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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번역/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3장 62. - 존경의 대상

by 린멜 2019. 11. 3.


62. 존경의 대상






유키타카에게 사진을 건네받은 지 며칠이 지났지만, 츠구미는 치도리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치도리가 정부에 불려가서 바쁘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츠구미는 무엇보다도 지금의 둘의 관계성이 깨질까 두려웠다. 잃어버린 기억――그것이 판도라의 상자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그런 주저함도 있어서, 츠구미는 치도리와의 상담을 미뤘다. ――10년 전의 사고에 대해서, 자세한 것을 알고 나서라도 늦지 않다. 츠구미는, 자기 자신에게 그렇게 타일렀다.



어쨌든 정보를 얻기 위해 십화로 활동하는 이상, 츠구미는 『하가쿠레 사쿠라』로서 일정 이상의 힘을 갖추어야 한다. 그 강화의 일환으로, 츠구미는 드디어 B급 마수에게 도전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런데 조금 긴장되긴 하는걸. 어쩌다보니 B급 마수와 싸우는 것은 처음이고."


"흥. 네놈의 지금 실력이라면 B급 정도의 마수는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방심은 하지 마라. 적의 상성 여하에 따라서는 고전할 수도 있을테니."


"알고 있어. 조심할게."



지방에 있는 빌딩 옥상에서, 마법소녀의 모습으로 변신한 츠구미는 진지한 얼굴로 벨에게 그렇게 대답했다.


바람에 나부끼는 옆머리를 살짝 귀에 걸고, 빌딩 아래를 들여다본다. 빌딩가에 있는 사람들은 줄지어 이동을 시작했고, 이 상태라면 마수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대피는 완료될 것이다.


피난민 중에, 두리번거리며 어수선한 모습으로 위를 올려다보고 있는 사람이 몇 명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잠시 후 실망한 듯 빌딩가 밖으로 걷기 시작했다. ……혹시 『하가쿠레 사쿠라』의 모습을 찾고 있었던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츠구미는 왠지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하가쿠레 사쿠라』의 세간에의 노출은 극히 적다. 실제로 직접 만난 적이 있는 것은, 극히 일부의 미디어의 사람 정도밖에 없다.


예외로서, 도망치지 못했거나 상태가 좋지 않아 주저앉아 있는 사람을 보호한 적은 몇 번 있지만, 그들이 그 때를 기억할지는 확실하지 않다.



――과연, 세상의 일반인들은 『하가쿠레 사쿠라』를 어떤 식으로 생각하고 있을까.


미디어의 보도에서는 자비롭고 정의감이 있는 소녀처럼 취급되었지만, 너무 현실(츠구미)과 괴리가 지나쳐도 나중이 힘들어진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본성을 숨긴 것을 멈출 수도 없다.



……좀 더 사전에 캐릭터 설정을 짜놨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후회했지만, 이미 늦었다. 앞으로도 하가쿠레 라쿠라로서 활동하는 이상, 결점을 드러내지 않도록 조심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가쿠레 사쿠라의 모습으로 있을 때는, 사람들의 눈이 없을 때도 가능한 한 말을 부드럽게 하려고 노력하지만, 그 영향으로 가끔 학교에서도 같은 느낌으로 말해 버릴 것 같을 때가 있다. 반 여자들에게는 「왠지 대화하기가 편해졌어」라고 평판이지만, 츠구미가 그녀들에게 이성으로서 의식되고 있는지는 조금 의문이다.



"그나저나, B급이 상대라면 세시간이나 현지에서 기다려야 하는건 좀 귀찮네."



B급 마수의 출현을 알 수 있는 것은, 약 세시간 전 부터다. 재야의 마법소녀인 츠구미는, 정부가 마법소녀를 파견하기 전에 현지로 가서 싸울 것을 선언해야만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선언한 후에는 싸움이 끝날 때까지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시간 정도면 모를까, 세시간이나 같은 장소에서 대기를 계속하는 것은 조금이지만 귀찮았다.



"사전에 예약같은걸 할 수 있으면 편해질텐데, 그건 좀 어려우려나."



츠구미는 그렇게 중얼거렸지만, 그것이 무리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재야의 마법소녀에게 있어서는, 전투의 예약이라는 시스템은 일절 허가되어 있지 않다. 조금 효율이 나쁜 것 같기도 하지만, 그것에 관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애초에 재야의 마법소녀는, 기본적으로 전투의 의무를 지고 있지 않다. 말하자면 유상자원봉사 같은 것이다. 정부 소속 마법소녀와는, 애당초 입장부터 다른 것이다.


그러한 배경도 있어, 재야 중에는 전투에 대해 의식이 낮은 인간도 여럿 존재하고 있다. 전투 예약이 가능하게 되었을 경우, 잘못하면 예약을 했지만 현지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라는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 ……사람의 목숨이 걸린 이상, 정부가 재야의 마법소녀의 행동을 제한하는 것은 당연하다.



게다가 최근에는 이레귤러의 영향으로, 마법소녀는 가능한 한 빨리 현지로 향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정부측에서도 나오고 있다. 이 상태라면, 예약 시스템 같은건 평생 구현할 수 없다.


……십화가 된다면 『하가쿠레 사쿠라』만이라도 특례 취급이 되지 않을까. 그것은 앞으로의 활약과 협상에 달렸을 것이다.



"요즘은 계속 다른 마법소녀의 전투 영상을 보던것 같은데, 뭔가 수확은 있었나?"



츠구미의 옆에 떠 있는 벨이, 그런 것을 물어 왔다. 츠구미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응, 체크한 건 『하가쿠레 사쿠라』와 같은 중거리에서 원거리 사이에서 싸우는 타입의 녀석인데, 꽤 참고가 되었어."



수없이 많은 전투 동영상을 보았지만, 강한 마법소녀들이 싸우는 방법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육화의 마법소녀도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그녀들은 싸우는 방식이 일관되어 있어. 확실히 마수의 타입별로 대응은 바뀌긴 하지만, 최종적으로는 자신이 가장 자신있는 【형】에 맞추어 싸움을 진행하고 있었어. 그 전투 스타일이 제대로 확립되어 있다면, 공격 특화 스킬이 없더라도, A급의 마수조차 쉽게 격파할 수 있어. 육화의 히츠기 씨가 좋은 예시려나."



――예를 들어 토노 스미레라면, 광역 섬멸 능력으로 대상을 남김없이 태워버리는 방법을 쓸 것이다.


미부 유리에는 상대를 자신의 토대까지 끌어내려 급소를 일도양단하며, 스즈시로는 멀리서 맹독으로 적을 몰아붙이고, 유키노 시즈쿠는 이치를 따지며 마수를 해체해 나간다. 서열 5위의 휴우가에 대해서는, 현란해 보이기 위한 싸우는 방법이 주를 이루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언급하지 않는다.



그리고 츠구미가 육화 중에서 가장 『싸우는 방법』이 능숙하다고 느낀 것은 서열 6위인 히츠기 아이리이다.



히츠기 이외의 육화의 면면은 마법소녀로서 매우 우수한 그릇을 가졌고, 행사할 수 있는 힘의 규모는 일반 마법소녀보다 훨씬 크다.


하지만 한편, 히츠기의 그릇의 크기는 그렇게까지 큰 것은 아니다. 그것은 타고난 자질이며, 아무리 노력을 거듭해도 뒤집을 수 없다. 싸움을 반복함으로써 다소 크릇을 확장할 수는 있지만, 원래의 토대가 다른 이상 추월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예를 들면, 토노 스미레와 같은 능력(스킬)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토노 이상의 퍼포먼스는 발휘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히츠기 아이리에게는, 오랫동안 마법소녀로서 일선에서 싸워왔다는 얻기 힘든 경험이 있다.


그녀는 자신의 능력(스킬)을 완벽하게 파악해, 적은 코스트로 오랫동안 싸움을 할 수 있는 재주가 있었고, 임기응변으로 싸우는 방법을 변경할 수 있는 유연함이 있었다. 큐브를 출현시켜 공격과 방어를 양립하는 그 전투 스타일은, 츠구미가 보아도 한숨이 나올 정도로 훌륭했다.



――싸운 경험이 적은 츠구미는, 지금의 육화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한다. 【폭식】스킬 덕분에 그릇의 확장률은 남들보다 훨씬 높지만, 육화의 소녀들을 따라잡는 데는 아직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런 사정도 있어, 자신의 실력만으로 육화에 오른 히츠기 아이리는, 츠구미에게 있어서 존경할 만한 목표였다.



"전투를 반복해서 마법소녀로서 그릇의 용량을 넓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하가쿠레 사쿠라』에게 맞는 전투 스타일의 확립이야. 힘으로 누를 수 있다면 편하겠지만, 하가쿠레 사쿠라의 능력 구성은 공격 특화가 아니니까."



【실】이라는 스킬은 기본 공격력이 낮은 만큼, 높은 자유도를 함께 가지고 있다. 지금의 츠구미에게 필요한 것은, 그것을 만전으로 살리기 위한 발상력과 순간적인 판단력이다.


트라이&에러를 반복하기에는 조금 시간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몇 달정도면 전투 스타일의 모형 정도는 갖출 수 있을 것이다. 십화로서 정부에 갈 때 까지는, 어떻게든 시간을 맞춰야만 한다.


참고로 이전의 라돈전에서 사용한 호수의 물을 통쨰로 전이시키는 것과 같은 큰 기술은, 지금의 츠구미는 사용할 수 없다. 한 번 쯤이라면 아마 가능하겠지만, 그러면 에너지 고갈이 되어버려서 아무런 의미가 없다. 당분간 햇빛을 보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라돈 때 처럼, 수중이나 지면에 잠수하는 타입의 마수와는 조금 상성이 나쁘겠는걸. 실이 닿지 않으니."


"뭐, 이번에는 그런 걱정은 필요 없겠지. 여기는 빌딩가니까 말이다."


"아하하, 확실히 그렇네."



한 사람과 한 신은 그런 시덥잖은 대화를 하면서, 마수가 나타날 때를 계속 기다렸따.



――뭐, 결국은 그 대화가 플래그가 되어버렸지만.





◆◆◆






――3시간이 경과해, 마수의 출현에 따라 주변에 결계가 세워져 갔다. 모든 경치가 반전된 경면 세계 안에서, 츠구미는 나타난 마수를 보고, 살짝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옆에 떠있는 벨은 마수의 형상을 확인하고, 마음속으로 기가막힌 듯 츠구미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 네놈 혹시 뭔가 저주라도 걸린게 아니냐?"


"조금 부정할 수 없을지도……"



그런 벨의 말을 흘려들으며, 츠구미는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며 어깨를 늘어뜨렸다.



――빌딩의 아래에 보이는 마수의 총 길이는, 대략 50미터에서 100미터 사이. 마수는 흰 표피를 가졌고, 무수한 다리를 능숙하게 움직이며 잇달아 빌딩을 붕괴시키고 있다. 그리고 마수는 흐물흐물하게 액상화한 땅으로 빌딩을 끌고 들어가면서, 마법소녀――하가쿠레 사쿠라의 태도를 살피고 있는 듯 했다.



"그러니까, 잠수 타입의 마수는 싫다고 말 했는데……"



크게 한숨을 내쉬며, 츠구미는 피곤한 듯 그렇게 중얼거렸다. 설마 이렇게 빨리 상대하기 어려운 타입과 싸우게 될 줄은 몰랐던 것이다.



"과거의 데이터에 의하면, 저 타입의 마수는 【크라켄】이라고 불리는 것 같군. 본래는 바다의 괴물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존재인데, 설마 이런 물도 없는 장소에 나타날 줄은……"



눈 아래 꿈틀거리는 촉수 같은 다리를 바라보며, 벨은 곰곰이 그렇게 중얼거렸다.



"갑자기 어려운 타입이 상대인가…… 하아, 강해지기 위해서는, 편할 수 없다는 건가."



츠구미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손바닥을 마수를 향하고, 손가락을 파인더처럼 만들었다. 사각으로 둘러싸인 경치를 바라보며, 츠구미는 눈을 가늘게 떴다.



"위까지 끌어낼까, 아니면 진흙 속에서 처리할까. 고민되네."


"호오? 뭔가 방법이 있는게냐?"



입가를 올리고 웃으면서, 벨이 묻는다.


츠구미는 당돌하게 웃으며,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나(私)도 조금은 머리를 쓰는 싸움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벨 님에게는 제대로 보여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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