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히토리봇치의 사전준비
――유리에가 도깨비와 싸우고 있을 무렵, 스즈시로 란은 미로 속을 수도에 연결된 호스를 가지고 뛰고 있었다.
"……아―, 지쳤다."
란은 숨을 헐떡이며, 미로 속에 물을 뿌리고 있었다. 이 미로는 3계층으로 되어 있어, 꼭대기층에서 물을 뿌리면, 나름대로 아래층까지 물이 흘러간다. 다행히 옥상에 탱크식의 수도가 놓여 있었기 때문에, 수원에는 고생하지 않았다. 뭐, 미리 물탱크가 있다는 것을 알고서 이 장소를 싸움터로 고른것이지만.
칼과 몸 하나만 있으면 스킬을 사용할 수 있는 유리에와는 달리, 란이 스킬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미리 사전준비가 필요했다. 지금 물을 뿌리고 있는 것도 그 일환이다.
하지만 효율적으로 물을 뿌리는 모습과는 달리, 란의 표정은 어두웠다.
스즈시로 란은 수많은 마법소녀 중에서도 드물게, 직접적인 공격방법을 거의 가지고 있지 않다. 물리적으로 누르는 유리에와는 정반대다.
그 스킬 구성도 있어, 이번 가장 위험한 부분은 유리에에게 맡겨놨지만, 란도 아무런 리스크를 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마수와 직접 대결하는 것보다 가혹한 부분도 있다.
"나중에 도꺠비에게 직접 뿌릴 물은 남긴다 해도, 미로 내의 물은 조금 부족할지도. 하아, 유리 짱은 잘 하고 있으려나?"
――하지만 걱정스러운 얼굴과는 달리, 란은 유리에가 일을 해낼 것이라는 것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상대의 마수가 아무리 무섭고, 강하다고 해도, 유리에는 결코 공포에 사로잡히거나 하지 않는다. 그 흔들림 없는 강인한 정신성은, 바로 마법소녀이기 때문에 존재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마법소녀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자질은, 정의감도, 외모도 아니라, 정신의 강함이다. 적어도, 대부분의 신은 겉모습보다 내용물을 더 중시한다.
――신 님, 화 내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란은 큰 한숨을 내쉬었다.
란의 계약신은 조금 특별했다. 그는 란이 자기희생을 수반한 행동을 하는 것을 몹시 싫어했다. 마법소녀로서의 활동은 일이기 때문에 별개의 틀로 여겨지고 있지만, 이번 행동은 아무래도 아웃이다.
만약 이 자리에 란의 계약신이 있었다면, 열화처럼 소리칠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돌아가면 설교는 확실하다. 란은 벌써부터 우울한 기분이 되었다.
"아―아. 엄청난 휴일이 되어버렸구나."
란은 그렇게 불평하며, 미로 사이에 있는 창문으로 바깥 경치를 응시했다.
많은 즐거운 어트랙션이 즐비하지만, 비록 란들이 마수를 쓰러뜨렸다고 해도, 이레귤러의 원인 규명을 위해 오늘 중으로 영업이 재개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모처럼 받은 표가 헛되이 되어버렸다.
게다가 내일부터는 새로운 육화 발표로 바빠진다. 선택된다면 제대로 된 휴가는 당분간 가질 수 없을 것이고, 이 놀이공원에 놀러오는 날은 이제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뭐, 그것도 살아남으면 하는 이야기지만.
승산은 있다. 마수와 조우한 그들의 말에 의하면, 그 마수의 강함은 한없이 E급에 가깝다. 란의 서브스킬은, 잘만 하면 A급 마수도 농락할 수 있다. 아무리 출력을 제한받고 있다고 해도, 이길 수 없을 리 없다.
염려사항이 있다면, 스킬 사용에 의한 부작용 뿐이지만, 그쪽은 벌써 해결책을 떠올려놨다. 뒤는 란의 단념 여하에 달렸다.
란은 멍하니 밖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멀리 미로를 향해 달려오는 작은 사람의 그림자를 발견했다. 협력을 부탁한 남매 중 한 명 ――나나세 치도리이다. 그녀는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곧장 이쪽을 향해 달리고 있다. 저 모습이라면, 아무래도 유리에는 성공한 것이겠지.
"응. 유리 짱 쪽은 성공한 거 같네."
란은 한숨을 쉬며, 미로의 입구에 발을 내디뎠다.
◆◆◆
란이 아래로 내려갔을 때, 마침 좋은 타이밍에 치도리가 입구 부근에 도착했다. 치도리는 호흡을 가다듬으면서 긴장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미부 씨는 독이 든 병을 두개 다 마수에게 먹였어요. 뒤는 츠구, ……남동생이 여기까지 유도해 올거에요."
"그렇구나. 서둘러 와 줘서 고마워. ――유리 짱은, 괜찮았어?"
란이 그렇게 묻자, 치도리는 약간 우물거리는 듯한 행동을 했지만, 곧 「상처는 없는 것 같아요」라고 대답했다. 그 모습을 의아하게 여긴 란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되물었다.
"무슨 이상한 일이라도 있었어?"
"아니, 그, 싸우는 도중에, 미부 씨가 입고있는 옷을 전부 잘라 벗어버려서……"
부끄러운 듯이 볼을 붉히며, 치도리는 대답했다.
란은 그 대답을 듣고, 납득이 갔다. 아마 유리에는 스킬을 사용했을 것이다. 그녀의 스킬 행사에 의한 부작용은 미리 들었으므로, 왜 그런 일을 했는지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같은 여자로서는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아―, 응. 아마 필요한 일이었다고 생각하니까, 신경쓰지 마. ……저기, 그렇다는건, 유리 짱은 반나체 상태로 남자애와 단 둘이란거지."
이 비상사태에 이상한 생각을 할 거라곤 생각하지 않지만, 역시 걱정이다. 그런 란의 불안한 모습을 알아차린 듯, 치도리가 당황하듯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남동생에게는 여자에게 손을 댈 용기는 없으니까요! 제대로 미부 씨와 같이 곧장 여기로 도망쳐 올 거에요."
"그, 그래?"
아무리 누나라지만, 너무 형편없는 평가였다. 처음에 대화했을 때는 그렇게까지 심약해보이지는 않았는데, 실제로는 늦깎이인걸까.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 사이에, 치도리가 달려온 방향으로 두 개의 그림자가 보였다.
뒤에 보이는 것은, 마수인 파란 도깨비. 그리고 앞을 달리고 있는 것은――
"……우와."
――나나세 츠구미가, 속옷 차림의 유리에를 양손으로 끌어안고 달리고 있었다. 유리에 본인은 별로 신경쓰지 않겠지만, 왠지 보고있는 이쪽이 부끄러워진다.
아마도 스킬을 너무 많이 써서 쓰러진 유리에를 선의로 옮겨주고 있는 것이겠지만, 보는 순간의 임팩트가 너무 크다.
……그는 살아남은 뒤가 더 큰일일지도 모른다. 유리에의 팬은 그렇게까지 과격하지는 않지만, 당분간은 주목의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
란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살짝 옆에 있는 치도리의 모습을 보았다. 그녀는 불안한 듯이 달리고 있는 츠구미를 바라보고 있다. 단지 순수하게, 도깨비에게 쫓기고 있는 동생이 걱정일 것이다.
――슬슬 집중해야지.
끝난 후의 일은, 또 나중에 생각하면 된다. 만약 그들을 세상에서 비판한다면, 그 때는 란들이 대처하면 좋을것이다. 란은 그렇게 생각하고, 가볍게 심호흡을 했다. 기분을 바꿔야 한다.
아무리 독으로 도깨비가 약해졌다고는 해도, 방심은 금물이다. 란이 여기서 실패하면, 적어도 한 명은 확실히 죽는 사람이 나온다. 그것을 막기 위해서, 이렇게 노력하고 있는 것이니까.
도깨비를 유도하고 있는 츠구미는, 미로 앞에 서 있는 란들이 시야에 보이자, 달리는 속도를 올렸다. 그리고 대폭적으로 도깨비와의 거리를 벌린 상태로, 미로 앞으로 도착했다.
"데려왔어……!!"
"츠구미, 다치진 않았어!?"
"안 다쳤어! 미부 씨도 무사해! ……미안, 조금 부탁할게."
츠구미는 거친 숨을 내쉬며, 눈을 돌리면서 의식을 잃은 유리에를 살포시 치도리에게 건넸다. 다행히 유리에는 작고 가볍다. 여자인 치도리라도 잠깐은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상의를 벗어, 위로하듯이 그것을 유리에의 위에 덮어씌웠다. 역시 속옷차림 그대로 둘 수 없었던 것 같다.
란은 녹초가 된 유리에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유리에는 아직 부작용의 열이 내리지 않았는지, 살갗을 붉게 물들이고 얕은 호흡을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눈에 띄는 상처도 없고, 안정을 취하고 있으면 곧 회복될 것이다.
"수고했어! 그럼 두 사람은 유리 짱을 데리고 여기서 떨어져 줘. 뒤는 내 일이니까."
란은 그렇게 말하며 두 사람을 대피시키려 했지만, 발을 멈춘 츠구미가 가만히 란을 바라보았다. 그 시선은, 왠지 란의 왼손에 쏠려 있었다.
"왜? 무슨 일이야?"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는 납득이 가지 않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지만, 치도리에게 불려 미로의 후방으로 멀어졌다.
――지금부터 하려고 하는 일을, 눈치 챈걸까?
란은 그럴 리 없나, 하고 작게 고개를 흔들면서, 앞에서 천천히 다가오는 도깨비에게 시선을 맞췄다. 남은 거리는 약 50m. 저 속도라면, 몇 분 지나면 여기까지 도달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때가 됐다.
그리고 란은, 미로의 스탭 룸에서 발견한 작은 펜찌를 주머니에서 꺼내, 주저없이 펜찌 앞을 왼손의 손톱에 끼워넣었다.
――란의 스킬의 부작용은 『수마(睡魔)』이다. 그 폭력적인 졸음은, 일순간에 란의 의식을 앗아간다. 그 대항수단은 지극히 단순하다. ――그것은 순전한 『통증』에 다름없다.
"그럼. ――조금 힘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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