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마법소녀라는 것
반전문자로 【남게이트 대기소】라는 간판이 붙은 컨트리 풍의 오두막 안에서, 이타도리는 불안한 표정으로 바닥에 앉아 있었다.
오두막의 반대편 벽에는 또 한사람 ――유메지 나데시코가 안절부절하는 모습으로 창밖을 응시하고 있다. 그 옆모습을 바라보며, 이타도리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왜, 하필이면 그녀와 함께인걸까.
우울한 기분으로, 이타도리는 무릎을 껴안았다. 유메지 나데시코는 선발클래스의 중심인물로, 최근까지 이타도리를 솔선수범해 괴롭혔던 장본인이다. 확실히 말해서,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애초에, 이타도리는 유메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것이다.
이 아무도 없는 놀이공원―― 마법소녀의 결계에 말려들었을 때, 혼란스러운 이타도리를 유메지는 꾸짖고, 떨떠름하게 현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정말로 귀찮은 표정을 짓고는 있었지만, 이타도리를 버리고 도망치지는 않았다.
그리고 유메지는 안쪽에서 자물쇠를 채우는 오두막집에 들어간 뒤에는, 이타도리를 완전히 무시하고,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계속 침묵하고 있다.
그런 유메지에게, 이타도리는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할지 몰랐다. 하지만 이렇게 입을 다물고 있는것도 어색하다. 그렇게 생각한 이타도리는 용기를 쥐어짜서 입을 열었다.
"저기, 유메지 양."
이타도리가 주뼛주뼛 말을 걸자, 유메지는 눈썹을 찌푸리며 「왜?」라고 답했다. 노골적으로 싫은 얼굴을 하고 있다. 이타도리는 약간 낙담하면서도 입을 열었다.
"왜 같이 여기에 데려다 준거야? 나를, 싫어하잖아?"
이타도리가 그렇게 말하자, 유메지는 코웃음을 치며 깔보듯 답했다.
"너 바보야? 딱히 나는 너를 도와준건 아니야. 이런 곳에서 이상하게 죽기라도 하면, 나와 학교의 평가가 떨어지겠지? ……그래, 나는 마법소녀가 될거니까. 이런 일로 악평을 받을 수는 없는거야."
유메지는 오른손을 꽉 쥐었다. 그 말의 마지막 부분은, 마치 자신에게 타이르는 듯한 목소리였다.
……그 유메지의 모습은, 꿈을 말한다기보다는, 어딘가 소름이 끼치는 것을 느꼈다.
"유메지 양은, 왜 그렇게까지 해서 마법소녀가 되고 싶은거야? 힘들기도 하고, 죽을 수도 있는데."
주위의 친구나 다른 반 사람들은 『마법소녀』라는 존재에 과한 동경을 가지고 있지만, 사망률이나 재기 불능이 되는 건수를 생각하면, 그렇게까지 훌륭한 멋진 일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확실히 세상에는 없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는 생각하지만, 모두가 솔선수범해서까지 하고 싶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이 이타도리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마치 도장을 찍는 것처럼 마법소녀를 추앙하고, 긍정한다. 그런 세상이, 이타도리는 무서워서 어쩔 수 없다. 이 공포를 긍정해 준 것은, 최근 만난 그 청년 ――나나세 츠구미 뿐이었다.
이타도리는 유메지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어쩌면 이타도리의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유메지에게는 다른 반 친구들과 같은 마법소녀에 대한 동경이 없는 것 같았다.
그녀의 집은 재산가이기 때문에, 마법소녀가 얻는 포상금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그렇다고 아이돌처럼 주위로부터 추앙받고 싶은 바람으로도 보이지 않는다.
그녀의 근저에 있는 것은, 더욱 다른 것. 공포나 혐오같은 부정적 감정―― 그렇게 생각되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이타도리가 그렇게 말하자, 유메지는 몹시 차가워진 눈으로 이타도리를 내려보며, 내뱉듯이 말했다.
"너 따위가 뭘 알아. 아무것도 모르면서……!!"
유메지는 일어서서, 성큼성큼 이타도리에게 다가가, 천천히 이타도리의 교복의 목덜미를 잡았다. 갑자기 엄청난 힘으로 들어올려져, 이타도리는 무릎을 꿇고 신음했다.
"케흑, 유메지 야, 그, 만……"
"너하고 얘기하면, 정말 짜증나. 개학 이래의 적성치? 기대주? ――웃기지 마. 마법소녀가 될 각오도 없는 주제에, 내 방해를 하지 마!"
이타도리는, 방해하지 않았다, 고 되받아치려고 했다. ――하지만, 유메지의 얼굴을 본 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유메지가 울고 있었기 때문이다.
"유, 유메지 양?"
"나는 마법소녀가 되어야만 해."
유메지는 이타도리에게서 손을 떼고, 쓱 소맷부리로 눈물을 닦고, 비웃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당신같은 보통 사람은 모를테지만, 명가에는 명가로서 여러가지가 있어. 우리 가족은 그 중에서도 마법소녀를 배출하는 경우가 많았지. 이게 무슨 뜻인지 알아? ――그래, 마법소녀가 될 수 없는 여자아이는 전부 낙오자 취급을 받아. 내 자살한 언니처럼 말이야."
갑작스런 고백에, 이타도리는 숨을 죽였다. 하지만 유메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나도, 딱히 내가 좋아서 마법소녀를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이 아니야. ……하지만, 언니처럼 되는 것은 그야말로 죽어도 싫은걸. 그런식으로 비참한 생각만은, 절대로 하고 싶지 않아……!!"
마음속의 생각을 토해내듯이, 유메지는 외쳤다.
――아아, 이 사람도 마찬가지구나
이타도리는 막연히 그렇게 생각했다. 명문가나, 그녀의 가족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다. 하지만, 그 고민의 본질은 이해할 수 있다. 주위의 기대와 둘러쌓여있는 환경이, 그녀에게 마법소녀 이외의 길을 택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던 것이다. 정해진 레일을 계속 달릴 수 밖에 없는 불안과, 아무것도 선택할 수 없는 불만. 그것은 그녀에게 있어서, 어느 정도의 중압이었던 것일까.
분명히 그녀는, 누구에게도 『스스로 선택해도 좋아』라고 듣지 못했던 것이다. 그것은 몹시 슬프고, 괴로운 일일거라고 이타도리는 생각했다.
"유메지 양. ――저기말야."
이타도리가 그렇게 말을 걸려고 했을 때, 자물쇠를 채운 문짝의 작은 창문에 무언가의 그림자가 비쳤다. 두 사람의 시선이 문 쪽으로 향한다.
――거기에 있던 것은, 커다란 파란색 괴물이었다.
작은 창으로 가득 찬 추악한 얼굴을 비추는 그 괴물――도깨비 같은 것은, 이타도리들을 보고 씨익 하고 웃었다.
"――꺄아아악!!"
유메지가 새된 목소리로 비명일 지른다. 아마, 두 사람의 말소리를 듣고 왔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와서 후회해도 이미 늦었다.
"그, 그래도 열쇠가 잠겨있으니까."
이타도리가 그렇게 중얼거리는 순간, 쿵 하고 문 쪽에서 뭔가를 두드리는 듯한 폭음이 울려퍼졌다. 엉겁결에 쭈그리고 앉아 귀를 막는다. 온몸의 모공에서 땀이 나고, 덜덜덜덜 공포로 몸이 떨린다. 『죽음』이,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안 돼, 이대로는 부숴질거야!!"
유메지가 비통한 목소리로 그렇게 외쳤다. 문을 부수고 이 안으로 들어오면 그야말로 인생의 끝이다. 이타도리는 떨면서 오두막 안을 바라보다, 어떤 것을 발견했다. 자신도 모르게 눈을 부릅뜨고, 군침을 삼켰다. 문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이상, 도망갈 방법은 이거밖에 없다.
이타도리는 떨리는 몸을 달래며, 일어섰다.
"유메지 양, 이쪽으로 와!!"
그렇게 외치고, 이타도리는 유메지의 손을 잡고, 문으로부터 반대편 벽에 걸려있는 줄사다리를 가리켰다. 그 사다리는 높은 위치에 있는 창에 연결되어 있어, 잘만 하면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유메지는 줄사다리와 창문을 번갈아보니까 불안한 듯 입을 열었다.
"……확실히 다른 방법은 없는거 같지만, 잘 될까?"
"할 수 밖에 없어. ――이제, 그 문은 버티지 못하니까."
삐걱삐걱거리는 문은, 몇 번만 더 공격받으면 부서질 것 같았다. 망설일 시간은, 분명 거의 없다.
두 사람은 시선을 모으고, 마음을 굳게 다잡고 고개를 끄덕이고, 슬그머니 줄사다리로 손을 뻗었다.
◆◆◆
"괜찮아요―? 살아있나요―? 괜찮다면 개입할까요―? ……안 되겠다, 대답이 없어."
캐스킷 모자를 깊이 눌러쓰고, 넉넉한 롱 원피스를 입은 소녀―― 미부 유리에는 땅바닥에 쭈그려, 엎드린 피투성이의 마법소녀에게 그렇게 물었다.
……얕은 호흡음이 들리는 걸 보면 살아는 있지만, 이래서는 더이상 움직일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부상의 정도도 모르고, 섣불리 여기서 움직일 수도 없다.
유리에는 흰 코트를 벗어, 살며시 쓰러져 있는 마법소녀 위에 걸었다. 흘러나오는 피가 배어 빨갛게 변색해 가지만,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유혈때문에 체온이 떨어지고 있따. 이 이상 차가워지면 생명에 관계된다.
마음에 드는 것이었는데, 하고 생각하면서, 유리에는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했다. 이 부상이라면, 앞으로 남은 시간은 2시간 정도. 아무리 변신한 마법소녀가 튼튼하다고는 해도, 그 이상은 없을 것이다. 만약 본인이 원한다면, 이 자리에서 개입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겠지만, 대답을 듣지 못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유리에는 불만스러운 듯이 입을 삐죽거리며, 얼굴이 파래진 란에게 말을 걸었다.
"어떡하지 란 짱. 변신도 스킬도 사용할 수 없고, 부탁해야 할 마법소녀는 이 꼴이야. 마수도 아직 이 근처에 있는 것 같고, 가벼운 외통수 아닐까?"
"간단히 그런 말 하지 마…… 라고 할까, 정말로 위험하지만. 이런 말 하고싶지는 않지만, 정말로 죽을지도 몰라."
긴 머리를 땋아 늘어뜨리고, 커다란 검은 테 안경을 쓴 란은, 살며시 위 주변을 누르면서 신음하듯 말했다.
이 결계에 휘말릴 당시, 두 사람은 사태를 낙관했다. 다른 마법소녀의 결계 내에서, 스킬을 거의 사용할 수 없는 것은 파악하고 있었지만, 제대로 정규 마법소녀가 마수를 쓰러뜨리면, 란 들이 위험한 일을 당하지는 않을 것이다――그렇게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이거다. 마법소녀는 무력화되었고, 마수는 아직도 방치되어있다. 생각할 수 있는 한, 최악의 사태다.
차라리 이 빈사의 마법소녀가……, 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것은 사람으로서 넘어서는 안되는 라인인 것은 틀림없다.
여기에 오기 전까지, 둘 다 만약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의 확인은 끝냈지만, 그 부작용은 두 사람의 이해를 넘는 것이었다. 마수에 맞섰을 때, 제대로 움직일 수 없게 될 가능성도 높으므로, 가능한 일이라면 사용하는 것은 피하고 싶다.
"정부로부터는, 쉬는 날이라도 자위의 준비는 잊지 말라고 했지만, 이번에는 짧은 칼 하나밖에 가지고 오지 않았는걸? 치마 속에 숨길 수 있는 것은, 그 정도 밖에 없고."
"나도 마수에 효과가 있는 독이 든 작은 병 두개만 있을 뿐이야. ……그런데말야, 지금은 독 스킬을 사용할 수 없으니까, 조금 효과는 떨어졌을지도, 이건 능력에 의존하는 타입의 독이니까."
그렇게 말하고, 란은 한숨을 내쉬었다.
서로 정부로부터의 위험물 소지 면허장은 받았지만, 설마 놀이공원에까지 완전무장으로 갈 수는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최저한 주위로부터 의심받지 않을 정도의 무기밖에 가지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그것이 역효과가 났지만, 설마 두 사람이 이런 일에 휘말릴 줄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준비 부족을 나무랄 까닭은 없다.
바로 옆에 쓰러져 있는, 상처입은 마법소녀는 불쌍하다고 생각하지만, 전쟁터에 나타난 이상, 그 생사는 모두 자기책임이다. 비록 이 자리에서 육화의 두 사람이 그녀를 버렸다고 해도, 죄를 추궁받지는 않을 것이다. 뭐, 세간에서는 비판받겠지만.
"하지만 이 자리에 마수가 없는걸 보면, 역시 그 밖에도 말려든 아이가 있다는 걸까. 그게 아니었다면, 진작 우리 쪽으로 왔었겠지."
"책임문제잖아. 무서워라. ……아―, 역시 가는 수 밖에 없네."
그렇게 말하며, 란은 핏자국이 이어진 길을 응시했다. 아마 이 앞에, 마수가 있을 것이다.
――무섭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이렇게 불리한 싸움을 강요당하는 것은, 그야말로 마법소녀를 시작했을 때 이후 청므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물러날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그녀들이 【육화의 마법소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들은, 자신이 육화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선택되고 싶어한 것도 아니다. 그러나 대다수의 희망으로, 선택되었다는 사실은, 그녀들의 긍지를 지탱하고 있다. 그것은, 힘을 사용할 수 없는 지금도 변하지 않는다.
"비록 만전으로 힘을 쓸 수는 없더라도, 우리들은 【육화】니까. 마법소녀의 대표로서, 할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되지."
"뭐, 이것도 일이니까. ――그럼, 서두를까."
그리고 두 사람은, 남쪽 게이트 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배우는, 서서히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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