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정부의 발표
츠구미가 발빠르게 벨의 아래로 돌아오자, 벨은 조금 어려운듯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기교는 확실히 뛰어났다. 다치지 않은 것도 칭찬해 주지. ……하지만 저건, 어디까지나 마수가 함정에 걸린다는 것을 전제로 한 계획이다. 만약 함정의 존재를 마수에게 간파당했다면, 네놈은 어떻게 대처할거지?"
벨의 그 말을 듣고, 츠구미는 땅을 바라보며 오른손을 꾹 쥐었다.
――약점을 찔러오는구나. 츠구미는 겸연쩍은듯이 표정을 흐리면서, 그렇게 생각했다.
확실히 저 계획이느, 마수가 츠구미의 예상대로 움직이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마수가 조금이라도 다르게 움직였다면, 애초에 저 함정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하지만, 만약을 위해 실패했을 때를 위한 계획도 일단은 생각해 두었다. ……뭐, 앞의 계획과는 다르게 꽤나 무식한 방법이긴 하지만.
"그 땐 만든 실 우리랑 같이 전이해, 직접 마수를 잡으러 갈려고 했어. 있을만한 곳은 벽으로 둘러친 실로 파악하고 있었으니까, 여러번 반복하면 잡을 수 있을테고."
마수가 우리 안에 들어간다면 극상. 전이 장소가 다소 어긋나더라도, 상대에게 부딪힌 순간에 우리의 실을 느슨하게 해서 손발을 휘감으면, 적어도 마수의 행동은 봉할 수 있다.
움직이지 않는 크라켄은, 도마 위의 잉어일 뿐이다. ……그다지 스마트한 방법이 아닌데다 진흙투성이가 될게 뻔하니, 츠구미로서는 가능하면 하고싶지는 않았지만.
그런 츠구미의 대답에, 벨은 불만스러운듯이 눈을 가늘게 뜨고,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로 잘 끝나서 다행이군. 역시 후자는 조금 한심하니까 말이다. 그렇지 않아도 꽃이 없는데, 이 이상 추한 싸움이 되면 곤란하다."
"뭐, 일단 지금은 수를 다루는 것을 우선한다는 것으로. 이대로 싸움을 계속하면, 조만간 기대치를 따라잡을거라고 생각해. ――게다가 꽃이 없다는 말은 너무한거 아냐? 꽃은, 여기에 귀여운 사쿠라 짱이 있으니까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네놈, 스스로 말하는게 부끄럽지도 않은게냐?"
"……응, 지금 조금 후회하고 있어."
서서히 수치로 얼굴에 열이 올라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각은 없지만, B급의 마수를 쓰러뜨린 고양감으로 조금 텐션이 올라간걸지도 모른다.
그리고 무엇보다 슬펐던 것은, 벨이 조금도 웃지 않았다는 것이다. 분위기를 풀기 위한 농담이었는데, 아무래도 외통수였던 것 같다. 수수하게 충격받았다.
낙심해 어깨를 늘어뜨리는 츠구미에게, 벨은 어이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며, 츠구미의 어깨를 꼬리로 툭툭 토닥였다. 부드러운 감촉이, 이상하게 간지럽다.
"딱히 네녀석에게 꽃이 없다고 말한 것은 아니다. ……뭐 지금은 그걸 말해도 소용없나. ――그러고보니, 예의 흰토끼와는 요즘 어떻지? 꽤 사이가 좋은 것 같은데."
이야기를 돌리듯이, 벨은 흰토끼―치도리의 계약신의 이야기를 꺼냈다.
――평소에는 일절 관련되려 하지 않는데, 신기하네. 츠구미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입을 열었다.
"아아, 형 말이구나. 확실히 사이는 좋아. 지난 주말에는 같이 스노우보드를 타러 가기도 했고."
"혀, 형? 네녀석, 정말로 녀석을 그렇게 부르는거냐? 그보다도, 같이 나갔다고? 내게 양해도 구하지 않고!?"
츠구미가 시원스레 고한 한마디에, 벨은 과잉반응을 보였다.
……그렇게나 이상한 말을 한 걸까. 츠구미는 이상한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벨의 물음에 대답했다.
"아니 그렇지만, 그렇게 부르라고 본인이 말을 하니까…… 게다가 지난주는 벨 님도 나가있어서 연락도 되지 않고.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통칭 시로라고 불리는 신이 츠구미들과 같이 살게 되고, 약 2주가 지났다.
처음에는 전전긍긍하며 대응했지만, 인간의 순응성이란 무시무시해서, 이제는 아주 허물없는 느낌이 되어 버렸다. 시로도 별로 신경쓰지 않는 것 같고, 지금으로서는 딱히 문제는 없다.
그리고 같이 나갔던 건이지만,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주말은 치도리가 개인적인 일로 외출했기 때문에, 한가해진 시로가 츠구미에게 말을 걸어왔을 뿐이다.
추운 날씨에, 전철과 버스를 타고 아득한 설산까지 한 명과 한 신이 떠났지만, 생각보다 즐거웠던 것은 분명했다.
기본적으로 시로는 회화가 적어서 무언의 행동이 보통이었지만, 딱히 생소한 일은 아니므로, 츠구미로서는 그렇게까지 신경쓰지 않았다.
그 때, 흰토끼는 주위 사람들에게는 인형처럼 보였고, 흰토끼를 머리 위에 올려놓고 시원스레 스키장을 미끄러져 내려오는 츠구미의 모습은, 어쩌면 주목의 대상이었을지도 모른다. 고글을 쓰고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그중에는 귀여운 것을 좋아하는 여자애들이 말을 걸어오기도 했는데, 츠구미가 진지한 목소리로 흰토끼를 「제 형입니다」라고 소개하자, 그녀들은 굳은 미소를 지으며 그 자리를 떠나버렸다. 어쩌면, 머리가 이상한 녀석이라고 생각됐을지도 모른다.
……뭐, 조금 유감이긴 했지만 신경쓰진 않는다. 지금은 연애를 할 시간도 없고.
츠구미가 그런 것을 곰곰이 이야기하자, 벨은 이상한 것을 보는 듯한 눈으로 츠구미를 바라보았다.
"잘도 견디는구나…… 간이 크다, 아니, 둔한건가? ……그렇다고 해도, 녀석도 녀석이다. 하필이면 【남동생】을 가지고 싶다는 등, 나는 이해할 수가 없다. 남동생 따윈, 형의 목숨을 노리기만 하는 해로운 짐승이지 않은가."
그렇게 내뱉듯 쏘아붙이는 벨에게, 츠구미는 쓴웃음을 지었다.
벨――숭고한 신 바알은, 남동생 신 모트와 골육상전을 벌였다는 일화가 있다. 한 번은 살해당한 몸을 모트에게 삼켜지기도 했으나, 여동생이자 아내였던 신 아나트의 협력도 있어, 별일 없이 넘어간 것이다.
뭐, 그 이야기는 지금은 상관없다.
"지독한 말투구나. 딱히 형은 나와 치도리에 대해 생트집은 잡지 않고, 나름 좋은 신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런 말을 하면서, 츠구미는 가볍게 고개를 갸웃했다. 누나 역의 치도리에 관해서도, 특별히 이상한 요구는 하지 않는 것 같고, 문제가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무릎에 올라가 브러싱. 손수 식사를 먹여주거나, 수제 옷을 조르는 등, 흰토끼가 원하는 것은 작은 소원뿐이었다. ……누나 역이라기보다는, 애완동물의 주인으로 보이긴 하지만, 그건 말하지 않는게 정답일 것이다.
"그렇다고 벨 님을 소홀히 하는건 아니니까, 기분 풀어줘. 게다가 먼저 『흰토끼의 말을 들어라』라고 말한건 벨 님이잖아."
츠구미도, 흰토끼에 얽매여서 벨을 방치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마법소녀로서의 싸움이나 공부 등이 없을 때는, 전국의 줄을 서는 가게에 가서, 벨을 위해 가지고 갈 수 있는 음식을 대량으로 구입하고 있다.
최근에는, 3시간 줄을 서는 소문난 타피오카 밀크티를 입수해 오기도 했다. 뭐, 소문난 것 치고는 맛이 비슷했던 것 같지만.
"그런 문제가 아니다!! 정말이지, 이래서 인간은!"
벨은 짜증난 듯, 꼬리를 사용해 츠구미의 머리를 연속으로 때렸다. 아까의 위로를 받는 듯한 접촉과는 달리, 채찍으로 맞는 듯한 날카로운 통증을 느낀다.
"잠, 벨 님, 아프다니까!"
"흥, 위기감이 부족한 네놈에게는 그것이 어울린다. ――애초에, 네놈은 신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다."
벨은 불손하게 팔짱을 끼고, 높은 위치에서 츠구미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알겠느냐, 잘 들어라 츠구미. 신과 인간은, 본래는 양립할 수 없는 상대인 것이다. 함께 있기에는, 존재의 강도가 너무나 차이가 난다."
"……그건, 그렇겠지만."
확실히 신과 인간은, 입지 자체부터 다를 것이다. 하지만, 그 중에는 츠구미나 벨처럼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자도 있다. 일률적으로 모든 것을 양립할 수 없다고 단언하는 것은, 조금 그렇지 않을까.
그런 츠구미의 불만스러운 모습이 역력했는지, 벨은 가볍게 쓴웃음을 지으며, 상냥하게 말했다.
"나와 네녀석의 관계가 양호한 것은, 상하관계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나는 위, 네놈은 아래. 너희 일본인은 좋던 나쁘던 싸잡아 모시는 버릇이 있는 듯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주종의 관계의 영역을 벗어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저 흰토끼 녀석이 원하는 대등한 『가족놀이』는, 머지않아 파탄이 보일 것이다."
――그러니, 깊이 파고들지 마라. 츠구미는 말 외에 그렇게 들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마도 벨은, 진심으로 츠구미를 걱정해주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로는 진심으로 치도리나 츠구미와 『가족』이 될 생각은 없다고 생각한다.
츠구미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으며, 벨을 향해 웃었다.
"괜찮아, 벨 님. 제대로 자신의 입장은 알고 있으니까. ――분명 형에게 있어, 츠구미라고 하는 동생은 그저 대용품에 지나지 않을 거야. 아마도 누나 역인 치도리도 말이야. ……우리가 진짜가 될 수 없다는 것 쯤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
――처음 만났을 때, 시로는 애증이 섞인 복잡한 눈으로 『누님』을 말하고 있었다. 그 눈을 보면, 그의 마음이 누구를 향하고 있는지, 둔한 츠구미도 알 수 있다.
현실이 여의치 않다면, 허구 속에서 안녕을 바랄 정도라면, 신에게 용서받아도 될 것이다.
츠구미가 그렇게 대답하자, 벨은 눈을 가늘게 뜨고 츠구미를 바라보았다.
"그렇다면 좋다. ――그럼, 슬슬 돌아갈까. 네녀석은 내일도 학교가 있겠지?"
"응.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하고, 돌아가면 밥을 먹고 바로 잘거야. 상처는 없지만, 왠지 모르게 피곤하기도 하고."
그렇게 말하고, 츠구미는 양 손을 들어 기지개를 켰다. 슬프게도, 몸을 뒤로 젖혀도, 특별히 가슴은 강조되지 않는다.
……이곳은 과연 성장을 하는 것일까. 그야말로 신만이 알 것이다.
"응? 왜 그러지?"
"――아니, 아무것도 아냐."
◆◆◆
4월 30일. 저녁 5시, 하가쿠레 사쿠라 전용 스레드에서
【A급】 하가쿠레 사쿠라 전용 스레 【10위】
1 : 무명의 국민
여기는 A급 마법소녀 하가쿠레 사쿠라의 종합 스레드입니다.
잡담·고찰 등을 자유롭게 하세요
·다른 마법소녀의 화제는 전용 스레에서
·도배 금지/스레드와 상관없는 글 금지
최신 전투기록 『B급 : 가샤 촉루전』
http:****~
~~~
430 : 무명의 국민
하가쿠레 씨 이번에도 엄청 멋있고 귀여웠어……
요즘 공급 과다라서, 슬슬 심장이 부서질 것만 같아
431 : 무명의 국민
확실히 요즘은 전투 빈도가 높은걸
매 주마다 B급 마수와 싸우고 있고
432 : 무명의 국민
매번 정말 멋있구나
그리고 가끔 보이는 천진함이 사랑스러워
433 : 무명의 국민
>>432
우연한 행동이 더 눈에 띄는 법이지
하지만 일부러 그런 것 같지는 않으니까, 아마 천연(소망)
434 : 무명의 국민
쿨하고 강하고 귀여운데 천연이라니 최강이잖아……
어디에 가야 과금할 수 있는건가요?
435 : 무명의 국민
>>434
포기해. 할 수 있다면 나도 하고싶어
436 : 무명의 국민
하가쿠레 씨 CM같은것도 안나오니까 말이지. 사서 응원도 할 수 없어
437 : 무명의 국민
정말 육화에 뽑히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쉬워
뽑혔더라면 지금쯤 더 미디어 노출이 늘었을텐데……
438 : 무명의 국민
그나저나말야, 하가쿠레 씨 정말 강해졌네
슬슬 A급에 도전하는거 아닐까?
라돈전? 그건 어떤 의미로 노 카운트니까
439 : 무명의 국민
전까지만 해도 실수가 눈에 띄었지만, 지금은 기술이라고 해야할까 전략이 신이 강림한 느낌이 들어
역시 라돈전에서 한 꺼풀 강해진 거 같아.
440 : 무명의 국민
나말야, 크라켄 전을 볼때까지 투명화 스킬은 꽝이라고 생각했었어
솔직하게 죄송합니다. 요는 사용자에 달려있구나……
441 : 무명의 국민
>>440
나도 그래
442 : 무명의 국민
나도
전이 능력이 너무 강해서 다른 것이 눈에 띄지 않았던 것일지도
443 : 무명의 국민
그러고보니 오늘 저녁에 정부가 중대한 발표를 한다고 하던데
444 : 무명의 국민
>>443
생방송인거같은데 꽤 기합이 들어가 있는거 같아
445 : 무명의 국민
육화의 누군가가 은퇴라던가 그런거 아닐까?
뭐 그 이론이 가장 유력한 건 히츠기 씨지만
446 : 무명의 국민
>>445
어이 그만해.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됐단말야
447 : 무명의 국민
어차피 이레귤러 관련된 발표겠지
놀이공원 사고로부터 이제 곧 3개월이 되는데, 그 후에도 비슷한 사례까 몇 번이나 있었으니까. 정부로서도 본격적으로 하지 않으면 위험할테니까
448 : 무명의 국민
현재로서는 마수의 출현시간 차이 정도인가?
적어도 결계에 휘말리는 메커니즘 정도는 발표했으면 좋겠어
449 : 무명의 국민
요즘은 정부 주도로 호신 굿즈를 만드는 것 같아.
어디였더라, 그, 이부키? 라는 이름의 메이커와 제휴한 것 같고
450 : 무명의 국민
오, 생방송 시작했나보다
451 : 무명의 국민
하?
452 : 무명의 국민
어이어이, 거짓말이지?
453 : 무명의 국민
난 지금 꿈이라도 꾸고 있는건가?
454 : 무명의 국민
저기, ――왜 하가쿠레 씨가 정부의 생방송에 같이 나오는거야?
◆◆◆
――4월 30일. 그 날 정부는 세 가지의 중대 발표를 했다.
하나, 이레귤러 사례에 대응하기 위해서 육화의 제도를 일부 변경해, 인원을 4명 늘려 명칭을 【십화】로 바꾸는 것.
둘, 자금을 투입하여, 수많은 기업과 대학과 협력해 마수연구기관을 설립하는 것.
셋, 국민 전원에 대해, 마법소녀――무녀로서의 적성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검사를 실시하는 것.
그리고 정부가 마련한 생방송 자리에는, 새로 선정된 4명의 소녀들이 서 있었다. 그 맨 왼쪽 끝에 있는 소녀――하가쿠레 사쿠라는 언제나처럼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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