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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번역/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3장 57. - 비밀과 거짓말

by 린멜 2019. 10. 26.


57. 비밀과 거짓말






다음 월요일. 츠구미와 치도리는 학교에서 호출을 받고, 평소보다 일찍 등교했다.



아무래도 정부에서 연락을 받은 학교측은, 어제 단계에서 긴급회의를 연 것 같다. 오늘은 어제 정해진 일을 조율하기 위해, 여섯시 반까지 등교하라고 연락이 왔다. 밤에 전화를 걸어온 것은 키사라였는데, 그 때 귀중한 휴일이 망했다고 투덜거렸다. ……조금 미안하다고는 생각하지만, 이번만큼은 불가항력이라 용서해주었으면 한다.



츠구미는 옆을 걷는 치도리의 어두운 얼굴을 보고,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분명, 이 뒤에 기다리고 있는 동아리 동료들에게의 설명이 걱정인 것이겠지.



예비인원이나 유령 부원이라면 몰라도, 치도리는 검도부의 부장이자 에이스다. 갑자기 그만둔다 말을 해도, 부원들은 당장은 납득 못할 것이다.


일단 고문의 설명이 있겠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치도리가 부원들로부터 책망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운동부에 있어서 주전선수가 빠지는 것은, 상당한 데미지다. 가뜩이나 낙심하고 있는데, 그렇게 되면 치도리는  심히 우울해질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츠구미는 어쩔 수 없다. 반대로 츠구미가 끼어드는 편이 더 꼬일 것이다. 이것은, 결국엔 치도리 자신이 해결할 수 밖에 없으니까.


다행스럽게도, 동아리의 면면은 모두 치도리를 존경하고 있다. 치도리가 성의를 가지고 설명을 하면, 나쁘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게 교무실에 당도한 츠구미와 치도리는, 교장으로부터 향후 대응 설명을 받았다. 주로 치도리의 일에 관한 것이다. 정부에 호출되었을 때의 지각이나 조퇴는, 공결 취급이 된다고 한다.


이 학교는 이전에도 마법소녀가 재적하고 있었던 적이 있기 때문에, 기본적인 규칙은 이미 명문화되어 있을 것이다. 그 부근의 설명은, 꽤 스무스하게 끝났다.


그리고 이번 일에서 무엇보다 조심해달라고 한 것은, 매스컴 대응이다.


지금은 아직 츠구미들의 이름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치도리가 마법소녀로 활동하는 이상, 소동이 일어날 것은 확실했다.


학교측으로서는, 츠구미들이 이 이상 눈에 띄는 것을 막고 싶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언론인이 말을 걸었을 때는, 결코 혼자 대응하지 말고 가까이 있는 교사를 부르라고 언명되었다.


그 밖에도 몇 가지 주의사항은 있었지만, 자세한 것은 나중에 책자로 만들어 줄 것 같다. 지극정성이다. 하지만 교사들은 그런 번거로운 수고를 끼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왠지 모두 협조적이었다.



몰래 나중에 다른 교사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니, 마법소녀가 재적하고 있는 학교에는 조성금이 나오고, 학교측의 공헌도에 따라서는 임시 보너스도 나오는 것 같다. ……순수한 호의가 아닌 것은 유감이지만, 성인이란 그런 것일 것이다.



――아무튼, 이로써 치도리가 마법소녀(운반책)으로 일하기 위한 토대는 마련되었다. 학교와 정부 양쪽에서 백업이 있다면, 그렇게 고생하지는 않을것이다.


한떄는 어떻게 될까 싶었지만, 우선은 평범한 생활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열기가 식을 때 까지 얌전히 있으면 만사가 해결되겠지.


츠구미가 후우 하고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는데, 대략적인 설명을 마친 교장이 말을 걸었다.



"그럼, 나나세 치도리 양은 이대로 고문 선생님과 같이 동아리에 설명을 하러 가 주세요. 그리고, 나나세 츠구미 군입니다만……"



교장은 치도리에게 그렇게 말하고, 덧붙이듯 츠구미를 향해 말을 이어갔다.



"키사라 선생님과 스즈네 선생님이 학생지도실에서 군을 기다리고 있어요. 바로 가 보세요."


"……네?"



그 교장의 말에, 츠구미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의문을 제기했다.



――교무실에 없다고 생각은 했는데, 설마 호출이라니.



무슨 건인지는 모르겠지만, 호출된 이상은 갈 수 밖에 없다. 츠구미는 치도리와 헤어져, 뭔가 내키지는 않았지만, 마지못해 4층에 있는 학생 지도실로 발을 옮기기로 했다.






◆◆◆






무거운 발걸음으로 학생 지도실에 당도한 츠구미는, 석연치 않은 것을 느끼며 문을 열었다.


――별도로 호출될 만한 일을 한 기억은 없고, 만약 무슨 일이 있다면 어제 전화로 이야기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아무래도 귀찮을 것만 같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츠구미는 지도실에 발을 디뎠다.



"실례합니다……"


"이제 온건가. 뭐, 앉아라."



창밖을 내다보고 있던 키사라가, 들어온 츠구미에게 그렇게 말했다. 키사라가 지목한 테이블 쪽을 보니, 이미 스즈네는 자리에 앉아 있었다. 하지만 스즈네는 왠지 감정이 보이지 않는 눈동자로 츠구미를 빤히 쳐다보고 있어서, 왠지 기분이 나빴다.


여느 떄와 다른 스즈네의 모습에 당황하면서도, 츠구미는 지정된 자리에 앉았다. 자리는, 스즈네의 눈 앞이다. ……왠지 견딜 수가 없다.



키사라가 자리에 앉은 것을 확인하고, 츠구미는 정신을 차린 듯 입을 열었따.



"그래서, 오늘은 무슨 일인가요? 토요일 사건 대응에 대해서는 교장선생님에게 설명을 들었는데요."


"그것과는 별개다."


"그럼 다른 뭔가가 있는건가요? 떠오르지 않는데요."



불만스러운 듯이 츠구미가 그렇게 말하자, 키사라는 눈을 가늘게 뜨고 츠구미를 노려보았다.



"짚이는 게 없다고 말 할 생각인가?"


"에? 갑자기 그런 말을 들어도……"



최근 일을 돌이켜 보지만,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다. 짚이는 게 있다면, 초등학생을 협박한 건 정도지만, 그건 이미 화해했기 때문에 문제는 없을 것이다. 아마도.



애초에 최근에는 입원이나 병문안, 하가쿠레 사쿠라로서의 재활 등이 바빠서, 츠구미의 F반의 원인인 제악의 근원(트러블 메이커), 유키타카와 자주 함께 행동하지 않은 것이다. 불려와서 혼날 이유가 없다.


츠구미가 당황한 듯 고개를 갸웃거리자, 그때까지 잠자코 있던 스즈네가 조용이 힙을 열었다.



"나, 그 때 말했었지. ――무슨 일 있으면, 상담해달라고."



스즈네는 고개를 숙이고 있어, 앞머리 때문에 표정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목구멍에서 짜낸 듯한 스즈네의 낮은 목소리에, 츠구미는 식은땀을 흘렸다.



――혹시 화난건가? 근데 왜?



스즈네의 모습이 평상시와 다른것은 알겠지만, 그녀가 무엇에 대해 그렇게까지 분노하는지는 알 수 없다.


평범하게 생각하면 이번 사건을 말하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상담이라는 말을 들어도 그 자리에서는 전화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혼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그, 그렇네요. 하지만 특별히 선생님에게 의지해야 할 일은 아무것도 없……"



일단 뭔가 말을 해야겠다 생각하고, 츠구미가 변명처럼 그렇게 말하자, 스즈네는 이쪽을 노려보며 두 손으로 힘껏 테이블을 쳤다.


쿵, 하는 둔탁한 소리가 방 안에 울려퍼진다.



갑작스런 일에 어깨를 움찔하며, 츠구미는 멍하니 스즈네를 바라보았다.



"어째서?"



그렇게 중얼거린 스즈네는, 천천히 얼굴을 들고 츠구미를 바라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그리고 그대로, 커다란 눈동자에서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예쁜 투명한 물방울이, 그녀의 뺨을 스쳐 흐른다.


그리고 스즈네는, 떨리는 목소리로 츠구미에게 물었다.



"나, 나, 그렇게 의지할 수 없는거야?"


"에, 저기, 스즈네 선생님?"



그렇게 말하고 울기 시작한 스즈네를, 츠구미는 양 손을 방황하며 허둥거렸다. 갑작스런 급전개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게 된 것이다. 츠구미는 혼란스러우면서도, 도움을 청하듯이 키사라를 바라보았다.


그런 츠구미의 시선을 받고, 키사라는 몹시 귀찮은 듯 한숨을 내쉬며, 조심스레 말했다.



"시간이 별로 없으니,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우리는, 네 비밀을 알고 있다."


"제 비밀?"



그 키사라의 말에, 츠구미는 자기도 모르게 눈을 크게 떴다. ――츠구미의 비밀. 그런 것, 하나밖에 없다. 그래, ――그래, 『하가쿠레 사쿠라』말이다.



……스즈네에게는 이전에, 츠구미가 죽을 뻔한것을 마법소녀에게 도움을 받았다는 거짓 설명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의 설명은 너무 구멍 투성이었다. 부상이나 입원 시기를 포함해, 하가쿠레 사쿠라의 활동 시기와 합치면, 츠구미의 정체를 맞춰도 이상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 츠구미는 키사라의 말을 인정할 수는 없다.



『하가쿠레 사쿠라』의 정체는, 절대로 숨겨야 한다. 벨과의 약속인것도 있지만, 이상하게 유명해져버린 지금, 하가쿠레 사쿠라의 정체가 드러나는 것은 츠구미의 목숨과 관계된다. 비록 눈앞의 두 사람이 신용할 수 있는 인간일지라도, 츠구미는 먼저 비밀을 말할 생각은 없었다. 그렇다면, 속여넘길 수 밖에 없다.


츠구미는 잠깐 생각에 잠긴 듯 눈을 내리깔고, 일부러 난처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무슨 소리세요? 선생님들이 말하려고 하는 것의 의미를 모르겠는데요."


"이제와서 시치미를 떼지 마. 나는 어쨌든, 이녀석은 확실히 확증이 있는 것 같으니까. 이 모습을 보고도, 그래도 의심할 생각인가?"



키사라는 칫 하고 혀를 차면서 그렇게 말했다. ……확실히 스즈네가 우는 모습은 이상하리만큼 설득력이 있다.


……만약 정말로 비밀이 들킨 것이라면, 어떻게 속여야 할 것인가. 입막음. 애원. 벨에게 부탁해서 기억을 지워달라 할까. 최악의 경우 치도리에게만은 들키지 않도록 해야지. 그런 여러가지 생각이, 머릿속에 맴돈다. 그 어느 때보다 조바심이, 츠구미의 마음을 지배하고 있었다.



츠구미가 어떻게 말을 돌려야 할지 고민을 하고 있는데, 침을 삼키며 스즈네가 말을 하기 시작했다.



"……TV 영상을 보고 『어쩌면』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제 회의에서 정부가 건네준 영상을 보고 확신했어. 나나세 군이 이 말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건 알아. 하지만, 그래도 내게는 이야기하길 바랬어."



스즈네는 천천히 일어서서, 자신 쪽으로 다가오듯 츠구미의 뺨에 양손을 댔다. 눈물로 젖은 눈동자와, 눈이 마주친다. 그리고 츠구미는, 일순간에 자신의 패배를 깨달았따.



――아아, 이건 안 되겠는걸.



스즈네의 눈동자에는, 틀림없이 확신이 깃들어 있다. 분명 츠구미가 부정하더라도, 그녀는 절대 자신의 생각을 굽히지 않을 것이다.


……완전히 들통났다면, 그건 그걸로 어쩔 수 없다. 다행히도, 이 둘의 입은 무겁다. 이후 대응만 잘못되지 않는다면, 정체가 퍼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깨끗이 속이는 것을 포기한 츠구미는 그렇게 생각하며, 스즈네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하지만, 그녀가 한 말은 예상 밖의 것이었따.



"달리기 시작한 순간의 망설임 없음. 도깨비의 목에서 넘치는 실에 칼을 찔렀을 때의, 보이고 있는 것 같은 그 칼솜씨. ――있잖아, 나나세 군은 나와 『같은 것』이 보이는거지?"



스즈네는 그렇게 말하며, 매달리는 듯한 얼굴을 하고 살짝 웃었다.



기묘한 정적이 방안을 지배한다. 츠구미는 5초 정도 스즈네의 말을 되새겼고, 그제서야 그들이 말한 『비밀』의 의미를 이해했다.


츠구미는 속으로 안도의 땀을 흘리면서, 오른손을 잡았다.



――드, 들킨건 하가쿠레 사쿠라가 아니었어!! 다행이다!!



마음속으로, 크게 「세이프!!」라고 외친다. 아마도 스즈네가 말하는 것은, 도깨비에게 덤벼들었을 때 보였던, 죽음으로 이끄는 붉은 불꽃일 것이다. 왜 그쪽이 먼저 들켰는지는 일단 수수께끼지만, 스즈네는 비슷한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통하는 점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가쿠레 사쿠라의 일이 들킨 것은 아니다. 그것만이 중요한 것이다.



츠구미는 중요한 비밀이 들키지 않은 것에 안도했지만, 또 다른 걱정거리가 생겼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죽음의 불꽃을 보는 능력을 다른 사람에게 말해도 되는 것일까?



어제 도망치듯 벨이 떠난 후, 다시 말할 기회를 얻지 못헀다. 타이밍이 나빴던 것도 있고, 이 이능에 대해서는 전혀 상담하지 못한 것이다. 사용조건이 일단 불분명하기도 하고, 츠구미로서는 그렇게까지 우선도가 높지 않다고 생각한 탓도 있다.



망설이다가, 츠구미는 시선을 들어 스즈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조용히 츠구미의 말을 기다리고 있다. 그 얼굴에는, 간청하는 듯한 안색과 약간의 겁, 그리고 억누를 수 없는 기대감이 보였다.



――아마도 스즈네는, 츠구미가 같은 이능을 가지고 있다고 믿고 싶은 것이다. 자기 혼자만 가지고 있었을 무시무시한 이능을, 외에도 가지고 있는 인간이 있다. 그것을 깨달았을 때, 그녀는 대체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것을 근거로 해 생각하면, 오늘 스즈네의 행동도 이해할 수 있을 거 같았다.



……이 자리에서 이능을 긍정해도, 부정해도, 어느 쪽이든 귀찮은 일이 되는 것은 변함없다. 정답을 찾을 수 없다면, 가능한 한 나은 쪽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츠구미는 조금 망설이고, 답을 정했다.


츠구미는 스즈네의 시선을 외면하고, 자신의 볼에 닿아있는 손에 오른손을 살짝 포개며, 덧없이 웃어 보였다. 그리고는 고개를 들어 스즈네를 바라보고, 무거운 입을 열었다.



"――스즈네 선생님의, 말씀대로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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