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아름다운 청천
츠구미는 그을음으로 더러워진 선글라스를 벗고 파카의 가슴주머니에 꽂고, 후드를 깊게 뒤집어썼다.
사실은,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쪽이 얼굴을 가리기엔 편하지만, 시야가 좁아지게 된다. 만에 하나 손이 꼬여버린다면, 모든 것이 엉망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츠구미는 다음으로, 그 자리에서 스니커즈와 양말을 벗었다. 투명화를 사용하기 위해 변신하면, 필욘적으로 몸은 한층 작아진다. 옷은 어쩔 수 없지만, 사이즈가 맞지 않는 신발로 뛰다 넘어지는 차마 볼 수 없다.
……스킬의 부작용에 대해서는, 이건 이제 참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츠구미의 부작용―― 강렬한 메스꺼움과 전신을 누비는 역겨움은 흉악하다. 하지만, 딱히 그걸로 죽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그게 정말로 필요하다면, 어떻게든 버텨 보이겠다.
미부는 열을 조금이라도 빼기 위해 옷을 벗었고, 스즈시로는 졸음을 막기 위해 자신의 손톱을 뽑았다. 그런데도, 고작 구역질 정도로 불평을 한다면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결국, 나도 그녀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그렇게 생각하며, 츠구미는 쓴웃음을 지었다.
소중한 누군가가―― 신이기도 하고, 자신을 위해서이기도 하고. 그 소중한 사람을 위해서라면, 위험한 장소에 한 걸음 내딛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그 고귀한 정신성은, 츠구미도 이해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의지를 관철할 것인가의 여부 뿐이다.
츠구미는 슬그머니 허리를 숙이고, 역수로 칼을 쥐었다. 그리고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길게 숨을 내쉬고, 도깨비의 뒷모습을 노려보았다.
"도깨비 퇴치, 인가. ――핫, 모모타로도 아니고."
농담삼아 그렇게 말하며, 츠구미는 작게 웃으며 달리기 시작했다. 그 찰나, 츠구미의 모습이 흔들리며 한순간에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스킬을 발동시킨 것이다.
"――으, 긋."
변신한 직후부터 덮쳐오는, 살갗 아래를 지렁이가 기어다니는 것 같은 불쾌감. 구역질을 필사적으로 참으며, 츠구미는 온도가 없는 불꽃길을 달렸다. 도깨비까지와의 거리는 대략 100미터. 단 그만큼의 거리가, 츠구미에게는 영원한 것 처럼 느껴졌다.
――체내의 감각을, 신경을, 엉망으로 유린당해 간다. 이런 상황이 아니었다면, 부끄러움도 타인의 시선도 아랑곳않고 위 속의 것을 토해내며 땅을 굴러다녔을 것이다.
그런 고문같은 고통을 견뎌낼 수 있는 것은, 이 앞에 치도리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를 잃는 두려움만이, 츠구미의 정신을 지탱하고 있다.
몸의 경련을 의지로 짓누르며, 자갈에 베인 발바닥을 신경도 쓰지 않고 계속 달린다. 여기저기 남아있는 희미한 피의 흔적만이, 츠구미의 궤적을 나타내고 있다.
――남은건, 5미터.
몇 걸음만 더 내디면, 도깨비의 목까지 손이 닿는다. 죽음의 운명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츠구미는 서두르는 마음을 억제하면서, 기회를 엿보았다.
그리고 도깨비가 유일하게 남은 오니손을 치도리에게 내리치는 순간, 미끄러지듯 귀신의 오른쪽으로 돌았다. 그와 동시에 스킬과 변신이 풀렸지만, 이 위치까지 온 이상 도깨비는 이제 츠구미의 행동에 반응할 수 없다.
도깨비의 목 언저리의 불꽃은, 요란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츠구미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한 걸음 더 내디뎌, 목덜미에 상처를 칼을 내리찍었다.
――푸욱, 하고 단단한 고기에 칼이 박혀간다. 시야의 가장자리에서, 치도리가 놀란 듯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츠구미는 치도리를 안심시키듯 미소지으며, 손에 힘을 주었다. ――이제, 이것으로 치도리는 싸우지 않아도 된다.
"이걸, 로!! 끝이다!!"
깊게 꽂은 칼을, 힘껏 옆으로 베어냈다. 주변에 검붉은 하수같은 피가 흩날리며, 도깨비가 요란한 포효를 외쳤다. 아무리 봐도 치명상을 입고 있다. ――아마도, 최후의 단말마일 것이다.
"그, 가아아아아악!!"
도깨비가 고통에 몸을 비꼬는 것과 동시에, 말단부터 몸이 무너져 간다.
――아아, 이걸로 겨우 끝났구나.
츠구미가 안도하면서, 휘청거리는 몸으로 그 자리를 떠나려고 등을 돌리려 했던 그 때―― 도깨비가 마지막 힘으로 쇠몽둥이를 츠구미에게 던졌다. 무의식 중에, 눈을 크게 떴다.
"뭣!? 읏, 으, 앗."
츠구미는 순간적으로 옆으로 뛰어 피하려고 했지만, 그럼에도 충격을 죽이지 못했다. 이마를 쇠몽둥이에 붙어 있는 가시가 스쳐지나가며, 적지 않은 피가 뿜어져 나왔다. 츠구미는 보기 흉하게 땅을 구르면서, 크게 혀를 찼다.
――제길, 마지막에 방심했어.
도꺠비가 있던 장소를 분한 듯이 노려봤지만, 거기에는 이제 큰 재 덩어리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하얗게 흐려진 분노의 형상을 한 목만이, 츠구미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이 도깨비가 이레귤러인 존재라고는 해도, 더 이상은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츠구미 들의, 승리였다.
"츠, 츠구미!! 괜찮아!?"
사지를 뻗고 드러누운 츠구미에게, 치도리가 달려왔다. 이미 마법소녀의 변신은 풀고, 평상복으로 돌아왔다.
치도리는 손수건을 꺼내, 살짝 츠구미의 이마를 눌렀다. 하얀 손수건이 순식간에 빨간색으로 물들어가며, 출혈의 심함을 눈에 띄게 알 수 있게 했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쇠몽둥이는 스쳐갔을 뿐 머리에 직격하지는 않았다. 출혈이 많아 크게 다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찰과상과 다르지 않다.
"아야야, 좀 더 부드럽게…… 괜찮아, 이마는 약간의 상처라도 출혈이 많을 뿐이니까."
츠구미는 아픈 몸을 일으키면서, 치도리에게 그렇게 말했다. 왼쪽 눈에 피가 스며들어 따끔따끔 아프다.
"왜 그런 터무니없는 짓을……!!"
눈물을 흘리면서, 치도리가 츠구미에게 따진다. 안도와 당혹, 그리고 미안함이 섞인 듯한 복잡한 표정. 치도리는, 츠구미가 여기에 올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결과적으로는, 치도리의 부주의를 츠구미가 정리한 형태가 된다. ――자신이 제대로 도깨비를 쓰러뜨렸다면, 츠구미가 다치는 일은 없었다. 아마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 대사는, 치도리에게만은 듣고싶지 않아."
츠구미는 조용히 숨을 내쉬며, 똑바로 치도리의 눈을 응시했다.
결계가 풀리고, 술렁거리는 소리가 멀리서 들리지만, 누가 오기 전에 이것만은 말해두지 않으면 안된다.
"치도리는, 신과 계약해서 마법소녀가 된 거지."
"……응."
"치도리가 나를 도우려고 한 건 알아. ――그래도, 나는 네가 마법소녀가 되길 바라진 않았어……!!"
매달리듯, 치도리의 어깨를 잡는다. 손수건이 떨어져, 이마에 맺힌 피가 치도리의 옷을 적셨다.
"나는 싫어. 왜냐면, 두고 가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니까. ――네게 마법소녀는 무리야. 절대로 맞지 않아. 싸워봐서 잘 알지? 그런 계약, 빨리 파기해 줘. ……부탁할게."
그렇게 말하는 츠구미에게, 치도리는 슬픈 듯한 얼굴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가 마법소녀로서 미덥잖은건 알고있어. 하지만, 나 자신만의 생각으로는 결정할 수 없어. 계약은, 성사시키지 않으면 안 되니까."
치도리의 대답에, 츠구미는 분한듯이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가 그렇게 대답할 줄은 알고 있었다. 츠구미 또한 마찬가지로, 벨과의 계약에 얽매여 있다. 신으로부터의 계약 파기가 없는 한, 싸움의 운명으로부터 벗어날 수는 없다. 그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분해서 어쩔 수 없다.
"츠구미, 미안해. ……정말로, 미안."
머리를 숙여 츠구미를 감싸안듯이, 치도리는 등에 손을 감았다. ――그 손은 떨고 있었다. 뚝 뚝 목에 따뜻한 물방울이 떨어진다. 분명, 울고 있을 것이다.
……츠구미도 실은 알고 있었다. 치도리가 나쁜 것이 아니다. 츠구미가 못났기에, 그녀는 마법소녀라는 길로 갈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아니. 아니야. 전부 내 잘못이야."
치도리의 어깨에, 살며시 머리를 얹었다. 피투성이가 되어 울 것 같은 한심한 얼굴을, 그녀에게만은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출혈로 인해 어지러이 시야가 일그러지지만, 아직 의식을 놓을 수는 없다.
――츠구미는, 치도리에게 중요한 것을 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은, 가장 먼저 말 했어야만 하는게 있는데. 그런데, 머릿속이 엉망이라, 심한 말밖에 할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었어. ――저기, 치도리."
"왜?"
"――구해줘서 고마워. 치도리 덕분에, 나는 지금 살아있어."
츠구미의 그 말에, 치도리는 어꺠를 움찔했다. 그리고 꾹 츠구미에게 매달려, 참을 수 없는 듯 오열을 터뜨렸다.
"후, 으, 으아아앙. 츠구미가 죽지 않아서 다행이야……!!"
치도리는 주체할 수 없게 된 듯이 계속 울었다. 나름의 아수라장을 겪은 츠구미조차도 한계였다. 평범한 여자아이인 치도리가, 이 가혹한 상황에서 지금까지 버텨온 것이 기적이겠지.
꽉 조여지는 등이, 조금 아팠다. 하지만, 그 아픔이 살아 있음을 실감케 한다.
츠구미가 치도리를 잃는 것을 두려워하듯, 치도리 역시 츠구미가 죽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 마음은, 분명 같은 것이다.
"어―이!! 너희들은 무사해!? 대답해 줘!!"
멀리서, 구급대 같은 옷을 입은 한 사람이 그렇게 소리치고 있다. 어쨌든 간신히 구원이 온 것 같다. 치도리는 한 손을 살짝 들고, 작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아아, 겨우 끝났다.
츠구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하늘을 올려보았다. ――그것은 구름 한 점 없는, 예쁜 하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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