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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번역/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3장 58. - 눈에 비치는 지옥

by 린멜 2019. 10. 27.


58. 눈에 비치는 지옥







"확실히 그때, 전 본래 보일리 없는 것이 보였어요."




츠구미가 그렇게 말하자, 스즈네는 안도한 듯 웃었다. 그런 스즈네와는 대조적으로, 옆에 있는 키사라는 츠구미를 보고 조금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다. 츠구미가 이렇게 쉽게 인정하는 것에 놀란 것일까, 아니면 정말로 이능을 가지고 있었던 것에 놀란 것일까.


……어느 쪽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위협하듯 몰아붙여놓고, 저런 반응은 좀 그렇다.



츠구미는 석연찮은 것을 느끼면서도, 그 날 본 불꽃에 대해 설명했다.



불꽃이 처음 보인 것은, 이틀 전부터라는 것. 스즈네의 실과는 달리, 츠구미의 행동에 따라서는 보이거나 보이지 않게 되는 것. 바로 이능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은 것은, 다른 문제들이 너무 많아서 잊고있었으니까. 그런 것을, 가능한 한 스즈네를 자극하지 않게끔 이야기했다.



"그러니까요, 딱히 선생님에게 의지하지 않거나 한건 아니에요. 보세요, 치도리 건도 있었으니까, 상의할 겨를도 없었잖아요……"



츠구미는 그렇게 설명을 마무리지었다.


다행이도, 이야기를 듣고 있는 동안에 진정했는지, 스즈네의 모습도 많이 평온해 보였다.



――일단은 이걸로 괜찮겠지. 츠구미는 그렇게 생각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말없이 츠구미의 이야기를 듣던 키사라는, 두통을 참듯 자신의 이마를 누르면서, 가볍게 스즈네를 찔렀다.



"봐, 역시 지나친 생각이었잖아?"


"에? 그, 그치만……"


"게다가 난 어제도 말했지. 일부러 시간이 없는 아침이 아니라, 조금 더  진정한 다음 쪽이 좋다고."



키사라가 그렇게 말하자, 스즈네는 핫 하고 뭔가를 눈치챈 듯한 표정을 지으며, 허둥지둥 동요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방금전까지 살기를 띤 모습과는 다른, 평소의 스즈네에 가까운 것처럼 보였다.


그 둘의 급격한 변화에, 츠구미는 당황했다. 스즈네의 모습도 그렇지만, 그렇게 위압감을 뿜던 키사라 쪽이, 눈에 띄게 의욕을 잃어가고 있다. 아무리 봐도 이상하다.



"아, 그, 그렇네. 나나세 군은 큰 사건에 연루된 직후인데, 나는 또……"



그렇게 말하며, 스즈네는 미안한 듯 시선을 아래로 떨어뜨렸다. 그 안색은 창백하고, 부들부들 떨고 있다. 마치, 무언가에 겁을 먹은 것 같았다.



"스즈네 선생님? 괜찮으세요?"



걱정이 된 츠구미는 그렇게 말을 건내며, 스즈네의 어깨를 만지려고 했지만, 옆에 있던 키사라가 손을 저지했다.



"나나세, 넌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나기사,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한번 세수하고 오는게 좋겠어. 뒷일은, 내가 차근차근 설명해 둘 테니까."


"……그렇게 할게. ――나나세 군도, 귀찮게 해서 미안해."



부들부들 떨면서 일어선 스즈네는, 매우 미안한 듯 깊숙이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츠구미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재빨리 방에서 나가버렸다.



알 수 없는 전개에 츠구미가 당황해 하고있자, 눈 앞에 캔커피가 내밀어졌다. 반사적으로, 그것을 받는다.



"마셔라, 다른 학생들에게는 이야기하지 마."


"아, 감사합니다."



그리고 키사라는 자신의 커피를 따고, 의자 등받이에 기대며, 커다란 한숨을 내쉬었다. 그 모습은, 어딘가 일에 지친 회사원처럼 보였다.



"미안하군, 아침부터 이런 일에 어울리게 해서."


"그렇게까지 신경 쓰지는 않는데요…… 그래도 사사로운 일이었다면, 부르는 건 다른 때도 좋았잖아요. 무슨 일인가 하고 생각했어요."



츠구미가 불만스럽게 그렇게 말하자, 키사라는 어깨를 으쓱였다.



"이래도 나는 노력한 편이다. ……저녀석, 내가 말리지 않았더라면 어젯밤에 네 집에 찾아갔을거야. 그 편이 좋았으려나?"


"뭐에요, 그게. 좀 무서운데요…… 저기, 스즈네 선생님은 괜찮은건가요? 상태가 꽤 이상했던거 같은데."



그렇게 말하고, 츠구미는 키사라에게 물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스즈네의 상태는 이상했다.


――평소와는 다른 귀기어린 모습은, 평소의 스즈네의 모습에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것이었다. 츠구미는 순간 다른 사람이 아닌가 의심했을 정도다.



츠구미의 질문에 키사라는 포기한 것처럼 말을 하기 시작했다.



"네게 자신과 같은 힘이 있다는 것을 알고, 안절부절 못 하게 된거지. ……저럴 때의 스즈네는, 마치 무언가에 씌인 듯 한 언동을 하니까. 저 이상은 말릴 수 없었어."



스즈네가 조급했던 이유는, 짐작할 수 있다. 스즈네의 이능에 대해서는 한 번밖에 듣지 못했지만, 그녀의 능력은 너무나도 암울한 것이다.


츠구미가 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을 깨닫고, 폭주해버린 것은 당연한 걸지도 모른다.



――그녀는 분명, 같은 힘을 가진 동료(피해자)를 원했을 것이다. 그것은, 너무나도 슬픈 소망이었다.



……하지만 스즈네의 태도와, 키사라의 태도의 문제는 또 다르다.



"그럼, 어째서 키사라 선생님은 그렇게 고압적이었던 건가요…… 째려보고, 위협하고, 이쪽은 심문받는 기분이었다니까요."



――그 때의 키사라는, 베테랑 심문관도 저리가라 할 정도의 모습이었다. 평소 학생을 대할때 강하게 대해서인지, 너무도 당당해 보였다. 조금이라도 미안하게 생각한다면, 그렇게 고압적으로 대하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



"시간이 없는건 진짜였으니까. 쓸데없는 대화는 시간낭비다. 게다가 나는 노려볼 생각은 없었다. 난 스즈네의 설득 때문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으니까. 눈빛이 나빠지는 것 정도는 어쩔 수 없지."



키사라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앞머리를 빗었다.



"그래서, 넌 괜찮은건가? 나는 잘 모르겠지만, 초현실적인 것을 보는 것은 정신에 부담이 가는 것이겠지? 스즈네는 자주 그래서 쓰러졌었는데."


"제 경우는 강하게 염원하지 않는 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서요. ……잘 생각해보면, 스즈네 선생님의 힘과는 조금 다른것 같네요."



스즈네의 이능은 츠구미의 그것과 달리, 시야의 온오프를 할 수 없다. 게다가, 아무리 죽음의 운명이 보인다고 해도 소용이 없는 것이다. 만약 그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 츠구미였다면, 지금쯤 틀림없이 정신이 병들었을 것이다.



그렇게 말하며 표정을 흐리게 한 츠구미에게, 키사라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녀석이 보는 세계는, 조심스럽게 말해도 지옥이다. 알고 있나? 그녀석, 옛날 영화나 드라마는 일절 보지 않아. 상태가 나쁠 때는, TV조차 켜지 않으려고 해. 왜 그런지 알겠나?"


"옛날 영화……? 아뇨, 잘 모르겠어요."


"그녀석의 이능은, 죽은 사람에게도 적용되는거다. 생각해 봐, 등장인물 대부분이 실로 칭칭 감겨져 있는 영상을 보고 있어봐야 즐겁겠나? 실의 이유를 안다면, 더욱 그렇겠지."



키사라가 말한 것의 영상을 마음속으로 그리며, 츠구미는 살며시 입을 막았다. 기분이 너무 나빴기 때문이다. 키사라가 그것을 지옥이라 칭하는 것도 납득할 만 하다.



츠구미는 자신을 진정시키기 위해 가볍게 숨을 내쉬며, 키사라를 바라보았다.



"……그렇게까지 심할 줄은 생각도 못했어요."


"그렇겠지. ……그러니까, 라고 하기에는 뻔뻔스러울지도 모르지만, 너무 스즈네를 탓하지 말아줘. 이번 건도 진정되면 다시 사과는 시키겠어. 그래도 불만이 있다면, 가능한 한 관여하지 않도록 내가 배려해 둘테니까."



그렇게 말하며 키사라는, 츠구미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평소에는 의연한 태도로 학생을 대하는 키사라가, 이런 모습을 보일줄은 생각도 못했다.



"그러니까, 그렇게까지 신경쓰지 않는다니까요. ……그건 그렇고, 왜 키사라 선생님이 그렇게까지 하는건가요? 아무리 스즈네 선생님이 소꿉친구라지만, 너무 과한것 같은데요."



――예전부터 생각했던 것이지만, 키사라와 스즈네의 관계성은 잘 모르겠다.


처음에는 연애 사건에 연루된 줄로만 알았는데, 키사라가 스즈네를 대하는 태도는 마치 어린 여동생을 대하는 것에 가깝다. 게다가, 뭔가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것처럼도 느낀다.


츠구미가 그렇게 묻자, 키사라는 눈을 내리깔고 큰 한숨을 내쉰 뒤, 입을 열었다.



"네게 무리하게 이야기를 시킨거니까, 나도 뭔가 비밀을 이야기하는게 타당하겠지. 그렇군…… 이 이야기로 하지. 저녀석이 이야기 했다고 생각하지만, 스즈네는 10살 때 사고를 당해, 불운하게도 이능이 개화했다. ――그 사고의 원인은, 나다."


"에?"


"내가 다른 친구와 강에서 놀고 있을 때, 그 녀석이 끼려다가 바위 위에서 발을 헛디뎠다. ……내가 조금만 더 조심했더라면, 그건 막을 수 있었을거야."


"근데, 그게 선생님 잘못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데요."



옆에서 듣기로는, 단순히 스즈네의 실수로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하지만, 키사라는 츠구미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나는 다른 친구들 앞에서, 연하의 소꿉친구와 함께 행동하는 것이 부끄러웠거든. 그래서 일부러 험한 길을 택해서, 그 녀석을 뿌리치려고 했다. ……그게 이와 같다. 웃기지도 않지."


"……그건."



그렇게 말하고 자조하는 키사라에게, 츠구미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명확하게 누가 나쁘다, 라는 것은 아니다. 스즈네도 분명 키사라를 탓하지는 않을 것이다. 굳이 말하자면, 운이 나빴을 뿐이다.


……하지만, 츠구미가 그렇게 말한들 키사라는 납득하지 않을 것이다. 본인의 안에서는, 이미 답은 나와버렸으니 말이다.



"나와 그녀석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게다가, 확실히 말해서 네가 더 힘들거라고 생각한다. 너무 소란스러워지면 학교 측에서도 학생에게 주의하지만, 그래도 한계는 있다. ……최악의 경우, 정부로부터 보호받는 것도 생각해야 해. 스즈네의 인연으로 육화의 『유키노 시즈쿠』를 의지해도 되지만, 그럴 경우 어떻게 굴러갈지 모르니까 말이다. 너무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아."


"전에 선생님이 말했던 육화의 지인이, 유키노 시즈쿠였군요. 나이차가 많이 나는데, 무슨 관계인가요?"


"스즈네의 친척이다. 뭐, 직접적으로 피가 연결된 것은 아닌거 같지만."


"헤에, 그런가요?"



유키노 시즈쿠, 최신 투표에서 서열 2위로 올라간 우수한 마법소녀이다. 사람들과 잘 어울리려 하지 않는 차가운 성격으로 소문났는데, 실제론 어떨까. 궁금하긴 하지만, 지금 그걸 물어도 어쩔 수 없을것이다.


츠구미가 순수하게 감탄하고 있자, 키사라는 타이르는 듯한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그것과, 영상만으로 네 이능을 알아채는 녀석은 스즈네 정도밖에 없겠지만, 자신이 주위에 퍼뜨리려고는 하지마. 역시 그렇게 소동이 나면 감싸줄 순 없으니까 말이다."


"아뇨, 딱히 말 할 생각은 없어요. ……제가 그렇게 바보로 보이시는거에요?"



아무리 지금이 옛 신들이 발호하는 시대라지만, 오컬트같은 능력에 대한 편견은 뿌리깊다. 마법소녀――신과 계약하지 않은 사람이 힘을 쓰는 것은 잘못되었다, 라는 주장을 하는 사람도 적지 않은 것이다.


거기에 더해, 능력의 특수성 때문에, 잘못하면 연구 대상으로서 언더그라운드한 조직 등에 노려질 수도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가만히 있는 것 말고는 선택지가 없을 것이다.



키사라는 츠구미의 불만스러운 대답을 듣고, 작게 미소를 지었다.



"적어도, 그렇게까지 영리해 보이지는 않는군. 저번달 시험도 어려웠을텐데. 더 공부하는 편이 좋을거다."


"우와, 지금 여기서 그걸 말하는거에요? 평범하게 상처받는데요……"



츠구미는 조금 충격을 받으며, 살짝 가슴을 눌렀다. 분명히 저번달 시험 성적은 그다지 좋지 않았지만, 퇴원한 지 얼마 안된 사람이라는 것을 고려해주었으면 한다.



"하핫, 농담이니까 그렇게까지 신경쓰지 마. ――아아, 슬슬 시간이군. 1교시에는 늦을테니까, 나나세는 교실로 돌아가."


"스즈네 선생님은 기다리지 않아도 되나요?"


"어차피 한동안은 돌아오지 않을거야. ……화장을 하나부터 고친다는건, 시간이 꽤나 걸리는 것 같으니 말이다."



키사라는 그렇게 말하고, 무겁게 한숨을 내쉬었다. ……말에 쓸데없이 실감이 가득차있다. 깊이 파고들지 않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



"그럼 전 교실로 돌아갈게요."



그렇게 말하고 츠구미는 자리에서 일어나, 키사라에게 등을 돌렸다. 그런 츠구미에게, 키사라는 기회라는 듯이 말을 걸었다.



"아아. ――맞다, 나나세."


"네?"


"너, 그외에도 숨기는 것이 있겠지."



키사라의 그 말에, 문을 잡았던 손이 멈춘다. 츠구미는 천천히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무슨 말을 하시는거에요. 그 이상의 일이 있을 리가 없잖아요."



츠구미가 그렇게 답하자, 키사라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딱히 비밀이 있다고 해도, 그것을 내게 말할 필요는 없다. 추궁할 생각도 없고, 알아낼 생각도 없어."



네게는 큰 빚이 있으니까, 라고 키사라는 웃었다.


츠구미는 그런 키사라를 의아하게 보면서, 간신히 동요를 삼켰다. 떠보는 것 뿐일지도 모르지만, 어중간한 말로는 대답할 수 없다.


대답을 망설이는 츠구미를 보고, 키사라는 놀리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조심해라. 너, 꽤 알기 쉬운 녀석이니까 말이다."


"……충고 감사합니다."



그렇게 말하고 츠구미가 도망치듯 문을 닫자, 방 안에서 큭큭 작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정말로, 심장에 나쁘다.


츠구미는 발빠르게 복도를 걸으면서, 마음 속으로 지친 듯 말을 내뱉었다.



"저 사람, 정말로 눈치가 좋구나……"



과연 스스로 「냄새를 잘 맡는다」고 말할만 하다. 이번엔 일단 넘어가준 것 같지만, 역시 방심할 순 없다. 츠구미가 스즈네의 적이 되기 전까지는 괜찮겠지만, 그래도 경계는 필요하다.



――정말로, 이 학교는 귀찮은 사람밖에 없구나.



츠구미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자신의 교실――문제아들이 모인 반으로 발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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