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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번역/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1장 5. 고유 스킬 -

by 린멜 2019. 6. 14.


5. 고유 스킬



――다음 날, 츠구미와 벨은 거실에서 마주보고 서 있었다. 마수와 싸우기 전에 먼저 변신을 해야 한다, 고 츠구미가 강하게 주장했기 때문이다.


치도리에게는 미리 학교를 쉰다고 전하고, 교사에게 연락해 달라 이야기했다. 걱정하고 있던 스즈네 선생님에게는 미안하지만, 오늘은 도저히 학교에 갈 상황은 아니다.


유키타카와의 예정도 당연 취소되었지만, 유키타카 치고는 드물게 간단히 물러나 주었다. 그뿐 아니라, 츠구미 대신 고물상에서 책까지 받으러 가 준다고 한다. 역시 친구는 꼭 사귀어야 한다.


――하지만, 유키타카는 어떻게 내가 아직 책을 가지러 가지 않은것을 알고 있는걸까?


뭐, 아마 츠구미가 책 수취를 잊고 있었을거라 생각했겠지. 도움을 받았으니, 세세하게 따질 필요는 없나.



"그래서, 감상은 어때?"


"뭐라고 해야하나, 굉장하네 이거. ……우와, 목소리까지 변했어."



그렇게 말하며 츠구미는, 마음이 놓이지 않는 듯 목덜미를 쓰다듬었다. 위화감이 장난아니다. 옷의 안쪽은 어떨지 궁금하지만, 이 감각이라면 모든게 변했음이 틀림없다.


키는 아마 170센치보다 조금 아래 정도일 것이다. 살집은 얇고, 전체적으로 슬렌더하다.


――마음 속으로 비는 것 만으로도, 이렇게까지 몸이 쉽게 변하다니. 놀람과 함께 경외감마저 느낀다. 신의 힘은 역시 평범한 인간은 다루기 어려운 것임을 분명히 알 수 있다.


그런 츠구미의 모습을 보며, 벨은 흡족한 듯 웃었다.



"네놈에게 준 계약구는, 내가 만든 특별제니까. 사소한 위화감도 곧 사라질것이다."


"이렇게 작은 반지인데…… 역시 신 님은 터무니없구나."



마법소녀로 변신하기 위해 필요한 계약 장신구. 츠구미가 받은 것은 초록색 동그란 돌이 붙은 큼직한 반지로, 돌의 안쪽에는 잘 모르는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왠지 남심을 자극하는 디자인이다.



"복장도, 검은 스커트에 옷깃이 있는 자켓인가. 기본적으로는 지금 입고있는 복장과 비슷한 느낌이 드는걸. 조금 이외야."



늘 입고 다니는 남자 교복이 여성용 옷이 된 것 같다. 이대로라면 너무 수수해서 반대로 들 뜰 위험성이 있겠는걸.


그러나 그렇게 냉정하게 생각하면서도, 자신의 무릎길이의 치마를 입고 있다는 사실이 부끄러울 수밖에 없다. 바람이 새어들어와 서늘하다. 왜 여자는 이런걸 즐겨입는걸까.



"아니, 마법소녀의 복장은 본인의 상상력에 따라 변화하는 구조로 되어있어. 네녀석의 복장이 크게 변하지 않은건, 그저 네 상상력이 빈약할 뿐이다."


"그럼, 일반 마법소녀가 입고있는 저 반짝반짝한 옷들은, 전부 자신들이 생각하는거야? ……미안하지만, 난 도저히 못할 것 같아."



소위 고스로리라 부르는 디자인부터, 세련된 아이돌같은 옷, 민족의상 같은 옷. 확실히 사람에 따라 가장 잘 어울리는 옷으로 변화하는 거라고 멋대로 예측하고 있었는데, 설마 전부 본인의 상상이라니.



"흥, 무르군. 어쩔 수 없지, 내일까지 그 계약구에 복장고정의 술을 걸어주마. 내 계약자에 걸맞은 모습으로 만들어 주지."


"엑."


"뭐냐, 불만이라도 있느냐?"


"아니, 응, ……괜찮습니다."



솔직히, 어떤 것이 만들어질지 전전긍긍하다. 만약 전체적으로 프릴로 가득 차 있다면, 츠구미는 어떤 반응을 할 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반지의 완성도로 보면, 나름대로의 퀄리티의 물건이 완성될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여기선, 벨을 믿어보자.


라고 할까, 그런것보다 더 궁금한게 있다.



"잠깐 거울 좀 봐도 될까? 지금 내가 어떤 얼굴인지 궁금해."



조금이지만 조마조마한다. 역시 변신이라고 하면, 터무니없는 미소녀가 되는게 묘미일 것이다.


츠구미가 그렇게 말하자, 벨은 질린 듯 한숨을 내쉬었다.



"인간들은 곧장 얼굴에 대해 신경을 쓰는군. 고작 가죽 한 장일 뿐인데."


"그렇게 말 하지 마. 그러니까, 거울이…어디어디."



들뜬 기분으로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거기에 비치고 있던 것은――



"이게, 나――? 그런데, 별로 변하지 않은거 아냐?"



츠구미는 그렇게 말하고는, 못마땅하게 벨을 쳐다봤다.


견갑골까지 내려오는 긴 흑발에, 다갈색의 눈동자. 그 생김새는 츠구미와 흡사하다. 츠구미의 쌍둥이라면 이런 느낌이 들 거라는 얼굴 그 자체다.


원래 나름대로 생긴 편이라 여자가 돼도 그렇게까지 위화감은 없지만, 왠지 무척 실망스러운 기분이다.



"이 얼굴이라면 아는 사람에게 들킬거라 생각하는데……"


"그 때는 모른체 하고 넘어가면 된다. 보통은 아무도 남자인 네녀석이 마법소녀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터. ――그렇지, 만약 물어온다면 생이별한 여동생일지도 모른다고 말해두면 되잖아."


"간단하게 말하는걸. 뭐, 나도 딱히 모든 마법소녀의 얼굴을 알고 있는건 아니고, 이대로 알려지지 않는 쪽이 많……은가?"



그다지 마법소녀 업계에 대해서 자세히는 모르기 때문에, 판단이 서지 않는다. 하지만 츠구미보다 마법소녀에 대해 더 잘 아는 벨이 한 말이니 문제는 없을것이다.


하지만, 생이별한 남매라고 하는 설정은 여러가지로 위험하다. 나와 치도리에게 과거의 기억이 없는 것은 모두 아는 사실이니까. 쓸데없는 참견――친절한 사람이, 나와 『하가쿠레 사쿠라』를 서로 만나게 하려 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얼굴까지는 바꿀 수 없어. 그 이상은 변신 기능의 허용치를 넘어가버리니까."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평소 모습에서 안경이라도 쓰고 스스로 지키는 수 밖에 없나."



더 이상 불평해도 소용없다. 원래, 츠구미에게는 한탄할 권리도 없다. 의견을 말할 수 있는 것 만으로도 좋은거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런데, 이 상태가 『마법소녀』인건가? 감각 자체는 평소와 별로 다름없는거 같은데."


"바보녀석. 마법소녀 전환에 의한 강화기능은, 이계의 공간에서밖에 사용할 수 없다. 그런 것도 모르느냐?"


"그래? 그런거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데."



츠구미가 그렇게 대답하자, 벨은 험악한 얼굴로 인상을 찌푸렸다.



"……그렇군. 마법소녀들의 보호를 위해 은닉하고 있는건가. 마법소녀의 힘을 사요할 수 없는 소녀같은건, 방식에 따라서는 어떤 식으로든 취급할 수 있으니까 말이지."


"하지만, 그럼 평소 생활이 위험해지는 거 아니야? 우명해지면, 질이 나쁜 녀석들이 따라붙을 수도 있을텐데."


"그렇지 않아도, 마법소녀는 변신 전에도 『두가지』의 고유 스킬을 사용할 수 있게 되어있어. 어지간한 일이 아니면, 그 정도의 어중이떠중이는 처리할 수 있을거야. 문제는 조직――외국 공작원. 단체로 와 총화기에 둘러싸이면, 어쩔 수 없으니까."



외국 공작원인가. 일본은 쇄국상태가 된 지 오래지만, 절차를 밟으면 한정된 사람들――외교 관계자 등은 입국이 가능하다. 일주일 이상 체류는 법에 따라 허용되지 않지만, 그 단기간 중 납치 등의 행위를 절대 하지 말란 법은 없다.


일본은 지금 전 세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마수』의 마핵은 그야말로 신의 축복이다. 그것을 독점하고 있는 일본이, 다른 나라는 부러워서 견딜 수 없는것같다.



"조심할 수 밖에 없는건가. ……그래서, 그 고유 스킬이라고 하는 것은 대체 뭐야? 게임에서나 나올 것 같은 단언데, 파라미터가 붙은 스테이터스 표시같은것도 있는거야?"



그렇게 벨에게 묻자, 깔보는 눈으로 업신여겨졌다. 그것도 일부러 츠구미의 시선보다 위로 날아올라. 음, 은근 세심하게 배려한다.



"원래 사람에 따라 신력의 사용 효율도, 허용 범위도, 사용할 수 있는 스킬도 다르다. 그저 간단히 수치화된 것이 쓸모가 있을리 없지. 정말이지, 이러니까 무지한 것은 곤란하다."



이런이런, 하며 어깨를 흔들며 벨은 코웃음쳤다. 뭐, 확실히 들떠서 이상한 소리를 한 츠구미도 잘못이지만. 목숨을 걸고 싸우는 마법소녀에게 게임같다니, 실례였다. 반성하자.



"있는건 이 『스킬 시트』정도로군. 어이, 한번 봐봐."



우웅, 하고 기계적인 소리와 함꼐 얇게 빛나는 A4 사이즈의 판자 같은 것이 벨의 손에 나타났다.


아무래도 터치 패널처럼 되어 있어, 아래에 스크롤할 수 있는것 같다. 어디어디.



"……저기."


"뭐냐."


"우리들의 상식으로는, 이런 것을 스테이터스 표시라고 하는데."



츠구미는 조금 낮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을 했다.


원 그래프 형식의 잔존신력, 육체의 기동률 표시.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스킬과 그 숙련도 표기. 신장과 체중에, 마수의 격파수와 전투빈도란까지 있다. 아무리 봐도 스테이터스 표시이다. 아까 전력 부정은 대체 뭐였던거야.



"딱히 나는 상태 스테이터스 표시가 없다고 말하지는 않았을텐데. 어디까지나 수치의 표기가 없다고 했을 뿐. 그렇게 따질 필요 없지않나."


"벨 님과는 상호 이해를 위한 의견 조율이 필요할지도 몰라. 앞으로를 위해서라도."



훈계하는 듯 한 어조로, 츠구미는 말 했다. 이런 식으로 의견이 어긋난다면, 분명 나중에 곤란하게 될 것이다. 그 때 피해를 입는것은 츠구미다. 아무리 사용되는 측이라고 해도, 이런 식으로 나쁜 방향으로 향해 갈 필요는 없을것이다.



"그러니까, 이 스킬 시트?에 의하면 내 고유 스킬은――[전이]와 [실]. ……실?"



전이는 안다. 자신이나 물건을 임의 장소로 보내는, 순간이동 능력일 것이다. 스킬 소개란에도 그렇게 표기되어 있다. 하지만, 이 [실]이라고 하는 스킬은 도대체 어떤 효과가 있는 것일까. 스킬 소개란에는 「실을 만들어 조작한다」라고밖에 쓰여있지 않다.



고유 스킬과는 별도로 상시 발동형 패시브 스킬과 임의 발동형 액티브 스킬란이 있지만, 이쪽은 검은색으로 도배되어 있다. 아마 여기는 결계 안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좋군. 그 [전이]는 생각하는게 맞다. 알아보니 정부 내에서도 그 능력이 몇 명 밖에 없는것 같군. 우리 입장에서는 남의 눈에 띄지 않고 이동할 수 있는 편이 좋다. 칭찬해 주지."


"그 [실]이라는 스킬은……?"


"모른다. 첫 번째 스킬은 거의 랜덤인데, 두 번째 스킬은 개인의 특성에 유래하는 것이라고 들었다. 네녀석이 모른다면 나도 모른다."



벨만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수단인데, 도무지 의지할 수가 없다. 나도 모르게 머리를 감싸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어떻게 해야 되지?


츠구미의 특성에 의존한 스킬. ……실을 조종하는게? 솔직히, 전혀 기억에 없다.



"……그런데, 이 『고유 스킬』이라던가 『스킬 시트』라는건 누가 생각한거야? 알기 쉬워서 좋긴 하지만, 왠지 현실감이 없다고나 할까."



아까 츠구미가 생각했던 것처럼, 역시 이 시스템은 요즘 젊은이들이 생각하는 게임 시스템에 가깝다. 벨의 말대로 추측하면, 이 시스템은 모든 마법소녀가 공통으로 사용하는 것일 것이다. 그 정부가 이런 장난같은 것을 만들었다는 것은, 츠구미로서는 좀처럼 생각하기 힘들었다.



"자세한 것은 모르겠지만, 네녀석들의 태양신――아마테라스가 부하에게 취미로 작성한 것 같더군. 호칭 같은 것은 정부가 결정했다고 한다. 대부분 네녀석 같은 머리나쁜 놈들도 알기 쉽도록 이렇게 만들었겠지. 그것과 고유 스킬이 랜덤과 자질에 의존하는것은, 스스로 생각해 기술이나 기법을 만든 녀석들이, 제대로 쓸모가 없었기 때문이라더군."


"그, 그렇구나?"



솔직히 존경하고 싶지만, 정부의 손바닥에서 놀아나는 기분이 들어서, 묘한 기분이 들었다.


스킬 작성으로 자멸한 사람들은, 분명 자신의 한계를 잘못 파악했을것이다. 사춘기에는 좀 그런식으로 튀는 부분이 있지.


그렇지만 어느 정도 기초 시스템이 완성된 후에 마법소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기로 하자.


하아, 하고 낙담하며 한숨을 내쉰다.



"――앞으로, 나는 살아남을 수 있는걸까."



심히, 우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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