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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번역/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1장 19. -천칭이 기우는 쪽에-

by 린멜 2019. 8. 15.


19. 천칭이 기우는 쪽에


그 후로 별 일 없이 겨울방학이 왔다.


반 친구들과 놀 약속을 하고, 크리스마스에 모인게 남자들뿐이었던 건 기억에 새롭다. 이래저래해 마지막은 결국 개판이 됐지만. 뭐, 자주 있는 일상이다.


――그리고 오늘은 12월 27일. 하늘은 맑고 화창하며, 그야말로 여행가기 좋은 날씨다.


치도리는 아침 일찍 약속장소에 나갔고, 사흘 동안은 집에 돌아오지 않는다.


조금은 쓸쓸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모처럼의 기회니까 즐겁게 놀고 왔으면 좋겠다 생각한다. 덧붙여서 츠구미는 지금부터 벨과 함께, 하루종일 식도락을 다닐 예정이다.


오늘 복장은 카키색 밀리터리 코트에, 검은색 체크무늬 원피스. 허리에 큰 빨간 리본을 묶고, 머리는 느슨하게 땋아 늘어뜨리고 도수가 없는 안경을 쓰고 있다. 왠지 평소와 인상이 달라보이는 것 같다.


벨 왈 「우등생 풍인 외견과 코트의 갭」을 테마로 심플하게 정리한 것 같다. 그는 도대체 어딜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일까.


츠구미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벨이 계속 먹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말 잘 먹네."


"이 몸은 음식을 삼키는 순간에 에너지로 변하니까. 배부름과 인연이 없다."


"연비 이전의 문제였던건가…… 세상의 여자들이 부러워 하겠는걸."



그런 대화를 하면서도, 벨은 산처럼 쌓인 슈크림을 하이페이스로 소비한다. 확실히 말해서, 매우 초현실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벨 쪽으로 눈을 돌리지 않는다.


이것은 최근 눈치챈 것이지만, 아무래도 보통 인간에게 벨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아니 보이지 않는다기보단, 인식을 조작한다고 하는 편이 옳을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밖에서 바비큐를 하다가 츠구미가 벨의 접시에 고기를 올려놓는다 해도, 그걸 본 사람은 어느새 고기가 없어졌다 라고밖에 생각하지 않는다.


그 다음에 고기가 없어진 이유를 뇌가 멋대로 채우기 때문에, 대다수의 사람들은 「고기를 굽고 있는 사람(츠구미)가 먹었다」라고 인식해 버린다. 아마, 하가쿠레 사쿠라 대식가 설은 이렇게 해서 나온 것일 것이다.



그런 이유로, 세간에서는 츠구미――하가쿠레 사쿠라는 대식 캐릭터로 퍼지고 있다.


오늘은 만약을 위해 안경을 써서 가볍게 변장을 했지만, 애초에 대량으로 상품을 주문하는 시점에서 들킨거 아닐까.



"그러고보니, 네놈은 과거의 기억이 없었어. 10년 전의 대재해, 이었나? 그건 네놈들 사이에선 어떻게 이야기되고 있지?"



갑자기 벨이 그런것을 물어 왔다. 갑자기 무슨 일일까 하고 츠구미는 의아해했지만, 딱히 이상한 모습도 없었으므로, 그냥 잡담의 연장일 것이다.


――10년 전의 대재해. 그것은 츠구미의 인생에 깊이 관여하고는 있지만, 말할 수 있는것은 그다지 많지 않다.



"어떻게 라고 해도, 자세한 건 몰라. 기억이 없다는 것도 있지만, 정부는 그 건에 대해서 정보 규제를 하고 있으니까."



나이를 먹고 그 대재해에 대해 다시 조사했지만, 재해의 규모에 비해 전혀 정보가 모이지 않았다. 피해 상황에 대한 보도 뿐이었으며, 그 원인에 관해서는 무엇 하나 확실한 것을 찾을 수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정부가 진실을 감추고 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츠구미가 그렇게 대답하자, 벨은 흥미진진한 듯 눈을 가늘게 떴다.



"흠? 뭐 규제도 타당한가. 우리들 사이에선, 그것은 『신내림』에 실패했다 는 설이 농후하니까 말이지."


"신, 내림?"



처음 들어보는 말이었다. 츠구미가 고개를 갸웃하자, 벨은 불만스럽게 츠구미를 노려보았다.



"이러니까 무지한 인간은 곤란해. ――이 경우의 신내림이란, 사람의 몸에 신격을 받아들인다 는것을 나타낸다. 정말이지 어리석은 짓이지. 애초에 인간 같은것이 신을 제압할 수 있을 리가 없을텐데."


"……잠깐만. 그렇다는건, 그 재해가 인위적으로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다는거야?"



츠구미는 분명, 마법소녀가 A급 클래스의 마수를 놓쳤고, 정부가 그것을 은닉한 줄만 알았다. 그것이 인위적인 것이라곤 생각도 하지 않았다.


벨은, 이런이런 하는 느낌으로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렇게 되는군. 그중에는 신이 아니라 마수를 내리려 했다는 말도 있지만, 어느 쪽이든 마을 하나를 희생했지만 그녀석들은 아무것도 얻을 수 없었다. 정말 비싼 공부비로군."



――사람의 몸에 『신』을 내린다. 왜 그런 일을 하려는지 모르겠지만, 주위를 말려들게 하고 자멸하다니 폐를 끼치는것도 정도가 있다.



"치도리에게는 도저히 말할 수 없겠는걸……"


"딱히 말할 필요도 없잖나. ――모르는 편이 좋은 것은, 이 세계에는 잔뜩 있다."



벨은 그렇게 말을 마치고, 다시 슈크림을 입에 넣기 시작했다. 그리고 두 개째를 입에 넣으려는 순간, 어디선가, 링링링, 하고 방울이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츠구미는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음의 발생원은 보이지 않았다.


벨은 그 소리를 듣고 혀를 차고, 먹던 도중인 슈크림을 츠구미에게 내밀었다.



"에? 왜?"


"잠깐 가지고 있어라."



벨은 그렇게 말하고 손을 허공에 가리키자, 그곳에서 유리판 같은 것이 갑자기 나타났다. 아무래도 그 유리가 방울 소리를 내고 있는것 같았다.


그리고 벨은 유리판을 탁자에 놓고, 뭔가를 말하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지. ……하아? 어째서 우리가 그런 일을 해야 하는거지? 버림패라면 네놈들이 길러둔 것이 썩을 정도로 많을 텐데, 네놈들의 하찮은 체면같은거 알 게 뭐냐. ――흥 결국 네놈들의 실수 아닌가. 힘껏 자신들의 무능함을 후회해라, 이 무례한 놈들이!!"



벨은 그렇게 외치고, 손을 번쩍 들어 유리판을 땅에 떨어뜨렸다.



츠구미는 끼어들 여유도 없었다.


……결국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벨이 이렇게 화를 내는 것은 뭔가 터무니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겠지.



"정부의 개새끼 주제에 뭐가 어쩌고 저째!! 아아, 지금 당장 갈기갈기 찢어버릴까!!"


"에 저기,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진정해. 자, 이거라도 먹으면서."



츠구미는 들고 있던 슈크림을 살짝 벨에게 가져다주면서, 떨어진 유리판을 주웠다.


그리고 츠구미는 잠깐 망설이다가, 유리판을 코트 주머니 속에 넣었다. 지금 이것을 벨에게 건네주어도 어디로 또 던져버릴 거 같으니, 당분간은 츠구미가 들고 다니는게 좋을 것이다.



"――그래서, 방금 그건 뭐야? 마치 전화 같았는데."



벨의 격분이 조금 진정되었을 무렵에, 츠구미는 그렇게 물었다. 벨은 난처한 듯 부루퉁한 표정을 짓더니, 하아, 하고 한숨을 쉬었다.



"정부로부터의 출동 요청이다. 어째선지 예측 시스템에 오류가 있었던 것 같아서, 지금부터 15분 뒤에 A급 마수가 현세에 출현한다는 것 같더군. 네놈이 전이 스킬을 가지고 있으니까 연락이 온 것이겠지."


"어째서 재야의 『하가쿠레 사쿠라』에게 그런게? 보통은 육화에게 이야기해야 하는거 아냐?"



애초에, 정부에 소속되지 않은 츠구미에게 연락이 오는 것이 이상하다.


아무리 시간이 없다고 해도 정부에 전이 소유의 인재는 있을 것이고, C급의 하가쿠라 사쿠라로는 A급의 마수를 상대할 수 없다. 깊게 생각해 보면, 죽으라는 소리나 다름없다. 벨이 이렇게 화를 내는것도 당연하다.



"흥. 녀석들의 말로는, 오전중에 D급 20체, C급 6체, B급 2체 등의 높은 등급의 출현도 겹치면서, 정부의 전이 스킬을 가진 사람이 움직일 수 없는 상태인 듯 하다. 또한 출현 장소 부근에 마법소녀가 없어서, 아무리 서둘러도 15분 내에 도착할 수 없다고 한다. ――허나 아무리 이레귤러가 겹친다 해도, 모든것은 리스크 관리가 안 된 정부 잘못이다. 우리가 목숨을 버릴 이유가 없지."



벨은 그렇게 가볍게 말했지만, 츠구미로서는 놀라운 내용이다.


――B급 마수는 한 달에 다섯 체 정도밖에 나오지 않는데, 오늘 하루에 2체나 겹쳐 나오다니. 그 자체만으로 준재해급의 일이 아닌가.


게다가 전이 능력을 가진 능력자는 적다고 들었으니까, 이것은 꽤 심각한 사태일 것이다. 지금 시간은 정오, 하루는 아직 12시간이나 남았다. 그 사이에 또 고랭크의 마수가 나오면 어떻게 할 셈인가.


……벨과 흥정해서, C급까지라면 대응을 생각해도 좋을지도 모른다.



"터무니없는 피해가 나올 것 같은걸, 그거."


"알 바냐. 저런 어리석은 놈들에게는 자비따윈 필요치 않다."


"그건 그렇고 A급 마수인가. 장소는 어디쯤이야?"


"아아, ――출현 장소는 카나가와의 하코네라고 하는곳 같더군."



츠구미는, 움직임을 멈추었다.



"……흐―응, 그렇구나."



――과연. 마수가 나오는 곳은 하코네인가. 그렇다면, 츠구미가 어떻게 움직일 지는 처음부터 정해져 있다.


츠구미는 살며서 주머니에 손을 넣어, 그 안을 확인했다. 희미한 볼륨이 그 존재를 주장하고 있다. 이것이라면, 반드시 문제는 없다.


욱신, 하고 가슴에 날카로운 통증을 느낀다. 츠구미가 지금부터 하려는 일은, 틀림없이 벨을 배신하는 것이다. 그것은 이 세 달 간의 신뢰를 저버리는 일이다. 그것이, 괴롭고 고통스럽다.


……가능하면 츠구미도 이런 짓은 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츠구미는 망설일 수 조차 없다. 왜냐하면, 츠구미의 천칭은 오래전에 기울어졌던 그대로니까.


그리고 츠구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벨을 향해 가볍게 양해를 구했다.



"벨 님 미안한데, 잠깐 자리를 비울게. 그동안 슈크림을 먹고 있어."


"딱히 상관하진 않지만, 무슨 일이지?"



의아한듯한 벨의 물음에, 츠구미는 완벽한 미소를 얼굴에 띄우며 말했다.



"――응. 잠깐 꽃을 꺾으려,고."



――꺾이는 건 분명, 츠구미일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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