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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번역/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2장 29. - 너의 이름

by 린멜 2019. 9. 14.


29. 너의 이름





"――내 이름은 【바알】 지금은 먼 가나안의 땅에서 모셔지고 있는 풍요의 신이다. ……아니, 였다라고 해야겠지."



벨은 관념한 듯이, 먼 눈을 하고 입을 열었다. 이야기 한 내용은, 대략 츠구미가 예상했던 대로였다.


바알――성경에서 「약속의 땅」이라고 칭송되었던, 가나안의 땅에서 모시던 위대한 신. 그리고, 바알을 바빌로니아 식의 발음으로 바꾸면 【벨】이 된다.


그 별명은 다방면에 이르고, 일섬에서는 솔로몬의 72악마의 하나 【바엘】, 일곱개의 대죄로 유명한 폭식의 악마 【벨제부브】, 이집트 신화의 폭풍의 신 【세트】등과 동일시 되고있다.



"이제는 가나안이었던 장소는 다른 곳에서 온 선교사들이 지배해, 나의 존재를 생각하는 사람은 이제 아무도 없다. 그뿐 아니라 놈들은 이 고귀한 나를 폄훼하고, 욕보였다. 사신이니 악마라며 비웃었지."



내뱉듯이 벨이 말한다.


――과거 영화를 자랑했던 신이, 사신으로 비하된다. 풍요의 권능은 반전하여, 작물을 망치는 벌레를 본떠 폭식으로 변해, 파리의 왕 등으로 불리었다. 신들을 정리했다는 일화는, 뒤틀려 악마의 군단을 이끌고 있던 것이 되어버렸다.



……벨은 자주 인간을 제멋대로라고 말하지만, 확실히 그것은 틀리지 않았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지금까지 믿었던 신이라고 해도 쉽게 잘라버리는――비록 그것이 종교탄압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고 해도, 용서받을 수 없는것은 아니다. 다신교의 나라에 사는 츠구미에게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이야기이다.



"이 나라에 온 것은, 정말로 변덕이다. 지켜볼 백성도 없어지고, 이대로 마왕으로서 존재로 덮어지기 전에 제대로 된 신으로서 움직여 보고 싶었던 것도 있다. 하지만 전에도 말했듯이, 정부에는 변변한 후보가 없었지. 포기하고 신의 좌로 돌아가려고 생각하던 참에――츠구미, 너를 발견했다."



벨이 츠구미를 보고 부드럽게 웃는다. 그것은 마치, 악령이 떨어져 나간 듯 한 미소였다.



"……지금은, 여기에 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츠구미는 그렇게 벨에게 물었다. 벨이라고 해도 배신당했던 절망을, 그리고 폄훼당한 고난을 잊은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지금은 이렇게 이 나라――인간에게 힘을 빌려주고 있다. 그것이 츠구미에게는, 매우 고상해 보였다.



"뭐, 나쁘지는 않군. ――하지만 착각하지 마라. 나는 결코 이 나라에 예속된 것이 아니다. 네놈들 인간이 자기 좋을대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라."


"응, 알고 있어."



어디까지나, 이 나라는 신이 도와주는 쪽이다. 아무리 아마테라스 오미카미가 관리자측이라고 해도, 거기에 상하관계같은 것은 발생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 일은 누구라도 알고 있다.



"그리고, 나에 대해선 평상시와 같이 【벨】이라고 불러라. 이제와서 호칭을 바꾸는 것은 귀찮다."


"벨 님이 그렇게 말한다면야, 그렇게 할게. 벨 님의 지금 모습이라면 다른 이름은 조금 뜰 거 같고. ……겸사겸사 묻는데, 어째서 검은 고양이의 모습이야? 다른 모습으로도 변할 수 있는거지?"



지금까지는 이름과 마찬가지로, 그 모습에 대해서 손대서는 안 되는 분위기를 느끼고 있었다.


유연한 검은고양이의 등에, 잠자리 날개가 달린 모습――악마의 사역마로도 보이는 그 모습은, 아이가 이미지하는 마스코트 캐릭터 그 자체로, 매우 사랑스러운 인상을 받는다. 벨의 성격으로 미루어 볼 때, 어째서 이런 모습을 택했는지 불가사의하다.



"……너무 엄한 모습이라면 무서워할거라고 생각했으니까. 지인과 상담한 결과, 이걸로 정했다. 너무 건드리지 마라.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벨은 씁쓸하게 그렇게 말했다. 그 모습에, 츠구미는 벨과 만난 당초의 일을 떠올렸다.



――그러고보니, 벨 님은 사실 작은 아이와 계약하고 싶어했었지.



츠구미는 뭐라고 말할 수 없는 기분이 되어, 애매하게 미소지었다. 지금은 벨이 어린 아이――라고 할까 순진한 마음을 가진 인간과 계약하고 싶었을 뿐, 이라는 것이 이해가 되지만, 그때는 로리콤의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상호 이해는 중요하구나, 하고 츠구미는 절실히 생각했다.



여러가지 문제는 있었지만, 츠구미와 벨의 궁합은 나쁘지 않다. 츠구미의 기분탓일지도 모르지만, 벨도 라돈전부터 꽤 마음을 열어 준 것 같다.



마법소녀로서의 활동을 츠구미가 언제까지 계속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벨이 원하는 한 계속해 가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별로 목숨을 거는 수준의 싸움은 하고싶지는 않지만, 이런 경우는 아마 없을것이고, 무리하지 않으면 나름대로 오래 활동할 수 있을 것이다.



"아아, 말하는 것을 잊었는데 이번 포상금이 입금되었다. 긴급한 출동에 답한 사례로서 전액 지급되었지만, 역시 생각한 것과는 맞지 않아."


"헤에, 얼만데?"



포상금의 액수는 세간에 공개되지 않았다. 금액이 많든 적든, 어차피 떠들어대는 사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E급은 100만 엔. D급은 500만 엔. 그리고 C급이 되면 1000만이다. 그 이후의 액수는 아직 츠구미에게는 알려져 있지 않다.


츠구미의 경우, 재야의 마법소녀이기에 전부가 아닌 7할을 받지만, 그럼에도 이 3개월 간 4천만 엔 정도의 보상금을 받았다. 솔직히, 금전 감각이 이상해질 것 같아서 조금 무섭다.


A급으로 난이도도 올랐고, 어쩌면 한번에 5천만 정도 받을지도 모른다. 츠구미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벨은 아무것도 아닌 듯 한 얼굴로 터무니없는 금액을 입에 올렸다.



"3억이다. 네녀석의 목숨도 싸게 보였구나. ……응? 왜 그러냐 이상한 얼굴을 하고."



쌜룩, 하고 뺨이 경련을 일으킨다. ……혹시 잘못 들은거 아닐까.



"그 그 자리수가 틀린거 아닐까?"


"잘못 볼 리 없잖느냐. 나로서는 30억을 받아도 된다고 생각한다만?"



그 말에, 츠구미는 붕붕 하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런 금액, 무서워서 도저히 받을 수가 없다. 싫은 땀을 흘리고 있는 츠구미를 외면한 채, 벨은 기가 막힌 듯 팔짱을 끼고 말했다.



"뭘 사양하고 있는게냐. 생각해봐라――네녀석이 싸우지 않았더라면, 다른 마법소녀가 올 때까지 그 마을은 라돈에 의해 유린되었을 것이다. 그 때 입었을 손해를 보면, 3억은 푼돈이겠지."


"그렇게 말하면 부정할 수 없어……"



확실히 피해를 생각하면, 그 금액으로도 이상하지는 않을지도 모른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츠구미가 그 돈을 자유롭게 쓰기는 어렵다, 라는 점일까.



――마법소녀가 받는 포상금은 기본적으로 비과세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이 특정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츠구미와 같이 정부에 신분을 숨기고 있는 마법소녀는, 너무 고액의 쇼핑을 하면 국세청의 수사에 걸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고액의 쇼핑은 기본적으로 할 수 없다. 그중에는 탈세 혐의가 걸려 신원이 들통나는 경우도 몇 건 있을 정도다.



어쨌든, 지금은 약간의 용돈과, 벨과 식도락을 다니는 정도 밖에 사용할 때가 없다. ……너무 마음에 둬도 별 수 없으니, 잊기로 하자.


거기까지 생각하고, 츠구미는 작게 하품을 했다. 걱정했던 일들이 일단 진정되었기 때문에, 맥이 빠진 것 같다.



"흥, 이 나를 앞에 두고 하품이라니 태평하군."


"미안, 조금 졸려서."



츠구미가 눈을 비비면서 그렇게 말하자, 벨은 츠구미에게 접근해, 작은 손으로 츠구미의 머리를 어루만졌다. 머리에서, 육구의 부드러운 감촉이 전해져 온다. 독특한 감촉이, 의외로 기분이 좋다. 혹시 음이온이라도 나오는 것일까.



"지금은 쉬어도 좋다. 몸이 나으면, 다시 예전처럼 확실히 일해야 하니까."


"응. ――고마워, 벨 님."



왠지 부끄러워져, 얼버무리듯 미소를 지었다. 치도리나 메부키에게 걱정되는 것과는 또 다른 감각――만약 츠구미에게 형이 있었다면, 이런 느낌이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츠구미는 느릿하게 잠이 들었다. 왠지 좋은 꿈을 꿀 것만 같은, 그런 기분이 들었다.




◆◆◆




――새벽 2시. 병원 내의 불빛이 사라지고, 정적이 건물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목말라."



츠구미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무언가를 마시려고, 주위를 둘러본다. 병실의 냉장고에는 차가운 차가 들어있었지만, 어쩐지 마시고 싶지가 않다.



"확실히 복도에 자판기가 있다고 의사선생님이 말했었지……"



반쯤 잠에 취한 것처럼 휘청거리며 츠구미가 일어섰다. 그리고 링거의 봉을 지주로 삼아, 천천히 문을 향해 걷기 시작한다. 만약 이 자리에 치도리가 있었다면, 한밤중에 돌아다니다니, 하고 화를 냈을 것이다.



그리고 츠구미가 문에 손을 대려고 하는 순간――왠지 등에 시선을 느꼈다.



뚝, 하고 손이 멈췄다. 멍했던 사고가 점점 맑아진다. ……시선을 느낀 것은, 비치되어 있는 소파 쪽. 즉, 츠구미의 비스듬한 뒤부분이다.



――설마, 귀신은 아니겠지?



꿀꺽, 하고 침을 삼킨다. 츠구미는 귀신의 존재를 믿지는 않지만, 요즘에는 신이 있기 때문에 귀신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지, 라고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이곳은 병원――없는 쪽이 부자연스럽기도 하다.



라돈 같은 괴물과 싸운 주제에, 무엇을 새삼스래 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자신의 이해가 미치지 못하는 것은 역시 무섭다. 마수처럼 잘라내면 죽는 쪽이, 알기 쉽고 고마울 정도다.



츠구미는 조금 고민하는 내색을 보였지만, 이윽고 포기한 듯이 고개를 떨궜다.


등을 태울 듯한, 시선과 불가사의한 기색. 그냥 모른척 하고 방을 나가도 되지만, 어차피 결국엔 다시 이 방으로 돌아오게 된다.



――역시, 볼 수밖에 없나.



츠구미는 작게 숨을 내쉬고, 결심한 듯 뒤를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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