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 어둠의 미궁
시뮬레이터가 전개되어 가상공간으로 이동한 츠구미는, 시야에서 한순간에 빛이 사라진 것을 인식하고, 속으로 갈채를 보냈다.
――이나바 씨, 정답이야.
그들은, 휴우가가 선택할 마수를 멋지게 맞혀 보였다. 그 통찰력은, 존경할 만 하다.
……그 사람들은 절대로 적으로 돌리지 말자. 츠구미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신경을 집중하듯이 눈을 감았다.
――미노타우로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무시무시한 괴물이다.
크레타를 다스리던 미노스 왕이 해신 포세이돈의 분노를 샀고, 그 결과 태어나버린 것이, 머리는 소 몸은 인간인 괴물――미노타우로스다.
미노타우로스는 성장하면서 흉포성이 커져, 결국 거대한 미궁으로 유폐되었다. 그리고 영웅 테세우스에게 토벌될 때 까지, 그 괴물은 미궁 속에서 소규모의 지옥을 계속 만들어왔던 것이다.
――앞으로 츠구미가 도전하는 것은, 그 괴물 『미궁의 미노타우로스』의 공포의 재현이다.
과거 그 마수가 현세에 나타났을 때, 당시의 육화가 한 명, 그리고 A급의 마법소녀가 두 명이 무참히 쓰러졌다. 토벌까지 걸린 시간은, 총 열흘. A급 마수 중에서도, 굴지의 난적으로서 알려져 있다.
미노타우로스가 가진 특수능력은, 크게 나누어 세 가지가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이 【미궁】이다. 신화에서의 미궁은 천장이 없는 통층 구조가 되어 있지만, 이 미궁은 상하좌우 모든것이 차가운 돌벽으로 둘러싸여 있어, 공기의 흐름조차 느낄 수 없다. 아마 사실보다도, 가둔다는 성질을 강요했을 것이다.
이전에 싸웠던 크라켄이 진지작성형의 능력이라면, 이 미노타우로스는 진지를 사전에 설치하는 타입의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두 번째, 이 주변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의 【어둠】이다. 이 어둠은, 마법소녀가 자신의 능력을 사용하여 주변을 밝게 하려고 해도, 절대 빛이 켜지지 않는다. 마치, 빛이라는 개념이 사라져버린 것처럼.
츠구미는 냉정하게 주위를 경계하면서, 탐색용 실을 뿌렸다. 시야가 보이지 않는것은 분명 위험하지만, 미노타우로스의 공포의 본질은 그것이 아니다.
"……역시, 중간에 실이 끊어지는걸."
어둠 속을 응시하며, 츠구미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늘어난 실이, 일정 이상의 거리를 나아가면 차례차례로 끊어진다. 사전에 대책실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듣지 않았더라면, 분명 조급함을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츠구미는, 바닥 밑에 위화감을 느껴, 무언가를 피하듯이 바로 옆으로 날아올랐다. 그 순간, 쾅 하고 큰 소리를 내며 땅에서 커다란 것이 튀어나왔다. 그것은, 새로운 돌벽이었다.
――벽이, 움직이고 있다……!!
주변의 기색을 살펴보니, 삐걱삐걱 소리를 내며 사방에서 벽이 튀어나오거나, 가라앉아가며 미궁의 코스를 바꿔나간다.
일찌기 영웅 테세우스는, 미노스 왕의 딸――아리아드네에게 받은 【실】을 사용해, 탈출 불가능으로 여겨졌던 미궁을 공략했다. 하지만, 이 미궁에서는 그 방법은 통용되지 않는다. 그러기는커녕, 이 미궁의 주인을 만나기조차 어려운 것이다.
일초마다 목표를 향한 코스가 바뀌는 미궁. 놀이기구였다면 클레임이 걸렸을 것이다.
이 미궁에 발을 디딘 마법소녀는, 이 지옥과 같은 난이도의 미궁을 극복하고, 본체인 미노타우로스를 쓰러뜨려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가로막아서는 어려움이 그것뿐 일 리 없다.
주위에 둘러친 가는 실이, 바람도 없는데 흔들린다. 츠구미는 그것을 인식하는 순간, 전이를 사용해 벽을 사이에 둔 옆 길로 피했다. 그리고, 그 정체의 전모를 이어진 실의 감촉만으로 인식했다.
그것은, 굵기만 2미터를 넘는 거대한 팔이었다. 츠구미가 그 자리에서 이동한 순간 그 팔은 나타나, 날카로운 바람소리를 내면서 츠구미가 서 있던 장소를 정확하게 내려찍었다. 그리고 거대한 팔은,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다.
『아시겠나요, 하가쿠레 씨. 미노타우로스의 가장 큰 무서움은, 어둠도 변화하는 미궁도 아닙니다. 기척도 없이 부분 전이해 공격해 오는 그 거대한 팔입니다. 전이라는 능력의 무서움은, 당신이 가장 잘 알고 계시겠죠?』
대책실에서, 이나바는 츠구미에게 그렇게 말했다. ……이야기는 들었지만, 확실히 【전이】의 능력만큼 적으로 만나면 귀찮은 것은 없다.
사전 동작조차 인식할 수 없는, 어둠으로부터의 공격. 그리고 만일 공격을 막았다고 해도, 미궁을 공략하지 못하는 한 영원히 신경을 소모시키게 된다. 세 명의 마법소녀는, 그렇게 힘이 다한 것이다.
즉 이 마수――미노타우로스는 한 방 능력(初見殺し)에 특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능력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해도, 능력이 잘 맞지 않으면 육화 랭크의 마법소녀라고 해도 고전은 확실한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통하지 않아."
확실히 미노타우로스의 능력은 강력하다. 하지만 너무 능력이 뛰어나기에, 미노타우로스 자신의 강도는 그렇게까지 높지는 않다. 본체를 찾은 시점에서, 츠구미의 승리는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다.
탐사 능력도, 그리고 이동 능력조차 츠구미가 앞선다. 미노타우로스의 미궁변화와, 츠구미의 전이 중 어느 쪽이 빠를까. ――이렇게까지 상을 차려줬는데 먹지 못하면, 십화가 될 자격따윈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츠구미는 미궁 깊숙한 곳을 가리키며, 입술 끝을 치켜올렸다.
"자, 숨바꼭질은 이제 끝이야."
◆◆◆
"……보기 힘들어. 아오 짱 왜 이런걸 고른거야?"
모니터룸의 화면을 바라보며, 불만스러운 듯이 스즈시로는 입을 삐죽거렸다.
눈앞에 있는 여러 화면에는, 여러 각도로 비춰진 미궁 내 광경이 담겨 있다. 원래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야 할 미궁은, 암시 고글을 쓴 듯한 초록빛으로 덮여 있다. 화면을 보는 측으로서는, 보기 어려운 것이다.
"그, 그렇지만 어쩔 수 없잖아요. 모니터로 보면, 이렇게 될줄은 몰랐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휴우가는 난처한 듯 눈을 돌렸다.
"진짜― 다른 사람에게 심술 부리려 하니까 이렇게 되는거잖아? 아오 짱도 4월부터는 고등학생이 되니까, 조금 더 어른이 되어야지."
"……, ……네. 그렇네요."
어딘지 모르게, 『너에게만은 듣고 싶지 않아』라고 말하고 싶은 듯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지만, 입 밖에 내지 않는것이 현명할 것이다.
――그건 그렇고, 여전히 적극적이구나.
보기 힘든 모니터를 눈여겨보며, 스즈시로는 어렴풋이 그런 생각을 했다. 처음 하가쿠레 사쿠라의 전투를 본 것은 라돈전이 처음이었지만, 그때와 다를 바 없는 기세가 그녀에게는 있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듯 한, 춤을 추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가벼운 발걸음. 그 모습에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나 주저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언제나 우울한 그림자를 짊어진 정부 소속의 마법소녀를 바라보던 스즈시로에게는, 신선한 광경이었다.
――응. 역시 츠구미 군과는 별로 닮지 않았는걸.
공포에 떨면서도 똑바로 어려움에 맞서는 나나세 츠구미와, 눈앞의 장애를 걷어차듯이 웃으며 나아가는 하가쿠레 사쿠라. 양 쪽 다 마음에 들긴 하지만, 그 본질은 너무나도 다르다.
분명 얼굴은 빼닮았지만, 완전 남남일 것이다. 세상에는 자신을 닮은 인간이 세 명은 존재한다고 하니, 그렇게까지 이상한 일은 아니다.
화면 속 하가쿠레 사쿠라는, 전이를 반복해가며 나아간다. 아무래도, 명확한 목적지가 있는 것처럼도 보인다.
그 영상을 스즈시로가 신기한 듯 바라보고 있는데, 옆에 앉아있던 유키노가 중얼거렸다.
"저건, 내뿜은 실이 끊어진 끝으로 전이를 반복하고 있는거같네."
"에, 어째서?"
"미궁이 벽을 만들어 실을 절단한다는 건, 그 앞으로 나아가기를 원치 않는다는 것이야. 다소 빈도나 방향의 계산은 필요하겠지만, 저 만큼의 기동력이 있다면 조만간 정답에 도달할 거야. 응, 그녀는 우수하네."
"흐응, 꽤 힘든 일을 하는걸. 나는 그런 계산 같은건 못 할 거 같아."
스즈시로가 그렇게 대답하자, 유키노는 어이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네 경우, 미궁을 독의 물로 채우면 그걸로 종료니까말야. ……정말이지, 약삭빠르게 머리를 쓰는 것 밖에 못하는 내 몸도 되어봤으면 좋겠네."
그렇게 말하며, 유키노는 이런이런 하고 말하고 싶은 듯 어깨를 으쓱였다. 그런 자학적인 유키노의 대답에, 스즈시로는 웃으면서 유키노의 등을 두들겼다.
"유키 짱은 농담을 잘하는구나! 그렇게 겸손하지 않아도, 유키 짱이 대단하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구!"
"잠, 스즈시로. 아프, 아니, 진짜 아프다고!?"
왜 그렇게 힘을 주는거야, 하고 유키노가 불평하고, 스즈시로가 에헤헤, 하고 얼버무리듯이 웃었다. 자기도 모르게 너무 힘을 줘버린 것 같다.
"――두 사람 다. 자랑하는건 상관없지만, 슬슬 결판이 난 거 같아."
부드러운 성음으로, 토노가 그렇게 말했다. 그 목소리에 이끌리듯, 모니터를 응시한다.
"아, 목이 떨어졌구나."
그런 스즈시로의 솔직한 감상에, 미부가 즐거운 듯 웃으며 말을 되받아쳤다.
"목은 커녕, 저건 이제 원통형 아냐? 뭐, 저 마수를 쓰러뜨릴 수 있다면 A급으로서도 충분히 해 나갈 수 있겠지! ――휴우가도 그렇게 생각하지?"
미부는 가벼운 어조로 그렇게 휴우가에게 물었다. 방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휴우가에게로 쏠린다.
휴우가는 불만스러운 듯 볼을 부풀리고 있었는데, 이윽고 부자연스럽게 시선을 돌렸다.
"흥. 저 정도로 인정해 버리시다니 여러분도 무르시네요. 저였더라면, 저런 미궁은 5분만 있으면 간단하게 공략할 수 있고말이죠. ……하지만, 분명 청므에 말을 꺼낸 사람은 저니까. 불만은 있지만, 저 사람이 십화에 소속된 것에 더 이상 불평하지 않겠어요."
후반의 기특한 말과는 달리, 휴우가는 아무래도 납득이 가지 않은 것 같았지만, 일단은 하가쿠레 사쿠라를 인정하는 것 같다. 이것으로 일단, 눈 앞의 문제는 정리되었다는 것이 된다.
"자, 그럼."
스즈시로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천천히 일어나 방 안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전원의 얼굴을 보고 미소지으며, 양 손을 벌려 밝은 목소리로 고했다.
"그럼 다들 회의실로 돌아갈까!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자기소개를 해야겠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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