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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번역/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2장 41. - 합류처에서

by 린멜 2019. 10. 3.


41. 합류처에서




――때는 얼마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치도리에게 밀어붙여진 뒤, 사정을 흐리면서, 아는 소녀가 이 결계에 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을 전한 츠구미는, 깊이 고개를 숙였다.


치도리를 위험에 노출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이타도리를 버리고 싶지는 않다. 그런 제멋대로를 제발 용서해 줘―― 그렇게 말했다.



말없이 이야기를 듣고 있던 치도리는, 복잡해 보이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 아이가 확실히 여기 왔다는 확증은 없잖아? 그래도 가는거야?"


"……싫은 예감이 들어. 내 이런 때의 감은, 유감스러운 일에 잘 맞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츠구미는 오른손을 꽉 쥐었다.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듯 한, 가슴 속에서 깊게 떠밀려오는 불쾌감. 츠구미의 착각이 아니라면, 이타도리가 있을지도 모르는 방향에서 마수의 기색을 느끼는 것이다.


마법소녀가 당한 것인가, 아니면 교전 중인가. 어느 쪽이어도 이타도리의 신변에 위험이 닥쳤음은 분명하다.



츠구미가 그렇게 말하자, 치도리는 곤란한 듯 눈을 내리뜨고 웃었다.



"츠구미는, 그런 점은 옛날부터 달라지지 않았구나. 어차피 내가 말린다고 듣지 않을거잖아?"


"그런건, 아니지만……"



그리고 치도리는 츠구미의 오른손을 잡고, 눈을 마주보며 말했다.



"――나도 함께 갈께. 그게 안된다면, 나도 츠구미가 여기서 떠나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거야. 어차피 츠구미니까, 나를 안전한 장소에 남겨두려고 했겠지만, 그렇게는 안 되니까."


"……그건,"



츠구미는 망설이면서, 입술을 깨물었다. 치도리의 예상은 대체로 들어맞았다. 치도리에게는, 마수의 기색이 느껴지지 않는 곳에 숨어있게 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편이, 츠구미도 안심하고 행동할 수 있다.



그런 츠구미의 갈등을 표정에서 읽어냈는지, 치도리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 위험해지면 바로 도망칠테니까.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나도 나름대로 단련하고 있다고? 사과 정도는 한 손으로 으깰 수 있으니까."


"……그건 무서운걸."



그렇게 말하고, 츠구미는 작게 웃었다. 이렇게 되면, 치도리의 설득은 불가능일 것이다.


……원래 제멋대로를 말하는 건 츠구미 쪽이다. 여차하면, 츠구미가 몸을 던져서라도 그녀를 도망치게 해야 한다. 치도리는 그렇게 말했지만, 여자의 가냘픈 팔로 마수를 어찌할 수 있을 만큼 세계는 무르지 않으니까.



"위험해지면, 바로 도망가. 약속할 수 있어?"


"그 땐 제대로 츠구미의 손을 잡고 도망갈게. ――그 때처럼."



치도리는 그리운 듯 웃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10년 전 대재해 때를 말하는 것이겠지. 츠구미는 쓰게 웃더니, 남쪽 게이트가 있는 방향을 가리켰다.



"그 아이가 있는 남게이트는 저쪽이야. ――빨리 가자."





◆◆◆




그 후, 남게이트로 가는 도중에 이타도리를 괴롭히던 소녀――유메지를 만나, 이타도리의 위치를 알아낼 수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유메지는 진심으로 이타도리의 몸을 걱정하고 있었고, 필사적으로 츠구미에게 도움을 구했다.



이야기를 들은 츠구미는, 울고있는 유메지를 치도리에게 강제적으로 맡기고, 혼자 단독으로 이타도리가 있는, 마수의 기색이 짙게 느껴지는 장소로 달리기 시작했다. 뒤에서 치도리의 멈추라는 소리가 들렸지만, 유메지라는 족쇄가 있는 이상, 치도리는 츠구미를 따라올 수 없다.



그 비통한 목소리에 가슴이 쓰라리지만, 츠구미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 앞에는, 확실히 마수가 있다. 그런 곳에 치도리를 데려가고 싶지는 않았다.



게다가, 츠구미라고 해서 대책도 없이 달리기 시작한 것은 아니다. 유메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마수는 그렇게까지 크지도 않고, 발도 느린 것 같다. 그렇다면, 얼마든지 방법은 있다.



츠구미는 달리고 있는 도중에 이동 판매용의 바이크를 발견해, 뒤쪽의 짐을 싣는곳을 떼어내고 남이 하는걸 흉내내 조작해, 오른쪽의 엑셀을 비틀어 가속했다. 올바른 운전방법이 아니었는지, 여기저기서 삐걱삐걱 기묘한 소리가 들려왔지만, 그런 세세한 것은 신경 쓸 필요 없다.


나중에 경찰에게 무면허 운전으로 혼날지도 모르지만, 유원지 내의 비품은 마수가 쓰러지면 복구되기 때문에, 설령 이 바이크가 망가져도 문제는 없다.



그리고 곧장 나아간 앞에서 이타도리를 발견하고, 그 바로 옆에 서 있던 괴물――파란 도깨비를 바이크로 들이박았다.



부딪치기 전에 츠구미는 바이크에서 뛰어내렸지만, 충격이 컸는지 파란 도깨비는 바이크와 함께 힘차게 후방으로 날라갔다.


파란 도꺠비가 바이크와 벽의 잔해와 함께 쓰러지는것을 확인하고, 츠구미는 메부키에게 받은 호신 굿즈――연막 구슬을 도깨비가 있는 방향으로 던진 것이다. 땅바닥에 부딪치는 것과 동시에 구슬은 파열음을 내며, 도깨비가 있는 주위 일대에 흰 연기가 퍼져갔다.


작성자인 메부키 왈, 효과 시간은 10분 정도. 연기로 시야를 속이는 동안에, 이타도리를 데리고 달아나야만 한다.



이타도리는 땅바닥에 쓰러져 떨고 있었고, 그 오른발은 퉁퉁 부어 있었다. 이것이 유메지가 말 한 발의 부상일 것이다. 그리고 만났을 때 한바탕 말썽을 피웠는데, 바로 아까까지 도깨비에게 쫓기고 있었으므로,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타도리도 다리가 삔 것 외에 부상은 없는 듯 해, 츠구미는 안심했다. 이런 상태에 마수에게 공격을 받지 않은 것은, 확실히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다. ……아니, 애초에 이 결계에 말려든 시점에서 운이 좋은것도 나쁜것도 아니지만, 지금은 일단 제쳐두자.


츠구미는 도깨비가 쓰러져 있는 쪽을 흘끗 확인하고, 기절한 이타도리를 짊어지고 자리를 떴다. 쐐기를 박는 것은, 지금의 츠구미에게는 무리일 것이다. 게다가 서두르지 않으면, 도깨비가 일어나 버린다.



……저 도깨비는 D급치고는 크기가 작았지만, 그만큼 특수 능력이 강할 가능성이 있다. 지금의 츠구미로는 맞설 수 없는 이상, 도망치는 것 이외의 선택은 없다.


애초에, 그 정도의 공격으로 쓰러진 것이 기적이었던 것이다. 만약에 츠구미가 지난번에 싸웠던 D급의 적――사마귀 같은 사이즈였다면, 그야말로 손도 대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 출현 시간의 변화가, 마수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알 수 없지만, 출현 시간이 짧아진 만큼, 약체화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메부키 선배에게는 감사해야겠는걸.


그런 생각을 하면서, 츠구미는 주머니에 들어있는 호신 굿즈의 남은 수를 떠올렸다.


연막 구슬이 하나, 끈끈이가 하나, 그것과 최루 스프레이가 하나. 어느 것이나 마수에 대해 효과가 있을지는 미묘하지만, 이렇게 속임수에 쓸 만큼에는 유효하다. 다소의 시간 벌이는 될 것이다.


――어쨌든, 아직 도깨비가 쫓아오는 모습은 없다. 배후에서 느껴지는 중압감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기색이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그 장소에 머무르고 있을 것이다. 운이 좋게, 맞은 곳이 나빴던 것일지도 모른다.



거기서 츠구미는, 문득 자신의 왼쫀 약지를 응시했다. 거기에는, 벨과의 계약의 마도구――녹색 돌이 붙은 반지가 끼어있다. 벨과의 연락은 아직 닿지 않는다. 어쩌면 여기서 나올 때까지는, 벨도 간섭을 할 수 없는것일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츠구미는 생각하듯 고개를 숙였다.


――치도리는 이 자리에 없고, 이타도리는 기절하고 있다. 도깨비도 움직이지 않고, 변신을 시험하기엔 좋은 기회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며, 츠구미는 옷의 후드를 깊게 눌러쓰고, 얼굴이 보이지 않게 했다. 밖에 있는 복사거울에 비치는 것은, 마수나 마법소녀 중 하나지만, 오작동으로 츠구미의 모습이 비치지 말란 법은 없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을 것이다.



그리고 츠구미는, 천천히 심호흡을 하며, 반지에 힘을 쏟았다. 온몸을 둘러싼 신력이, 츠구미의 몸을 바꾸어간다. 그리고 복장은 그대로, 여성의 몸으로 변신했을 때, 츠구미는 견디기 어려운 불쾌감에 휩싸였다.



"――읏, 그으으윽!!"



입에서 낮은 목소리가 새어나온다. 츠구미는 참지 못하고 변신을 풀고, 멈춰 서서 거친 숨을 내쉬기 시작했다.



――기, 기분 나빠!!



츠구미는 메스꺼움을 참으면서, 눈물을 머금은 눈으로 하늘을 우러러보았다. 변신을 한 후의, 마치 구더기가 온몸을 기는 것 같은 무시무시한 불쾌감. 그런 것, 1초도 견디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여성으로 변신하는 것 만으로도 그만큼의 부작용이 생긴다. 그런 상태로 스킬을 사용하면, 그 이상의 부작용이 츠구미의 몸을 덮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츠구미는 몸서리를 쳤다.



――도저히, 이래서야 스킬은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다.


투명화의 스킬을 사용해 도망치려고 해봤자, 기분이 나빠져서 쓰러지는 것이 고작이다.



"……애초에, 마법소녀는 뭘 하고 있는거야."



그렇게 말하고, 츠구미는 눈살을 찌푸렸다. 결계가 쳐지고, 벌써 30분은 지났다. 그런데, 교전은 커녕 마수를 방치해두다니.


일반인이 결계에 휘말리고 있는 것은 모를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해도 너무 느긋하다.



――설마, 마법소녀는 벌써 당한건가?


그렇게 생각했지만, 츠구미는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 않을 것이다. 만약 당했다고 해도, 금방 정부의 후방 부대가 올 것이다.


……그렇다면, 이 마수가 방치된 상황은 무엇일까. 츠구미는 전혀 짐작이 가지 않았다.



다소의 의문을 안고, 츠구미가 치도리들을 두고 간 장소로 돌아오자, 거기에는 두 사람의 인영이 늘어 있었다. 옷차림이 평범하니, 아마 마법소녀는 아닐 것이다.


두 사람의 앞에 있는 치도리는, 츠구미를 보고 안심한 듯한 얼굴을 했지만, 그 표정은 어딘가 딱딱해, 기색이 짙은 불안을 엿볼 수 있었다.



"저기! 이타도리 양은 무사해!?"



츠구미가 그들의 곁으로 가려고 할 때, 유메지가 츠구미를 향해 달려왔다. 그 눈은 빨갛고, 울어서 퉁퉁 부은 듯한 흔적이 보인다.



"이타도리는 무사해. 지금은 조금 피곤해서 자고 있지만, 다리 이외의 부상은 없으니까 조만간 깨어날거야."


"다행이다――!"



유메지는 그렇게 소리를 지르고, 양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녀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서로 다투는 관계가 사라진 것만은 분명하다. 자세한 것은, 이타도리가 일어나고 나서 들으면 된다.



"네가 그녀의 위치를 알려준 덕분이야. 큰 공이였어."


"응……"



츠구미가 그렇게 말하자, 유메지는 복잡해 보이는 얼굴을 하고 수긍했다. 깊은 죄책감을 안고 있는 듯한, 그런 표정이었다.


……아무리 본인에게 도망가라는 말을 들었다고는 하지만, 그녀 자신이 사람을 버렸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이렇게 이타도리가 무사했기에 다행이지만, 만약 이타도리가 죽었더라면, 이 소녀는 다시 일어설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이중의 의미로, 이타도리를 도울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유메지를 따라 치도리들이 있는 쪽으로 발을 내딛자, 두 사람의 인영 중 한 사람――숏 컷의 키가 작은 소녀가 쓱 앞으로 나와, 츠구미에게 말했따.



"당신이 나나세 츠구미?"


"아, 아아. 그런데 너희들은――"



그렇게 츠구미가 물어보려고 할 때, 소녀가 두 어깨를 강한 힘으로 잡았다. 소녀는 아래에서 츠구미를 들여다보듯이, 진지한 얼굴로 이쪽을 응시하고 있다. 거기서 츠구미는, 기묘한 기시감에 사로잡혔다.



――이 아이,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 의문에 대답이 나오기 전에, 소녀는 츠구미를 향해 말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우리에게 협력해 줬으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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