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그녀들의 선택
줄사다리를 타고 오두막에서 탈출한 이타도리와 유메지는 숨을 헐떡이며 놀이공원의 길을 달리고 있었다. 두 사람이 오두막 안에서 도망간 것은, 금방 도깨비에게 들켰지만, 다행히도 도깨비의 발걸음은 느려서, 겨우 도망쳐 나왔다.
――하지만, 초등학생의 체력으로는 머지않아 한계가 온다. 그리고 문제는 하나 더 있다.
"……윽,"
――이타도리는, 둔하게 통증이 오는 다리를 감싸며, 필사적으로 유메지의 뒤를 달리고 있었다. 탈출할 때, 발목을 삐었다.
오두막 안에 걸려 있던 줄사다리는 오르는 데는 문제가 없었지만, 그대로 밖으로 사다리를 내리니, 아래로 내려가기에는 약간 길이가 부족했던 것이다. 유메지는 남은 높이를 무난히 뛰어내렸고, 이타도리도 똑같이 뛰었지만, 여기서 타고난 신체능력의 차이가 났다. 이타도리는 착지에 실패한 것이다.
그 자리에서는 어떻게든 속이고, 아픔을 견디며 뛰었지만, 이타도리는 이제 한계였다.
――만약 이 자리에서 이타도리가 쓰러진다면, 유메지는 어떻게 할까. 그대로 신경쓰지 않고 달려갈 수도 있고, 발을 멈추고 이타도리를 도와주려고 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느 쪽도 이타도리는 살 수 없다.
"유, 유메지, 양!"
"뭐야!? 말 할 여유따윈 없거든!"
유메지는 뒤돌아보지도 않고, 고함치듯 그렇게 말했다. 무리도 아니다, 배후로부터 마수――파란 도깨비가 쫓아오고 있는 것이다. 잡담으로 체력을 소모하는 것은, 칭찬받을 행위는 아니다.
이타도리는 그런 유메지를 바라보며, 부러운 듯 눈을 가늘게 떴다.
――분명, 그녀뿐이라면 어떻게든 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제 안된다.
아픔만 있다면 아직 참을 순 있다. 하지만, 달리다 보니 점점 삔 오른발의 감각이 사라졌다. 여기에 올 때까지 몇 번이나 휘청거려 넘어질 뻔 한 데다가, 찌르는 듯 한 아픔 때문에 머리도 능숙하게 돌아가지 않는다. 쓰러지는 것은, 이미 시간문제였다.
그렇다면 적어도, ――후회하지 않도록 행동하자. 그렇게 생각하고, 이타도리는 모든 것을 포기한 듯 웃었다.
그 날, 츠구미 오빠는 「자신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쪽을 골라」라고 말했다. 한 사람이라도 살 수 있는 길을 택할 수 있다면, 분명 이것이 정답일 것이다. 엄마를 두고 가는 것은 걱정이지만, 이타도리가 좋은 일을 했다는 걸 알면, 분명 납득해 줄 것이다.
유메지는 아직 좋아할 수는 없지만, 그녀가 자신이 처한 현 상황을 필사적으로 살려고 발버둥치고 있는 것은, 이타도리도 이해할 수 있다. 게다가 다리를 삔 것은 이타도리 자기 책임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과실에 유메지를 말려들게 해서는 안 된다.
"――두갈래로 나뉘자! 나는 오른쪽으로 갈 테니까, 유메지 양은 왼쪽으로 달려!!"
이타도리는, 겨우 기력을 다해 그렇게 말했다.
"하아? 너 무슨 말을 하……, 에?"
유메지는 그렇게 말하며 달리면서 뒤를 돌아보고, 이타도리의 모습을 보고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이타도리의 안색은 흙빛이었고, 크게 부은 오른발을 잡아당기듯 달리고 있다. 그녀의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일목요연했다.
"잠깐 기다려, 어째서 더 빨리 말하지 않은거야!? 그런 상태로는 달릴 수 없……"
유메지가 그렇게 말하며 발을 멈추려 하자, 이타도리는 고함지르듯이 외쳤다.
"――됐으니까 앞을 보고 달려!! 내가 말하고 싶은거, 알고있잖아!?"
눈물을 흘리며, 이타도리는 유메지를 향해 고함쳤다. 그 얼굴을 보고, 유메지는 무심코 숨을 죽였다.
――유메지가 그녀를 괴롭힐 때 조차도, 이렇게 감정을 드러내는 일은 없었는데.
동요를 숨길 수 없는 채, 유메지는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였다. ……망설이고, 만 것이다.
――이타도리의 말대로, 이대로 도망가는 게 분명 정답일 것이다. 싫어하는 상대가 그 후 어떻게 되든, 자신이 마음에 담아 둘 필요는 없다. 하지만 마음에 앙금이 남은 듯, 그녀를 두고 도망가는 것을 주저하는 마음이 사라지지 않는다.
……그럴 것이, 유메지는 몰랐던 것이다. 덮쳐오는 마수가, 그렇게 무서운 것이었을줄은.
파란 도깨비가 손에 들고있는 쇠몽둥이나, 그 몸에 감겨있는 천은 검붉은 얼룩이 칠해져 있다. 여기에 올 때 까지, 그 도깨비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그런 일은,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이대로 유메지가 이 자리를 달아나 버린다면, 이타도리는 분명, 그 알지 못하는 누군가와 같은 꼴을 당하게 될 것이다.
유메지는 성격이 비뚤어져 있지만, 아는 사람이 비참하게 죽는 것을 보고도 못 본 체할 정도로 악인은 아니다. 유메지는 욱신거리는 아픈 가슴을 누르면서, 문득 생각난 일을 말했다.
"어, 어딘가 건물 안으로 도망가면. 그러면 저 녀석을 뿌리칠 수 있을지도……!!"
"이젠, 무리야. 나는, 더 이상, 달릴 수, 없어."
숨이 끊어질 듯이, 이타도리는 그렇게 말했다. 말 그대로, 달리는 속도도 점점 줄어들어, 도깨비와의 거리는 수십미터까지 좁혀지고 있다. 한 번이라도 멈춰서면, 틀림없이 도깨비는 이타도리를 쫓을 것이다.
그치만, 하고 말하고 싶어 보이는 유메지가 매달리는 듯한 눈으로 이타도리를 보자, ――그녀는 울먹이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가, 유메지 나데시코!! ――너는, 마법소녀가 될 거잖아!? 이런 곳에서 멈추지 마!!"
그 이타도리의 말을 등에 업고, 유메지는 튕기듯이 왼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아, 아아, 우아아아앙!!"
말 못할 비명과, 눈에서 쏟아지는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어째서, 어째서, 어쨰서!! 왜 그녀는 그렇게 웃는거야!?
이타도리 역시, 마수가 두렵지 않은 것은 아닐것이다. 죽는 것이 두렵지 않은 사람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타도리는 자신을 희생해 유메지를 도망치게 했다.
유메지는 그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고, 왜 이렇게 자신이 혼란스러운지 전혀 몰랐다. 초조와, 후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가슴 속에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그리고 격정이 깃든 채, 유메지는 계속 달렸다. 울면서, 건물의 모퉁이를 돌아, 거기서 무언가와 힘차게 부딪쳤다.
엉덩방아를 찧은 유메지는, 드러나는 시야에서 머리 위를 올려다보고, 거기에 서 있던 인물에게 매달리는 듯한 기세로 단언했다.
"――부탁이야! 이타도리 양을 구해줘!!"
◆◆◆
――유메지가 달아난 지 10분 정도 경과했지만, 이타도리는 아직 도깨비에게 잡히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놀리고 있다고 바꿔 말하면 좋을 것이다.
파란 도깨비는 히죽히죽 싫은 미소를 지으며, 질질 다리를 끄는 이타도리의 뒤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오고 있다. 아마두 이타도리의 얼굴이 공포에 일그러지는 모습을 보고 즐거워하고 있는 것일 것이다.
마수는 사람의 부정적인 감정을 먹고 있다. 분명, 지금의 이타도리의 감정은 분명히 맛있을 것이다.
――하지만, 멈춰버리면 그것도 끝이다.
아무 말이 없어도, 이타도리는 그 사실을 감지하고 있었다. 이타도리가 이렇게 조금이라도 움직여서 도망치고 있는 동안, 도깨비는 덮치지 않는다. 하지만 한번이라도 멈추면, 저 손에 든 쇠몽둥이를 똑바로 이타도리에게 내려칠것이다. 움직이지 않는 장난감따윈, 아무런 가치도 없으니까.
바로 곁에서 다가오는 죽음의 공포에 덜덜 떨면서, 이타도리는 중얼거렸다.
"……거짓말쟁이. ――구하러 오겠다고, 말 했으면서."
그렇게 말하며, 이타도리는 작게 고개를 저었다.
마음 한구석에서는, 그 사람이 도와주길 바랬다. 씩씩하게 나타나서, 이타도리의 손을 잡아주지는 않을까 하고 바랬던 것이다. 그런 희미한 희망이 있었기에, 이타도리는 유메지를 마주보고, 거의 없는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이다. 결국에는, 그것도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사실 알고 있었다. 이런 곳에, 그 사람이 올 리가 없는데.
"……앗, 으읏."
돌에 걸려, 철썩 그 자리에 넘어졌다. 어떻게든 일어서서 움직이려고 해도, 몸은 마음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다.
이타도리는 공포에 떨며 뒤쪽에서 다가오는 발소리를 듣고 있었따. 쿵, 쿵, 하는 무거운 소리는, 점점 이타도리 쪽으로 다가오고 있다.
"……싫어."
이타도리는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안듯 쪼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싫어! 죽고싶지 않아! ――구해줘, 츠구미 오빠!!"
그렇게 이타도리가 외치는 순간, 바퀴가 구르는 소리와 동시에, 쾅, 하고 큰 물건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배후로부터 울려 퍼졌다. 그 직후, 펑펑, 하고 무언가가 터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순식간에 하얀 연기가 주위에 가득 차기 시작한 것이다.
"대체, 뭐가……"
콜록콜록 기침을 하면서, 살짝 얼굴을 든 이타도리의 손을, 무언가 따뜻한 것이 잡았다.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며, 이타도리는 눈을 감으면서 그 손을 뿌리치듯 날뛰었다.
"싫어, 놔!"
이타도리는 한 손을 들어, 눈앞의 상대를 공격하려 했지만, 그 손도 쉽게 잡히고 말았다.
――아아, 이제 끝이구나.
그렇게 생각하고, 이타도리가 눈을 뜨려고 하는 순간, 들은 기억이 있는 목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렸다.
"――괜찮아!? 다리 외에는 다치지 않았어?"
핫 하고, 눈을 뜬다. ――그곳에 있던 것은, 계속 기다리고 있던 상대(영웅)이었다.
"아, 아아, ――츠구미 오빠……!!"
뚝 뚝 하고, 다 흘렸을 것인 눈물이 계속 쏟아진다.
――약속, 제대로 지켜줬어. 그 사실이, 이타도리는 기뻐서 어쩔 수 없었다. 만약 이것이 마지막 순간에 꾸는 꿈이더라도 상관없다. 그렇게까지 생각했다.
츠구미는 신음하듯 계속 우는 이타도리를 살짝 껴안고, 상냥한 목소리로 말했다.
"――약속대로, 도와주러 왔어. 자, 어서 여기서 떠나자."
이타도리는 그 말에, 작은 목소리로 「응」이라고만 대답하고, 츠구미에게 매달렸다. 그 이외의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이타도리는 지쳤던 것이다. 그리고 이타도리는, 잠들듯이 의식을 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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