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설 번역/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2장 31. - 착각과 팬케이크

by 린멜 2019. 9. 19.


31. 착각과 팬케이크




――퇴원으로부터 벌써 일주일. 겨울방학도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나고, 츠구미는 여느 때처럼 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방학 후의 시험도 끝나고, 피폐해져 책상에 엎드려 있으면, 머리 위로 말을 걸어왔다.



"츠구미 짱, 시험 어땠어?"


"좋지도 나쁘지도 않아. 너는, ……물어볼 필요 없나."



츠구미는 기지개를 피며, 나른하게 대답했다. 그에 대해, 말을 걸어온 남자――유키타카는 눈을 가늘게 뜨고 고양이처럼 웃었다.



"뭐, 난 공부따위 안해도 그만한 점수를 받을 수 있으니까 말이지. 봐, 다른 녀석들과는 머리가 다르다고?"


"짜증나는 녀석. 차라리 해답란이 어긋나서 0점이 됐으면 좋을텐데……"



츠구미가 경멸하는 눈으로 그렇게 말하지만, 유키타카는 개의치 않고 웃고 있다. 게다가 본인이 말하는 것처럼, 정말로 머리가 좋은 것이 더 역겹다.



"그러고보니, 이제 몸은 괜찮아? 연말연시 내내 입원했었지?"


"뭐, 어떻게든. ……어이, 웃지 마."


"큭, 그치만. 너무 멍청하잖아?"



큭큭 웃음을 씹어삼키면서, 유키타카는 히쭉히쭉 하고 츠구미를 바라보고 있다.


유키타카는 츠구미가 입원해 있었던 것도, 표면상으로의 입원 이유도 알고 있다. 웃고 싶은 마음은 알지만, 그것을 허용하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이다.



"미안 미안, 그렇게 노려보지 마. ――그래도 재해였지. 설마 나도 그런 일이 일어날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유키타카는 미안한 듯 눈살을 찌푸리고, 그렇게 말했다. 그 하코네행 여행 티켓을 선물한 것도 있어, 어쩌면 유키타카도 다소 책임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네.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이제 두번 다신 사양이야."



나나세 츠구미로서도, 하가쿠레 사쿠라로서도, 양쪽 모두의 의미로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 츠구미 짱에게, 자 이거!"


"뭐야 이거. ……유원지 프리 오픈?"



유키타카가 넘겨준 것은, 여기서 세 정거장쯤 앞에 새로 생긴 놀이공원 광고지였다. 거기에는 다다음주에 있는 프리 오픈의 페어 티켓을, 추첨 판매한다는 내용이 쓰여져 있다.



"이번의 벌충으로 데려가 주는거 어때? 여기서 가까운데다, 당일치기도 간단하잖아."


"그건 그렇긴 하지만, 이건 추첨이잖아? 당첨되지 않을 확률이 더 높을 것 같은데……"



애초에, 이런 추첨의 종류는 당첨된 적이 없다. 츠구미가 질린 듯이 말하자, 유키타카는 히쭉 웃었다.



"괜찮아. 관계자와 연줄이 있으니까, 한 조 정도라면 확실히 구할 수 있어. 티켓 값만 받을 수 있다면 마련해 줄 수 있는데, 어떻게 할래?"


"너는 잘 알 수 없는 인맥이 있구나. ……그렇구나, 나중에 시간이 맞는지 물어볼게. 괜찮을 것 같으면 부탁할까. ――유키타카는 안 가? 이런 이벤트 좋아하잖아, 너."


"음―, 이번에는 사양할까. 사람이 너무 많을것 같고, 나중에 평일이 비어있을 때 누군가와 갈 거야."



――평소같으면 솔선수범해서 따라오는데, 별 일이네. 츠구미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유키타카에게도 그런 기분일 때도 있을 것이다.



"그래? ――그럼, 나는 티켓을 구하는 대신에, 네게 뭘 해주면 좋을까?"



츠구미는 어깨를 움츠리며 그렇게 말했다. 일에는 언제나 대가가 필요하다. 유키타카가 이런 식으로 좋은 이야기를 꺼낼 때는, 대체로 그것과 세트로 『부탁』이 따라온다.



"역시 츠구미 짱! 말이 빠르구나!"



유키타카는 기쁜 듯이 손을 치며 웃었다. 반면, 츠구미는 쓴웃음을 지었다. 이 상태라면, 또 귀찮은 일을 부탁받을지도 모른다.


유키타카는 츠구미의 책상에 손을 올리고, 츠구미의 귓가에 얼굴을 대고 속삭이듯 말했다.



"――오늘 돌아가는 길, 잠깐 어울려 줘."







◆◆◆




하얀 벽에, 아기자기한 꽃무늬 융단. 동물 인형이 비좁게 놓여 있고, 테이블의 크로스는 모두 섬세한 레이스편으로 되어 있었다. 달콤한 향기가 감도는 가게 안은, 여고생의 집단으로 붐비고 있었다.



그 한가운데 진을 친 것처럼, 츠구미와 유키타카는 마주보며 테이블의 자리에 앉아 있었다.


츠구미는 조금 볼을 붉히면서, 작은 목소리로 유키타카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 우리 잘못 찾아온거 아냐? 주변의 시선이 따가운데……"



아까부터, 사방팔방에서 찌르는 듯한 호기심의 시선을 느낀다. 그 대부분은 유키타카 쪽을 향하고 있지만, 그중에는 흥미진진하게 츠구미를 보고 있는 사람도 있다.



"에―, 그게 여기 팬케이크를 꼭 먹어보고 싶었는걸~."


"는걸~, 이라니 애냐 넌."



볼을 부풀리면서, 유키타카는 애처럼 그렇게 말했다. 츠구미는 기가 막힌 듯 한숨을 내쉬었다. 유키타카의 돌발적인 행동에는 익숙해지긴 했지만, 설마 이런 팬시한 가게로 데려올 줄은 몰랐다.


그리고 이것은 츠구미의 개인적인 감정에 지나지 않지만, 유키타카가 무언가를 말할 때마다, 작게 날카로운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 조금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녀석은 얼굴은 좋은데 성격은 최악이야. 하고 목청껏 말하고 싶은 기분이다.



"딱히 불평할 생각은 없지만, 왜 나랑 여기 오려고 한 거야. 언제나처럼 여자와 함께 했으면 좋잖아."


"후후, 츠구미 짱의 부끄러운 얼굴을 보고 싶어서――아, 거짓말 거짓말, 그렇게 질린 듯 한 표정 짓지 말아줘."


"그렇구나, 난 네가 특수성벽에 눈을 떴을까봐 걱정됐어……"



순식간에 체감 온도가 10도는 떨어진 기분이다. 자칫하면 츠구미 쪽이 사회적으로 죽게 될 것 같으니, 말을 조심해 주었으면 한다.



설탕이 듬뿍 든 커피를 마시며, 유키타카는 말했다.



"요즘 츠구미 짱 자주 어울려주지 않잖아? 방과후에도 금방 돌아가버리고. 그러니까 조금 곤란하게 해 주고 싶어져서. 아 그래도 팬케이크를 먹고 싶은건 정말일까."


"딱히 그런건 없었다고 생각하는데…… 뭐, 네가 그렇게 생각했다면 그런거겠지. 미안."



츠구미는 3단으로 된 팬케이크를 칼로 자르면서, 그렇게 말했다. 자른 것을, 입으로 가져간다. ……정말로 맛있는 것이 조금 분하다.



"정말 맛있는걸, 이거. 고객층이 좀 더, 그, 저런 느낌이 아니었다면 또 왔을텐데."



역시 이 가게에 자주 올 용기는 츠구미에게는 없다. 하가쿠레 사쿠라로 변신하면 신경쓰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연말의 건으로 지명도가 뛰어오르는 바람에, 한동안 식도락은 불가능 할 것 같다. 이에 관해서는, 츠구미보다 벨이 더 유감스러워 보였지만.



"흐―응, 난 별로 신경쓰지 않지만."



유키타카는 주위의 시선 따위는 신경쓰지 않고, 우아하게 포크를 입에 옮기고 있다. 어쩌면 심장에 털이라도 났을지도 모른다. 정말 부러울 따름이다. 그 호담함만은 꼭 본받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배후에서 조심스레 어깨를 두들겨왔다.



"응, 뭐야?"



입에 들어있던 것을 서둘러 삼키고, 뒤돌아본다. 거기에 서 있는 것은, 또래 정도의, 고등학생 여자애들이었다. 그녀들은, 츠구미의 얼굴을 보고 「역시 그렇지!」 하고 들떠 있다.



"에 저기, 무슨 일이세요?"



츠구미가 의아한 듯이 그렇게 묻자, 다른 소녀들의 재촉을 받고, 가운데 있던 소녀가 볼을 붉히며 입을 열었다.



"저기, 혹시 『하가쿠레 사쿠라』씨의 형제분이신가요?"



――아아, 또인가.


츠구미는 마음속으로 크게 한숨을 내쉬며, 쓴웃음을 지었다.



"……아―, 죄송합니다. 확실히 좀 비슷할지 모르겠지만, 전혀 무관해요."


"엣, 그런가요?"



츠구미가 그렇게 말하자, 그녀들은 몹시 실망한 듯 그 자리에서 떠나갔다. 여러가지 의미로 마음이 아프다. 그녀들이 흥미가 있는 것은, 츠구미가 아니라 하가쿠레 사쿠라 쪽이다.



"츠구미 짱도 힘들겠는걸. 변장용으로 안경이라도 사지 그래?"


"그러는 편이 좋으려나, 역시."



여하튼, 해가 지나고 하루에 세 번은 같은 소리를 듣는다. 아까 애들은 금방 물러나주었지만, 몇몇 사람들은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다. 슬슬 본격적으로 고통이 되고 있다.



"닮은 내가 이렇게 힘이 드니까, 세상의 마법소녀는 더 힘들겠지. 정말로, 머리가 수그러지는걸."


"딱히 좋잖아. 걔들은 좋아서 그러는거니까."


"그럴지도 모르지만 말야……"



옛날에는 츠구미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지만, 마법소녀측의 사정을 알게 되고, 너무 심한 말은 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그들도 그들 나름의 고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


――그 후, 대충대충 팬케이크를 먹고, 가게에서 나왔다. 계산은 츠구미가 했다. 이것으로 티켓을 부탁하는 만큼의 답례는 되겠지.



"그러고보니, 츠구미 짱은 다음주 투표 누구한테 줄거야? 역시 그 거유?"


"그래도 육화 서열 1위인데 그런 식으로 부르지 마…… 아니, 그걸로 아는 나도 글러먹었지만."



육화 서열 1위, 토노 스미레. 근 5년간, 연속 1위를 차지한 마법소녀이다.


그 실력도 실력이지만, 뛰어난 스타일과, 외모의 아름다움이 화제를 불러, 광식적인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츠구미로서는 치도리나 메부키 선배가 더 귀엽다고 생각하지만, 그 부분은 취향의 문제일 것이다.



지금까지는 특별히 흥미가 없었기 때문에, 리스트의 맨 위의 이름을 적어서 투표하고 있었지만, 금년부터는, 누구에게 투표할지를 조금 더 생각하려고 한다.



"글쎼. 올해는 스즈시로 란이나, 히츠기 아이리에게 넣으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하코네에 와 줬기도 했고."



뭐, 그건 결국 헛걸음이었지만. 그 후에, 처음에 대응해 준 정부의 이나바 씨에게도 감사의 말을 하고 싶었지만, 벨이 단말기를 빌려주지 않아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딱히 이상한 일을 할 생각은 없는데.



"헤에, 하가쿠레 사쿠라가 아니구나."


"……나도 복잡해."



사실은 엔트리조차 하고 싶지 않았지만, 사퇴하기 전에 리스트가 발표되어 버리는 바람에, 도중 사퇴는 할 수 없는 것 같다. 연말에 허둥대는 바람에, 그 부분의 행동이 늦어버린 것이다.


하가쿠레 사쿠라가 육화 중 한 명으로 선정되는 일은 없겠지만, 반 친구들은 모두 하가쿠레 사쿠라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하니, 조금은 진절머리가 난다. 츠구미를 놀리기 위해서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될텐데.



"나는 히츠기 쪽이 더 좋지만 말야. 그 사람은 왠지 육화 중에서 인간미가 있고 말야."


"성실하고 언행도 상식적이잖아. 다른 다섯명은 가끔 좀 거친 부분이 보이지만."



다른 다섯명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위에서 순서대로 「화염 애호가」「시구루이」「느슨한 갸루」「절대영도」「부업 아이돌」이다. 무슨 말을 하는건지 모르겠지만, 츠구미도 잘 모른다.


마법소녀로서 싸우다가 이상해진 것일까, 아니면 원래 이상했기 때문에 그렇게 강해질 수 있었던걸까. 진실은 수수께기인 채이다.



"뭐, 딱히 상관 없지만. ――어라, 저기 골목에서 뭔가 이상한 소리 안들여?"



그렇게 말하고, 유키타카는 오른손으로 골목길을 가리켰다.



"소리? ……아니, 이건 사람의 목소리인걸."



귀를 기울여, 신경을 집중시킨다. 그러자 유키타카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골목 쪽에서, 몇 명의 아이――게다가 여자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이다. 심지어 비명소리까지 들렸다.



……이건, 꽤 좋지 않은걸.


이 길은 역으로의 지름길이지만, 기본적으로는 사람의 왕래가 적다. 그러니까, 그렇게 말해서는 안 되겠지만, 무슨 일이 일어나도 눈치채지 못할 가능성이 더 높다. 범죄율이 높은 곳이라 봐도 좋다.



"……상태를 보러가자. 최악의 경우 경찰에 연락을 해야."



츠구미는 살금살금 골목으로 가서, 거기에 있는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게 살며시 골목길을 들여다보았다.



――그곳에 있던 것은, 다섯 소녀들이었다. 유명한 아가씨학교 교복을 입은 초등학생 정도의 여자아이들이, 한 소녀를 에워싸고 서 있었다.


놀고 있는거 뿐인가, 하고 그 때는 생각했지만, 계속 보면 역시 상태가 이상하다. 주저앉은 여자아이의 옷이 부자연스럽게 젖어있는 것이다. 그 옆에는 빈 페트병을 든 소녀가 웃고 있다. ……어딜 봐도, 집단 괴롭힘의 현장이었다.



결국은 아이들의 싸움이다. 끼어들어야 할지 말지 망설였지만, 츠구미는 어느 사실을 눈치챘다.



"――저 아이, 혹시 저번에 그 여자앤가?"



주저앉아있는 그 여자아이는, 지난날 병원에서 부딪힌 소녀다. 고개를 숙여서 알아보기 어렵지만, 틀림없다.



"……이것도 뭔가의 인연일지도."



츠구미는 그렇게 말하고, 유키타카 쪽으로 뒤돌아보았다.



"――저기 유키타카. 조금 도와줘."


"딱히 상관은 없는데, 뭘 하려고?"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그렇게 말하는 유키타카에게, 츠구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웃었다.



"나쁜 일, 이려나."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