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뱀과 같은 불꽃
――지키고 싶었던 치도리가, 마수와 싸우고 있다.
츠구미는 멀어져가는 치도리와 도깨비의 등을 바라보며, 이를 꾹 깨물었다.
치도리에게 마법소녀로서의 적성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설마 이 타이밍에 신과 계약을 맺으리라고는, 그런 것을 누가 예상했을까.
"……나 때문이야."
저 치도리가, 자발적으로 마법소녀가 되고 싶어했을 리가 없다. 십중팔구, 츠구미가 검은 도깨비에게 쫓기는 것을 보고, 안달이 나 신의 유혹에 넘어갔을 것이다. ……그런건 사기나 다름없다.
현재, 치도리에게는 다른 마법소녀와 같은 부작용은 찾아볼 수 없다. 즉 치도리의 계약신은 결계의 거부를 아랑곳하지 않는, 꽤 힘이 센 신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저항이 언제까지 계속될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리 멀지 않은 사이에, 한계가 찾아올 것이 틀림없다.
치도리는 방패같은 물건으로 몸을 지키면서, 지면을 미끄러지듯 가볍게 움직이며 도깨비를 농락하고 있다. 오랫동안 검도를 계속해온 덕분인지, 공격을 처리하는 방법은 상당히 익숙해 보였고, 초기의 하가쿠레 사쿠라보다 훨씬 우수해 보였다.
이 기세로 치도리가 공격으로 돌아선다면, 충분히 승기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것이 아니다.
"하지만 치도리는, 절대로 이길 수 없어. ……그런거,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을텐데."
◆◆◆
"――큿, 공격이 무거워!!"
치도리는 도깨비의 공격을 뿌리치면서, 괴로운 듯한 소리를 질렀다. 아무리 마법소녀가 되어 신체능력이 향상되었다고는 해도, 도깨비의 공격의 위력은 굉장해, 쇠막대기의 일격을 받을 때마다 손이 저려온다.
만약 미부가 도깨비의 한쪽 팔을 잘라내 공격력을 줄이지 않았더라면, 이 얇은 방패는 간단히 파괴되었을 것이다.
……애초에, 치도리가 얻은 스킬은 【방패】가 아니다. 이렇게 공격을 직접 막는것은 본래의 용도가 아니므로, 방어력이 낮아도 어쩔 수 없다.
치도리가 마법소녀가 됨에 따라 손에 넣은 스킬은 【바람】과 【문】의 두가지이다. 그 스킬의 자세한 내용을 알기보다도 먼저 도깨비의 앞에 뛰쳐나와 버렸지만, 무사히 츠구미를 구할 수는 있었다. 그것만으로, 본래의 목적은 달성했다고도 말할 수 있다.
"빨리, 이 녀석을 어떻게 하지 않으면……!!"
치도리는 초조해하며 그렇게 중얼거렸고, 발밑에 바람을 일으키며 기동력을 올렸다.
――흰토끼 신은, 치도리가 이 결계내에서 만전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힘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못한다고 했다. 그렇게되면, 치도리는 육화의 두 사람과 똑같이 부작용의 괴로움을 겪게 된다. 그 전에, 어떻게든 도깨비를 쓰러뜨려야만 한다.
그렇게 생각하며, 치도리는 바람의 칼을 도깨비에게 부딪히려고 힘을 썼지만 잘 되지 않았다.
……칼의 이미지는 제대로 되어 있었다. 타이밍도 확실히 계산했다. 그런데도, 왠지 칼은 도깨비의 눈앞에서 살짝 녹듯이 사라져 버린다.
"어, 어째서!? 왜 안맞는거야!?"
떨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외치지만, 몇 번을 반복해도 결과는 변하지 않는다.
――만약 츠구미가 이 자리에 있었다면, 츠구미의 의문에 반드시 이렇게 대답했을 것이다――『그건, 네가 무의식중에 죽이는 것을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야』라고.
마법소녀의 스킬은, 본인의 의사에 따라 발동하며, 성장해 간다. 정신력이 강하면 강할수록, 그 정확도는 올라간다. 그렇기 때문에, 아주 조금이라도 상대를 상처입히는 것을 주저하면, 스킬이 능숙하게 발동하지 않는 것도 당연한 것이다.
……치도리의 경우, 첫 상대가 나빴다고 해도 좋다. 커다란 벌레나 드래곤 등의 마수와는 달리, 도깨비의 형상은 지극히 인간에 가깝다.
보통 사람들은 작은 동물을 죽이는 것조차 저항이 있다고 하는데, 인간을 연상해 버리는 것을, 과연 치도리가 상처를 입힐 수 있을까?
정부 소속의 마법소녀는, 그러한 기피감을 시뮬레이터 등의 유사체험을 통해 극복해 나가지만, 아무런 훈련도 하지 않은 치도리에게는 아직 짐이 무거울 것이다. 애시당초, 주저 없이 마수를 죽일 수 있는 츠구미같은 인간이 이상한 것이다.
――타임 리미트가 다가오는 가운데,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는 치도리를, 츠구미는 멀리서 가만히 진지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
"――역시 그런가. ……그래서 난 매번 『너는 마법소녀에 맞지 않아』라고 그 녀석에게 몇번이나 말 했는데.
츠구미는 안전한 장소에 스즈시로를 내려놓고, 건물의 그늘에 숨어서 치도리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저대로 두고 혼자 도망치는건, 츠구미는 도저히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다다른 끝에 보인 것은, 울 것 같은 얼굴로 공기를 조종하는 치도리와, 한 팔로 쇠몽둥이를 휘두르는 도깨비의 모습이었다. 치도리에게는 부상은 없지만, 마찬가지로 도깨비에게도 데미지는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츠구미가 염려하고 있던 대로, 치도리는 도깨비에 대해서 제대로 된 공격을 할 수 없는 것 같았다.
――애초에 마음씨가 착한 사람은 마법소녀에 적합하지 않다.
벨은 예전에, 『정부의 마법소녀 후보는 변변한 놈이 없다』고 푸념했지만, 생물을 불쌍히 여기는 성실한 정신을 가진 사람은, 후보생 단계에서 탈락해버린다. 뒤에 남는 것은, 어딘가 나사가 빠져버린 인간 뿐이다. 하지만 그런 선택된 인간들조차, 싸움을 반복하는 사이에 마음이 부서지는 사람도 많다.
마법소녀가 되어버린 치도리에게, 하고 싶은 말은 잔뜩 있다. 단지 그것을 위해서는, 저 방해되는 검은 도깨비를 배제해야만 한다. 하지만, 지금의 츠구미는 그것을 할 수 있는 것일까?
"……하지만, 방법이 없는건 아니야."
츠구미는 갑자기 아파오기 시작하는 왼쪽 눈을 누르면서, 신음하듯 말했다. 찌르는 듯한 아픔에 비례하는 것처럼 시야에 비치는, 핏빛을 띤 불꽃. ……이것은, 라돈전에서 본 것과 같다.
――이 불꽃의 환각이 의미하는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지금까지 계속 그것을 생각해 왔는데, 드디어 답이 나온 것 같다.
츠구미는 이 불꽃을 『죽음의 가능성』의 구현이라고 생각했다. 그 불꽃이 출현하고 있는 장소에 공격을 가함으로써, 죽음의 운명을 고정시킬 수 있다――아마도, 이것이 정답일 것이다.
라돈전 때는 거의 트랜스 상태였기 때문에 기억은 애매하지만, 만약 그렇다면 불사살(不死殺)의 설명도 가능할 것이다.
스즈네의 『죽음의 운명』을 가시화하는 붉은 실의 이미지에서 파생된, 스킬로서 표기되지 않는 이능. 몇 번이나 죽을 뻔 한 덕에 재능이 개화한 것인가, 아니면 츠구미 속에 둥지를 틀고 사는 누군가의 능력인가.
츠구미로서는, 후자의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는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불꽃이 집중되어 있는 것은, 도깨비의 목의 우측―― 저긴 미부 씨가 자른 부분이구나."
지금까지는, 도깨비의 몸에 불꽃은 보이지 않았다. 그것이 치도리가 도꺠비와 싸우기 시작하면서부터, 아주 조금씩 보이게 된 것이다. 어쩌면, 불꽃의 출현 자체에도 어떠한 조건이 있을지도 모른다.
츠구미는 생각에 잠기듯 턱에 손을 대고, 그리고 허리에 찬 물건의 존재를 떠올렸다. ――미부에게 빌려온 작은 칼이다. 츠구미는 그 칼을 손에 집어, 살며시 칼에 감긴 천을 벗겼다.
날카로운 칼날에는 검붉은 피가 붙어 있어, 보기만 해도 그 칼의 날카로움이 무서운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육화의 한 사람이 가지고 있던 만큼, 상당한 도검일 것이다.
그리고 천천히 그 칼을 도깨비가 있는 쪽을 향한 순간, 츠구미는 마치 신의 계시인 것 마냥 하나의 작전을 떠올렸다.
"치도리라는 족쇄 역. 이 칼의 존재. 그리고 나의 투명화 스킬. ――과연, 이론상으로는 가능해."
작전은 간단하다. 츠구미가 투명화 스킬을 사용해 도깨비에게 살며시 다가가, 그 목가에 칼을 찔러 넣는다. 그것 뿐이다. 문제가 있다면, 치도리와의 연계가 되지 않는 것이겠지.
……그에 더해, 만약 츠구미의 접근이 도깨비에게 들킨다면, 불꽃이 보이지 않게 될 가능성도 있다. 이 불꽃은, 스즈네의 붉은 실과 달리, 죽음의 운명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츠구미의 행동에 따라서는, 운명이 바뀌어 버릴지도 모른다.
미로 앞에서 스즈시로를 만났을 때, 휘감겨있던 불꽃이 일순간에 사라진 것도, 분명 츠구미의 간섭으로 운명이 변했기 때문일 것이다.
――완벽하게 해내지 않으면, 순식간에 이 거미의 실은 끊어진다.
그리고 츠구미는 오른손을 심장위에 올려, 기도하듯 눈을 감았다.
――꿈에서 본 하얀머리의 소녀가 누구인가, 츠구미는 아무것도 모른다. 단지, 그녀를 떠올리려고 할 때마다, 가슴이 조이는 것 같은 아픔이 츠구미를 덮친다. 마음에 구멍이 뻥 뚫린 것 같은 상실감과 그리움이 뒤섞여, 말로 감정을 표현 할 수 없다.
단지 한가지 아는 것은, 그 소녀는 과거의 츠구미에게 있어서, 매우 소중한 사람이었다는 것 뿐.
지금의 츠구미는, 그 소녀의 힘에 의지할 수 밖에 없다.
"부디, 내게 힘을 빌려줘."
――그녀를 전부 잊어버린 주제에, 이런 말을 하는것은 뻔뻔스러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츠구미가 손을 뻗으면, 그 소녀는 반드시 손을 잡아준다. 그런 기묘한 확신이 있었다.
그리고 그 필사의 기도에 답하듯, 츠구미의 머릿속에서, 방울 소리가 울려 퍼졌다. 소리에 이끌리듯, 천천히 눈을 뜬다. 츠구미는 눈 앞에 펼쳐진 경치에, 무심코 중얼거렸다.
"불꽃의, 길?"
발밑에는 도깨비가 있는 곳으로 이어지는, 불꽃으로 된 길. 그것은 마치, 한 마리의 거대한 뱀처럼 보였다.
츠구미의 직감이, 이 길을 따라가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츠구미는, 이전부터 계속 머리에 걸렸던 말을 떠올렸다.
"불 속에서야말로 활로는 있다, 인가. ……우연일 테지만, 이렇게도 현상황과 일치하면 조금 불가사의한걸."
츠구미는 열이 나는 왼쪽 눈을, 위로하듯 쓰다듬는다. 그녀는, 분명히 여기에 있다.
"고마워. ――언젠가 반드시, 널 떠올려볼테니까."
――이것으로, 겨우 출발선에 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츠구미는 빛나는 불꽃을 바라보면서, 작게 숨을 내쉬었다. 작전이 잘 될지는, 츠구미가 하기 나름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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