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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번역/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2장 43. - 미부 유리에라는 칼

by 린멜 2019. 10. 6.


43. 미부 유리에라는 칼






"――하, 아하하핫!! 왜 그래 마수!! 움직임이 둔하다고!!"



미부 유리에는 가벼운 스텝으로 도깨비의 공격을 피하며, 공격의 중간을 누비며 과감하게 도깨비에게 칼을 휘두르고 있다. 하지만 도깨비의 피부는 단단해, 그다지 깊게 베이지는 않는다.


마법소녀로서의 힘을 쓸 수 없다는 점도 있어, 미부가 얼마나 움직일 수 있을지 불안했는데, 아무래도 그것은 기우였던 것 같다.


옆에서 보기에는, 미부 쪽이 우세해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지원하라고는 해도, 저런데 어떻게 끼어들면 되는거야."



어지럽게 움직이는 미부와 마수에 대해, 츠구미는 돌을 손에 든 채 멍하니 있었다. 이래서는 돌을 던지려고 해도, 오히려 방해가 될 위험성이 있다.



"대단해…… 나도 검도를 하고 있지만, 저런 움직임은 불가능해."



치도리도 츠구미와 같은 생각을 했는지, 곤혹스러움과 존경을 담은 눈으로 미부의 싸움을 바라보고 있었다. 같은 검의 길로 가는 사람으로서 느끼는 것이 있을 것이다.



――역시 육화의 이름은 겉멋이 아닌것인가.


4년 동안, 마법소녀의 제1선에서 활약했던 것이다. 반년밖에 활동하지 않은 츠구미조차, 신체 강화의 혜택이 있었던 것이다. 육화 클래스의 인간이 평범할 리가 없었다.


츠구미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미부키가 파고드는 순간을 노리며 마수 뒤로 돌을 던졌다. 그 돌이 떨어지는 소리에 귀신이 반응은 하지만, 돌아보지는 않는다. 그 후에도 종종 돌을 던지거나, 물건을 넘어뜨려 소리를 내거나 해서 방해를 했지만, 그다지 효과를 보지 못했다.



……정말로 협력같은게 필요했던 것일까.


즐거운듯이 도깨비에게 달려드는 미부를 보며, 우리들은 딱히 없어도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미부는 전투의 협력이라고 했지만, 본명은 스즈시로에 대한 전령 역할 쪽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안심하고 보고 있을 수 있었던 것은 거기까지였다.



도깨비의 상처는 조금씩 늘고 있지만, 그 상처는 얕아서, 결정타와는 거리가 멀다. 그리고 정작 독약을 먹일 기회도 없이, 무위로 시간만 지나간다. 그것에 초조해 하는 것은, 츠구미 뿐만이 아니었다.



"큿, 역시 길어지면 체력이 따라오질 못하는걸."



미부는 그렇게 말하며, 도깨비와 조금 거리를 두고, 츠구미들 쪽으로 돌아보았다.



"내가 독을 먹이면 달려갈 준비를 해 둬! 장소는 기억하고 있지?"


"네! 서쪽에 있는 목조의 입체 미로죠?"



치도리가 그렇게 대답하자, 미부는 「좋아!」라고 대답하며 작은 칼을 거꾸로 쥐었다.



"가능한 한 쓰고 싶지는 않았지만, 역시 그럴 수는 없으려나."



미부는 거꾸로 든 칼날을 그대로 가슴쪽으로 찔러넣어, 가슴부터 발밑에 걸쳐 옷을 양단했다. 그리고 그녀는 주저없이 깨끗이 손에 남은 소매를 아래로 떨어뜨리고, 속옷만 입은 모습이 됐다. 하얗고 가느다란 몸이, 츠구미들의 눈 앞에 어른거린다.



"……하, 에, 에엣!?"



츠구미는 동요를 감추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


――이, 이건 차분히 봐도 되는 것일까. 아니, 하지만, 원호는 해야하는데……



츠구미가 흘끗 미부의 속옷 모습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강한 힘으로 등을 찔렸다. 흘끗 뒤를 보니, 치도리가 몹시 차가운 눈으로 츠구미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순간에 흥분이 가라앉고, 머리가 냉정해진다.



"……미안. 제대로 집중할게."


"좋아. ――미부 씨에게도 생각이 있겠지. 우리들은, 우리 일을 완수하자."




◆◆◆




――미부 유리에는 절단충동을 가진 이상자(異常者)다. 



유리에는 극히 평범한 부부 사이에서 태어나, 아무 불편없이 평범한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계기는, 그녀가 열 살이 된 해의 봄. 벚꽃잎이 흩날리는 따뜻한 날이었다.


아침, 학교에 가기 위해 길을 걷던 유리에는, 칼을 든 범죄자에게 습격당했다. 하지만 칼을 마주친 그녀는, 겁도 없이 그 칼을 빼앗아, 정말 당연하다는 듯이 범죄자에게 그 흉기를 찔러넣은것이다.



그 뒤, 유리에는 어른들의 힐문에 주눅들지 않고 이렇게 대답했다.



"그치만, 그 칼은 잘 잘릴것 같다고 생각했으니까."



그 날 이후 유리에의 이상성은 부각됐다. 가위에 칼, 식칼에 이르기까지, 칼날이 붙어 있는 것을 손에 넣으면, 눈 앞의 물체를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어하는 충동을 억제할 수 없게 된다. 거기에 더해, 유리에는 어째서인지 절단행위에 죄책감을 가질 수 없는 것이다.


유리에가 칼을 들었을 때 생각나는 것은, 『벤다』나 『베지 않는다』 는 두가지 선택뿐.


유리에의 부모는 그때마다, 꾸증하고, 달래고, 떄로는 울음을 터뜨리는 것으로 그녀의 충동을 교정하려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유리에가 12살이 되었을 때 마법소녀를 목표로 한 것은, 모종의 필연이라 할 수 있다.



――합법적으로 다양한 것을 갈기갈기 찢을 수 있다. 얼마나 멋진 일인가!



유리에는 충동이 가는 대로 마수를 계속 베어나갔다. 육화라는 찬란한 지위는, 그 부산물일 뿐이다. 하지만, 지금은 육화의 일원으로서 그 나름의 의무감은 가지고 있으며, 그 지위에 걸맞은 행동을 해야 한다는 의식은 확실히 가지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무력한 상태에서 마수와 싸우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은 계약신의 협력도 있어, 일상생활에서는 충동을 억제할 수 있지만, 과연 마법소녀를 은퇴했을 경우는 어떻게 될까.


칼을 들지 않으면 괜찮다 라는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만약』이라는 가능성이 있다.


유리에 자신은, 딱히 남에게 폐를 끼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은퇴할 때는 외딴 산속에서 슬로우 라이프를 보내는 것이 무난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전에 목숨을 잃는게 먼저일지도 모르겠지만.



"――스킬 해방, 『공중보행』"



그 선언과 함께, 미부는 공중을 달렸다. 공중보행이란, 그 이름대로 공중을 걷는 스킬이다. 오랫동안 마법소녀를 이어가고 있는 유리에에게는, 숨을 들이쉬는 것보다 쉽게 다룰 수 있는 능력이다.


문제가 있다면, 그 부작용이다.



상하좌우, 공중에 발판을 만들며 공격하며, 도깨비의 틈을 엿보는 유리에의 얼굴에는, 조금전까지의 여유는 볼 수 없었다. 귀여운 얼굴은 고통으로 일그러져 있고, 하얀 피부는 서서히 붉게 물들어 간다. 그리고 몸에서는 적지 않은 양의 땀이 쏟아지고 있다.



"아― 진짜―! 뜨거워!!"



――미부 유리에에게 발현된 부작용은 『발열』이다. 마법소녀로서의 능력을 사용할 때마다, 체온이 서서히 올라간다. 도중에 능력을 자르면서 온도의 조정을 도모해도, 올라간 체온은 좀처럼 내려가지 않는다. 격렬한 운동을 하고 있으니 더욱 그렇다.


처음에 옷을 잘라낸 것은 조금이라도 열을 식히기 위해서다. 결코 노출증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유리에는, 배후에서의 공격으로 도깨비가 자세를 무너뜨린 순간―― 두번째 스킬을 발동시켰다. 신력이 작은 칼에 모여, 연한 붉은색으로 둘러졌다.



"잘라벼러, 참요검!!"



그 선언과 함께, 유리에는 작은 칼을 내리찍었다.



――참요검이란, 이름 그대로 요에 속하는 것――마수를 베는 스킬이다. 정확하게는, 그것을 위해서 필요한 개념을 칼에 두르는 스킬이지만. 지금은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문제는 없다.


약간의 준비가 필요한 것은 귀찮지만, 이 스킬만 있으면, 아무리 단단한 장갑을 가지고 있어도 단칼에 양단할 수 있다. 이것은 미부 유리에가 가진, 최후의 비장의 카드였다.



"……역시 능숙하게는 되지, 않네!!"



――하지만, 스킬의 출력이 제한된 상황에서는 결정타에는 이르지 못한다.


칼은 감싸듯이 올린 도깨비의 오른팔을 잘라내고, 그 목까지 바짝 다가섰다. 하지만, 칼끝이 몇 센티미터 파고들었을 때, 칼은 멈추어 버렸다.



유리에는 급히 칼을 뽑으려 했지만, 남은 왼손으로 칼을 잡혀,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 가아아아아아!!"



도깨비가, 통증과 분노가 섞인 고함을 질렀다. 도깨비는 잡은 칼을 끌어당겨, 유리에를 공격하려 했다. ――그것이, 유도된 것인지는 모르고.



"아아, 네가 그러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어."



유리에는 미소를 머금고, 작은 칼을 놓았다. 그리고 비틀거리는 도깨비에게 접근해, 골프공만한 크기의 병을 두 개, 뚜껑을 열고 도꺠비의 입에 던져넣었다. 그대로 도깨비의 입을 걷어차고 강제로 입을 다물게 해, 병 안에 든 액체를 삼키게 했다. 도깨비의 목이 움직이는 것을 지켜보고, 유리에는 재빠르게 거리를 두었다.



"――독을 먹였어!! 가!!"



유리에가 그렇게 외치자, 협력을 부탁한 남매의 한 명――누나인 치도리가 튕겨나간것처럼 달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곁눈질로 보며, 유리에는 다가온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하하, 시야가 빙빙 도네.



이 시점에서 유리에의 체온은 42도를 넘어서, 언제 의식을 잃을지 모르는 상태였다. 그녀가 버티는 것은, 육화로서의 오기와 근성의 산물이다.



하지만 독을 먹인다는 사명을 다한 마음의 느슨해짐이나, 한계까지 유지하고 있었던 집중력이 끊길 것 같았다.


어렴풋이 시야의 끝에서, 괴로운 듯이 신음하는 도깨비가 유리에에게 다가온다. 하지만, 유리에는 움직일 수 없다.



――뭐, 노력한 걸까.



붕 뜨는 사고회로에서, 유리에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런 죽음이라면, 최소한 육화의 면목은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속옷 차림인 것은 좀 그렇지만, 그건 어쩔 수 없다.


그리고 유리에가 죽음을 받아들이려고 하는 그 순간, 도깨비의 얼굴에 무언가가 던져졌다.



"가아아아아아아!!"



도깨비는 소리를 지르며, 남은 왼손으로 얼굴을 누르고 있었다. 도깨비의 얼굴에는 선명하고 밝은 핑크색의 액체가 감겨 있어,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도 격렬한 이취가 감돌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광경을 우뚝 선 채로 바라보고 있자, 등뒤에서 허리와 무릎의 뒤쪽에 누군가의 감촉을 느꼈다.



"으, 으응?"



혼란할 틈도 없이, 순식간에 몸을 들어올려져 옆으로 껴안아졌다. 이른바 공주님 안기다. 유리에가 위를 올려다보니, 거기에는 초조한 표정을 띄운 남자――나나세 츠구미가 있었다.



"뭐하는거야!! 간단히 포기하지 마!!"


"――아,"


"빨리 달아나자. 저 도깨비를 서쪽으로 유도하면 되는거지? 조금 흔들리겠지만 참아줘."



츠구미는 그렇게 소리를 지르며, 도깨비에게 등을 돌리고, 유리에를 안은채 서쪽 방향으로 내달리려 했다. 유리에는 초조해하면서도 츠구미의 목덜미를 잡고, 강제로 발을 멈추게 한 뒤, 근처에 떨어져있는 작은 칼을 가리키며 말했다.



"자, 잠깐만. 저것을 주워주지 않을래?"


"어라? ……그렇네. 아직 필요할지도 몰라."



그리고 츠구미는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칼을 집고, 칼에 떨어져있던 천을 감아 유리에에게 건넸다.



"칼집은 나중에 찾아줄게. 도깨비는 약해진거 같기는 하지만, 찾고 있는 사이에 날뛰지 않는다고는 할 수 없으니까말야."



그렇게 말하고 달리기 시작한 츠구미를, 유리에는 열중하면서 멍하니 바라보았다. 아래로부터의 앵글이라, 선글라스 아래의 얼굴이 잘 보인다. 그 얼굴은, 최근 자주 영상 매체에서 보던 얼굴과 흡사했다.



――마치, 하가쿠레 사쿠라를 닮은 얼굴이구나.



그리고 유리에는 츠구미의 품에서 흔들리면서, 천천히 의식을 놓았다. 정신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한계를 넘어, 더 이상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던 것이다.



남은 보루는, 입체 미로에서 기다리고 있는 스즈시로 란 뿐. 하지만, 유리에는 불안하지 않았다.



――왜냐면 그녀는, 유리에보다 훨씬 마음이 강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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