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휴유증의 조각
"――극도의 빈혈에 탈수증상. 몸을 혹사한 듯 한 전신 피로에, 스트레스로 인한 급성 위염으로의 토혈. ……왜 이렇게 될 때까지 내버려둔거야?"
어이없다는 듯 놀라움이 섞인 목소리로 메부키는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그녀는, 솜씨좋게 사과를 과일칼로 깎으면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하코네에서의 일을 듣고 치도리나 내가 걱정이 됐다―― 여기까지는 좋아. 왜 거기서 하코네로 향하려는 마음이 든걸까. 게다가 교통규제를 회피하기 위해서 일부러 자전거로! A급 격파 시점에서 되돌아가기로 했다지만, 그 동안 마시지 않고 먹지도 않았으면, 컨디셧니 나빠질 만 하지. ……정말, 치도리에게서 울면서 연락을 받은 내 기분을 조금은 생각했으면 좋겠어."
"……할 말 없습니다."
"입원기간은 일주일 정도인 것 같으니까, 그동안 확실히 반성해."
――노도의 하루가 밝았고, 치도리는 메부키의 친척이 경영하는 병원에 입원했다.
그 후, 피를 토한 츠구미는 쓰러지고, 마음이 동요한 치도리는 우선 메부키에게 전화를 한 것 같다. 그녀의 주선으로 이 병원으로 긴급 이송되었지만, 의사에게는 우선 구급차를 부르라고 혼이 났다.
치도리는 현재, 츠구미의 갈아입을 옷을 가지러 집으로 돌아갔다. 츠구미가 눈을 떴을 때, 치도리는 세상이 끝장난 듯한 얼굴을 한 채 울고있었다.
마치 츠구미가 죽은 듯이 울고 있었지만, 치도리가 진정한 후에 얼굴을 세게 맞은 것은 기억에 새롭다.
병원에서의 진단 결과는, 조금 전 메부키가 말했던 대로다. 빈혈에 탈수증상, 전신피로에 스트레스성 위염. 토혈은 위 벽에 구멍이 뚫릴 뻔했던 것이 원인인 것 같다.
종합적으로 보면 그렇게 심각한 증상은 아니지만, 이 진단을 듣고 벨이 즉흥적으로 만들어 낸 커버 스토리가 너무 가혹했다.
가로되, 마수 도래의 소식을 듣고 치도리들이 걱정된 츠구미는, 자전거――라고 할까 로드바이크로 단신으로 하코네로 향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 도중에 마법소녀에게 마수가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고, 왔던 길을 되돌렸지만, 강행군의 무리가 있어 한밤중에 쓰러졌다――라는 것이다.
이 일을 의사나 치도리들에게 이야기하는 동안, 츠구미는 이런건 절대 무리잖아……라고 반쯤 속이는 것을 포기하고 있었지만, 어째서인지 모두 그 설명으로 납득해 버렸다.
간단히 속아주는것은 확실히 살았지만, 어쩐지 석연치 않다.
……아니, 정말로 어떻게 저런 조잡한 설명을 믿을 수 있는거야
혹시 츠구미는 주위 사람으로부터, 그런 바보같은 짓을 할 수 있는 레벨의 시스콤이라고 생각되고 있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 부끄럽다.
츠구미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만약 벨이 이 자리에 있었다면 「이것보다 더 한 짓을 저지른 놈이 어느 입으로 말을 하는게냐」라는 말을 들을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것이다.
츠구미가 한숨을 내쉬자, 메부키는 조금 화난 듯 말했다.
"이런 일은 이제 없었으면 좋겠어. 나도 치도리도 정말로 걱정했으니까 말야?"
"아니, 저로서도 이 결과는 예상외…… 네, 조심하겠습니다."
츠구미는 깨끗이 물러났다. 변명을 하려다가 눈총을 받아버렸기 때문이다. 미인이 화난 얼굴은 박력이 있어서 조금 무섭다.
메부키는 다리를 다시 꼬며, 사과를 먹었다. 아무래도 자기가 먹기 위해서 깎은 듯 하다. 어느 쪽이든 심한 위염에 걸려 있는 츠구미는 먹을 수 없다.
"그건 그렇고, 츠구미 군은 정말로 치도리는 아주 좋아하는구나."
메부키는 진지한 모습으로 그렇게 말했다.
그 말에 츠구미는 속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가족을 소중히 여기는 것은 당연한거고, 딱히 특별한 일은 아닐 것이다.
"딱히 그런건 아닌데……가족이니까 걱정하는건 당연하잖아요."
츠구미가 그렇게 대답하자, 메부키는 조금 생각하는 듯 하더니, 말하기 어려운 듯이 입을 열었다.
"……자꾸 물어서 미안한데, 츠구미 군은 10년 전의 기억――이른바 과거의 에피소드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어?"
"네. 그게 왜요?"
"아니, 어제 치도리랑 이야기하고 있는데 문득 의문이 들어서. 과거를 하나도 기억하지 못하는데――어떻게 너희들은 서로를 『남매(가족)』이라고 판단한걸까 생각이 들어서."
츠구미는 눈을 깜빡이며, 그녀의 말의 의미를 생각했다. 츠구미가 치도리를 남매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뭐야, 그런 일인가……
메부키의 물음에 대해, 츠구미는 방긋 웃어보였다.
"무슨 소리를 하시는거에요, 선배. 저와 치도리가 남매인지, 그런건 다 알고 있잖아요? 저와 치도리는 쌍둥이 남매에요. 확실히 별로 닮지는 않았지만, 의심할 여지는 없어요."
"그 기억이 없는데도?"
"에? 그렇지만 남매니까요. 기억이 있는지 없는지는 상관 없잖아요?"
츠구미는 어리둥절해하는 얼굴을 하고, 선배는 꽤 이상한 것을 묻는구나, 라고 생각했다. 확실히 닮지 않은건 사실이지만, 그런 남매는 어디에나 있다.
그런 츠구미에 대해, 메부키는 몹시 어려운 얼굴을 하고 생각에 잠겨 버렸다. 마치 알고 싶지 않은 진실을 알아버린 듯한 표정이다. 마음 탓인지 안색도 안 좋은거 같아서, 조금 걱정이 된다.
"메부키 선배? 괜찮으세요?"
"……아아, 응. 이 건은 이제 그만하자. 츠구미 군은 몸을 확실히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니까 말야."
메부키는 머리를 흔들고 그렇게 말하고는, 비치된 의자에서 일어섰다. 과연 그녀의 의문은 해소된 것일까. 그것이 궁금했지만, 그녀 자신이 이야기는 끝이라고 말을 한다면 어쩔 수 없다.
"공동 입원실은 시끄러우니까. 개인실이라서 다행이야."
그렇게 말하며, 메부키는 기분을 새로이하듯 웃었다.
그녀의 호의로 병원에 개인실을 마련해 주었지만, 너무 특별대우를 받으니 왠지 나쁜 짓을 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번 하코네 소동도, 치도리가 여행을 권하지 않았다면 그녀가 말려들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하코네 여행의 티켓을 유키타카에게 받은 츠구미에게도 책임은 있다.
조만간 어떠한 형태로라도, 이번의 보충은 해야 할 것이다.
"죄송해요, 신경쓰이게 해서."
"괜찮아. 이런 기회가 아니라면 권력따위 쓸 기회도 없고 말야. ……응?"
일어선 메구미가, 츠구미가 있는 쪽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살짝 그녀의 두 손이 뺨에 닿는다. 그 손바닥의 부드러운 감촉에, 무심코 어깨가 움찔했다.
"서, 선배?"
츠구미가 다급한 목소리를 내도, 메부키는 진지한 표정 그대로다.
메부키는 찰싹찰싹 츠구미의 얼굴을 만지며 신기한 듯이 말했다.
"츠구미 군 말야, 지금은 초췌해서 알기 어렵지만, 왠지 좀 윤곽이 둥글어진거 아냐?"
"……하?"
말의 의미가 이해되지 않아, 츠구미는 의문의 소리를 냈다. 윤곽이 둥글어지다니, 무슨 말인가.
어쩌면 암암리에 살쪘다는 말을 한 걸지도 모른다. 체중은 딱히 늘지 않았을텐데, 요즘은 잰 기억이 없어서 뭐라고 말할 수 없다.
"음. 역시 기분탓일까? 어쩌면 링거때문에 부은건지도 모르겠네."
메부키는 그렇게 말하면서 스스로 해결하며, 츠구미의 뺨에서 손을 뗐다. 그리고 그녀는 마지막으로 츠구미의 머리를 어루만졌다. 조금 길어진 앞머리가 눈에 찔려서 아프다.
"우왓, 뭐하시는 거에요!"
"예전의 답례야! 후훗, 와일드함이 나와서 남자다워졌는걸."
"웃지 말아주세요, 진짜."
츠구미가 빗으로 머리를 고쳐가며 불평을 해도, 메부키는 즐거운 듯 웃고 있다.
"글머 나는 오늘은 이걸로 돌아갈게. 치도리도 조금 있으면 올 테니까, 탈주하지 말고 얌전하게 있어?"
"선배는 저를 뭐라고 생각하시는 거에요?"
츠구미는 그렇게 기가막히듯 대답을 했지만, 메부키는 그대로 웃고만 있다. 어쩌면 그녀는 츠구미를 어란아이처럼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정말로, 잘 돌봐주는 선배다.
――그렇게 메부키는 병실에서 나갔지만, 츠구미에게는 아무래도 신경이 쓰이는 것이 하나 있었다.
링거가 빠지지 않도록 침대에서 일어나, 거울이 있는 쪽으로 향했다. 위가 좀 아팠지만, 그래도 지금은 움직여야만 했다.
츠구미는 거울 앞에 서서, 서서히 자신의 얼굴을 응시했다. 점점, 츠구미의 안색이 파랗게 변해갔다.
"……얼굴이, 하가쿠레 사쿠라에 가까워지지 않았나?"
기억속의 자신보다도, 아주 조금 원만해진 윤곽. 결이 가늘어진 하얀 피부. 왠지 속눈썹도 자란 듯한 느낌이 든다.
그 사실에, 츠구미는 현기증이 났다. 도대체 츠구미의 몸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벨 님에게 상담하자."
이런 터무니없는 문제, 츠구미만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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