즈네의 대응은 너무 이상했다. 마치 츠구미가 죽임을 당하는 미래를 본 듯한 반응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필사적으로 부적을 넘기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 그 결계사고는 스즈네의 훈련이라고 말을 했다면, 납득해 버릴 정도의 타이밍이었던 것이다.


츠구미가 지그시 스즈네를 쳐다보고 있으면, 스즈네는 뭔가를 결의한 듯 입을 열었다.



"――나나세 군은, 운명을 믿나요?"



그렇게 말하며, 스즈네는 방긋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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