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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번역/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1장 13. -운명의 붉은 실-

by 린멜 2019. 7. 10.


13. 운명의 붉은 실




――운명. 아무리 생각해도 여성이 좋아할만한 단어이다.


사람이 기적, 혹은 운명이라고 부르는 대부분은 우연의 산물에 지나지 않겠지만, 츠구미로서는 그런 흐름이란 것은 존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라고 하기보다는, 그렇게 생각하느 것이 훨씬 더 자연스럽다, 라고 해야할까.


……하지만 츠구미는, 믿는다. 믿지 않기 전에 스즈네에게 말해 두어야 하는것이 있다.



"――종교 이야기라면 사양하고 싶은데요."



지금 츠구미가 믿는 신은, 벨 하나뿐이다. 안타깝지만 종교 권유라면 대화는 받아들일 수 없다.


츠구미가 진지한 얼굴로 그렇게 말 했더니, 스즈네는 조금 화가난 듯 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진짜! 아니에요!"


"그런가요? 그건 다행이네요."



후우 하고 숨을 내쉰다. 뭐 그런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일단은 확인은 필요하다.



"――운명 말이죠. 있으면 좋겠다, 고 생각은 하는데요."



운명의 본래 의미는, 사람의 의지와는 관계 없이 닥치는 화복이다. 확실히 츠구미의 요즘 현상을 나타내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츠구미가 그렇게 대답하자, 스즈네는 조금 안심한 것처럼 미소지었다.



"그렇군요. ――조금 긴 이야기가 될 거 같은데, 괜찮을까요?"



츠구미는 흘끗, 하고 시계를 보았다. 점심시간은 앞으로 20분 정도. 얼마나 대화가 이어질지는 모르지만, 아마 다음 수업에는 맞출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음 수업은 기이하게도 키사라가 담당하는 수학이다. 다소 늦더라도 이해해 줄 것이다.



"네, 괜찮아요."



"다행이다……! 그렇네, 이건 제가 10살 때의 이야기인데――"




◆◆◆





――제가 10살 때, 약간의 사고를 당해서, 머리를 세게 부딪쳤어요. 그 자체는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지금도 머리에 상처가 조금 남아있어요.



그래서말이죠, 퇴원한 뒤부터 가끔 이상한 걸 볼 수 있게 되었어요. 검붉은, 안개같은 빛을.


병원 선생님께 민약을 위해 상담했지만, 눈에 띄는 이상은 없었던 겉 같아요.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옆집 오빠와 집 앞에서 만나면서, 전 매우 놀랐어요. 어째서라고 생각하나요?



――그 오빠의 몸에, 뒤얽힌 붉은 실이 보였거든요.



저, 틀림없이 그것이 『운명의 붉은 실』 이라고 생각했어요. 10살 정도면 연애에 흥미가 생길 때잖아요?


옆집 오빠는 저보다 8살은 많았지만, 굉장히 자상해서, 이 사람이 운명의 사람이구나! 라고 그 때는 들떠 버려서. 그 자리에서 전 오빠에게 말했었죠. 「결혼해 주세요!」 라고.



……뭐, 거기선 웃으며 지나갔지만. 당연한 일이지만, 그 때는 꽤 충격이었어요. 첫 실연이었으니까.


집에 와서 혼자 울다가, 얼마 뒤 왠지 집이 소란스러워진 것을 꺠닫고, 저는 엄마에게 물었어요. 「무슨 일이야?」하고.


엄마는, 슬픈 얼굴을 하고 말 했죠.




"――옆 집의 오빠가, 사고를 당해 죽었다. 라고"




◆◆◆




츠구미는, 꿀꺽 침을 삼켰다. 스즈네의 말투는 부드러운 어조였는데, 어딘가 서늘했다.



"손발과 머리가 갈기갈기 찢어져, 장례식에서 얼굴을 볼 수 없었어요. 그걸 들었을 때, 저는 중요한걸 깨달았어요."


"……그건."


"붉을 실이, 오빠의 어디에 얽혀 있었다고 생각하세요? ――그래요, 손발과 목이였어요."



스즈네는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처음에는 기분탓이라고 생각했지만, 비슷한 일이 몇 번인가 있었어요. 그럼 싫어도 자각할 수 밖에 없죠. ――나는, 사람의 죽음의 운명을 보고 있구나 라고."



거기까지 설명되면, 싫어도 스즈네가 말하고 싶은 것을 깨닫게 된다. 츠구미는 복잡한 기분이 되어, 입술을 깨물었다.



"……그 날, 저에게도 그 실이 보였던 거군요."


"네. 당신의 얼굴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칭칭 얽혀 있었어요."



평소같았더라면, 황당무계한 허풍이라며 웃어 넘기겠지. 하지만, 츠구미는 그녀의 이야기에 웃지 못했다.


――그 날, 벨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츠구미는 죽었다. 그야말로, 스즈네의 예견대로.



"나나세 군에게 준 부적은, 제 친척이 있는 신사에서 받은거에요. ……그 사람은 이런 식으로 말을 했어요――『때때로 있어, 시야의 채널이 이상한 방향으로 연결되어 버리는 아이가. ――하지만말야, 네가 보고있는 것은, 틀림없는 현실이야. 불쌍하지만, 평생 볼 수밖에 없어』라고. 지독한 이야기죠. ……이런 힘, 저는 원하지도 않았는데."



스즈네는 살짝 눈을 내리깔고, 뭔가를 슬퍼하듯 두 손을 모았다.


――죽음의 운명을, 실로 가시화하는 마안. 세상이 세상이라면 무녀로 모셔져도 이상하지 않은 능력일 것이다. 하지만 전혀 부럽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까지 얼마만큼의 죽음을 봐 오고 있었던 것일까. 생각만 해도, 마음이 아프다.



"――제가 볼 수 있는 것은 『죽음의 운명』뿐. 아무리 노력해도, 누구 한 사람도 그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었어요."



그러면서, 스즈네는 정색을 하며 츠구미를 바라보았다. 빠진 듯한 표정이, 츠구미의 초조함을 부추긴다.



"어떻게. ――어떻게 나나세 군은 살아있는건가요?"



――그것은 너무나도 순수하고, 잔혹한 질문이었다.



그녀의 눈은 웅변으로, 『츠구미의 생존』을 의심하고 있다.


……분명, 아침에 스즈네가 쓰러진 것은 츠구미 때문이다.


스즈네에게 지금의 츠구미는 어떤 식으로 보일까. 죽은 줄로만 알았는데,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학교에 다니는 남자―― 그런 녀석을 봐 버리면, 오늘 아침처럼 몸상태가 나빠져도 이상하지 않다.



――아아, 정말로, 지금 내가 이렇게 숨쉬고 있는 건 기적의 산물이구나. 그렇게 생각하면, 말할 수 없는 감정이 가슴에 넘친다.



"……미련이 있었어요. 절대 죽을 수 없다고 생각할 정도의, 미련이."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죽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도, 치도리가 울지 않았으면 했다. 이유같은건, 그것 뿐이다.



"전 운이 좋았을 뿐이에요. 제 운명은, 기적에 의해 뒤집혔어요. 원래라면 선생님이 보셨던 대로의 결말을 맞았을거라 생각해요."



그날, 만약 벨과 만나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츠구미는 분명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을 기적이라 부르지 않는다면, 뭐라고 부르는게 좋을 것인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이야기 할 생각은 없나요?"



그 스즈네의 물음에, 츠구미는 작게 고개를 저었다.



"네. ――그건 말 할 수 없어요. 하지만, 지금은 상처도 없이 건강하니까 걱정하지 말아주세요. ……죄송해요, 제멋대로인 말만 해대서."



츠구미는 그렇게 말하고, 스즈네에게 고개를 숙였다. 스즈네는 자신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츠구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것은 도저히 페어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츠구미가 말 할 수 있는것은 여기까지다.


그렇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마법소녀 관련 사건에 휘말렸을 것이라는 예상은 할 수 있을 것이다. 재야의 마법소녀와 만나 구원을 받았다, 라고 착각해 주는 것이 가장 좋다. 츠구미가 마법소녀가 되었다 까지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하아…… 알겠어요. 선생님은 더 이상 사정을 묻지 않을게요. 모르는 편이 좋은것은 세상에 많이 있으니까요. 나나세 군도, 너무 제 힘에 대한건 남에게 말하지 말아 주세요. 뭐, 말을 해도 믿지 않을거라 생각하지만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을게요, 절대로. ――정말로, 걱정을 끼쳐 드려 죄송합니다."


"괜찮아. 하지만, 뭔가 곤란한 일이 있으면 선생님들에게 거리낌없이 이야기하렴? 이래도 나와 키사라 선생님은, [육화(六華)]에 아는 사람이 있으니까."


"――그 [육화]에요?"



[육화]라는 것은 년에 한 번, A급 토벌자 중에서 국민 투표로 선출된 여섯명의 마법소녀이다. 어중간한 국회의원보다 더 높은 권력을 가지고있고, 유사시 국가 전력으로 취급되는 마법소녀의 정예.



――그런 대단한 사람들과, 선생님들이 아는사이?


그런 생각 때문인지, 무심코 수상쩍은 눈으로 스즈네를 보고 말았다.



"아, 그 얼굴은 의심하고 있는거구나. 하지만, 별로 믿지 않아도 돼요.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두어 주세요."


"……네."



――스즈네 선생님은, 정말로 상냥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츠구미가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 됐을 때를 생각해, 제대로 도망갈 길을 준비해 주었을 것이다.


평소는 조금 미덥지 않은 인상이 있지만, 중요한 때는 매우 의지하게 되는 어른―― 그런 사람은, 책에서밖에 없다고 생각했었다.



"선생님은, 강하시네요."


"어머, 그런 말은 처음 들어봐요."



후후, 하고 스즈네는 즐거운 듯이 미소지었다. 그 웃는 얼굴에, 조금 전의 비통함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고보니, 스즈네 선생님은 키사라 선생님과 친한건가요? 이것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을테니까, 가르쳐 주시지 않을래요?"



츠구미는, 그렇게 가볍게 물었다. 자신 주변의 일이라 그런지, 역시 신경이 쓰이는 것이다. 게다가 키사라의 약점을 잡아 두고 싶다는 약간의 계산도 있다.


그런 츠구미의 질문에, 스즈네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이야기해 주었다.



"키사라 선생님과는, 옛날부터 소꿉친구에요. 물론 제 힘에 대해서도 알고 있고요."


"아아, 그래서 그렇게 걱정을 했던 것이군요……"



……이것은 조금 좋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런 관계라면, 스즈네는 반드시 츠구미의 상태를 키사라에게 이야기했을 것이다. 이 회화도 거의 누설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도 된다.


키사라는 본인도 말하듯 냄새를 잘 맡는다. 머리도 좋으므로, 무언가 계기가 있다면, 최악의 경우 츠구미의 사정이 드러날 수도 있다. 그 키사라라는 남자는, 그만큼 경시해서는 안 되는 인간이다.


츠구미 같은 인간에게는, 별로 친해질 수 없는 상대이다.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키사라 선생님은 그렇게 보여도 상냥한 사람이에요?"


"나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키사라 선생님은 엄한 사람이니까."


"그런가? 어머,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수업이 시작돼버렸구나……"


"뭐, 지금 수업은 키사라 선생님의 수업이니까 사정은 알고 있을테니, 아마 괜찮을걸요."



츠구미는 그렇게 말하며 일어섰다. 마음은 내키지 않지만, 수업에 안 갈 수는 없지.


그런 츠구미를, 스즈네가 불러세웠다.



"잠깐만. ――이것도 가져가세요."


"부적, 이요?"



책상에 놓여있던 피투성이의 부적을, 스즈네는 살며시 내밀었다. 이렇게 되어버렸지만, 아직 자신이 가지고 있어도 괜찮은 것일까.


받는걸 약간 망설였지만, 스즈네에게 오른손을 잡혀, 그대로 부적을 손에 쥐었다.


츠구미는 놀라서 스즈네를 바라보았다.



"아직 당신이 가지고 있는 편이 좋다고 생각해요. ……부탁해요."



마치 간청을 하듯, 스즈네는 말했다.


……그 스즈네의 모습을 보고, 츠구미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싫은 예감이 든다. 가능하면 틀린 예감이길 바라지만, 아마 츠구미의 예상대로일 것이다.



"……혹시, 지금도 보이나요?"



조심스럽게 뱉는 츠구미의 물음에, 스즈네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전과는 달리 양은 적어졌지만, 지금은 나나세 군 주위에 출렁거리듯 얽혀 있어요. 그런 모습은 지금까지 본 적이 없지만, 그다지 좋은 것이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으니까……"


"그런, 가요?"



스즈네의 설명을 들으며, 츠구미는 한가지 가설을 떠올렸다.



――스즈네는 실을, 붉은 실이라고 했다. 그것과 같은 것을, 츠구미는 알고 이미 알고 있다.



과연. ――[실]의 스킬의 원점은 여기에 있었던 것일까.

만약 이 생각이 맞다면, 스즈네가 바라보고 있는 [실]은 츠구미에게는 무해하다. 운명에 휘말린 것은, 츠구미가 아니라 붉은 실 쪽이니까.



"나나세 군? 괜찮나요?"



입을 다문 츠구미를 걱정하듯, 스즈네가 어꺠를 흔들었다. 핫 하고 스즈네를 쳐다본다. 조금 자신만의 생각에 잠긴 것 같다.


츠구미는 얼버무리듯 미소를 띄우며, 살며시 스즈네의 양 손을 잡았다. 스즈네가 놀란 듯 얼굴을 들어, 츠구미를 바라봤다. 마음 탓인지, 볼이 빨갛다.


츠구미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스즈네 선생님."


"왜, 왜 그러니. 저기, 손을……"


"저, 운명이란 건 절대 있다고 생각해요. 선생님과 예기하고 확신했어요. 감사합니다."


"에, 에, 갑자기 그런 말을 들어도――!"



갑자기 얼굴이 붉어진 스즈네를 이상하게 생각하면서, 츠구미는 손을 놓고 부적을 아무렇게나 주머니에 넣었다. 아아, 이번 호출은 기대 이상의 수확이 있었다.


츠구미는 개운한 기분으로 문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럼, 저는 수업에 들어갈게요! 실례했습니다."


"나, 나나세 군, 잠깐 기다――"



드르륵 하고 학생 준비실의 문을 닫는다. 스즈네가 무언가 말하고 있었던 듯 한 느낌이 들었지만, 아마 기분탓일 것이다.


하지만 얼굴이 조금 빨개진건 조금 걱정이다. 어쩌면 오늘 아침의 몸상태 불량이 다시 도진걸지도 모른다.



――그 뒤 늦게 교실에 들어갔더니, 츠구미에게만 숙제를 잔뜩 내줬다. 왠지 좀 이해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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