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설 번역/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1장 20. -감정의 행방-

by 린멜 2019. 8. 17.


20. 감정의 행방



츠구미가 자리에서 떠난지 몇분 뒤, 벨은 이상한 위화감을 느꼈다. 무언가 중요한 것을 잊고 있는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든 것이다.



벨은 문득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고보니, 아까 던진 단말기는 어디로 간걸까. 츠구미가 주운것까지는 기억하고 있지만, 그 뒤는 모른다. 거칠게 다루어도 망가지지는 않겠지만, 그것은 일단 정부가 지급한 것이므로 잃어버리는 것은 역시 좋지 않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츠구미가 그대로 단말기를 소지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그렇다면 어째서 츠구미는 단말기를 돌려주지 않은 것일까.



――주운 뒤에 돌려주는걸 잊은 것인가, ……아니면, 일부러 돌려주지 않았다?


그런 생각에 당도했지만, 있을 수 없다는 듯 벨은 고개를 저었다.


짧은 만남이지만, 벨은 츠구미의 성격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다. 나나세 츠구미라는 남자는, 기본적으로 순종적인 인간이다. 어지간하지 않는 한, 벨의 뜻에 반하는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유일한 예외가 있다면, 츠구미의 누나가 관련된 사항이지만――



"……잠깐. 확실히 누나의 여행지는 하코네라고 하지 않았었나?"



최악의 가능성이 뇌리를 스친다. 저 츠구미가 누나――치도리 를 도우러 가지 않는다는건 말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그것을 말한다 해도, 벨이 반대할 것은 츠구미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츠구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벨은 곧장 츠구미의 위치를 찾았다. 츠구미가 계약반지를 끼고 있는 이상, 벨은 츠구미가 어디에 있더라도 감지할 수 있다.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예상은 적중해 버렸다.



"――역시인가! 저 바보같은 놈이!!"



츠구미의 현재 위치는, 카나가와 현――하코네 산의 중턱이었다.


벨은 그것을 확인하자 마자 바로 그 장소로 날아갔다. 시공이 찢어지듯 열린 게이트에서 아공간을 지나, 한산한 고목의 숲으로 다다랐고, 그곳에서 마법소녀의 모습이 되어, 멍하니 한쪽 무릎을 세우고 앉아 있는 츠구미를 발견했다.


츠구미는 손안에 있는 유리판―― 정부 연락용 단말기를 빙글빙글 돌리면서, 가만히 허공을 응시하고 있다. 그 얼굴에는 아무런 감정도 보이지 않았다.



"찾았다!! ――네놈, 자신이 무슨 짓을 하려는지 알고 있는거냐!?"



벨은 고함지르듯이 외쳤다.


몸속에 들끓는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새어나온 신력 탓에, 주변 공간이 뒤틀려간다. 현시에의 과잉 간섭은, 신이 자리하고 있는 장소로의 강제 송환을 의미한다――지만, 그것을 알고 있어도 이 분노는 견딜 수 없는것이다.


츠구미는 감자기 나타난 벨을 쳐다보고, 난처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



"상당히 빠르네. ――아니, 그게 아니라 늦은건가?"






◆◆◆





――시간은 몇 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마수대책본부, 오퍼레이션 룸의 실장, 이나바 호노카는 초조해했다.



"28번, 아리사토 보탄 거절당했습니다!"


"83번 아가츠마 스오도 안됐습니다. 담당 계약신이 격노해서……"


"제길!! 재야의 전이 스킬을 가진 사람도 안 되는건가!"



쾅, 하고 양손으로 책상을 치며, 필사적으로 사고하면서 다음으로 잡을 수를 찾았다.


관측된 힘의 크기로 미루어보아 짐작되는 마수의 등급은 A급. 보통 마법소녀로는 당해낼 수 없는 상대다.


하코네 주변 지역에는 벌써 피난 권고를 냈지만, 관광객을 포함한 전원의 신속한 피난은 어려울 것이다. 왜냐하면, 마수의 출현까지 10분 정도밖에 없으니까.



"아― 진짜, 『야타의 거울』의 오류라니, 지금까지 없었잖아요! 어째서 오늘에 한해서 이런 일이 생기는건가요!?"



신인 오퍼레이터가 비통한 소리를 지른다. 그에 관해서는 이나바도 동의하지만, 이제 와서 불평을 해도 아무것도 달리지지 않는다.


확실히 예지시스템 『야타의 거울』가 A급 출현을 감지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 본래라면 다섯시간 전에는 알 수 있었을 정보가, 이번에 한해 15분이 될 때 까지 알지 못한 것이다.


마법소녀의 파견 예정도, 그 때문에 완전히 무너져 버렸다.


C급, B급은 미리 출현 예측이 되었기 때문에 문제없이 그 일을 처리할 수 있었지만, 정부 소속의 마법소녀의 전이 스킬의 쿨타임―― 그 얼마 되지도 않는 시간에 끼어 이번 마수의 출현이 예견된 것이다.


급하게, 재야의 전이 스킬을 가진, 하코네 부근에 있는 마법소녀에게 연락을 취해 보았지만, 결과는 덧없이 참패.


……애초에 재야 마법소녀에게는 기대하지 않았다. 이들에게 긴급출동의 의무는 없기 때문에 거절당해도 불평할 수 없다. 선의에 의한 출동을 기대한다지만, 이번에는 상대가 너무 나쁘다.



"육화의 멤버는 지금 어때? 출현까지는 늦을지라도, 피해는 최소한으로 억제해야만 해…!!"


"정부의 헬기가 스즈시로 님과 히츠기 님을 데리러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하코네에 도착하려면 앞으로 30분 정도의 시간이 걸립니다!"



그 보고에 이나바는 이를 악물었다. 지금부터 30분이라는 것은, 약 20분 동안, 마수의 유린을 허용하게 된다.


……최악의 경우, 10년 전의 대재해를 넘는 피해가 나올지도 모른다.



"실장님. 역시 위에 문의해, 계약신에 의한 강제전이를 허가받는게 낫지 않을까요? 재야의 마법소녀에게는 쓸 수 있는데, 정부가 쓸 수 없는건 이상해요."



다른 직원이 그런 의견을 냈지만, 이나바는 고개를 저었다.



"확실히 그게 된다면 전부 해결할 수 있지. 하지만 위에서는 절대 허가를 내어주지 않을거야. 정부 측의 강제전이를 금지시킨 것은 아마테라스 오미카미의 뜻에 따른 것이야. 아무리 긴급한 사태라 해도 허가가 날 리 없어."



아마테라스 오미카미가 강제 전이를 금지하고 있는 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고 여겨지고 있다. 왈, 인도적인 이유라든가, 계약신의 권한이 증가하는 것을 염려하고 있다. 등, 여러가지 억측이 있지만 확실하지는 않다.


이나바의 지위로는 그 진의를 알 수 없지만, 아마 위의 사람이라면 더 자세한 사정을 알 것이다.


――하지만 어찌됐든, 현 시점에서 아마테라스 오미카미의 의향을 저버릴 수는 없다. 정부의 직원으로서, 그것만은 깰 수 없는 절대적인 룰인 것이다.



"적어도 20분 정도만 시간을 벌 수 있다면……"


"다시 한 번 재야 마법소녀들에게 싸울 수 있는지 교섭해 볼까요? A급 토벌기록이 있는 쪽에만, 다시 연락해보죠."


"……아아. 해 봐."



이나바는 떨리는 손을 움켜쥐고 다시 한 번 재야의 마법소녀에게 걸어보자고 결심했을 때, 링링, 하고 방울이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이, 울리고 있어."


"이거 96번입니다. 아까 연락을 취했을 때, 상당히 심하게 매도당했습니다. 어쩌면 재클레임일지도 모르겠네요……"



――재야의 마법소녀. 일련번호 96, 하가쿠레 사쿠라. 현재 등급은 C. 전이 스킬을 가진 드문 인재이다.


다만 이쪽으로 연락을 해 오는것은 언제나 계약신 쪽이며, 직원은 아무도 그녀 본인과 이야기 한 적 없다.


그리고 그녀의 계약신은 성격이 거친 것으로 유명하다. 이 절박한 상황에서 길게 이야기하고 싶은 상대는 아니다.


이나바는 크게 혀를 찼고, 근처에 있던 헤드폰을 손에 들었다. 지금의 긴급함을 알리고, 클레임은 나중에 해 달라고 부탁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어쩔 수 없지. 내가 나선다. 금방 끝내겠어."



――빨리 끝내고 통화를 끊어버리자. 이나바는 그렇게 생각하며, 통화 버튼을 눌렀다.



"――네, 마수대책본부, 오퍼레이션 룸의 이나바입니다."


『――다행이다. 제대로 이어졌어.』



기억에 있는 계약신과는 다른, 상쾌한 목소리가 헤드폰에서 들려왔다. 분명 여성의 목소리다.


이나바는 핫 하고, 조용한 어조로 물었다.



"설마, 하가쿠레 사쿠라 씨 본인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정부에의 연락은 이쪽이 맞나요? 이렇게 연락을 해 보는게 처음이라 잘 몰라서……』


"아아, 마법소녀 쪽으로부터의 연락은, 반드시 이 곳으로 이어지게 되어 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오늘은 무슨 일이신가요?"


『조금 전에 연락이 왔었던 하코네 건입니다만, ――현지에 방송이 없다는 건, 아직 파견된 마법소녀는 정해져 있지 않은거죠?』


"……현지?"


『저, 지금 하코네에 있습니다. 지금 피난경보밖에 들리지 않는데, 출현하기 전까지 마법소녀 파견은 늦어질 것 같나요?』



이나바는, 꿀꺽 침을 삼켰다.


――현재, 그녀는 하코네에 있다. 전이 스킬을 가진 그녀가 거기에 있는 이유를, 기대해 버려도 좋은 것일까.


이나바는 설레는 기분을 억누르며, 입을 열었다.



"아뇨, 죄송합니다. 육화의 두 명을 급히 현지로 파견했습니다만, 출현까지는 늦을 것 같습니다."


『몇 분 필요한가요?』


"에?"


『――저는 몇 분의 시간을 벌어야 하는가, 라고 물어봤습니다.』



――그건, 즉.



"싸, 싸워주시는 건가요!?"



이나바의 큰 목소리에, 주위에 있던 직원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돌아보았다.


이나바는 동요를 참으며, 통화의 수신 회선을 방 단위로 전환했다. 이 대화를 듣는다면, 다른 직원들도 자신이 취해야 할 행동을 알게 될 것이다. 주위에서 동요하는 소리가 들리지만, 지금은 그런걸 신경쓸 수 없다.



『그럴 생각으로 연락했습니다. 아, 먼저 선서를 하는 것이 좋겠죠? ――【나의 신에 맹세코】 여기에 내려서는 자를 요격할 것을 선언합니다. ……이걸로 괜찮을까요?』



그렇게 말하고, 하가쿠레 사쿠라는 가볍게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선서】를 끝냈다. 이 선서야말로, 마법소녀가 결계를 만들어내는 열쇠이자, 우리인 것인데.


우리라는건 말 그대로의 의미이다. 마수의 출현이 예측되는 장소에서, 정부의 단말을 통해 【선서】를 함으로써, 그 마법소녀는 싸움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다.


마수가 나타날 때까지 그녀들은 그 자리에서부터 이동이 불가능해지고, 나타났을 때에는 자동적으로 마수를 끌어들이면서 결계가 이루어지게 된다. 그야말로, 우리에 가두듯이.


――하가쿠레 사쿠라는 최근 C급이 됐다. 기술의 정밀도도 다른것들도, A급의 마수를 상대하기에는 부족하다. ……그리고 분명, 본인도 그것을 잘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그녀의 계약신에게 연락을 취했을 때, 시간을 끌러 싸움에 나가는 사람을 『버림패』라고 야유당했다. 그녀도 분명 그것을 듣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녀는 이렇게 자칭해 나와 준 것이다.


그녀와 계약신 사이에 어떤 교환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녀의 행동은 각오한 바일 것이다.


아나바는 자신의 한심스러움에 울고 싶어졌다. 이 일도 필요한 것이라고는 알고 있지만, 결국 자신들은 그녀들에게 명령만 할 뿐, 직접적으로 힘이 되는 것은 적다.


이나바 들―오퍼레이션 룸의 직원 은, 기본적으로 원망받는 입장이다. 왜냐하면 이곳의 직원들은, 때로는 마법소녀를 쓰고 버리는 명령을 내려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 소속 마법소녀에게는, 긴급출동 거부권은 주어지고 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무자비한 명령을 내릴 떄도 적지 않다.


만약 지금 단계에서, 정부의 전이 스킬을 가진 마법소녀가 있었다면, 분명 이나바는 실장으로서 그 아이에게 하코네에의 출동을 명했을 것이다. 설령 그 아이의 등급이 E급이었다 하더라도 말이다.


직원 중에는, 마법소녀 유족들에게 습격을 당한 자들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조직이고, 호국의 무리의 사명이기도 하다.


감상에 잠겨 있을 틈은 없다. 그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나바는, 냉정하게 시간을 보고했다.



"20분, 아니, 여유를 가지고 30분의 시간을 벌어 주신다면, 육화의 두 명이 현지에 도착합니다. 반드시, 그때까지는 시간에 맞춰서 도착하니까……!"


『그런가요. ――저기, 한가지 괜찮을까요?』


"네, 무엇이든지 말씀해 주세요."



이나바는, 무슨 말을 들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행동은 완전한 선의이며, 의무로서 강요된 것은 아니다. 시스템의 오류가 원일이라고는 하지만,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내 버린 정부에 대해, 그녀는 불평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은 다른 것이었다.



『――후의 일은 잘 부탁드립니다. 아아 하지만, 혹시 제가 마수를 쓰러뜨렸을 때에는, 하코네까지 와 준 육화와 같이 사과해 주세요.』



후후후, 하고 살짝 웃으며 그녀는 온화하게 말했다. 반명, 이나바는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어째서 그녀는 죽음을 앞두고, 그런 식으로 온화하게 웃을 수 있는 것일까. 이나바로서는 도저히 알 수 없었다. 주변 직원들로부터도, 숨을 죽이는 소리가 들려온다.



"……반드시 이길 수 있는 사람을 파견하겠습니다. 절대로, 마을에 피해를 내지 않겠습니다."



이나바는 주먹을 꽉 쥐었다.


이 마법소녀를 잃는다는 것은, 몹시 슬프다. 하지만, 멈춰 서 있을 시간은 없다.


――우리는 자신 나름의 일을 하고, 싸워주는 마법소녀들에게 보답해야만 한다. 설령 악이라고 욕을 먹을지라도.


아나바의 그 말에, 그녀는 안심한 듯 숨을 내쉬었다.



『믿겠습니다. ……아아, 죄송합니다. 시간이 다 된거 같――』


"하가쿠레 씨? 여보세요? ……끊겨버렸나."



그런 말을 남기고, 하가쿠레 사쿠라와의 통화는 끊겼다.


이나바는 살짝 가슴에 손을 얹고, 눈을 감은 뒤 숨을 내쉬었다.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눈을 뜨고, 이나바는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모두 방금 통화는 들었겠지? ――서둘러 자신이 해야 할 일에 착수해!!"



――네!! 하고 일제히 외친다. 중에는 눈물을 글썽이는 직원도 있었다. 기분은 알지만, 지금은 울고 있을 여유따윈 없다.



"……이겨서 살아남았으면 하는 것은, 내 이기심이겠지."



이나바는 그렇게 중얼거리고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자신이 해야 할 일로 되돌아갔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