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불협화음
"별 거 아니야. 나랑 닮은 마법소녀가 있다길래, 조금 소란스러웠을 뿐이야. ……아키아먀, 다시 한 번 확인하는건데, 그거 정말로 실존하는거야?"
"아직도 의심하는거냐 넌. 하가쿠레 사쿠라는 실물이라니까. 참고로 알아봤더니 쿨 계 마법소녀로서 일부 일대에서는 인기라더라."
……일부 일대는 뭐야. 하지만, 아무래도 세간에는 츠구미가 생각하고 있는 이상으로 『하가쿠레 사쿠라』의 존재는 유명한 듯 하다.
"요즘 밖에서 얼굴을 빤히 쳐다보는 느낌이 든 건, 어쩌면 그거 때문인가? 크윽, 모테기(이성에게 인기가 많은 시기)가 온 줄 알았는데……"
전날, 다른 학교의 여고생들이 열심히 주시한 건, 분명 그 아이가 『하가쿠레 사쿠라』를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슬슬 본격적으로 변장을 생각해야 할 지도 모른다. 도수가 없는 안경이라도 사야 하나.
그런 대화를 아키야마와 하고 있으면, 유키타카는 불쾌한 듯 아키야마에게 말했다.
"흐음. 잠깐 그 휴대폰 좀 보여줘."
"에, 싫은데."
득달같이 아키야마가 거부를 선언한다. ……기분탓인지 주위의 기온이 내려간 듯 한 느낌이 들었다.
――아아. 또 시작됐다.
츠구미는 갑자기 아파오는 이마를 살짝 눌렀다. 이렇게 될 것은 알고 있었지만, 사이에 낀 몸으로서는 조금 곤란하다.
"하? 어째서?"
"아니, 하지만 이상한 앱 같은 걸 깔거나 하면 싫은걸. 애초에 네게 내 소지품을 만지게 하고 싶지도 않아."
우선 전제로써, 유키타카와 아키야마――라고 할까 다른 반 애들은 사이가 나쁘다. 그 원인의 9할은 유키타카 쪽에 있으니, 반 애들을 탓할 순 없다.
그리고 애초에 아키야마가 말하고 있던 것은, 실제로 유키타카가 저지른 일 중 하나이다. 많든 적든, 반 애들은 유키타카의 악랄함을 알고 있다. 흔히 츠구미에게도 「그런 녀석과 어울리는거 그만 둬?」라고 선의의 충고를 하지만, 현재는 아직 그럴 예정이 없다.
유키타카도 약간 츠구미에게 집착할 때도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우정의 범주일 것이다. 어쩌면, 마음에 드는 장난감을 놓고싶지 않은 아이의 감각일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츠구미는 말다툼하는 두 사람에게 다가갔다.
"두 사람 다 그 쯤 해둬. 자, 내 핸드폰을 사용해도 되니까."
"응, 고마워."
"자신의 것을 쓰면 좋을텐데. 나나세가 그렇게 다 받아주니까 이녀석이 기어오르는 거야. 정말이지, 어째서 너 같은 녀석이 이녀석 편을 드는거야. 약점이라도 잡혔어?"
"딱히 그런건 아닌데……"
동영상 사이트를 검색해, 그대로 핸드폰을 유키타카에게 건넸다. 하지만, 그것을 보고 있던 아키야마에게 가볍게 막혔다. 츠구미 자신은 위협받고 있는 것은 아니니, 그런 식으로 말해지는건 곤란하다.
반면 유키타카는 아랑곳하지 않고, 아키야마의 말을 무시하고 있다. 아마 그런 점이 반감을 사는게 아닐까.
"하가쿠레 사쿠라, 라…… 확실히 츠구미 짱이랑 많이 닮았는걸."
"나로서는 너무 닮아서 섬뜩하지만 말이지."
츠구미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을 하고서 그렇게 말했다. 어디까지나 나나세 츠구미에게 있어서 『하가쿠레 사쿠라』는 타인이어야만 한다.
그러나, 유키타카의 감은 날카롭다. 과연 츠구미의 서투른 연기로 속일 수 있을까. 그것만이 걱정이다.
그런 불안을 모른 채 유키타카는 츠구미를 바라보더니, 씨익 하고 악의가 없는 미소를 띠었다.
"하지만, 결국은 닮기만 한 타인이잖아. 이런걸로 소란을 피우다니 좀 시시하네. 아―아, 신경써서 손해봤어."
"너, 말투 좀 신경 써…"
반 안에서의 살기가 넘치는 시선을 느끼며, 츠구미는 살짝 위를 눌렀다. 왜 유키타카는 이렇게 전방위적으로 적을 만들고 싶어하는걸까.
――하지만, 분명 별 의미는 없을 것이다.
그렇게 하고 싶으니까, 그렇게 한다. 남의 눈을 신경쓰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뜻대로 행동한다. 그것을 강함이라고 불러도 좋을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삶이 가끔은 부럽기도 한다.
뭐, 따라할 생각은 없지만.
"너무 남을 부추기지 마. 너무 지나치면 메부키 선배를 불러오겠어."
츠구미가 그렇게 말하자, 유키타카는 노골적으로 언짢은 얼굴을 하고 츠구미를 노려보았다.
메부키 선배는 츠구미에게 있어서는 상냥하고 잘 돌봐주는 선배지만, 유키타카와의 상성은 죽을 정도로 나쁜 것 같다. 아무래도 얼마 전, 선배에게 설전에서 진 것을 아직도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는 듯 하다. 정말로 싫은 표정을 하고있다.
"……내 앞에서는 그녀석 이야기 하지 마. 구역질 나니까."
"네 네, 그렇게 생각하면 아무 말 하지말고 자리에 앉아줘. ――다들 미안. 기분 나쁘게 해서."
츠구미는 그렇게 말하며,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딱히 츠구미가 사과할 필요는 없지만, 사건의 발단은 『하가쿠레 사쿠라』이다. 조금은 츠구미에게도 책임이 있는 것이다.
반 아이들은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지만, 잘못이 없는 츠구미에 대해서는 강하게 말할 수 없는 듯 보였다. 그만큼 유키타카에 대한 시선은 좋지 않지만, 그건 자업자득이다.
……하지만, 도움이 된 것도 사실이다. 딱히 노린 것은 아니지만, 유키타카가 대화에 끼면서 왠지모르게 이 화제는 NG같은 분위기가 됐기 때문이다.
――혹시, 유키타카는 전부 알고 있어서 그런 태도를 취했다, 라던가.
……그럴 리 없나.
츠구미는 누구에게도 마법소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 않다. 일상생활은 평소대로 보내고 있었고, 교제도 별로 문제는 없었을 것이다. 눈치챌 만한 요소는, 아마 없을 것이다.
"응? 왜 그래, 츠구미 짱."
"아니, 아무것도 아냐."
얌전히 자리에 앉아있는 유키타카에게선, 츠구미를 의심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틀림없이 츠구미의 지나친 생각일 것이다.
◆◆◆
"――라는 일이 학교에서 있었어."
"흥, 인간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생겼나. 좀 귀찮아졌군."
집에 돌아온 뒤, 벨에게 오늘 있었던 일을 얘기하자, 떫은 표정을 지으며 그렇게 말을 했다.
"공개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상, 지명도가 점점 높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말야. 하지만 귀찮다는건 나도 동의해."
원래, 츠구미는 사람에게 주목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반에서도 말했듯이, 요즘은 『하가쿠레 사쿠라』와 닮은 츠구미 자신도 타인의 시선이 모여오고 있는 것 같았다. 무사태평하게 모테기라고 생각했던것이 부끄럽다.
언제나 유키타카와 함께 있어서인지, 츠구미는 별로 인기가 없다. 그야, 두 사람이 있으면 잘생긴 쪽에 쏠리게 되는건 당연하잖아. 분한건 아니지만, 조금 허탈하다.
"하지만, 역량을 평가받는다 생각하니 조금 기분은 좋은걸. 노력을 인정받은 기분이야."
우상이 아닌, 영웅으로서 평가받고 있다면, 이 정도로 영광스러운 일은 없다. 어쩔 수 없이 시작한 마법소녀 생활이지만, 츠구미에게도 약간의 애국심은 있다.
"그 정도로 기뻐할 수 있는거냐. 싼 남자로군, 네놈은."
"으―음, 벨 님은 조금 더 나를 칭찬해 줘도 된다 생각하는데……"
늘 그렇듯이, 벨은 츠구미에 대해 신랄하다. 제대로 칭찬해 준 건 한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이다. 당근과 채찍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이상하다. 만약 츠구미가 보통 여자였다면, 이미 오래전에 마음이 꺾였을것이다.
그런 츠구미의 말에, 벨은 코웃음을 치며 답했다.
"웃기지 마라. 인간이라는 것은 응석을 받아주면 기어오른다. 격려하는 정도면 충분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극론이다. 하지만, 벨은 벨대로 인간에 대해서 생각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세 달동안 함께 지내며, 그런 트라우마적인 무언가가 있다는 것은 짐작하고 있다. 인간을 싫어하지 않는것 만으로도 다행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건 사람에 따라 다르다 생각하지만. 뭐, 나는 그걸로 좋아."
츠구미는 비교적 너그러운 사람이다. 실질적인 손해가 나오는 취급을 받지 않는 이상――막말을 하는 정도라면,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그건 다정함 때문이 아니라, 그냥 둔한 것 뿐이지만.
"그러고보니, 어느 정도 인기가 있는 마법소녀에겐, 잡지의 취재나 TV출연 등의 의뢰가 오는것 같던데. 『하가쿠레 사쿠라』에게는 아직 그런게 없지만."
"아아, 간혹 의뢰는 왔다. 전부 거절하고 있지만."
"엣, 농담이지?"
츠구미는 놀란 듯한 소리를 냈다. 라고 할까, 그런 의뢰는 우선 벨 쪽으로 오는건가. 그것도 몰랐다.
시스템은 잘 모르겠지만, 역시 정부 등을 경유해 벨에게 연략이 오는 것일까. 벨은 그 부분에 대해 츠구메에게 자세히 말해주지 않아서, 그 부분은 좀 이해할 수 없다.
"딱히 특별한 것은 아니다. 야생――재야의 마법소녀는 그다지 세상에 정보가 나돌지 않으니까. 정부 측은 조금이라도 정보를 알고 싶을테니."
"아, 그런건가."
순수하게 『하가쿠레 사쿠라』에게 흥미가 있는 것이 아닌, 이 경우는 재야의 벨의 계약자에게 흥미가 있는것 일 것이다.
벨의 말로는, 밸 자신은 나름대로 힘이 있는 신 같으므로, 정부가 신경쓰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건 그렇고, 네녀석의 친구――분명 유키타카 라고 했던가?"
그렇게 말하며, 드물게 벨이 츠구미의 교우관계에 대해 물어왔다. 이상하게 생각하면서도, 츠구미는 대답을 했다.
"응, 그런데. 유키타카가 왜?"
"그런 종류의 인간은, 언젠가 너를 배신할 것이다. 빨리 인연을 끊어버리는게 좋아."
갑작스러운 말에, 츠구미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갑자기 이런 말을 꺼내다니, 대체 무슨 바람이 분 걸까.
"이전에 네 상태를 보러 갔을 때에 봤지만, 그것은 안 된다. 혼이 탁해져 있어. 세상이 세상이었더라면 악덕한 무리로서 살해당할 정도다."
"신 님이 그렇게 말할 정도로 위험한 건가, 그 녀석……"
역시 조금은 과장된 거겠지만, 유키타카의 성격이 근본부터 일그러져 있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츠구미는 왠지 모르게 잘 어울리고 있지만, 유키타카의 심경이 바뀌면 순식간에 버려질 것이다. 그 정도의 예상은 간단히 할 수 있다.
――하지만, 유키타카는 소중한 친구다.
"충고는 고맙지만, 그래도 유키타카는 내 친구니까."
두 사람 사이에,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었던 건 아니다. 그냥 왠지 모르게 같이 있었고, 어쩐지 친해져서, 지금에 이르렀다.
――하지만, 친구는 그런거잖아? 친해지는 것에, 이유는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유키타카를 아는 사람들 모두가, 츠구미의 생각을 무르다고 말한다. 아아, 그들의 말 대로이다. 그러나 츠구미는 유키타카를 버리지 못한다.
"벨 님이 말한대로 언젠가 배신당할 때가 온다고 해도, 그 때는 그때가서 생각할게. ……나는 그녀석을, 그렇게까지 싫어할 수 없어."
"……맘대로 해라. 무슨 일이 있어도 나는 모르니까."
"응. 걱정끼쳐서 미안해."
"딱히 네녀석의 걱정을 하는게 아니다. 무슨 일이 있으면 내가 귀찮다 생각하는 것 뿐이지."
칫, 하고 혀를 치며 벨은 짜증이 난 듯 말했다. 검은 꼬리가 탁탁하며 책상을 두드리고 있으므로 지금 감정을 알기 쉽다.
"……만약을 위해 묻는데, 설마 네녀석, 남자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겠지?"
――그 남자도 얼굴만은 봐 줄만 하니까, 하고 벨은 덧붙였다.
"그럴 리 없잖아!?"
벨의 그 말에, 츠구미는 진심으로 싫은 얼굴을 하고 고개를 저었다. 그것만은 절대 있을 수 없다. 츠구미는 평범하게 예쁜 여자를 좋아한다.
"그런 착각만은 정말로 용서해 주었으면 해. 나는 노말이니까……!"
아무리 얼굴이 예쁘다고 해도, 남자인 시점에서 그러한 눈으로 보는건 불가능하다. 적어도 츠구미는 말이다.
"그렇다면 다행이군. ――겸사겸사 해서 묻는데, 네녀석은 어떤 여자가 좋지?"
"그렇네. 굳이 예를 든다면――"
그렇게 말하며 츠구미는 턱에 손을 대고 생각했다. 구체적인 예를 든다면 한 사람밖에 없을 것이다.
"――메부키 선배같은 사람, 이려나."
――그 사람은 유키타카의 천적. 한 살 위의 선배이자, 귀여운 안경을 쓴 여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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