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 변덕스러운 상냥함
――귀찮은 일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는걸.
츠구미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긴 복도를 걷고 있었다. 다른 반은 이미 HR이 시작되었기에, 조금 주눅이 든다. 츠구미가 소속된 반은 기본적으로 연락사항이 있을 때 정도밖에 HR은 하지 않지만, 담임인 스즈네가 HR에 못 갔으니, 이번에는 아무런 통보가 되어 있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츠구미에게 있어선 시끄러워지지 않고 끝나기에 그 편이 맘편하지만, 어차피 나중에라도 알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결국은 미루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딱히 츠구미는 놀림받는 것에 신경을 쓰는건 아니지만, 치도리에 대해 캐묻는 것은 역시 용서해 줬으면 좋겠다. 아무리 정부측에서의 조건이 좋다고는 하지만, 츠구미는 치도리가 마법소녀로 활동하는 것을 아직 납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성으로서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우연한 순간에 불만과 공포의 감정이 끓어오른다. 그런 불안정한 상태이기도 하기에, 반 친구들의 맘편한 질문은 지금의 츠구미에 있어서는 지뢰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이 타이밍에 문제를 일으킬 수는 없겠지.
츠구미의 행동은, 그대로 치도리의 평가로 이어진다. 다소 불쾌한 기분이 들더라도, 지금은 참아야 한다.
귀찮다고 느끼면서도, 츠구미는 각오를 다지고 교실 안으로 들어갔다.
"……안녕."
츠구미는 그렇게 인사하고, 시치미를 떼는 얼굴로 자기 자리로 향했다.
"안녕―. 오늘은 늦었네."
"어이, 나나세. 다음 교과는 자습인 모양이야."
츠구미를 본 반 친구들이, 그런 말을 걸어온다. ――그래, 마치 평소와 같다.
혹시 전부 츠구미의 지나친 생각 때문에, 반 친구들이 사고에 관한 것은 아무것도 깨닫지 못한 것일까. 그렇게 생각했지만, 그런데 비해서는 묘한 위화감이 든다. 마치, 무리하게 화제를 돌리는 듯한――그런 낌새다.
"응? 뭐야 이거……"
츠구미의 책상에, 작은 상자가 놓여 있었다. 파랑 포장지에, 예쁜 금색의 리본. 선물처럼 보이지만, 딱히 오늘은 생일도 뭣도 아니다. 대체 무엇일까.
"열어보지 그래?"
옆자리의 후유노가, 나른한 듯 책상에 엎드리며 그렇게 말했다.
"에, 이거 내 앞으로 온걸로 봐도 좋은거야?"
"츠구밍의 책상 위에 있는거니까 그렇게 정해져 있겠지. 바보야?"
자, 빨리. 라고 재촉하듯이 말해, 츠구미는 정말 괜찮은걸까, 하고 의심하면서 금색의 리본을 풀었다. 파란 포장지를 벗기고, 안에 있는 작은 상자를 꺼낸다. ――그건, 츠구미에게 있어서 낯익은 것이었다.
"이거, 전에 선배와 같이 갔던 안경점의 케이스야."
그렇게 말했을 때, 상자 아래에 있던 메세지 카드를 눈치챘다. 그 카드에는, 이렇게 쓰여져 있었다.
『츠구미 군에게
놀이공원에서의 사고 건, 큰 일이었던 것 같네. 꽤 다친 것 같지만, 너희 남매가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야. 사실은 병원에 병문안을 가고 싶었지만, 역시 정부의 결정에는 거역할 수 없었거든. 여러가지 사정으로 오늘은 당장 조퇴를 해야 해서 직접 만나지는 못하지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으니까 가까운 시일 내에 시간을 내 주었으면 좋겠어.
P.S. 전에 샀던 선글라스는 이제 못 쓸거 같다고 생각해서, 평소에 쓸 수도 있는 제2후보 디자인의 선글라스를 선물할게. 내 나름의 답례야.
네가 의지할 수 있는 선배 메부키가』
상자를 열자, 연한 파란색의 렌즈가 달린 청색의 안경이 들어 있었다. 선글라스라기보다는 컴퓨터용 안경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츠구미는 미소를 지으며 그 안경을 잡고, 살며시 자신의 얼굴에 걸쳤다.
"어때? 어울려?"
"음―, 뭐 그럭저럭. 예전 검정색 테두리의 녀석보다는 낫지 않아?"
츠구미는 그렇게 대답하는 후유노에게 만족스럽게 웃으면서, 안경을 벗고 정중하게 상자에 넣어 두었다. 모처럼이니, 오늘 돌아가는 길에 써 보자.
하지만, 메세지의 마지막에 있었던 『답례』는 어떤 의미일까. 신경쓰이긴 하지만, 이것만은 직접 물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선배에게는 정말 신세를 많이 지는구나. 병원의 일도, 안경도, 그리고 현재의 상황도.
"저기 후유노."
"왜?"
"아무도 나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는건 말야, 오늘 아침 교실에 온 선배가 뭐라고 말 했기 때문이지?"
조금만 생각해보면 간단히 알 수 있다. 이 반의 녀석들에게 이렇게까지 영향력이 있는건, 키사라나 유키타카――혹은 메부키 이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사정을 일찍이 안 메부키는, 한발 앞서 츠구미의 교실에 와서 반 친구들을 타일러 주었겠지. 아마도, 치도리 때문에 츠구미의 마음이 거칠어져 있을 것을 예상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런건 아무것도 묻지 않는게 룰이잖아. 뭐, 츠구밍은 신경쓰지 말고 평소대로 지내는게 어때? 시끄러운 건 입 다물고 있으니까."
그렇게 말하는 후유노는, 앞쪾에 있는 자리를 가리켰다.
"……우와."
그 자리에는, 이상한 집단이 있었다. 평소에는 시끄러운 반 친구들――주로 아키야마 등이, 크게 X표시가 그려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무슨 벌게임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츠구미의 소리에 이끌려 이쪽을 바라본 그들은, 빙글빙글 뭔가의 포메이션 같은 제스처를 하며 뭔가를 전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의미는 전혀 모르겠다.
――왠지 저대로도 즐거워 보이니까, 그냥 내버려 둬도 되려나.
츠구미는 가볍게 손을 흔들고 아키야마들을 무시하고, 유키노 쪽을 향해 입을 열었따. 전방에서 무언의 하소연을 들은 것 같기도 했지만, 아마 기분탓일 것이다.
"고마워. 질문공세는 힘들거라고 생각했으니까, 살았어."
"천만에. 답례는 그림 모델을 해 주기만 하면 된다고?"
"하하, 절대로 싫어."
후유노가 한 말을 웃으며 흘려보내고, 츠구미는 정신을 다잡고 입을 열었다.
"그러고보니, 유키타카는 안 온건가? 모습이 안보이는거 같은데."
"아―, 그거. 메부키 선배가 교실에 들어온 순간에 창문으로 도망갔어."
"……여기, 3층인데."
"그럼 죽은거 아냐?"
츠구미는 말없이 일어나, 서둘러 창밖을 바라보았다. 바로 밑에 있는 땅에는, 아무것도 떨어져있지 않았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누르며, 츠구미는 커다란 한숨을 내쉬었다. ……혹시 후유노에게 속은건가. 설마라고는 생각하지만, 할 수도 있는게 유키타카의 무서운 점이다.
그러면서 자리로 돌아온 츠구미는, 불만스럽게 후유노에게 말했다.
"어이, 심장에 나쁜 소리좀 하지 마. 조금 초조했다고."
"그렇지만 그녀석따윈 아무래도 상관없는걸."
"너말야……"
후유노는 눈썹을 찡그리며, 뱉듯이 그렇게 말했다. ……유키타카 녀석, 정말로 미움받는구나.
츠구미로서는 친구가 친한 사람들이 꺼리고 미움받는 것은 마음이 아프지만, 유키타카에게도 옹호할 수 없는 부분이 있으므로, 그다지 큰 소리로는 말할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너무 강하다.
특히 이 반은 그것이 두드러졌다. 원래 개성이 강한 인간들이 모여있기 때문에, 아무도 한 발짝도 양보하지 않으려 하는 것이다. 주변의 사람을 손바닥 위에서 조종하려는게 보이는 유키타카에게는, 특히 궁합이 나쁜 것일지도 모른다.
안타깝게도, 이 F반에는 반 배정이 없다. 늘어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줄어들지는 않는 것이다. 다음 학년에도 사이에 낄 생각을 하니 조금 우울해지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츠구미 또한 예에 빠지지 않고, 고집이 센 것이다.
그렇다고, 이 반의 사람들에게 잘못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메부키의 말을 받아들이고, 상심하는 츠구미를 배려하는 상냥함도 분명히 있는 것이다.
다소 귀찮은 점이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유키타카를 제외하면 츠구미에게는 나름대로 나쁘지 않은 반이기도 하다.
"뭐, 유키타카라면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머지않아 연락이……아, 마침 왔네?"
진동이 울리는 휴대폰을 꺼내, 화면을 본다. 메세지는, 역시 유키타카에게서 온 것이었다.
"싫은 기색을 느꼈기 때문에 조퇴한다, 라. ……출석 일수는 괜찮은건가?"
츠구미는 이런이런 하고 어깨를 으쓱이고, 한숨을 내쉬었다. 여전히 유키타카는 메부키를 어려워하는 것 같았다. 마치 액막이 부적같다.
"응, 첨부파일?"
자세히 살펴보니, 메세지에 뭇느 파일이 첨부되어 있었다. 화면에 손을 대, 파일을 연다. 거기에는, 무언가의 지도의 화상이 들어있었다.
"어디 지도지, 이거. 혹시 집 근처 공원인가?"
빙글빙글 화면을 돌리면서, 지도에 나타난 장소를 떠올린다. 적혀있는 주소나 번지는, 츠구미의 집에서 걸어서 몇 분 거리에 있는 공원을 가리키고 있다. 그리고 지도 아래쪽에는 『오늘 23시, 여기서』라고 작게 적혀있다.
……혹시, 이 시간에 공원으로 오라는 것인가. 츠구미는 귀찮은듯한 표정을 숨기지도 않고, 머리를 감싸쥐었다.
유키타카의 이런 불합리한 호출은 가끔 있지만, 절반의 확률로 바람을 맞을 때가 있다. 츠구미로서도, 귀찮은 일이 다발하고 있을 때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피하고 싶었다.
"……어떻게 할까."
본심을 말하자면 별로 가고싶지는 않지만, 나중에 불평을 듣는게 귀찮다.
――뭐, 돌아갈 때까지 답장을 정하면 되겠지. 유키타카니까, 그때까지 예정을 변경할 수도 있고.
츠구미는 그렇게 낙관적으로 생각하면서, 작게 하품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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