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원한의 대상
미로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츠구미는 주머니 속에 있는 물건의 존재를 떠올렸다. 남은 호신굿즈이다. 스즈시로가 실패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만약을 위해 이 물건을 그녀에게 건네두는 편이 좋지 않을까. 이런 물건은, 필요한 사람이 가지고 있어야한다.
츠구미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방금 본 기묘한 것을 되돌아보고 있었다.
――스즈시로의 좌반신에 휘감기는듯이 보였던, 붉은 불꽃같은 그림자. 아마도 잘못 봇 것이라 생각하지만, 무언가의 전조일 가능성은 버릴 수 없다.
스즈시로는 이 싸움의 마지막 보루다. 불안 요소를 경감할 수 있다면, 행동해야 한다.
그렇게 생각한 츠구미는, 앞을 걷고있는 치도리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 치도리. 스즈시로 씨에게 전해주고 싶은 것이 있으니까, 잠깐 저쪽에 다녀올게. 별로 걱정하지 않아도 돼. 금방 이리로 돌아올거니까."
츠구미가 그렇게 말하자, 치도리는 의아해 하는 표정을 지었다.
"전해주다니 뭘? 아, 혹시 미부 씨가 가지고있는 이 칼 말하는거야?"
"아니, 메부키 선배가 준 호신굿즈의 남은거. ……하지만 만약을 위해서 그것도 가져갈까. 필요 없다고 하면 가지고 오면 되고."
"하지만, 돌아가는건 위험하지 않아?"
"괜찮아. 그 도깨비의 속도라면, 도착에는 아직 시간이 걸려. 내가 도망가는 쪽이 빠르기도 하고."
그 츠구미의 말에, 치도리는 걱정스러운 듯이 눈썹을 내리깔았지만, 이윽고 어쩔 수 없다는 것처럼 한숨을 내쉬었다.
"스즈시로 씨가 있으니까 괜찮을거라 생각하지만, 조심해서 다녀와."
"아아."
그렇게 대답하고, 츠구미는 미부의 손에서 칼을 빼냈다. 칼날 부분은 천으로 둘러쌓여있어, 운반만 한다면 위험하지 않다. 츠구미는 치도리에게 가볍게 손을 흔들고, 재빨리 미로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
――그리고 츠구미가 미로의 앞에서 본 것은, 왼손에서 피를 흘리며 비명을 삼키고 있는 스즈시로의 모습이었다. 그 발밑에는, 피로 물든 펜찌가 무언가 검붉은 것과 함께 떨어져 있다. 모양으로는, 꼭 손톱만 한 크기다.
이 상황을 보면, 스스로 손톱을 뽑았다고밖에 생각되지 않지만, 조금 떨어져있던 사이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츠구미가 멍하니 스즈시로를 뒤에서 바라보고 있자, 스즈시로는 혀를 치며 입을 열었다.
"어째, 서, 돌아온거야? ……아아 진짜, 이런 모습,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고 싶지 않았는데. ――이거는, 신경쓰지마. 대답할 여유가, 없으니까."
이마에서 땀을 흘리면서, 스즈시로는 띄엄띄엄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신경쓰지 말라는 말을 들어도, 아무래도 신경이 쓰인다. 하지만, 자세히 들을 만한 분위기도 아니다.
……아마도 스킬 발동을 위해서 필요한 일이겠지만, 그렇다 해도 애처롭다.
츠구미는 당황하면서도, 당초의 목적을 말하기 시작했다.
"저기, 미부 씨가 가지고 있던 무기를 일단 건네줄까 해서. 그것과 눈속임용 연막 구슬을 가지고 있으니까, 뭔가 도움이 될까 해서……"
"칼은, 됐어. 쓸 일 없을거, 같으니까. 하지만, 연막 구슬은 받아둘게. ……뭐, 왜 네가, 그런 것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는 사람이 호신용으로 줬어. 그, 여러가지 사정이 있어서…… 땅바닥에 세게 던지면 연기가 나니까, 사용하기 편하다고 생각해."
"흐응? 뭐, 됐어. 고마워. 빨리 저쪽으로 가는게 좋아. 마수가 저기까지 왔으니까."
그렇게 말하고 스즈시로는 연막 구슬이 든 봉지를 받고, 그대로 윗도리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이따금 고통스러운 숨을 내쉬고 있지만, 아무래도 호흡의 흐트러짐은 수습된 것 같다.
츠구미는 가볍게 인사를 하고 칼을 다시 들고, 서둘러 자리를 떠나려 헀다. 그 때 츠구미는, 문득 도꺠비가 있는 쪽을 보았다. ――보고 만 것이다.
츠구미가 던진 최루 효과가 있는 분홍색 액체를 군데군데 감고, 한 손으로 쇠몽둥이를 짊어지고, 도깨비는 분노한 표정을 짓고, 일정한 속도로 미로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하지만 츠구미와 눈이 마주친 순간, 도깨비는 발을 멈추고, 하늘을 향해 요란한 포효를 질렀다.
"그가아아아아아아아악!!"
찌르르, 무시무시한 살기가 츠구미에게 꽂힌다. 도깨비는 포효를 멈추고, 똑바로 츠구미를 노려보았다. 츠구미는 식은땀을 흘리면서, 도깨비의 동향을 지켜보고 있었다.
――혹시, 나는 도깨비에게 상당히 원망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짐작 가는것은, 확실히 말해 몇 가지나 있다.
우선 처음에 도깨비에게 바이크로 돌진한 것. 그 다음은 안면에 성질이 나쁜 공격을 가한 것. 그것과 사람을 죽이는 데 방해한 것을 포함하면, 츠구미는 도깨비에게 있어서 상당히 거슬리는 존재일 것이다. 노려지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도깨비는 걷는 속도를 높이면서도, 츠구미에게서 눈을 떼지 않는다. 그것은 마치 원적(怨敵)을 보는 듯한 눈이었다.
"……이거, 혹시 도깨비는 내가 도망치는 쪽으로 향하는거 아닐까?"
츠구미가 두려워하면서 말하자, 스즈시로는 큰 한숨을 내쉬면서, 한 손으로 츠구미의 가슴 주위를 두들겼다.
"진짜―,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그냥 도망갔으면 좋았을텐데!"
무심코 그런 식으로, 스즈시로의 입에서 원한이 흘러나온다. 츠구미는 진심으로 죄송한 기분이 들면서, 고개를 숙였다.
"정말로 미안해……설마 자신이 저렇게까지 도깨비에게 원한을 샀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도움이 될거라 생각했던 행동이었지만, 그것이 역효과를 내고 말았다.
이대로 츠구미가 미로의 앞을 떠나면, 분명 저 도깨비도 츠구미가 가는 쪽을 따라올 것이다. 그러면 모처럼의 작전이 엉망이 되어 버린다. 그리고 그녀의 각오――손가락의 부상조차도.
츠구미는 눈을 내리깔고, 결의를 담은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나도 같이 미로에 들어갈게. 그거라면 도깨비도 따라올테니, 작전에 지장은 없겠지? ……계획이 엉망이 된 건 나 때문이야. 그만큼의 책임은 지게 해 줘."
만약 츠구미가 일부러 미로 앞에 돌아오지 않았더라면, 아무런 문제없이 일은 진행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속죄를 위해서 츠구미가 리스크를 지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츠구미의 그 제의에, 스즈시로는 조금 망설이는 듯한 내색을 보였지만, 이윽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일반일을 더 이상 끌어드리고 싶지는 않았지만, 이번에는 어쩔 수 없나…… 꽤 위험하지만, 그런데도 협력해 줄래?"
"물론이지. 뭐든지 말해줘."
츠구미가 진지한 얼굴로 그렇게 대답하자, 스즈시로는 작게 웃었다.
"그럼, 노력해 달라고 할까. 후훗, 그래도 무사히 토벌이 끝나면 한 대 맞아줘. 아까는 정말 열받았으니까."
"뭐, 그걸로 속이 풀린다면야……"
아까도 비교적 강한 힘으로 얻어맞은 기분도 들지만, 그건 신경쓰면 안 될 것이다. 오히려, 그정도로 용서받을 수 있다면 감지덕지다.
――미안 치도리. 아직 돌아갈 수 없을 거 같아.
하지만, 뒤는 미로 안에서 사전에 들었던 계략에 빠뜨릴 뿐이다. 탈출할 때는 조금 시간이 걸릴 수도 있지만, 다리를 다치지 않는 한 문제는 없을 것이다. 치도리가 걱정하는 사태는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럼, 슬슬 가볼까. 날 제대로 따라와. 막다른 길목으로 들어가 버리면, 도와줄 수 없으니까."
"……명심할게."
그리고 츠구미는, 스즈시로에게 이끌리듯이 미로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뒤를, 도깨비가 문을 파괴하면서 쫓는다.
――목숨을 건 숨바꼭질의 시작이었다.
◆◆◆
"――에, 츠구미, 어째서 안에……?"
멀리서 멈춰서서, 미로 쪽을 되돌아 본 치도리가, 망연히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는 것을, 그들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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