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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번역/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2장 36. - 선의로 포장된 길

by 린멜 2019. 9. 26.


36. 선의로 포장된 길




"안녀, 엉……?"



아침, 여느 때처럼 등교해 인사를 하자, 안에 있던 반 아이들이 홱 일제히 츠구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기세에 눌린 츠구미는, 무심코 살짝 교실 문을 닫았다. 약간 공포체험 같았다.


……설마라고는 생각하지만, 어제의 초등학생 여자에 대한 어른스럽지 못한 행동이 들킨걸까. 아니면 남자 둘이서 팬시한 가게에 들어간 것을 누군가에게 들킨 것일까. 어느 쪽이든, 끌려가거나 보바취급을 당하느냐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츠구미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탁, 하고 등을 가볍게 맞았다.



"츠구밍, 문 앞에 서서 뭐하고 있어?"


"노, 놀래키지 마 후유노."



놀라서 뒤돌아보자 앞에 서 있던것은, 츠구미의 반 친구인 여자였다.


이름은 후유노, 적당히 자른 머리의 양 사이드에, 빨간 메쉬를 넣은 이상한 머리스타일을 한 아이다.


……왜 이 학교 안에서, 그런 펑크한 머리스타일을 하려고 생각했을까. 어쩌면 미술부라서 감성이 예민해져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떤 의미에선, 츠구미가 소속된 F반(문제아 반)에 어울리는 인재이다.



"뭐야, 그 안경. 안 어울리는데."


"……변장 대신이야. 편의점에서 도수 없는 안경은 이것밖에 없더라고."



츠구미는 불만스럽게 그렇게 대답했다. 지금 쓰고 있는 것은 검은 테두리의 촌스러운 도수가 없는 안경은, 츠구미라고 좋아서 쓰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유는 단순하다. 어제의 하가쿠레 사쿠라의 인터뷰가 영향을 미쳤는지, 오늘 아침은 평소보다 끈질긴 사람이 많았던 것이다.


역시 이대로는 곤란하다고 생각해서, 급히 편의점에서 안경과 마스크를 샀는데, 이렇게 단방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 하는 건, 아무리 츠구미라도 조금 상처다.


어제는 벨에게 「말을 너무 많이했다」「왜 더 빨리 끝내지 않았느냐」「잘도 내 설정을 조작했구나」 하고 밤새 시달려서 수면부족인데, 아침부터 이 처사는 너무하다.



"아하하! 유명인은 큰일이네."



그런 츠구미의 우울한 기분을 알 리 없는 후유노는, 깔깔 웃으면서 재밌다는 듯이 츠구미의 머리에 손을 뻗어, 안경을 집어들었다.



"별로 내가 유명한게 아니……, 어이, 돌려줘."



츠구미가 그렇게 말하자, 후유노는 벗긴 안경을 자신의 머리 뒤에 걸어두고, 그대로 가까이 접근해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츠구미는 무심코 뒤로 뺴려 했지만, 닫힌 문이 방해되어 움직일 수 없었다. 그리고 후유노는 츠구미의 싫어하는 모습 따위는 신경쓰지 않고 츠구미의 얼굴을 관찰하고 있다.



"역시 똑같아. ――정말로 냄매가 아닌거야?"


"잠, 가까우니까……"



얼굴을 벗어나려고 했지만, 양 뺨을 손으로 고정시켜서 움직일 수가 없다. 여자에 대해서 실력 행사를 나설 수도 없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할까 츠구미가 고민하고 있자, 등지고 있던 문이 열렸다.


버팀목을 잃은 몸이 뒤로 기울어진다. 이대로 쓰러지면 둘 다 크게 다칠 것이라 생각해, 어떻게든 버텼지만, 다리에 걸리는 부하가 커서 상당히 아팠다.


안절부절하며 뒤를 노려보니, 거기에 서 있던 것은 의아한 듯한 표정을 한 아키야마였다. 아마도, 아무리 지나도 들어오지 않는 츠구미를 기다리다 지쳐서 문을 연 것일 것이다.



"……나나세 들은 뭘 하고 있는거야? 혹시 수라장?"


"결코 아니야. 어이, 이제 그만 놔."



아키야마가, 기가 막힌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뭘 잘못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건 그런 성적인 것이 아니다. 후유노의 그 눈은 어디까지나 츠구미의 얼굴의 조형밖에 보고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츠구밍 왠지 요즘 귀여워졌네. 이번 대회의 그림으로 그려도 돼?"


"그만둬. 만약 상을 따기라도 하면, 내가 큰일이 되어버리겠지."


"칫"



후유노는 그렇게 말하고, 흥미를 잃은 듯 자기 자리로 걸어갔다. ……머리에 올려둔 안경은 돌려주지 않는걸까. 하지만, 되찾는 것도 조금 귀찮다.


츠구미는 자신의 자리에 앉아, 큰 한숨을 내쉬었다. 아침부터 피곤한 일만 계속된다. 하지만, 그렇게 간단하게 평온은 찾아오지 않는다.



"아까는 왜 문을 닫은거야? 오늘 아침부터 네 이야기로 난리였다고?"



당연하다는 듯이 앞자리에 앉은 아키야마가, 그렇게 말을 걸어왔다. 자기 멋대로 앉아있지만, 그 자리는 다른사람의 자리이다.



"어짜피 내가 아니라 『하가쿠레 사쿠라』의 이야기겠지?"



츠구미가 어이없는듯 그렇게 말하자, 아키야마는 「들켰나」라며 얼버무리듯 웃었다.



"어제 뉴스에서 그녀가 말하는 모습을 봤는데 말이야, 너희 정말로 혈연이라든가 없는거야? 봐, 행동이라던지 치도리랑 완전 똑같았는데."


"적어도 나는 몰라. 치도리도 모르는 것 같고, 역시 닮은 타인이라니까."



츠구미는 가능한 한 흥미가 없어 보이듯이, 그렇게 조용하게 대답했다. 츠구미가 『하가쿠레 사쿠라를 의식하고 있다』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은, 그다지 좋은 경향은 아니다.


아키야마에게 「치도리와 닮았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조금 두근거렸지만, 잘 생각해보면 일부러 그렇게 행동했으니까 닮아야 마땅하다. 별로 조급해 할 것은 없다.



"……으음"



아키야마는 잠깐동안 조용히 츠구미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헷 하고 코웃음을 치며 어깨를 움츠렸다.



"뭐 확실히 나나세와 하가쿠레 짱은, 품격부터가 너무 다르니까. 기분 탓이려나."



그렇게 말하고 웃는 아키야마에게 갈 곳이 없는 초조함을 느꼈지만, 꾹 참았다. 그 말투는 마치 츠구미에게는 품격이 없다는것 같잖아.



"……그러고보니, 너 하가쿠레 사쿠라에게 투표한다고 했었지? 대신 누구에게 투표할거야?"



츠구미는 화제를 돌리려고 그렇게 말했다. 하가쿠레 사쿠라는 어제 시점에서, 사실상 육화가 되기를 포기한 셈이다. 이로써 육화로 선정될 일은 없어진 셈이다. 어떤 의미론, 하나의 어깨의 짐이 내려진 것이다.



하지만 아키야마는 이상한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에, 딱히 다른 사람에게 투표할 생각은 없다고?"


"하? 그렇지만 그녀는 『투표하지 말아주었으면 한다』라고 인터뷰에서 말했잖아?"


"그렇지만 이번에는 다른 투표하고 싶은 애도 없고. 어차피 다른 녀석들은 투표하지 않을 테니까, 내가 넣어도 유효표에는 도달하지 않을 거라고!"


"……뭐, 그런가?"



어쩐지 석연치 않은 것을 느꼈지만, 굳이 하가쿠레 사쿠라에게 투표할만한 사람은 분명 적을 것이다. 몇몇이 하가쿠레 사쿠라를 찍는다 해도, 별 문제는 없을것이다.



"자, 슬슬 앞자리의 녀석이 등교할거야. 시끄러워지기 전에 물러나."



쉿 쉿, 하고 쫓아내듯이 손을 흔들었다. 나중에 앞자리의 녀석이 불평을 들어야 하는건 츠구미 쪽이다.


아키야마는 그런 조잡한 취급에 신경도 쓰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아, 하고 작게 소리를 냈다.



"그러고보니, 오늘 방과후 한가해? 반 친구들하고 노래방 갈까 하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아키야마가 그런 질문을 했지만, 츠구미는 손가락으로 작게 엑스를 만들었다.



"미안, 오늘은 패스."


"뭐야, 또 아마리 녀석하고 약속이야?"



불만스러운 듯이 말하는 아키야마에게, 츠구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 작게 미소를 띄우며, 소중한 비밀을 말하는 듯이 살짝 입을 열었다.



"――아니, 이번에는 귀여운 공주님의 병문안을 가는거야."





◆◆◆





"――라고 멋있게 말했더니, 과호흡을 할 정도로 폭소하더라. 솔직히 한 대 때려도 용서받았을거라 생각해."


"아하핫! 오빠의 친구들 재밌네!"



그렇게 말하며, 이타도리 카나에는 너무 웃어서 나온 눈물을 닦아냈다. 키득키득 하고, 가라앉지 않은 웃음소리가 방에 울려퍼지고 있다.



――아무래도 긴장은 풀린 것 같다.



학교가 끝나고, 이타도리가 입원해 있는 병실에 온 츠구미는, 굳은 표정을 한 그녀를 만났다. 이대로는 제대로 된 이야기를 할 수 없겠구나, 하고 느낀 츠구미는, 오늘 아침의 일을 말해봤지만, 그것이 생각했던 것보다 먹힌 모양이다.


……츠구미로서도,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 대사는 할 필요가 없었지, 라고 생각한다. 웃음거리가 돼도 어쩔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혹시 어제의 여배우 모드가 덜 빠진건 아닐까.


그런 것을 머리 한 귀퉁이에서 생각하면서, 츠구미는 이타도리에게 말을 걸었다.


"몸 상태는 이제 괜찮아?"


"응. 내일이면 퇴원할 수 있다고 선생님도 말씀하셨어."


"그렇구나, 다행이야."



츠구미가 그렇게 말하며 웃자, 이타도리는 난처한 듯 고개를 찌푸렸다. 그녀의 그 표정을 보고, 츠구미는 실수했구나, 하고 생각했다.


――퇴원한다는 것은, 그 후에 다시 학교를 다녀야 한다는 것이다. 그녀의 입장에서 보면, 그 괴롭히던 소녀들과 다시 만나는 것은 고통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서먹서먹한 분위기가 되면서도, 그 후는 화제를 돌리듯 지장이 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이타도리는 무언가를 결심한 듯 자신의 손을 꼭 잡고, 츠구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저기, 오빠는 내 이야기 들어줄래?"


"아아. 물론이지."



그 물음에 츠구미가 고개를 끄덕이자, 이타도리는 안심한 듯 웃었다.



――그리고 그녀가 말하기 시작한 것은, 츠구미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나 말이지, 이번 신학기부터 반이 바뀌었어. 특마 클래스라고 알아? 마법소녀의 적성――수용체(리셉터)가 큰 사람들만 모일 수 있는 반이래."


"특마 클래스……? 소문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실존했던건가."



츠구미는 놀라면서 그렇게 말했다. 아마도 그녀가 말하는 수용체란, 벨이 말하는 『그릇』일 것이다. 그릇이 클수록 마법소녀로서 행사할 수 있는 힘이 커진다.


그것을 알아보기 위한 기기는 정부밖에 없다고 들었는데, 어쩌면 요즘 명문 학교에는 배치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새학기 전에 측정이 있었는데, 그때 수치가 굉장히 높았던 것 같아. 학교 개학 이래의 수치래. 학교 선생님은 기적이라고 웃으셨지만, 나는 그다지 기쁘지 않았어. 마수와 싸우다니, 무서우니까 별로 하기 싫고."



말하는 그 내용에, 츠구미는 무심코 숨을 죽였다.


――마법소녀란, 이 일본에서는 인기있는 직업이다. 초중등학생이라면, 분명 누구나 한 번은 꿈 꿔 봤을 것이다.


그런 세상에서 【우수한 마법소녀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극찬받던 아이는, 갑자기 나온 강력한 라이벌――이타도리를 어떻게 생각할까.



――답은 말할 것도 없다. 배척이다.



"……혹시, 그거 때문에 그 애들한테 그런 꼴을 당한거야? 그런건 단지 질투잖아?"


"하지만, 나도 나쁘다고 생각해. ……반을 옮기고 싶지 않은데, 싫다고 말할 수 없었으니까."


"왜 그랬어? 학교 선생님에게 강요라도 당한거야?"



츠구미가 그렇게 묻자, 이타도리는 슬프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 ――엄마가, 기뻐하셨으니까. 그래서 말 할 수 없었어."



그리고 이타도리는, 자신에 대해서 말하기 시작했다.


작년 4월에 부모님이 이혼해, 이타도리는 어머니에게 맡겨졌다. 입원비 등의 의료비나, 아스카 학교의 비싼 학비는 지금도 아버지가 지불하고 있지만, 아버지는 이전과 같은 특별한 때 말고는 만나러 오지 않는 것 같다.


그리고 어머니는 이타도리를 기르기 위해 필사적으로 일하고 있다. 늘 피곤한 표정을 짓고 계신 어머니가 걱정스러워서, 이타도리는 계속 불안했던 것 같다. 그런 어머니가, 이타도리에게 마법소녀의 적성이 있다는 것을 눈물을 머금고 기뻐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떻게 생각해도 거절할 수 있을 리 없다.



"엄마는 어렸을 때, 위험한 고비에서 마법소녀에게 도움을 받았대. 그래서 계속 동경했었다고 말했어. 내가 그런 마법소녀가 되어준다면 정말 기쁘다고…… 하지만 나는, 정말로 마법소녀가 되어야 하는걸까……?"



그렇게 말하고 이타도리가 고개를 숙이자, 눈물이 뚝 떨어졌다.


――어머니의 기대와, 자신의 마음. 둘 다 중요해서, 선택할 수 없었을 것이다. 츠구미에게도,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경험이 있다.


츠구미는 자신이 선택한 길을 후회하지 않지만, 만약 다른 쪽을 선택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답은 분명, 영원히 나오지 않을 것이다.


츠구미는 살며시 이타도리의 머리에 손을 얹고,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괜찮아, 지금은 아직 망설여도. 카나에 짱이 하고 싶지 않다면, 그걸로 충분해. 엄마도 분명 억지로 강요하진 않을거야."


"……정말?"


"아아, 정말로. 누가 무슨 말을 하든 신경쓰지 않아도 돼. ――마지막에 제대로 가슴을 펴고 있을 수 있다면, 그게 정답이야."


"정답?"


"그래. 답은 분명히, 너만 알고 있을거야."



츠구미가 그렇게 말하고 웃자, 이타도리는 안심한 듯 웃었다. 어쩌면, 누구에게도 상담하지 못하고 계속 고민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츠구미가 할 수 있는것은, 그 등을 밀어주는 것 뿐이다.



"저기, 마법소녀가 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조금만 더 노력해 보려고 해. 오빠들 덕분에, 그 애들은 아마 더 이상 내게 관련되려 하지 않을테니까. ……게다가, 엄마를 실망시키는 건 싫으니까."



똑바로 앞을 보고 그렇게 말한 이타도리는, 떨리는 손을 숨기듯 이불을 꽉 움켜쥐고 있었다. 그 말을 고하는 데 얼마나 용기가 필요했을까. 그것은 분명, 그녀 자신밖에 모른다.



――왜인지 그 모습이, 과거의 츠구미의 모습과 겹쳐졌다. 그래서일까, 이렇게도 그녀를 방치할 수 없는 것은.



"그럼, 오빠가 한 가지 약속을 할까?"


"에?"


"손가락 걸고 약속하자. ――만약 카나에 짱이 도움을 바랄 때는, 내가 반드시 도와주러 갈게. 자, 이걸로 조금은 두렵지 않지?"



츠구미가 익살스레 그렇게 말하며 새끼손가락을 내밀자, 이타도리는 멍한 얼굴을 하고, 울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응. 약속이야?"



――손가락 걸고 맹세해, 거짓말하면 바늘 천 개.


둘이서 한 목소리로 그렇게 노래했다. 한때의 위안밖에 되지 않는 것을, 서로 알고 있다. 그래도, 그 맹세는 분명 거짓말이 되지 않을것이다.



그 후, 슬슬 돌아가야겠는걸, 하고 말하며 츠구미가 일어서려 할 때, 이타도리가 무언가를 떠올린 듯 말을 했다.



"――그러고보니, 다음주에 교외학습이 있어. 게다가 토요일이야. 싫어지네."


"헤에, 어디로 가는거야? 아스카 학교의 교외 학습이라면, 꽤 좋은 곳으로 갈 것 같은데."


"그러니까, 분명히 새로 생기는 놀이공원이라고 했어. ――이름은, 텐마 놀이공원이었던 거 같아."



이타도리의 말을 들은 츠구미는, 멍청한 표정을 띄우고, 놀란 듯이 소리를 질렀다.



"이런 우연도 있구나. ――나도 그 날, 같은 곳으로 가."



그렇게 말하고, 츠구미는 순진하게 웃었다.



――운명의 사슬이, 천천히 그들을 꼼짝 못하게 하고 있는 것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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