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설 번역/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1장 21.5 - 『사쿠라』라고 하는 사람-

by 린멜 2019. 8. 19.


21.5 『사쿠라』라고 하는 사람




――마수 출현까지, 앞으로 5분.


온천 마을이 있는 하코네 유모토에선, 피난하는 주민이나, 관광객에 의한 교통 체증이 생기고 있었다. 그 중의 버스 한 대에, 나나세 치도리와 메부키 케이 두 사람은 타고 있었다.



――큰일이 나버렸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케이는 사색이 된 치도리의 등을 어루만졌다. 치도리는 경보가 울렸을 때에는 비교적 냉정했지만, 어떤 사실을 알고 나서 이 지경이 돼 버린 것이다.


그 이유는 왠지 짐작은 가지만, 케이는 그녀에게 건넬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10분 전까지는 공황 상태였던 차내도, 정부에서 마법소녀의 파견이 결정됐다고 연락이 있고부터는 점차 진정되고 있었다. 그럼에도 승객 중에는 츠구미처럼 겁을 먹은 사람은 있지만, 파견되는 마법소녀가 엄청난 실수를 하지 않는 한, 하코네에 있는 사람들이 마수의 피해를 입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건 그렇고, 정부의 연락이 너무 아슬아슬해서 초조했어. 야타의 거울의 불량이 원인이라고? 정부도, 좀 더 확실히 해 주었으면 좋겠는걸."


"그러게. 게다가 정부의 마법소녀가 시간에 못 맞춰서, 재야 마법소녀에게 의뢰를 했다며? 하지만 그 아이의 등급은 C급인 것 같아. 이렇게 말 하는건 실례지만, 정말로 괜찮은걸까. 육화가 도착할 때 까지만, 버텨주면 되는데……"


"그런 말 하지 마. 불안해지잖아."



버스 운전사와 함께 승조원들의 대화가, 케이의 귀에 들어온다.


그런 조심성 없는 이야기는, 승객 곁에서 할 만한 대화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들의 불안한 마음을 확실히 알 수 있다. 이번에는 너무 이레귤러가 겹쳤다.


야타의 거울의 불량도, 정부의 파견 미스도, 지금까지 전례가 없었다. 또다른 문제가 일어날지도 모른다, 고 추측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게다가 케이로서도, 파견되어 오는 재야의 마법소녀에 대해 조금은 생각하는 바가 있다. A급 마수를 상대하는 것을 받아들인 소녀의 이름은, 하가쿠레 사쿠라. 케이가 다니는 학교에서 요즘 화제인, 귀여운 후배를 닮은 신인 마법소녀이다.


가능하다면, 그녀와는 더 다른 형태로 맺어지고 싶었다고 진심으로 생각한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것은 불성실할지도 모르지만, 이번 싸움에서 하가쿠레 사쿠라가 살아남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리고 하가쿠레 사쿠라 자신도, 분명 결사의 마음가짐으로 A급의 마수에 도전한 것이겠지. 그 무상의 헌신에, 케이는 감사할 수 밖에 없다. 이럴 때, 자신의 무력함이 심히 싫어진다.


선택받은 극소수의 소녀들에게 나라의 명운을 전부 맡기는 것은, 너무나 가혹한 이야기일 텐데.



그리고, 한가지 더 신경이 쓰이는 일이 있다. ――치도리의 일이다.


치도리가 이렇게 안색이 파래져 떨기 시작한 것은, 하가쿠레 사쿠라의 이름이 나온 순간부터다. 이전에 이야기를 들었을 때에는, 치도리가 하가쿠레 사쿠라와는 무관하다고 대답했지만, 이 모습이면 역시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



"치도리, 괜찮아? ――치도리?"



케이는 불안해하며, 입가를 가리고 고개숙이고 있는 치도리에게 그렇게 말을 걸었지만, 그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케이가 확인을 위해 얼굴을 가까이하자, 아무래도 치도리는 작은 목소리로 무엇인가를 중얼거리고 있는 것 같았다.


살며시, 귀를 기울여 본다.



"――때문이야."


"――나 때문에, 그 사람이. 내가 이런 곳에 있으니까. 나 때문에. 내가 전부 나쁜데. 내가. 나 때문에, 또 사쿠라 언니가 죽어버려――"



휴우, 하고 케이는 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그 내용에, 케이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감각이 엄습했다.


치도리는 부서진 레코드마냥, 같은 말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 눈은 공포에 젖어 있었고, 그것을 참회라고 부르기에는 너무나 애처로웠다.



"치, 치도리!!"



케이는 안절부절 못하고, 큰 소리로 치도리의 이름을 불렀다. 주변 승객들이 무슨 일이냐며 놀란 듯 두 사람이 있는 쪽을 돌아보긴 했지만, 그런 것을 신경 쓸 여력은 없다.


약간 거칠게 치도리의 어깨를 흔들며, 무리하게 시선을 맞춘다. 이대로 두었다간, 분명 변변치 못한 일이 될 것이다.


지금의 치도리는 분명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이걸로 안된다면 뺨을 쳐서라도 제정신으로 돌려놓는 수 밖에 없다.



"――아, 케이, 선배?"



케이의 걱정을 뒤로 한 채, 치도리는 멍한 얼굴로 케이를 바라보았다. 그 눈에는, 제대로 케이가 비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케이는 한숨을 쉬었다. 의식이 제대로 돌아왔다면 아직은 괜찮다.



"치도리, 조금 진정해. 자, 심호흡을 해."



케이가 그렇게 말하자, 치도리는 시키는대로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대로 숨을 내쉬자, 치도리는 조금 냉정해진 듯,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죄, 죄송해요, 선배. 저 왠지 이성을 잃고 있었던 것 같아서……"


"아니, 상관없어. 후배는 선배에게 폐를 끼쳐도 용서받는 신분이니까. 좀 더 의지해도 된다고?"



케이는 그런 식으로, 언제나와 같은 모습으로 농담을 했다. 치도리는 미소를 지었지만, 그러나 그 표정은 아직 굳어있었다.


페트병의 물을 마시게 하고, 치도리가 다소 진정될 무렵에, 케이는 이야기를 꺼냈다.



"……조금 물어봐도 될까?"


"――네."


"치도리, 너는―― 역시 하가쿠레 사쿠리를 알고 있지?"



그 물음에, 치도리는 고개를 저었다. 케이는 그 대답에 눈살을 찌푸렸지만, 치도리는 난처한 듯 눈을 내리깔고 말했다. 



"아까 일은, 그녀는 어디까지나 방아쇠였을 뿐, 직접적인 관계는 없어요. 정부로부터의 연락으로 화면에 비친 그녀의 모습이, 옛 일과 겹쳐 플래시백처럼 되어 버려서…… 틀림없이 트라우마가 된 것이겠죠. 벌써 10년 이상 지났는데도, 제 자신이 한심하네요."



――10년, 이라는 것은 치도리가 기억을 잃어버린 것으로 알려진 대재해에 관련된 것일까. 그러나, 플래시백이라는 건 기억이 돌아온 것일까?



"치도리는, 옛날 일을 기억하고 있어?"


"단편적이긴 하지만 조금은요. 대부분 츠구미와 같아서 아무것도 생각해 낼 수 없긴 하지만요."



그렇게 말하고, 치도리는 슬픈 듯이 미소지었다.



"선배는, 제가 방금 했던 말을 기억하세요?"


"아아, 『사쿠라 언니』였던가? ……외에도 여러가지 불온한 말을 하고 있었지만, 그건 일단 재쳐둘까?"


"……하가쿠레 사쿠라 씨는, 그 『사쿠라 언니』를 아주 빼닮았어요. 하지만, 그 사람이 그녀일 리가 없어――"



치도리는 마치 자신을 타이르듯이 , 그렇게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왜냐면 사쿠라 언니는 ――10년 전에 저와 츠구미를 감싸고 죽었으니까."


"――그건 대체,"



케이가 말을 잇지 못하는 그 순간, 공간이 뒤틀리는 감각이 느껴졌다. 아마 이 근처를 뒤덮기 위해, 마법소녀의 결계가 펼쳐진 것이다.


즉, 마침네 마수가 이 하코네에 나타났다는 얘기다.



"치도리. 이 건은 나중에 차분히 이야기하자. 아무래도, 지금은 싸움의 상황 쪽이 신경쓰일거 같으니까. 너도 그녀가 신경쓰이지? ……어떤 결과가 나오든, 너는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해."



치도리의 말마따나 그녀와 하가쿠레 사쿠라와는 직접적인 관계는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 『사쿠라 언니』와 겹쳐질 정도로 볼 정도라면, 특별한 감정을 품고 있는 것은 틀림없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단지 닮았다는 정도로 그렇게까지 혼란해하지 않을 것이다.



케이의 말에, 치도리는 조금 생각하는 듯 하더니, 주저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네요."



――그리고 여러 가지의 의문이 남겨진 채, 하가쿠레 사쿠라의 싸움은 막을 열었다.




-----------


야타노카가미를 야타의 거울로 수정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