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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번역/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2장 47. - 손을 내미는 것

by 린멜 2019. 10. 12.


47. 손을 내미는 것





――츠구미는 의식이 혼탁한 스즈시로를 짊어지고, 필사적으로 길을 달리고 있었다.



"웃기지, 말라고!! 그렇게까지 당했으면, 이제 죽으란 말야!!"



초조함을 담아 그렇게 외치면서도, 배후를 살피며 멈추지 않고 발을 움직인다. 분명히 말해서, 상황은 매우 나쁘다고 말해도 좋다.



――그 후, 츠구미들은 불타오르는 미로에서 탈출해, 조금 떨어진 곳에서 불길과 연기를 내뿜는 미로였던 건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역시 마수도, 저 불꽃 속에서는 살 수 없겠지. 결계가 풀리는 것도 시간문제구나. ……저기, 일어날 수 없으면 자도 된다고?"


"응…… 슬슬 한계……"



츠구미가 흔들거리는 스즈시로를 염려해서 그렇게 말하자, 스즈시로는 츠구미의 어깨에 쓰러지듯이 잠에 빠져들었다. 아무래도, 겉으로 보기 이상으로 무리를 한 듯 했다.


그리고 츠구미는 옮기기 쉽도록 스즈시로를 등에 업고, 다른 모두가 기다리고 있는 장소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이변이 일어난 것은, 그 직후다.



커다란 잔해가 무너지는 소리와, 츠구미의 바로 옆을 스치듯 날라온, 검은 불꽃을 감싼 배구공 정도 크기의 염탄. 그 충격으로 베인 볼에서 피가 흘렀다.


츠구미가 뒤를 돌아보니, 무너져 가는 미로안에서 검은 그림자가 나오는 것이 보였다.



――그것은, 한 마리의 도깨비였다.



파란 도깨비였을 때보다 한층 더 작아진 몸에, 검은 갑옷 같은 것이 전신을 덮고 있다. 그 갑옷의 틈새로부터 흘러넘치듯이 검은 불꽃이 솟아나고 있어, 상황을 보면, 아까의 염탄은 저 도깨비의 공격이라고 판단해도 좋을 것이다.



츠구미는 그 광경을 보고, 메마른 웃음소리를 냈다.



"하핫, 거짓말이지?"



――저런 것에 대해서는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미부와의 전투에서 판단하면, 저 파란 도깨비의 추정 난이도는 E급. 보통이라면 미로에서의 부상으로 죽었어야 한다. 이렇게 새로운 능력을 갖추고 부활한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있을 수 없다.



거기까지 생각하고 나서, 츠구미는 스즈시로를 확실히 받치고, 전력으로 그 자리를 벗어나려고 했다. 지금은 생각을 할 시간조차 아깝다. 저 도깨비가 살아있는 이상, 츠구미가 할 수 있는 것은 스즈시로를 데리고 도망가는 것 뿐이다.


하지만 츠구미가 달리기 시작하는 것과 동시에, 검은 도깨비도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저녀석, 빨라!!



그 속도는, 지금의 츠구미가 달리는 속도와 거의 동등. 조금이라도 속도를 늦추면, 간단히 따라잡힌다. 게다가 저 도깨비에게는, 염탄이라고 하는 원거리 공격 수단도 있다. 자칫 잘못했다간 한순간에 멈출 가능성도 높다.


츠구미는 스즈시로를 깨울까 망설였지만,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그녀의 기술은 강력하지만, 사용에는 제한이 있다. 이 상황에서는 스킬을 사용한다 해도, 도망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서두의 외침으로 돌아가지만, 츠구미의 정신은 이미 한계에 가까웠다. 이따금 배후에서 뿜어져 나오는 염탄을 종이 한 장 차이로 피하며, 조금씩 가까워지는 거리에 신경을 소모한다.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에서, 츠구미는 필사적으로 도주 루트를 분석하고 있다.



――이대로 모두가 기다리는 곳으로 갈 순 없다. 조금이라도 장애물이 있는 길을 선택해 시간을 벌지 않으면.



……이 시점에서, 츠구미는 빈사의 마법소녀를 완전히 포기하고 있었다. 믿을 수 있는 육화가 움직일 수 없는 지금, 도깨비를 쓰러뜨릴 방법은 이제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츠구미가 할 수 있는 것은, 결계주인 마법소녀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도깨비로부터 계속 도망치는 것 뿐이다. 자신의 목숨의 위기인 이상, 다른 사람의 일까지는 상관할 수 없다.



등의 스즈시로를 감싸면서, 약간의 살의를 느끼고 염탄을 피한다. 온몸에 잔 상처가 늘어가고, 점점 다리가 움직일 수 없게 된다. 그럼에도 츠구미는 발을 멈출 수 없었다. 하지만, 한계는 머지않아 찾아온다.



"――읏, 아."



발밑에 있던 돌에 걸려, 츠구미는 자세를 무너뜨리고 말았다. ――그 틈을, 도깨비는 놓치지 않았다.



검은 염탄이 배후에서 날아온다. 츠구미는 어떻게든 자세를 바꾸려고 했지만, 아무리 해도 반걸음 만큼은 피할 수 없다. 츠구미는 정리되지 않는 사고 속에서, 순간적으로 스즈시로를 감싸듯이 몸을 비틀고, 눈을 감는다.



――이 위치라면, 급소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부상을 입어도 아직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포기한 것은 아니다. 츠구미는, 여기서 죽을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리고 다가올 충격에 대비해, 츠구미는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통증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에?"



츠구미는 눈을 뜨고,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 있던 것은, 하얀 후드가 달린 망토를 두른 인간이었다. 후드에는 토끼같은 긴 귀가 달려 있고, 바람을 받아 흔들리고 있다.


그 인물은 커다란 판자를 방패처럼 앞으로 내밀고, 츠구미들을 지키듯 도깨비 앞에 섰다.



츠구미는 처음엔, 시간벌이가 성공했다고 생각했다. 빈사였던 마법소녀가 죽고, 교대로 그녀가 들어온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심상치 않은 기시감이 그것을 부인한다.



――츠구미는, 그 인물을 『알고』있었다.


덜덜, 몸이 떨린다. 생리적인 눈물이 흐르면서, 오열과 같은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믿고 싶지 않다. 하지만, 눈에 들어오는 현실이 그것을 부정한다.



――왜. 어째서. 그 녀석만은 ――마법소녀가 되면 안 되는데!!



츠구미는,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아, 아아! 치도리!? 어째서 네가!!"



그 절규를 듣고 하얀 후드의 인물―― 치도리는 뒤돌아보며, 슬픈듯이 웃었다.



"……미안해, 츠구미."





◆◆◆





츠구미들이 도깨비를 이끌고 미로 속으로 사라진 후, 치도리는 석연치 않은 것을 느끼면서도, 발빠르게 이타도리들이 대기하는 곳으로 향했다.



――무슨 이유가 있겠지만, 츠구미까지 데려가지 않아도 될텐데.



치도리는, 츠구미가 정말로 걱정이었다. 오늘에 한하지 않고, 그 남동생은 눈을 떼는 순간에 위험에 발을 내딛는 경우가 많다.


어릴 적부터 그런 일이 계속 되었기 때문에, 치도리는 자신이 필요 이상으로 과보호를 하고 있다는 자각은 있다. 하지만 츠구미 본인에게는, 위험을 무릅쓰고 있다는 자각은 거의 없기 때문에, 치도리의 심로는 알 수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는 운이 좋았는지, 큰 부상없이 지낼 수 있었지만, 연말의 입원도 있어, 치도리는 아무래도 불안이 가시지 않았다.


그렇기에, 치도리는 대기 장소로 돌아가, 유메지에게 기절한 미부를 맡기고, 미로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기로 한 것이다.



――그 길의 도중에, 치도리는 이전에 메부키와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리고 있었다.



――메부키는 두 사람의 관계를, 공의존이라고 판단했다.


단 둘만의 가족이라는 것을 빼고도, 서로에 대한 집착이 너무 강하다. 그 때 메부키는, 한 번 확실히 DNA감정을 해 혈연 관계를 분명히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지만, 치도리는 그 제안을 거부했다.



츠구미와의 혈연관계를 의심하는 것은 아니지만, 치도리는 무서웠던 것이다.


만약, 자신이 츠구미와 가족(남매)가 아니라면――. 그렇게 생각하면, 공포로 떨림이 멈추지 않는다. 마치 자신의 세계가 근본부터 바뀌어 버리는 것 같은, 그런 두려옴이 있었다.



"케이 선배는, 나와 츠구미의 관계는 비뚤어졌다고 했어. 하지만, 그래도 나는……"



――나나세 치도리는, 나나세 츠구미를 진심으로 좋아한다. 그것은 이성으로서가 아닌, 가족으로서이다. 하지만, 만약 두 사람 사이에 피가 섞이지 않았다면?


그 대전제가 무너졌을 때, 도대체 자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런 것,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



마음속에 일말의 불안을 안고, 치도리는 계속 달렸다. 그리고 치도리가 불타는 미로 앞에 다다랐을 때, 그녀는 믿을 수 없는 것을 보고 말았다.



"그, 런……"



치도리가 달려온 방향에서 멀어지게끔 달려가는, 츠구미의 모습. 그 등에는 두 손을 축 늘어뜨린 스즈시로가 업혀있고, 그녀에게 의식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 두 사람을 쫓듯이, 검은 모습을 한 도깨비가 포효하면서 달리고 있다.



비명을 삼키며 달려가는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치도리는 멍하니 중얼거렸다.



"……스즈시로 씨가 실패했어? 아니, 하지만 저 도깨비의 모습은, 어떻게 봐도 아까 파란 도깨비와는 달라. 혹시 새로운 마수, 인거야?"



그렇게 말하면서도, 치도리는 떨리는 몸을 껴안을 수 밖에 없었다. 저 검은 도깨비는, 분명 아까의 파란 도깨비보다도 만만치 않다. 발도 츠구미와 같을 정도로 빠른 데다가, 보기에는 멀리서 공격하는 수단도 있는 것 같다.



――만약, 치도리가 저 도깨비에게 따라잡힌다면.



틀림없이, 츠구미는 죽을 것이다. 등에 업고 있는 스즈시로를 버리고 가면 도망칠 수 있을 가능성은 높아지겠지만, 저 츠구미가 그런 선택을 한다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다.



"어, 어떻게 하면. 나는 어떻게 하면, 츠구미를 구할 수 있지?"



――뛰어가서 치도리가 미끼가 된다.


무리다. 그런 짓을 하면, 반대로 츠구미가 도깨비의 시선을 끌기 위해서 움직일 것이 틀림없다.



――미부를 깨워, 싸운다.


깨운다 해도 그녀가 싸울 수 있을지 어떨지 알 수 없고, 지금부터 돌아가도 늦을것이다.



몇 가지 현상을 타개할 방안을 생각해도, 모두 실현 불가능한 것 뿐으로, 결정타가 부족하다. 그리고 치도리는, 굳이 생각하고 싶지 않게 조심하던 방안을 입에 올렸다.



"광장에 쓰러져 있는 마법소녀를 손에 넣으면, 혹은……"



그리고 새로 파견된 마법소녀가 여기에 와 주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하지만 그것은, 치도리의 사회적 죽음을 의미한다.


어떤 사정이 었었다고 해도, 살인을 저지르면 극형을 면치 못한다. 애초에, 마법소녀에 대한 상해는, 보통 죄를 짓는 것보다 훨씬 무겁다. 마법소녀의 사회적 중요도로 따지고 보면, 그것도 당연한 것이다. 만약 이 자리를 잘 극복했다고 해도, 치도리와 츠구미는 더는 함께 있을 수 없게 된다.



치도리는 떨리는 손을 움켜쥐고, 눈을 감았다. 이렇게 고민하는 동안에도, 츠구미의 몸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결단을, 내려야만 한다.



"흣, 우으……"



오열과 함께, 감긴 눈 사이로 눈물이 흘러내린다. 치도리를 구하기 위해 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마음이 그것을 부정한다.


좋든 나쁘든, 치도리는 선량한 사람이다. 사람을 죽일 각오 따위, 간단히 할 수 있을 리 없다.



"――그렇게 남동생이 걱정되는가."



울고 있는 치도리 바로 옆에서, 누군가가 그렇게 말했다. 무기질의, 청년과 같은 목소리. 치도리는 재빨리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하지만, 주위에는 사람의 그림자는 없다.



"당신은, 누구?"



경계하면서도 치도리가 그렇게 묻자, 그 목소리의 주인은 「아래를 보라」라고 말했다. 치도리가 떨면서 목소리에 따라 아래를 보니, 거기에는 한 마리의 흰토끼가 있었다. 금색의 눈동자가, 치도리를 응시하듯 가만히 바라본다.



"한가지 묻지. 아가씨는, 너는 무슨일이 있어도 남동생의 편이 될 수 있나?"



치도리는, 흰토끼의 당돌한 말에 당황하면서도, 제대로 고개를 끄덕였다. 치도리가 츠구미의 편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 흰토끼는 왜 그런 것을 묻는 것일까. 그 진의를 치도리가 묻기 전에, 흰토끼는 계속 입을 열었다.



"아가씨. 이름이 뭐지?"


"치도리. ……나나세, 치도리입니다."



당황하면서도 대답한 치도리에게, 흰토끼는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그런가. 치도리여, 이대로라면 네 동생은 죽는다. 그건 알고 있겠지?"


"그건……"



그 말에, 치도리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그런 말은 안 해도 알고 있다. 그렇기 떄문에, 치도리는 망설이고 있다.


――하지만, 만약. 만약 다른 방법이 있다면, 사람을 죽이는 것 이외의 방법을 택하고 싶었다.



그런 치도리의 미혹을 헤아린 듯, 흰토끼는 한가지 제안을 했다.



"――흠. 그러면, 계약을 하지 않겠나."


"……에?"


"치도리. 네게 싸울 힘을 주겠다. ――그 대신, 일이 끝나면 내 『소원』을 들어주도록."



흰토끼는 눈을 가늘게 뜨고, 작은 하얀 손을 지그시 치도리에게 내밀었다.



"선택하라. 두번은 말하지 않는다."



치도리는 눈물에 젖은 눈을 크게 뜨고, 흰토끼를 바라보았다. ――이것은, 신의 『권유』다.


치도리는 지금, 인생의 기로에 서 있다. 그래――마법소녀가, 될지 말지.



재야의 마법소녀는, 신이 소원을 들어주는 것과 동시에, 신에게의 요망에 응할 필요가 있다고 들은 적이 있다.


그 소망이 무엇인지는, 분명 지금은 물어봐도 대답해 주지 않을 것이다. 이 흰토끼의 모습을 한 신이 찾고 있는 것은, 예 아니오 두가지의 선택 뿐. 치도리가 그 이외의 말을 하면, 몽환처럼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치도리의 대답도 벌써 결정되어 있다.



치도리는 살며시 그 자리에 주저앉으면서, 츠구미를 생각했다.



――분명, 화를 내겠지.



츠구미는, 분명 치도리가 마법소녀가 되는 것을 허락하지는 않을 것이다. 위험하니 당장 은퇴해, 라고 외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치도리는, 훗 하고 작게 웃으며 흰토끼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공손히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제발 힘을 빌려주세요. ――저는, 츠구미를 살리고 싶어요."


"아아. ――계약은, 성립됐다."



그 말과 함께, 포근한 바람이 치도리의 주위를 에워쌌다. 마치, 몸의 일부가 바뀌어 가는 것 같은 불가사의한 감각이었다. 옷차림이 서서히 변화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치도리는 흰토끼에게 물었따.



"신 님. 저는 당신을 뭐라고 부르면 좋은가요?"



흰토끼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한 행동을 했다. 그리고, 치도리에게 등을 돌리며,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렇군…… 나는 시로라고 부르면 된다. ――자, 준비가 됐다면 서두르지. 이쪽도 시간이 별로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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