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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번역/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1장 9. -몸치장-

by 린멜 2019. 6. 26.


9. 몸치장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자마자 출발했다.


먼저 아침에 훗카이도 시장으로 가 게를 먹고, 남하해 센다이에서 우설을 구워먹고, 야마나시에서 왕코소바를 먹듯 신겐모찌를 삼키고, 에히메의 유명한 귤 쥬스를 한상자 사 목을 축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가사키의 사세보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다스로 주문한 햄버거를 입에 한가득 넣었다.


――제대로 된, 식도락이다. 전이의 낭비이기도 하다. 뭐, 주로 먹는건 츠구미가 아닌, 벨 쪽이지만.



"음. 이 햄버거도 상당한 일품이군. 조금 더 고기가 컸다면, 더욱 좋았을텐데."



벨은 요령좋게 햄버거를 챙겨, 버거 봉지를 벗긴다. 그리고 몇 분 지나지 않아, 구매한 햄버거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정말 잘 먹는구나."



북쪽은 훗카이도에서 남쪽은 나가사키까지. 이렇게 먼 거리를 이동할 줄은 생각도못했다.


시간은 다섯시간 정도였지만, 상당히 귀중한 시간이었다 생각한다.


무엇보다 즐겨 먹는 쪽은 벨이었고, 츠구미는 게 껍질을 벗기고, 고기를 굽는 등의 잡일을 해서 전체적으로 한 끼 정도밖에 먹지 못했다.


처음 간 해물시장에서, 삶은 게를 산만큼 사오라고 했을 때는, 정말로 어쩌나 했다.


혹시 이건 츠구미가 전부 계산하는건가 전전긍긍했는데, 벨이 어디선가 꺼낸 돈다발 덕에 지불 문제는 해결됐다.


요즘 시대는 신님도 돈을 가지고 다니는구나, 하고 츠구미는 왠지 감탄하게 되었다.



"갑자기 『데이트』라고 해서 이래저래 고민했는데, 이런건 단순한 식도락이잖아. 하아, 긴장해서 손해봤어."



츠구미는 짧은 감색의 큐롯 스커트에 여성스러운 블라우스, 무릎까지 올라오는 리본달린 양말에 숏 부츠를 신고, 상의에 밝은 하늘색의 재킷을 걸치고 있었다. 그 옷은, 어째선지 놀라울 정도로 여자로 변신한 츠구미에게 잘 어울렸다.


나가기 전에, 상기의 옷을 주며, 「이것을 입어라」고 말했을 때는 어떻게 되는걸까 하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쓸데없는 것이었다. 이 뭐라 말할 수 없는 미묘한 감정을 도대체 어떻게 해야할까.



"나의 세련된 농담을 이해 못 하다니……넌 정말 글러먹은 놈이군."



하아, 하고 바보를 보는마냥 한숨을 쉬면서, 벨은 고개를 저었다. 신 님의 농당은 츠구미에게는 너무 고상해서 이해할 수 없으니 용서해줬으면 좋겠다.



"그건 그렇고, 모처럼 들키지 않을 모습으로 꾸며줬는데, 그 태도는 무엇이냐. 마법소녀인 것을 주위에 들키고 싶지 않다면 더 여자처럼 행동하는것을 배워야 할 텐데."


"그건, 그렇지만……"



오늘의 메인은 분명 벨의 식도락이지만, 이번 외출에는 다른 의미도 있었다.



"――네놈은 변신시에도, 태도나 언동, 그리고 행동거지가 너무나도 남성적이다. 다른 사람이 보면 네 성별을 순식간에 간파할걸?"


"자각하고는 있지만, 그런건 간단히 고칠 순 없는거잖아? 시간이 필요한거야."



말투는 조금 조심할 수 있지만, 츠구미의 용모로 노골적으로 여자말을 사용하는 것은 아무래도 위화감이 있다. 지금의 츠구미가 할 수 있는건, 기껏해야 걸음걸이를 조심하거나, 변신했을 때 일인칭을 나(私)로 바꾸는 것 정도다. 그 이상은, 뭘 어떻게 고쳐야할 지 모르겠다.



"우선 그렇게 다리를 벌리고 앉지 마. 볼썽사납다."



벤치에 걸터앉은 츠구미에게 벨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지적한다. 츠구미는 겸연쩍은 듯 무릎을 가지런히 모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자는 귀찮구나."


"바보같은 소리 마라, 이건 아직 시작에 불과해."


"우와……"



솔직히, 앞일이 걱정된다.



――하지만, 모든게 들켰을 때를 생각하면, 싫어도 노력을 해야만 한다.


남자가 신과 계약할 수 없는것이 대전제인 이 일본에서, 츠구미만이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 그 일이 누군가에게 알려지면 무슨 소동이 벌어질지 모른다. 하지만 좋지 않은 일이 될 것이라는건 예상할 수 있다.



"선물도 샀고, 나(俺)――아니, 나(私)는 꽤 즐겼는데, 벨 님은 어땠어? 그건 그렇고, 신 님도 식사를 할 줄은 몰랐는걸."



게다가, 그렇게 많이. 오늘 벨이 먹은 식사량은 아무리 줄잡아도 20킬로를 넘었다. 매일 이 양을 먹는다면, 엥겔지수가 무섭게 변할것이다.



"본래 우리에게 식사는 필요없다. 어차피 이 몸은 분령이니까. 음식을 먹는것은 어디까지네 취미와 같다. ……다만, 한 번 먹기 시작하면 아무래도 멈출 수가 없어서말이지. 그것만 없다면 더 즐길 수 있을텐데."


"뭐야, 배가 고픈건 아니었구나."


"뭐, 그런것이지. ――이제 됐겠지, 이 이야기는."


"응, 그렇네."



그렇게 이야기를 멈추면서도, 츠구미는 생각한다.


――벨의 말을 듣고 확신했다. 분명 츠구미의 그 [폭식]이란 스킬은, 벨의 신성에서 유래한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벨이 어떤 일화를 가진 신인지 대충은 짐작이 간다. 하지만, 그것은 입으로 꺼내서는 안되겠지.


감추고 있다, 라고 하기엔 조금 소홀해보이지만, 벨이 이 일에 대해 언급하고 싶지 않다는 것은 태도로 알 수 있다. 그것을 건드리지 않을 정도의 분별은, 츠구미도 할 수 있다.



"그러고보니, 돈은 내가 맡고 있단걸 잊고있었네. 금액은 특별히 신경쓰지않고 썼는데 괜찮겠어?"



츠구미는 그렇게 말하고, 봉투에 든 돈을 벨에게 내밀었다.


아침에 받은 돈다발은, 벌써 반 정도의 두께가 되었다. 남은건 약 30만 정도일까. 덧붙여서 오늘의 라인업 중에는, 게에서의 지출이 가장 컸다.


벨은 봉투를 한 번 본 뒤, 흥미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것은 네녀석이 가지고 있는게 좋겠군. ――애초에 그건 네녀석에게 주는 포상금이니까."


"……응? 무슨 소리야?"


"어제 마수를 쓰러뜨린데 대한 포상금이다. 정부에서 나오는데, 혹시 몰랐는가?"



――솔직히 말하자. 전혀 몰랐다.


어쩌면 언뜻 들었을지도 모르지만, 츠구미에게 있어서 마법소녀에 관련된 것은 지금까지는 타인의 일이었던 것이다. 기억나지 않아도 어쩔 수 없다.


츠구미에게 마법소녀로서의 활동은 벨에 대한 보은과 같아서, 포상금이 있든 없든 개의치 않는다. 그런것이 있다면, 조금 액수가 궁금해긴 한다.



"그러면, E급이면 어느정도 받을 수 있는것이옵니까?"


"왜 갑자기 존댓말이냐? 기분나쁘군. ――그렇군, 재야의 마법소녀는 본래의 포상금의 7할, 즉 70만 엔이 지급된다."


"70만! 그렇게 많이 주는거야!?"


"아니, 아무리 생각해도 적다. 스스로의 목숨을 칩으로 걸고 싸운 결과가 이 돈이지? 잘도 다른 마법소녀들은 이런 액수로 싸우려 하다니. 오늘 하루 먹고다닌 것만으로도 순식간에 날라가지않느냐."


"그런 근로의욕을 꺾는 말은 하지 않아도 되잖아……"



이 신은,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을 정말 모르고 있다. 혹시 유명한 사람들도 이런 느낌의 사고 회로를 가지고 있는걸까.



"D급은 5백만. C급은 천만. 지금 네녀석은 여기까지가 한계다. B급이 되면 금액이 껑충 뛰지만, 그만큼 난이도가 올라가니까. 지금은 신경 쓸 필요도 없다."


"꿈이 있는 듯 하면서도, 그렇지도 않은것같네……당분간은 저급을 사냥하면서 스킬에 익숙해질거야. 죽고 싶진 않으니까.


"그렇군. ――하지만, 나는 네녀석을 쓸데없이 부리지 않겠다고 약속하마. 신들 중에는 마음에 들지 않는 계약자를 높은 등급의 마수를 잡으라 부추기는 녀석도 있으니까 말이지. 그에 비하면 네녀석은 운이 좋은 편이다."


"마법소녀의 세계에도 여러가지 있구나…… 솔직히, 별로 알고싶지 않은걸."



츠구미의 상정보다도, 마법소녀에게는 검은 내부의 사정이 존재하고 있는 것 같다. 세상의 꿈을 꾸는 소녀들은 이 사실을 알고 있을까.


어쩌면 마법소녀들의 인구를 줄이지 않기 위해, 정부가 정보규제를 하고 있는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무서운 이야기다.



"아아, 그렇지. 그러고보니 할 말을 잊고있었군."


"에, 뭔데? 갑작스런 폭탄선언같은건 가능한 한 하지 말아줬으면 하는데."



움찔, 하고 츠구미는 어깨를 움추렸다. 이 신은 츠구메에게는 중요한 것을, 마치 아무래도 좋은 것처럼 고하는 경향이 있다.


또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들으리라 생각하고 있었지만, 귀에 들어온 것은 예상외의 말이었다.



"――그 옷, 잘 어울리는군. 선택한 보람이 었었어."



그렇게, 상냥한 목소리로 고했다.


말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한다. 옷이, 잘 어울린다. 즉 칭찬받았다. 누가? 츠구미가? 이 모습을?


――그건, 그, 어라? 조금 기쁠지도……?



"……어이, 뭘 그렇게 고뇌에 찬 얼굴을 하고 있는게냐. 나는 별로 이상한 소리는 하지 않았는데."


"아니, 응. ……지금은 그냥 놔 두면 안될까?"



불만스러운 듯 벨은 말했다.


하지만 츠구미는 그럴 때가 아니었다. 이것은 존엄의 문제이다.


――여장이 어울린다고 해서 기쁘다 생각하는 것은, 남자로서는 어떤 것일까?


아무리 지금은 여자의 몸이라고 해도, 이것은 변태적인 성벽에 발을 담그고 있는것은 아닐까?


아니, 그렇지만 냉정하게 생각해야 한다. 오야마(女形) 배우는 「아름답다」고 칭찬받는다면 분명히 기뻐할 것이다. 츠구미의 변신 역시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틀림없이 그럴 것이다.


여러가지 생각한 결과, 츠구미는 『마음의 방황』이었다고 납득하기로 했다. 뭐, 여자의 몸이 되어 호르몬 밸런스가 변하면, 그런 기분이 들 수도 있겠지.


즉, 츠구미는 정상이다. 아무 문제 없다.


그렇게 혼자 수긍하고 있는 츠구미를 의아하게 바라보면서, 벨은 흥, 하고 콧김을 내뱉었다.



"역시 인간은 잘 모르겠군. 이 내가 칭찬했으니, 더 기뻐하는것이 도리일 터. 이 불경한 놈."


"할 말 없네요……"



그렇게 평소의 상태로 빈정거리며 농담으로 받아치면서, 츠구미는 생각했다.


――아아, 역시 조금 격하 취급당하는 정도가 딱 좋은걸. 츠구미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 번민도 있었지만, 한 사람과 한 신의 휴일은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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