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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번역/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1장 8. 우리는 친구가 적다 -

by 린멜 2019. 6. 23.


8. 우리는 친구가 적다.



"기묘한 포만감이 들어……꽤 무서운데……"


"특별이 문제는 없을것이다. 오히려 상태가 좋아진 건 아니냐?"


"그런가……?"



후우, 하고 가쁜 숨을 내쉰다. 저 방대한 질량이 이 뱃속에 들어가있다, ……고는 할 수 없겠지만, 어떠한 에너지체는 섭취한 듯 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마수같은걸 먹어도, 정말로 인체에 악영향은 없는걸까.


그렇지만, 벨이 「문제 없다.」고 하니 츠구미로서는 그 말을 믿을 수 밖에 없을것이다.



"그럼, 슬슬 돌아갈까. 이젠 여기에 볼 일이 없으니까."



그렇게 말하고, 벨은 결계를 풀었다.


쓰러져있던 나무들은 신기루처럼 모양을 바꾸며, 원래 모습으로 돌아간다. 그 광경은 너무나 환상적이라, 츠구미는 무심코 탄성을 터뜨렸다.


어제까지만 해도 알지 못했던 마법의 세계. 멋진 일만 있지 않다는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지금만큼은 이 꿈의 세계에 빠져있고 싶다. 그렇게 느꼈다.




◆◆◆




"――그건 그렇고 전이는 정말로 편리한걸. 원하는것만으로 원하는 장소로 이동할 수 있다니, 그야말로 마법! 이라는 느낌이야."


"네놈들 인간에게는 그럴것이다. 본래 전이같은 이동수단은 고위층이나 특수역할을 가진 자만이 사용할 수 있는 거물이다. 그 스킬을 얻은 자신의 행운에 감사하며 울어도 된다."



집에 돌아와 변신을 푼 뒤, 전이의 감상을 말했을 뿐인데, 벨에게서 자연스럽게 거만한 답변이 날라왔다.


츠구미는 별로 신경쓰지 않지만, 벨은 다른 인간에게도 이런 느낌인걸까.



"조금 신경쓰이는게 있는데, 만약 내가 전이 기술을 가지고있지 않았다면, 어떻게 마수에게 갈 생각이었어?"



단순하게 의문이었다.


원래 전이와 같이 특수한 힘이 없는 한, 5분 이내에 마수의 출현 구역으로 가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불가능인 것이다.



"그 때는 내 힘을 써서, 전이의 문을 네녀석의 방에 설치하려했지. 다만, 좌표의 설정이 귀찮은데다 부담도 가기에 많이 쓰기에는 적합하지 않지만."


"부담이란건?"


"흠,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전이 한 번당 네 수명이 10일 정도 줄어든다."


"……나, 아까도 생각했지만, 자신의 고유 스킬이 전이라서 다행이야. 정말로."



터무니없는 소리를 들은 것 같다. 벨은 사람의 수명을 대체 어떻게 생각하는걸까.


하지만, 츠구미의 운이 좋았던 것도 사실이다. 이는 벨이 말했듯이, 정말로 한 번 울면서 자신의 행운에 감사하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띵똥, 하고 집의 차임벨이 울렸다.



"혹시 유키타카 녀석, 벌써 온건가? 아직 3시라고."



말하자면, 지금은 아직 오후 수업시간이다.


이렇게 학교를 땡떙이치고 쉬고있는 츠구미가 말할 만한 것도 아니지만, 유키타카의 출석일수는 괜찮은걸까. 뭐, 그 교활한 친구가 학점을 떨어뜨리는 짓을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않지만.



"벨 님. 친구가 온 거 같으니 잠깐 나가있어 줘. ……가능하면 얼굴을 내밀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바보녀석. 누가 사람들 앞에 얼굴을 보일거같으냐? 빨리 가라."



들키면 조금 곤란해질것같다, 고 생각해서 한 발언이지만, 그런 식으로 되돌아왔다.


――확실히 냉정하게 생각해보니, 이 도도한 신 님이 굳이 다른 사람과 관련될 필요가 없나. 그렇게 생각하면서, 츠구미는 현관 앞에 섰다.



모니터로 상대를 확인하고, 문을 연다.


거기에는, 츠구미가 상상했던 그대로의 인물이 서 있었다.



"이야 츠구미 짱. 꽤 건강해진 모양이네."



살살살랑 오른손을 흔들면서, 유키타카는 그렇게 말했다.



"……뭐, 조금. 너도 어떻게 된 거야, 이런 이른 시간에. 또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어?"


"아니, 오늘은 그냥 땡떙이. 츠구미 짱도 없으니까 방과후까지 심심하잖아. 반 애들도 어수선하게 우울하고."



그렇게 말하며 유키타카는 못마땅한듯 입을 삐죽거렸다.


분명 방 친구에게 이상한 트집을 잡혔을 것이다. 확실히 저건 귀찮다.



"자, 이거 부탁했던 책. ――남과의 약속을 어긴데다, 이 내게 심부름까지 시키다니, 츠구미 짱이 아니었다면 용서하지 않았을거야. 정말이지, 뭘 하고다녔는지 모르겠지만 이 빚은 비싸게 질거야, 비싸게."


"아아, 고마워. 정말 살았어. ……벌충은 나중에 제대로 할게."



어차피 츠구미가 꾀병인것은 눈치챘을것이라 생각하지만, 유키타카는 이럴 때 별 다른 이유를 묻지 않기 때문에 고마웠다.


유키타카에게 책이 든 봉지를 받아, 내용을 확인한다. 분명히 츠구미가 부탁했던 책이었다.


책장을 넘기며 가볍게 내용물을 살펴보았는데, 특별히 눈에 띄는 더러움이나 빠진 부분도 없고, 품질로서는 꽤 괜찮은 편이었다. 선물로는 충분한 물건이다.


하지만 그 책의 마지막에, 무언가가 끼워져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응? 뭐지 이거, 봉투?"



책 마지막 페이지에, 금빛 테두리를 한 작고 예쁜 봉투가 끼워져 있다. 도대체 이건 뭐지?


츠구미가 이상한듯이 봉투를 꺼내들자, 장난을 성공시킨듯한 표정을 짓고, 유키타카가 즐거운 듯 입을 열었다.



"아아, 그건 내가 츠구미 짱에게 주는 선물. 열어볼래?"


"흐응? 내용은, ――에, 온천여행투어? 게다가 2박3일. 괜찮은거야? 이런 비싼걸 줘도."


"괜찮아. 왜냐면 그거, 나도 받은거니까 실질적으론 돈은 전혀 안 들었어."



그 투어티켓에는 『하코네 버스 투어, 호화 온천 관광 여행!』 이라고 쓰여져 있다.


출발 날짜는 3개월 뒤인 12월 후반. 마침 학교가 겨울방학에 들어갔을 때다.



"헤에, 게다가 페어 티켓. 이것이라면 치도리와 같이 갈 수 있겠, 어? 어레, 이건……"


"왜 그래?"



유키타카가 멀뚱멀뚱한 얼굴을 하고 고개를 갸웃한다. 츠구미는 살며시 티켓을 내밀었고, 아래 작은 글자를 가리켰다. 그것을 유키타카가 낭독한다.



"에 그러니까 어디어디? 『이건 여성 한정 페어 티켓입니다! 당일에 신분증을 확인하오니 잊어버리지 않도록 부탁드립니다.』 ……아―, 그럼 이건 치도라 짱에게 주는 선물이라는 걸로! 친구에게 권해서 가라고 전해 줘!"



에헤, 하고 얼버무리듯 유키타카는 웃었다. 솔직히, 꽤 답답하다.



"아니, 별로 불만같은건 전혀 없는데, 유키타카가 어떤 경위로 이것을 받은건지 궁금한데……"



이 여성 한정 티켓을 유키타카에게 내어준 사람은 무슨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유키타카가 그 사람에게 괴롭힘이라도 받고있는건 아닌지, 조금 걱정이 된다.



"아니, 나도 아는 사람에게 『필요없으니까 줄게』라고 말 해서 받았을 뿐이야. 하코네 여행 부분밖에 보지 않았지만, 그런 이유가 있었구나. 왠지 미안한걸."



역시 약간은 츠구미에게 미안하다 생각한건지, 유키타카답지않게 기특한 태도로 머리를 가볍게 숙였다.



"그 선물을 주려는 마음만으로, 나는 충분히 기뻐. 고마워, 유키타카. 치도리에게는 나중에 제대로 답례를 하라고 말 할 테니까."



그렇게 말하며, 츠구미는 웃었다.


유키타카만큼은 아니지만, 츠구미도 별로 친구가 많은 편이 아니다. 그 중에서도 이렇게 일부러 집에 얼굴을 내밀고 축하해주는건 분명 이 친구 정도일 것이다. 이러쿵저러쿵 불만을 토로하는 일도 적지 않지만, 역시 유키타카는 츠구미에게 있어서 매우 소중한 친구인 것이다.



"그런가. 그럼 치도리 짱에게 안부 전해줘. ――오늘은 이제 돌아갈까. 잠깐 들르고 싶은 곳이 있으니까말야."



"아아, 여러가지로 고마워. ――그럼, 다음주 학교에서 봐."


"응, 그럼이만."



그렇게 말하고, 유키타카는 떠나갔다.


츠구미는 멀어져가는 그 등을 바라보며, 작게 숨을 내뱉었다. 자연스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오늘은 좋은 날인걸. 아아, 어제 죽지 않아서 정말로 다행이야.



『살아있다』는 것은, 정말로 멋지다. 한 번 죽음의 문턱을 밟았기에, 강하게 그렇게 생각한다.


츠구미는 책이 든 봉지를 애지중지 품에 안고, 벨이 있는 방으로 돌아왔다.



"돌아왔어, 벨 님."


"아아. ……뭐냐 그 얼굴은. 느슨해진 뺨을 정리하도록."



마치 기묘한 것을 본 듯, 벨은 눈살을 찌푸리며 그런 말을 했다.


……그렇게나 이상한걸까. 츠구미로서는 그렇게까지 심한 얼굴은 하고 있었다 생각하진 않지만.



"저기, 상담할 게 있는데. 내일 오후만큼은 자유롭게 보내도 될까? 도저히 양보할 수 없는 일이 있거든."



벨은 츠구미가 평범한 생활을 보낼 수 있도록 고려해준다고 약속했었다. 하지만 츠구미로서는, 가능한 한 벨의 희망에 따라 행동을 취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것이, 츠구마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보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일 오후만큼은 이야기가 다르다. 내일만큼은 벨의 부하가 아닌, 나나세 치도리의 가족으로서 보내고 싶었다.



"별로 상관 없다. 매일 마수를 사냥할 수도 없으니까. 하지만, 그렇게까지 말하는 걸 보면 꽤나 중요한 용건인가보지?"


"……나와, 누나 ――치도리의 생일이야. 이 나이에 『생일파티』같은건 벨 님에게 있어선 바보같을지도 모르지만, 나에게 있어서 누나는 단 한면의 가족이니까. 할 수 있는 데까지 하고 싶어."


"생일? 흥, 옛 사람들은 새해 초에 몰아서 축하했다고 들었는데, 지금은 개별적으로 축하하는건가. 어이, 네녀석이 태어난 날도 내일이냐?"


"일단 그렇기는 한데, 나와 누나는 재해사고로 기억이 애매하니까, 정확하지 않을지도 몰라. 하지만 지금 호적상으론 그렇게 되어있으니까, 내일이라고 봐도 좋다고 생각해."


"그렇게까지는 묻지 않았다. 정말이지, 대답조차 제대로 못하는게냐 네녀석은."



상대는 신이니까, 제대로 진실을 말해주는 편이 좋겠지. 그렇게 생각해서 한 설명이었지만, 벨은 거기까지 흥미가 있던 것은 아닌것 같다. 뭐, 보통은 그런가.



"흠. 하지만 내 계약자를 돌보는 것도 윗사람의 의무인가. ――어이."



벨은 고민하듯 손에 턱을 얹고 생각하다, 츠구미에게 말을 걸었다.



"왜?"


"내일 오후는 비워주겠다. 하지만, 오전중에는 나와 어울려라."



그 말에, 츠구미는 안심했다. 이것으로 일단은 안심이다.


……단, 대체 오전중에는 뭘 하려는걸까.



"그건 괜찮은데, 내일은 마수를 쓰러뜨리러 가는건 아니지? 그럼 대체 어딜 갈 예정이야?"



츠구미가 그렇게 묻자, 벨은 씨익 웃어보였다.



"뭐, ――단순한 『데이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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