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미소의 의미
――한편 그 무렵, 하코네에서 10킬로정도 떨어진 곳에 한 대의 헬기가 착륙했다.
거기서 나온 것은, 두 소녀였다. 아니, 그 중 한 명은 소녀라기보다는 여성이라고 하는게 적절할 것이다.
육화의 서열 3위, 스즈시로 란. 그리고 서열 5위 히츠기 아이리. 이 두명이야말로, 정부에서 파견되어 온 마법소녀이다.
대학생에서 사회인 사이 정도의 연령으로 보이는 여성――히츠기는 헬리콥터에서 내리자마자, 마중나온 현지의 재해 대응 직원에게 상황을 물었다.
"지금의 상황은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현재도, 급히 대응하러 온 C급 마법소녀가 응전중입니다. 하지만 이 상태라면, 여러분의 차례도 금방일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까…… 비추는 거울은 어디에 있습니까? 향후 대응을 검토하고 싶기에, 싸우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만."
"네. 이쪽으로 오십시오."
직원이 그렇게 대답을 하고, 히츠기와 스즈시로는 그 뒤를 따라 걸었다.
입을 다물고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던 고교생 정도의 소녀――스즈시로는 히츠기의 소맷부리를 잡아당기며, 불만인 듯 입을 삐죽거렸다.
"저기, 아이 짱. 왜 싸우고 있는게 C급 애야? 우회적 자살인가 뭔가 하는거야?"
"……스즈시로 씨. 당신, 헬기 안에서의 설명을 전혀 듣지 않으셨군요? 제대로 설명했잖아요. 정부에 실수가 있어서, 재야의 전이 스킬을 가진 아이가 선의로 달려와 주었다고요. 그렇게 말해서는 안 됩니다."
히츠기는 눈살을 찌푸리고 책망하듯 그렇게 말했다. 그러나 스즈시로는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그랬던가? 하지만 그 아이가 죽는건 변함없잖아. 그렇지 않으면, 우리들은 여기에 불리지 않았겠지."
"사물에는 겉과 속이라는 게 있습니다. 당신도 사람의 위에 설 입장이니까, 말을 조심하지 않으면――"
"네 네, 알겠습니다―. 다음부터 조심하겠습니―다."
히츠기의 말을 끊으며, 스즈시로는 대충대충 대답을 하며, 귀찮은 듯이 귀를 막는 시늉을 했다. 히츠기는 그것을 보고 기가 막힌 듯 한숨을 내쉬고, 이걸로 이야기는 끝났다는 듯이 앞으로 돌아섰다.
――쉬는 날 갑자기 불려나가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설마 이 아이와 함께라니.
히츠기는 마음속으로 그렇게 혼잣말을 했다. 히츠기는 그녀보다도 연상이지만, 육화로 선택된 것은 스즈시로가 1년 빠르다. 서열도 그녀 쪽이 위이기 때문에, 그다지 강하게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정부 사람들도, 좀 더 궁합을 고려해 줬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생각했지만, 히츠기를 긴급소집했을 때의 하코네의 상황은 일각일초를 다투는 사태였던 것 같으니, 불평만 하고 있을 순 없다.
"도착했습니다. 거울은 이쪽에 있습니다."
그렇게 생각을 하다, 비추는 거울이 있는 곳에 도착한 듯 하다.
작은 사당 같은 건물 안에, 두 개의 커다란 거울이 마주보도록 세워져 있다. 일본 각지에 배치되어 있는 이 대경은, 가장 가까이에서 벌어지는 마수의 싸움을, 자동적으로 비추는 기능을 갖고 있다.
평상시엔 일반인에게 개방되지만, 이번처럼 상급마수에 대응해야 하는 경우는 이렇게 정부인들이 우선으로 사용할 수 있다.
히츠기들은, 그 중 하나――마수가 메인에 비추어진 거울을 들여다 보았다.
"안내 감사합니다. ……이건, 엄청나네요."
"우와, 이녀석 엄청 기분나쁘지 않아?"
히츠기와 스즈시로는, 거의 동시에 소리를 높였다. 말은 다르지만, 그것이 가리키는 의미는 비슷했다.
가장 먼저 눈을 끄는것은, 그 마수의 역겨움이다.
호수의 절반을 덮을 듯이 뻗은 그 구불구불한 것――여러 겹으로 얽힌 뱀으로 만든 촉수 같은 것이, 마치 채찍처럼 휘어져 산이나 마을을 파괴하고 있다. 그 뱀들은 입에서 광선같은 것을 쏘며, 피해를 키워나갔다.
몇몇 촉수의 중앙에 있는 덩어리――아홉개의 머리를 가진 뱀들은 여유롭게 고래를 쳐들고 있었다.
"이 개체의 상세 정보를 정리했습니다. 확인해 주십시오."
직원으로부터 개체명과 전투 상세 등이 담긴 서류를 받고 급히 훑어본다. 그 중에, 약점은 아마 독이라는 표기를 발견하고, 히츠기는 무심결에 스즈시로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적성은 【독】이다. 확실히 이번 적에게 맞춘 듯한 인선이다.
스즈시로도 그 표기를 눈치챈 것인지, 알기 쉽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뭐야. 이거라면 다음은 내가 싸우는 편이 빠르겠네. 아, 아니면 아이 짱이 싸우고 싶어?"
"아뇨, 확실히 이길 수 있는 쪽이 싸우는게 적확하겠죠."
헛되이 목숨을 끊지 않으려면, 그보다 나은것은 없다.
히츠기는 육화라 불리는 마법소녀의 최고봉으로 꼽히지만, 실력 자체는 그리 높은 편은 아니다. 스킬 상성이 맞지 않으면, B급 상대로도 고전할 때가 있을 정도다.
……히츠기 자신도, 자신이 왜 육화로 선택되었는지 잘 모른다. 운이 좋았던 것일까, 아니면 나빴던 것일까. 애초에 아무리 A급 이상의 마법소녀로부터의 선발이라고 해도, 실력이 아닌 국민투표로 그것을 선택하는 것은 어떨까.
히츠기는 내년 1월에 있는 투표를 생각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침울해진다. 누가 뽑혀도, 결국 귀찮아 질 것이 확싫다ㅏ.
――『육화』의 간판은, 평범한 마법소녀에게는 너무 무겁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면, 히츠기는 스즈시로가 등을 가볍게 두드리는 것을 느꼈다.
"아이 짱. 잠깐 이것 좀 봐."
"무엇입니까?"
드물게 딱딱한 목소리를 내는 스즈시로에게, 히츠기는 고개를 돌렸다. 그녀가 이렇게 진지한 목소리를 내는 건, 정말 드문 일이다.
그리고 히츠기는, 그녀가 가리킨 것――마법소녀를 비추고 있는 거울을 응시했다. 그 광경에, 자신도 모르게 숨을 삼켰다.
――왜 이 아이는 웃고 있지?
그 거울에 비친 것은, 만신창이가 된 한 명의 마법소녀였다. 옷은 엉망진창으로 진흙이 묻어있었고, 손발에는 얕지 않은 상처가 여럿 있었다.
실력차는 아무리 봐도 분명하다. 그녀――하가쿠레 사쿠라가 아직 살아있는 것은, 그녀가 가진 『전이』 스킬이 너무나도 우수하기 때문이다.
거리를 무시한 단독 이동 스킬. 그 쿨타임은 대략 5초 이내. 다양한 마법소녀들 중에서도 빼어난 스킬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깝다. 분명 이런 일이 없었더라면, 우수한 마법소녀로서 앞으로도 계속 활약했을 것이다.
그녀는 과감하게 라돈의 본체에 덤벼들지만, 공격이 닿더라도 결정타를 낼 만한 공격수단이 없는 듯 해, 큰 데미지를 입히지는 못한다. 때로는 꼬리에 몸을 던져 날아가, 공중에서 떠돌때도 있다.
하지만, 그 입가에는 언제고 즐겁다는 듯 호를 그리고 있었다. 마치, 전력으로 싸우는 것을 즐기는 것 같이.
――이런 건, 아무리 봐도 앞으로 죽는 인간이 지을 표정이 아니다. 히츠기는 떨리는 듯한 소리를 필사적으로 억누르며, 조용히 말했다.
"그녀는, 아직 이길 작정이군요."
그 목소리에는 확신이 가득했다.
――하가쿠레 사쿠라는,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은 것이다. 진심으로, 자신의 승리를 믿고 있다. 과연 그것은 무지에서 오는 만용인가, 아니면 뭔가 다른 방책이 있는 것인가. 히츠기로서는 판단이 서지 않았다.
"유감이네. 이런 애를 전부터 알았더라면, 친구가 되고 싶었는데."
스즈시로는, 매우 유감이라는 듯 말했다. 그녀는 보기에도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있었고, 노골적으로 낙담하는 모습이었다.
히츠기가 신기한 듯 스즈시로를 바라보자, 스즈시로는 살짝 쑥스러운 듯 웃었다.
"에헤헤. 나 말야, 이렇게 무슨 일이 있어도 포기하지 않는 녀석들을 아주 좋아해. 왜냐면, 멋지잖아?"
스즈시로는 순진하게 그렇게 말했다. 그 거짓없는 솔직한 말은, 히츠기에게는 조금 눈부시게 느껴졌다.
"……그렇네요. 저도 싫지는 않아요."
하지만, 히츠기는 알고 있었따. 마법소녀는, 그런 용기있는 사람부터 먼저 죽는 것이다.
이 가혹한 환경에서 몇년이나 살아있는 마법 소녀의 대부분은, 겁쟁이거나 강한 사람들 뿐이다. 히츠기도, 그 중 한 명이다.
――그렇기에, 그녀들과 같은 『진짜』는 보고 있으면 괴로워진다. 자신의 왜소합을 비난받는 듯 한 기분이 되기 때문에.
"――하가쿠레 사쿠라가 행동을 정지했습니다. 현재 스킬을 이용하여 종적을 감춰, 호수 부근의 신사의 기둥문 위에서 계약 신과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거울을 관측하던 직원이 두 사람에게 그렇게 말했다. 거울을 보면, 희미해진 하가쿠레 사쿠라가, 호수 쪽을 계속 바라보며, 옆에 떠 있는 고양이 같은 것에게 귀엣말을 하고 있다.
――그것은 마치 잡담을 하는 듯한, 온화한 모습이었다. 자꾸 변하는 표정이, 그 자리가 전장이라는 것을 느낄 수 없었다.
그리고 하가쿠레 사쿠라는 정말 즐거운 듯한 미소를 지으며, 슬그머니 왼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 직후,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눈을 의심하는 광경을 보게 된다.
◆◆◆
뱀의 목을 떨구고 이탈――히트&어웨이를 반복하길, 벌써 수십분.
아마 후방지원 마법소녀는 이미 하코네에 도착헀을 무렵일 것이다. 이로써 최소한의 일은 완수했다고 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며, 츠구미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기력은 충분하지만, 실제로는 궁지에 가까운걸. ――저녀석, 정말 어떻게해야 죽는걸까."
츠구미는 투명화 스킬을 사용해, 신사의 기둥문 위에서 날뛰는 라돈을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수십개의 목을 떨어뜨렸지만, 다소 움직임이 무뎌진 정도로, 특별히 효과가 있는것 같은 기색도 없다. 이대로 특공을 이어가도, 츠구미가 힘이 다하는 게 빨라질 뿐.
지금의 츠구미로서는, 라돈에게는 이기지 못한다. 인정하기 싫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싸움을 포기할 생각은 전혀 없지만, 이대로는 점점 악화될 뿐이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저기, 벨 님. ――만약 한가지 비장의 수단이 있다고 하면, 어떻게할래?"
"그런 게 있었냐? 그럼, 왜 빨리 쓰질 않는거냐."
츠구미가 그렇게 묻자, 벨이 난데없이 옆에 나타나 그렇게 대답했다. 확실히 그렇긴 하지만, 지금까지 쓰지 않은 이유는 확실히 존재한다.
"자세히는 말할 수 없지만, 능숙하게 할 확증이 없었어. 경우에 따라서는, 그냥 헛되이 죽게 돼. ……아니, 아마 죽을 가능성이 높을지도 몰라."
아무리 생각해도, 츠구미가 생각한 방법은 제대로 된 수단이 아니다. 이론도 아무것도 없는것도 아니고, 희망적 관측으로 너무 기울어 있다.
여기서 설명을 할 수 없으므로 자세한 내용은 말할 수 없지만, 그것은 거의 도박과 같은 것이다. 확실히 말하면, 자멸할 확률이 높다.
"실패하면 분명 【하가쿠레 사쿠라】는 웃음거리가 돼. 『어이어이, 저 바보는 뭘 한거야?』 라고말야. 계약신인 벨 님도, 다른 녀석들에게 이상하게 보일지도 몰라. ――그렇지만, 부디 이 폭거를 용서해 줘. 나는, 절대로 저 녀석에게 이기고 싶거든."
그렇게 말한 츠구미는, 정말 미안한 듯이 웃었따.
평온한 듯 말했지만, 츠구미의 몸은 이미 한계를 넘어서 엉망진창이다. 언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다. 이 절망적인 현상을 타파하려면, 이제 도박에 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더 이상 벨에게 민폐를 끼칠 수는 없다. 만약 안 된다고 말한다면, 깨끗이 포기하고 다른 방법을 찾을것이다.
머리를 숙인 츠구미를 보고, 그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전에도 말 했겠지. 벌써 잊은거냐?"
"뭐더라?"
"나는 네놈에게 싸움을 일임하고 있다. ――그러니까, 그런 사소한 일은 묻지 마라."
벨의 그 말에, 츠구미는 무의식 중에 입을 멍청하게 크게 벌렸다.
그리고 참을 수 없는 듯, 배를 잡고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고, 벨이 불만스러운 듯이 말을 했다.
"어이, 뭐가 이상하냐."
"아 아니, 그치만. 벨 님이 너무 멋지니까. 정말로, 벨 님이 내 신이라서 다행이야!"
맺힌 눈물을 닦고, 똑바로 적을 바라본다.
――아아, 다행이다. 이걸로 걱정거리는 없어졌어. 나머지는 각오를 다지는 것 뿐.
그렇게 생각하며, 츠구미는 평온한 마음으로 숨을 토했다.
――지금의 『하가쿠레 사쿠라』로는 라돈에게 이길 수 없다. 그렇다면 ――이길 수 있는 『하가쿠레 사쿠라』가 되면 된다.
싸움을 거듭하는 것으로, 마법소녀의 힘――스킬은 자연스레 강화되어 간다. 지금은 실의 스킬도 여러가지 응용이 가능하고, 투명화 스킬도 처음보다 할 수 있는 것이 증가헀다. 마음만 먹으면 모습뿐만이 아니라 온도나 존재까지 지울 수 있다.
하지만, 단 하나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스킬이 있다. 츠구미는 지금까지 그걸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슬슬 변해야 할 것이다.
――【폭식】 스킬을 성장시킨다. 다른 무엇도 아닌 츠구미의 의지의 힘에 의해서.
츠구미는 벨을 믿고있다. 그렇기에, ――그의 일화가 유래된 힘의 스킬이 그 정도만으로 끝날 리 없다. 그렇게 강하게 생각한다. 그렇게 믿는다.
"――하가쿠레란, 사지에서 활로를 찾아내는 것이야."
이제 와서 보면, 이 이름도 딱 맞춘 듯 츠구미의 현 상황에 잘 들어맞는다.
츠구미는 웃으며, 왼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필요한 것은, 아주 적은 용기와 각오. 나머지는 신의 기적 뿐.
"선불이야. 죽지 않을 정도로 전부 가져가. ――자, 먹어라 【폭식】!!"
츠구미의 말을 듣고, 벨이 고함과 같은 소리를 질렀다.
"어이, 네놈 설마――!!"
하지만, 이미 늦었다.
――그 선언과 함꼐 나타난 검은 짐승의 입은, 츠구미의 왼손과 오른발을 먹어치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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