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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번역/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1장 22. - 신대(神代)의 괴물

by 린멜 2019. 8. 21.


22. 신대(神代)의 괴물





"――왔나."



벨이 그렇게 중얼거리는 순간, 츠구미의 몸에 미약한 전류 비스무리한게 흘렀다. 아마 이것이 마법소녀가 결계를 펼칠 때의 감각이겠지. 지금까지는 결계를 펼치는 것도 벨에게 맡기고 있었기 때문에, 왠지 신선한 기분이다.


세계가 사본으로 덮어짐에 따라, 하코네의 아시노 호수 주변에 짙은 안개같은 것이 퍼져나갔다.


그와 동시에 느껴지는, 굉장한 중압. 살살 찌르는 듯한 기색은, 대립하는 것 만으로도 기가 죽어버릴 정도로 무서운 것이었다.



아시노 호수의 보이는 그 그림자는, 지금까지 싸운 마수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거대했다. 그리고 안개가 걷히면서, 그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그것은, 커다란 뱀이었다. 아니, 게다가 한마리도 아니다.


아홉 마리의 거대한 금빛 뱀이 겹쳐 뒤얽혀있는 묘한 모습을 하고 있다. 몸길이는 대략, 300에서 500미터 사이. 한 마리의 몸통의 굵기는 지름 3미터 정도로, 단체로 봤을땐 좀 땅딸막한 체형을 하고 있다.


얼핏 보면 야마타노 오로치처럼 보이지만, 위화감이 있다.



"저건 라돈이군."



벨이 그렇게 중얼거렸다.



"라돈이라면,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그 뱀?"



츠구미의 물음에, 벨은 고개를 끄덕였다.


――라돈. 그것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백(百)의 머리를 가진 커다란 뱀을 가리키고 있다. 유명한 것은 헤라클레스의 12과업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눈 앞의 뱀은, 일화와 달리 아홉 개의 머리와 꼬리만이 있었다.



"머리가 아홉 개 밖에 안 되니까, 분명 『구두룡 전승』에 비유한 거구나 했는데, 아니었구나."



아시노 호수를 근거지로 삼았던 사악한 구두룡을 승려가 설복시켜, 수호신으로 승화시켰다는 전승이다. 요전에 치도리가 하코네의 신사에 대해서 이야기했기 때문에, 그 전승을 기억하고 있었다.


츠구미가 그렇게 설명하자, 벨은 감탄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생각한대로군. 이 땅에 남아있는 『위험』을 그릇으로 한 것인가. 그래서 출현하기까지의 시간이 짧았던 것이로군."


"엣, 무슨 말이야?"


"간단한 이야기다. 녀석은 지상에 내려오는데, 이 땅에 존재했다고 하는 『구두룡』이라는 마물――인간들이 그렇게 정의한 그릇 속에, 라돈이라는 내용물을 집어넣은 것이다. 그런 방법이라면, 이번처럼 단기간에 출현이 가능한 것도 납득이 가는군."


"……흐응?"



츠구미로서는 좀 이해하기 힘든 설명이었지만, 다시 말해 원래 사람들이 멋대로 만들어 낸 구두룡의 이미지 안에, 라돈이 들어갔다는 것으로 보면 좋은것일까.



"그렇다면 이번 일은 야타의 거울의 고장이 아니라, 언제나와 같은 정확한 예감이 되는 건가? ……이런게 몇 번이나 계속된다면, 정부도 대응하기 힘들겠는걸."



――정말로 귀찮은 이야기다.


하지만 일본 정부도 바보는 아니다. 벨이 말한 추측 정도는 간단하게 도달할 것이다. 하지만, 대책이 있는가 없는가는 또 다른 이야기겠지만.


뭐, 그에 대해선 정부가 노력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은 눈 앞에 있는 것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



마수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다고 해서, 딱히 방심했다거나 한 건 아니다. 벨과 이야기를 하면서도, 츠구미는 계속 라돈을 관찰하고 있었다.


라돈은 호수의 얕은 여울을 느릿느릿한 움직임으로 기어다니고 있다. 아무래도 저 상태라면 움직임은 느린 것 같다.



――우선 첫 시작은, 가장 우측의 목을 공격해 보자.


자기 자신을 스킬로 투명화 해, 전이로 가까온 곳에 살며시 다가가, 실을 목에 휘감아 절단을 시도했다.



"……에?"



그 목은, 손에 느낌조차 못 느낄 정도로 간단히 양단됐다. 피를 내뿜으며, 황금빛의 목은 호수로 떨어졌다. 그 찰나――목의 머리가, 씨익 웃는 느낌이 들었다.


첨벙, 하고 소리를 내며 목이 호수에 가라앉는다. 느낌이 없었던것도 그렇지만, 어째서 이 뱀은 목이 하나가 떨어져 버렸는데 당황하지 않는것일까?



――하지만 그 이유는, 금방 알 수 있었다.



"우, 와아."



엄청난 소리를 내며, 몸통으로부터 새로운 목이 자라났다. 간단히 쓰러뜨릴 수 없다고는 생각했는데, 역시 그런 타입인가.


……라는건, 아까 떨어뜨린 목도 위험――



"――읏!!"



오한을 느끼고, 실을 이용해 그 자리에서 순식간에 벗어난다. 쿵 하고 방금 전에 있던 곳에서 뭔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뒤돌아보니, 거기에는 크레이터와 같이 크게 도려내어진 지면이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호수에서 뱀이 얼굴을 드러내고, 이쪽을 향해 크게 입을 벌리고 있었따. 어렴풋이 입가에 연기같은 것이 나고 있었다.


라돈의 몸체는 정위치에서 움직이지 않았던 것을 생각하면, 그것은 분명 츠구미가 떨어뜨린 목일 것이다.



――그건 그렇고,



"요즘 용종은 모두 빔을 쏘는거냐고……"



달갑지 않은 사실이다. 그러나, 마수의 대부분은 사람이 가진 이미지를 원형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하니,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용=빔』이라고 생각하는걸지도 모른다. 게임을 너무 많이 하는거 아냐?



그건 어쨌든, 목을 떨어뜨린 것은 악수였을지도 모른다. 실을 호수 속에 숨겨놓고, 떨어진 목의 형태를 확인해봤지만, 목 자체에도 재생능력이 있는 듯, 완전히 몸통이 부활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유격부대를 늘려 버릴 뿐이다.



"물에 잠겨있는 게 귀찮은걸. 역시 물 속이라 실의 움직임도 무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라돈 본체 부근에 탐색용의 실을 보낸다.


어째서 저 본체는, 일체의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것일까. 츠구미는 처음부터 격렬한 공방이 계속되는 것은 아닐까 하고 전전긍긍했지만, 저렇게도 움직이지 않는걸 보면 다른 무언가를 하고 있는것은 아닌지 의심하게 된다.



――라돈의 특성이란. 백의 머리의 행방. 불사로 여겨지는 설. 체내에 입이 있다. 예전에는 독화살로 죽었다. 다양한 기억을 되짚어, 뭔가 대책이 없는지 생각한다.



"……응? 뭐지, 이건."



핫 하고 호수를 바라본다. 마음 탓인지, 수면의 높이가 상승하고 있다. 그리고 바람도 불지 않는데, 파도가 일렁이는것 마냥 수면이 흔들리고 있다.



꾸욱, 하고 손끝의 실을 당겼다.


――라돈의 반응이, 처음보다 커? 아니, 증식하고있어――!!



츠구미가 그것을 눈치챈 순간, 수면의 일부가 부풀어올랐다. 그리고 하늘을 향하듯이, 금빛의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츠구미는 그 금빛을 올려다보았고――눈이 마주쳤다.



순간적으로 전이를 써서, 반대편 산으로 이동한다. 생각할 틈도 없이 움직였지만, 아무래드 그것은 정답이었던 것 같다.


가가가가갓!! 하고 큰 것이 무너지는 듯한 폭음이 주위에 울려퍼진다. 원래 있던 곳으로 시선을 돌리자, 그곳에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산이 도려내졌어……:



반대쪽의 산은, 커다란 무언가에 긁힌 듯 갈색의 지표면이 노출되어 있었다.


그것을 그렇게 만든건, 저 금색의 촉수――아니, 뱀의 집합체다.



"움직이지 않았던 것은 물 속에서 분열하고 있었기 때문인가…… 저런건 어떻게 쓰러뜨려야 하는거야."



산의 파괴로 인해 생긴 모래먼지가 개어간다. 위에서 볼 수 있는 촉수, 아니 뱀의 꼬리의 수는 여섯개. 이것은 추측이지만, 분명 본체의 목과 같은 수만큼, 저 긴 꼬리를 호수 속에 숨기고 있을 것이다.



"저게 원래 라돈의 모습일지도. ――확실히 괴물 그 자체인걸."



한개의 꼬리의 길이는, 약 2천미터. 경우에 따라서는 더 늘어날 것이다.


게다가 그 꼬리는 군데군데 있는 머리로부터 원거리 공격을 할 수 있는 광선까지 쏜다. 공격 범위만 따지면 아시노 호수 주변은 완전히 덮었다 봐도 무방하다.



――상황이, 결코 좋다고는 할 수 없었다.



츠구미는 팽팽하게 둘러친 실 위를 달려, 꼬리의 공격을 피해 본체를 목표로 했다.


저 본체가 일화 그대로 백의 머리를 가진 것이라면, 백 번 목을 잘라내어 재생하지 못하도록 하면 된다, 아무리 A급의 마수라 하더라도, 그 힘의 리소스는 무한하지 않을 것이다. 무한히 계속 재생하는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지난번의 와이번전과 같은 원거리 공격도 생각해봤지만, 그것은 피탄까지의 시간이 너무 걸린다. 도중에 꼬리를 사용해 수비를 단단히 한다면, 본체에 대미지는 거의 없을 것이다.


다행히도, 츠구미의 능력은 지구전에도 적합하다. 피탄만 당하지 않는다면, 몸이 움직이는 한 계속 싸울 수 있다.


――본체의 목을 하나 잘라내고, 전이로 이탈한다. 여유가 있다면 목이 떨어지기 전에 갈기갈기 찢고, 잘게 써는것도 잊지 않는다. 그것을 계속 반복한다. 간혹 꼬리의 공격이 스치지만, 딱히 움직임에 이상이 생기는 상처는 아니다.


――마음속에 미미한 불안은 남아있따. 이 머리를 떨어뜨리는 행위가, 정말로 효과가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그저 적을 늘리는 것일 뿐, 아무런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만약 라돈이 일화대로의 선능을 가지고 있다면, 독 이외로는 죽일 수 없을지도 모른다.



만약 이 자리에 있는게 육화의 멤버였다면, 그런 상성이나 조건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마수를 쓰러뜨렸을 것이다.



서열 1위의 토노 스미레였다면, 아시노 호수와 같이 마수를 불태워 버렸을 것이다.


서열 2위의 미부 유리에였다면, 거구를 단칼에 잘라냈을 것이다.


서열 3위의 스즈시로 란이었다면, 이 하코네 일대를 독의 바다에 가라앉혔을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츠구미에게는 그런 필살기는 아무것도 없다. 하나뿐인 최후의 수단 같은것은 있지만, 그것은 도박의 요소가 너무 강하다. 사용한다면, 그야말로 그 밖에 대응수단이 없어졌을 때 뿐일 것이다.


여러 번의 돌격 뒤에, 츠구미는, 하아, 하고 숨을 쉬면서, 꼬리의 공격을 피해 바위 그림자에 숨었다. 역시 연속으로 싸우는 것은 체력이 따라오질 못한다.



"어떻게 할거지? 이길 수 없다면 단념할까?"



츠구미의 옆에 내려앉은 벨이 조롱하듯 그렇게 물었다. 정말이지, 츠구미가 어떻게 대답할 지 알고 있으면서.



"싫어. ――절대로 포기하지 않아."



츠구미는 웃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그럴 것이, 츠구미의 마음은 부러지지 않는다. 게다가 싸움은, ――아직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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