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사진의 소녀
츠구미는 그네에 앉아, 시린 양손에 입김을 불었다. 2월의 밤이라는 것은, 떨릴 정도로 춥다. 공원의 나무 사이로 보이는 별하늘은 아름답지만, 그래도 별로 오래 머물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유키타카는, 왜 이런 장소를 지정했을까. 애초에, 약속이 밤인 것도 이상하다.
츠구미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유키타카는 그네의 사슬에 체중을 더해, 츠구미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그 잘생긴 입술에서, 생각지도 못한 말이 튀어나왔다.
"저기, 츠구미 짱. ――놀이공원은 즐거웠어?"
당돌하게 내뱉어진 말에, 츠구미는 얼굴이 굳어졌다. 유키타카는, 그 말이 의미하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싸움을 거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여러 사람이 다쳤고, 죽을 뻔 했고, 치도리가 마법소녀가 되어버렸다. 그것을 즐겁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그렇게 느낄 리 없다.
츠구미는 자기도 모르게 사슬을 움켜쥐고, 일어나기 위해 허리를 피려 했다. 하지만, 손에 쥔 사슬이 상상 이상으로 차가워, 분노로 물든 사고에 물이 끼얹어졌다. 간신히, 폭력을 행사하는 것에 주저함이 생겼다.
그리고 츠구미는 유키타카를 노려보고, 칫 하고 크게 혀를 차며, 천천히 허리를 숙였다. 서서히 타들어 가는 듯 한 분노는 남아 있지만, 때릴 정도는 아니다.
주먹을 꾹 쥐면서, 츠구미는 신음하듯 말했다.
"……지금이 밤이라서 다행이야."
"헤에, 왜?"
"초조해하던 아침이었으면, 아마 널 맘껏 패고 있었겠지."
하아, 하고 화를 참듯이 숨을 내쉬었다. 유키타카에게는 늘 하던 가벼운 말이겠지만, 실제로 죽을 뻔 한 몸으로서는 초조함이 가라앉지 않는다.
――애초에 유키타카가 그 놀이공원을 소개하지 않았더라면, 그런 사고에 휘말리지 않았을 텐데. 그런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지만, 츠구미는 작게 고개를 저었다.
확실히 하코네 건에 이어, 유키타카에게 제안받은 장소에서 불행한 사고가 일어났지만, 그렇다고 유키타카를 탓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만약 미리 사고가 일어나는 것을 알고 있었다면 이야기는 다르지만, 그것은 역시 말이 되지 않는다. 신조차 예측할 수 없는 것을, 평범한 인간이 미리 알 리 없으니 말이다.
정신을 다잡고, 츠구미는 유키타카에게 물었다.
"그래서? 너는 나를 화나게 하기 위해서 일부러 불러낸거야?"
"음―, 맞을지도 아닐지도. 봐, 여러가지 일이 있었던 것 같고, 한번 화나면 조금은 상쾌해질까 싶어서."
헷, 하고 웃으면서 유키타카는 그런 말을 했다.
"……뭐, 확실히 진정되긴 했지만. 그래도, 방식이 틀렸어."
유키타카의 도발적인 말에 대해, 아까는 순간적으로 머리에 피가 솟구쳤지만, 지금은 꽤 기분이 상쾌해졌다. 마음속에 있던 응어리가, 조금은 사라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과 이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맞아도 불평할 수 없는 수준의 도발을 해대다니, 머리가 이상하다고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츠구미가 노려보며 그렇게 말하자, 유키타카는 만족스러운 듯 눈을 가늘게 뜨고 웃었다.
"아하하, 조금이나마 감정에 맡기고 화를 내도 괜찮을거라고 나는 생각했지만 말야. 딱히 한번정도라면 맞아도 용서할 수 있고. 애초에, 츠구미 짱은 평소에 너무 참는단 말이지. 좀 더 제멋대로여도 되지 않을까? ――예를 들면 그래, 나처럼 말야."
"그건 그거대로 곤란한걸……"
츠구미는 작게 어깨를 으쓱이며, 그렇게 대답했다.
유키타카처럼 유아독존마냥 행동하는 것은, 츠구미와 같은 일반적인 감성을 가진 사람은 도저히 할 수 없다. 주변의 눈을 신경쓰지 않을 만큼의, 꽤 강한 정신력이 없으면 무리일 것이다.
게다가, 츠구미는 딱히 참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유키타카에게는 무리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을지도 모른다.
분명 짚이는 구석이 있다. 유키타카는 중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내게 온갖 민폐를 끼쳤지만, 정신을 잃을 만큼 화를 내 본 적은 한번도 없다. 유키타카는, 그것을 참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아―아. 가끔은 츠구미 짱과 진심으로 싸워보고 싶은데 말이지. 모처럼 사람이 없는 심야에 불러냈는데, 소용없게 되어버렸어."
"……밤에 부른 것은, 그런 이유였냐."
츠구미는 불만스럽게 그렇게 말했지만, 유키타카는 주눅든 기색도 없이 입을 열었다.
"그런데말야, 이번 놀이공원 건은 내가 잘못한 건 아니지만, 내가 권유한 이상 조금은 책임이 있잖아? 이런 시시콜콜한 걸로 삐걱거리는것도 싫으니까말야, 빨랑 불만을 해소시켜줄까 생각했거든."
"그게 왜 심야의 싸움이라는 발상이 되어버리는거야. 영문을 모르겠는데……"
"이야~ 사실 친구와의 싸움이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거든. 문제도 해결할 수 있고 일석이조 아냐?"
"그런 하찮은 일에 말려들게 하지 마!! ――아아 하지만, 너 나 말고는 친구가 없으니까……"
확실히, 그것을 시험하려면 츠구미에게 시비를 거는 방법밖에 없다. ……그런 바보같은 이유로 자신은 그런 심한 도발을 당한 것인가? 그렇게 생각하니,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다.
츠구미는 피곤한 듯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앞머리를 휘저었다.
"딱히, 이번 건으로 유키타카를 탓할 생각은 없었어. 분명 그 놀이공원은 네가 소개한 장소지만, 우발적인 사고까지 남탓을 하는건 있을 수 없다고."
"흐응, 츠구미 짱은 그걸로 된거구나."
"만약 그게 네 짓이라고 한다면, 그때는 그 잘생긴 면상을 맘껏 후려치겠지만 말이야. 뭐, 역시 그런건 할 수 없겠지만."
"글쎼, 그건 어떨까?"
"실없는 소리는 적당히 해. 이 이상 부추겨도 나는 화내지 않을거라고."
이것도 저것도 나쁜건 전부 유키타카의 탓. 그렇게 생각하는건 간단하지만, 그건 조금 현실적이지 않다.
유키타카가 꽤 귀찮은 성격을 가졌다는 것은, 츠구미도 아주 잘 알고 있다. 자기가 하지 않은 일조차 자기 짓인 것마냥 행동하고, 분위기를 망치는 것은 유키타카의 상투 수단이다. 일일이 유키타카의 언동에 신경쓰다간 몸이 견디지 못한다.
장난스럽게 웃는 유키타카에게, 츠구미는 어이없다는 듯이 유키타카의 머리를 가볍게 찔렀다.
"딱히 싸움따위는, 앞으로 언제든 할 수 있잖아. ……뭐, 사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 최고겠지만."
츠구미와 유키타카는 악연이라고 해도 좋다. 어차피 앞으로도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함께 있게 될 것이다. 싸움을 할 기회도, 앞으로 여러 번 있을 것이 틀림없다. 뭐,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편이 츠구미로서는 안심이 되지만.
츠구미가 그렇게 대답하자, 유키타카는 고개를 숙이고 땅을 바라본다. 그 표정은, 머리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
"……그렇구나. 기회는, 언제든지 있지."
그 목소리는, 여느 때와 달리 어딘가 딱딱하다. 츠구미는 약간 불안해하며, 유키타카에게 물었다.
"어이, 왜 그래?"
"으응, 아무것도. ――아, 맞다. 츠구미 짱에게 주고 싶은 게 있던걸 까먹고 있었어."
유키타카는 츠구미의 물음에 대충 대답하고, 얼굴을 번쩍 들어, 예쁜 미소를 지었다.
"주고 싶은 것?"
"그래 맞아. 내가 아는 사람이말야, SNS에 올라온 나와 츠구미 짱으 ㅣ사진을 보고 연락을 줘서 말이야. 이걸 보내온거야."
그렇게 말하고, 유키타카는 코트의 주머니에서 작은 봉투를 꺼냈다. 츠구미는 의아해하며 그 봉투를 받아, 봉투를 뜯고 내용물을 꺼냈다.
"……이건, 사진?"
거기에는, 여러 장의 그을린 사진이 들어 있었다. 그 사진에는 많은 사람들이 찍혀 있었고, 모두 똑같이 기묘한 흰 옷을 입고 있었다. 무슨 종교단체처럼도 보인다. 자세히 관찰해 보면, 그 안에 두 사람만이 무녀같은 복장을 한 인물이 찍혀있다.
――그 두사람의 얼굴을 보고, 츠구미는 숨 쉬는 것을 잊었다.
"이건, ――누구야?"
사진에 찍혀있는 것은 츠구미를 닮은 어린 소년과, ――츠구미를 쏙 빼닮은 중학생 정도의 소녀. 그 소녀의 모습은 마치, 하가쿠레 사쿠라의 어린 모습처럼 보였다.
"그 사진은, 사진을 보내온 녀석의 삼촌의 유품이래. 들은 바에 의하면, 그 녀석의 삼촌이 죽은 것은 10년 전――츠구미 짱이 피해를 입은, 그 재해의 중심부에 신체가 있었던 것 같아."
유키타카의 말을 들으며, 츠구미는 다른 사진을 바라보았다. 모든 사진에 무녀복을 입은 소녀가 어린 소년과 달라붙은 것처럼 찍혀 있다.
오른쪽 아래에 인쇄되어 있는 날짜는, 11년 정도 전의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 어린 소년은 츠구미의 과거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츠구미는 멍하니 사진을 바라보며, 떨리는 손으로 소녀의 모습을 손가락으로 덧그렸다. 츠구미의 영혼에 깃들어 있는 하얀 소녀. 분명 그녀야말로, 이 사진의 소녀일 것이다.
――이렇게 빨리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니.
"저기, 유키타카. 이 사진을 보내온 사람을 만날 순 없는거야?"
츠구미가 그렇게 물어보자, 유키타카는 작게 고개를 저었다.
"만나봤자 소용없을거라고 생각해. 그 녀석의 삼촌은 죽기 몇 년 전부터 행방불명이었던 것 같고, 10년 전에 가방 하나 정도 분량의 유품이 배달되어 온 것 뿐인거 같으니까. 이야기해도 별로 의미 없을거야."
"그런가……"
사진을 보낸 인물로부터는, 이 이상의 정보를 바랄 수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소녀의 정체에 대해 한걸음 더 나아간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츠구미에게는, 아무래도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
"저기, 유키타카. ――치도리가 함께 찍혀있는 사진은 없었어?"
이 건네받은 사진에는, 치도리의 모습이 어디에도 없었다. 츠구미가 그렇게 묻자, 유키타카는 생각에 잠긴 듯 하면서 부정의 말을 꺼냈다.
"만약을 위해 치도리 짱의 사진을 그녀석에게 보여줘서 찾아보았지만, 비슷한 아이는 찍히지 않았나봐. ――저기, 츠구미 짱."
"……뭐야."
"츠구미 짱과 치도리 짱은, 정말로 친남매야?"
유키타카의 말에, 츠구미는 눈살을 찌푸렸다.
"남매인게 당연하잖아. 이상한 소리 하지마."
"어떻게 그렇게 단언할 수 있는거야? 과거의 기억도 증거도 아무것도 없는데?"
"그건……"
――그건, 어째서일까.
지금까지는 확고한 자신감을 가지고, 치도리를 남매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논리가 아니라, 그냥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하지만 유키타카에 의해 건네진 이 사진에는, 치도리의 흔적은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았다. 우연히 나오지 않았을 뿐일지도 모르지만, 의혹이 하얀 종이에 검은 얼룩이 생긴 것처럼 깊어져만 간다.
이전에 병원에서 메부키에게 같은 것을 질문받았을 때는 웃으며 부정할 수 있었지만, 왠지 지금은 그럴 수 없다.
신묘한 얼굴을 하고 입을 다문 츠구미를 곁눈질하면서, 유키타카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냥 난 아무래도 좋지만 말야. 알아볼지 말지는 츠구미 짱 마음대로 하면 되잖아?"
"……이건, 이미 치도리에게는 이야기 한 거야?"
"아니, 츠구미 짱에게만."
"그렇다면, 가능하면 이 건은 치도리에게는 말하지 말하줘. ――부탁할게."
그렇게 말하며, 츠구미는 유키타카에게 고개를 숙였다.
――사실은 치도리와 둘이서 의논하는 것이 좋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아직 마음의 정리가 되지 않았다.
이 사진은, 말하자면 폭탄과도 같은 것이다.
치도리와 이야기하다, 만약 둘이 남매(가족)이 아닌 것을 알아버린다면. 그런 상상을 하는 것 만으로도, 츠구미는 가슴이 조여 숨을 쉴 수가 없게 된다.
발밑이 무너져 내리는 것만 같은 본능적인 공포. 도저히, 지금은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유키타카는 츠구미에게 고개를 들라고 말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딱히 앞 뒤 생각않고 말할 생각은 없어. 애초에, 치도리 짱과는 그렇게까지 친하지도 않고 말야. 내가 이야기해봤자, 믿어주지 않을걸."
유키타카는 그렇게 말하며 웃었지만, 츠구미는 같이 웃을 기분이 들지 않았다.
"자, 그럼. 볼일도 끝났으니, 오늘은 이제 돌아갈게. 그럼, 내일 학교에서 보자."
"……아아. ――내일, 봐."
그리고 유키타카는 그네에서 일어나, 츠구미에게 등을 돌리며 가볍게 기지개를 폈다. 그 밖에도 유키타카에게는 물어볼 것이 있었지만, 생각이 잘 정리되지 않았다. 이런 상태에서는, 무엇을 물어도 만족스러운 대답을 받을 수 없을 것이다.
머릿속은 엉망진창이고, 무엇을 우선으로 여겨야 할 지도 모르겠다. 정체불명의 소녀인가, 아니면 치도리인가. 우선순위가, 매겨질리가 없다.
공원에서 유키타카가 떠나고 혼자가 된 츠구미는, 그네 위에 앉아 만천의 별하늘을 우러러보았다.
"――10년 전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그렇게 하늘을 향해 질문을 던져도, 당연하지만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는다. 그리고 츠구미는 사진을 소중하게 봉투에 넣으며, 침통한 표정으로 눈을 내리깔았다.
"결국, 그 재해가 모든 열쇠를 쥐고 있다는 것인가……"
――알아낸 진실의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가. 츠구미는, 그것이 무서워서 견딜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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