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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번역/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1장 7. 기분의 문제 -

by 린멜 2019. 6. 21.


7. 기분의 문제




――마수는 격노했다.


마수는 선악을 알 수 없다. 가지고 있는것은 그저 순수한 파괴욕 뿐.


지상에 내려선 마수는, 말하자면 이계에 존재하는 개념체의 단말이다. 물체를 부수고, 사람을 해치고, 땅을 피폐하게 함으로써 마수는 활동할 수 있는 에너지를 얻는다. 어느 정도의 파괴활동을 실시한 후에, 마수가 안개처럼 사라지는것은, 자신이 얻은 에너지를 이계에 있는 본체에 환원하기 위해서이다.


마수에게 있어 파괴란, 자신의 욕구를 채우기 위한 행위――이른바 식사 같은 것이다. 그것을 방해하는 『마법소녀』는, 가장 먼저 넘어야 할 장애물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마법소녀』는 고밀도의 에너지 덩어리이기도 하다. 한 사람만 죽이면, 일반인을 백 명 죽이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섭취할 수 있다. 어느 쪽이든 죽이는 우선순위가 높은 것임에는 변함이 없다.


나무 위로 도망친 여자――마법소녀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아니, 발견은 하고 있지만, 숨어있는 장소에 습격을 가할 때마다, 그 기색이 어째선지 사라져버린다. 그게 몹시 화가나서 견딜 수 없다.


급이 낮은 마수는 그다지 머리가 좋지 않다. 지성으로 리소스가 할당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멧돼지 마수는 연신 여자가 있던 나무에 돌진을 거듭한다. 하지만 그 무의미한 공격은 곧 끝날 것이다.



――아아, 찾았다.



마수는 마침내 여자의 모습을 발견했다. 아마, 숨는 것을 그만하고 나온 것이겠지.


여자는 쓰러진 나무 위에 유연히 서서, 이쪽을 도발하듯 집게손가락으로 손가락질하고 있다. 여자의 다갈색 눈이, 똑바로 마수를 꿰뚤어보고 있었다.


마수는 여자가 자신에게 무언가를 하려고 한다는 것을 알고있었다. 하지만, 마수는 개의치 않았다.


――뒷다리에 힘을 준다. 그와 동시에 온 몸이 은빛으로 휩싸인다.


투기를 앞세운 돌진에 의한 충격파―― 이것이 마수의 유일한, 그리고 필살 공격이다. 급이 낮은 마수에게 전략은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무작정 죽인다. 그것 뿐이다.


여자는 도망가지 않는다. 다만 천천히 마수를 가리키던 손을, 팔까지 위를 향해 뻗는다.


그리고 마수는 달리기 시작한다.


음속을 넘는 총알처럼 쏘아지는 그 거구는 마치 모든것을 파괴하는 대포같았다. 아무리 마법소녀일지라도, 이 공격이 직격한다면 목숨을 보장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잡았다!



마수가 그렇게 확신하는 순간, 여자는 내려치듯, 휙 하고 팔을 휘둘렀다.



――시야가, 흔들린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마수는 어째선지 땅바닥에 구르며, 어느새 여자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일어서서 공격을 하려고 해도, 손발이 움직이지 않는다. 글쎄, 왜일까?


여자는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마수를 내려다보고 있다. 그 표정은 마치, 통증을 참고 있는 것 같은 표정이었다. 자신은 부상 하나 입지 않은 주제에, 왜 그런 얼굴을 하고 있는건가. 마수는, 알 수 없었다.



――아아, 그렇지만.


――마수는 멍한 머릿속으로 생각한다.



――조금은, 배가 찬 듯한 느낌이 들었다.





◆◆◆



"왜 그러느냐 그런 얼굴을 하고. 최상의 성과일텐데."



벨은, 그렇게 이상한 듯 물었다.


츠구미는 사지가 절단된 거대한 짐승을 내려다보며, 버릇이 없다고 생각 하면서도, 칫 하고 혀를 찼다.



"아아, 기분나빠."



그렇게 말을 하면서, 츠구미는 오른손을 잡았다. 그 손에는 무수한 실이 얽혀있었다.


스킬이 츠구미에게 준 지식―― 조사술은 실을 무기로 한 공격 수단이었고, 방어 수단이자, 때로는 첩보 수단이 될 수 있는 만능형 힘이었다. 불꽃이나 천둥같은 대규모 섬멸형 스킬을 가지고 있는 마법소녀에 비하면 뒤떨어지겠지만, 그래도 꽤 우수한 스킬이라고 할 수 있따.


우선 [투명화]로 실을 감추고, 섬세한 손가락의 움직임과, 실이 얽힌 팔을 내리침으로서 하나의 공정의 완성되어 총알같이 날아드는 마수의 다리를 잘라냈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실을 엮은 벽을 쌓음으로서 마수의 돌진을 막아낸것이다.


벨에게는, 구경거리로서 만족이 가능 성과였을것이다. 하지만, 츠구미의 태도가 언짢은 듯, 화가 난 모습으로 비꼬았다.



"기분? 설마 네녀석, 피가 나지 않는다고 그러는게냐? 처녀도 아닌 녀석이, 대단히도 예민한 소릴 지껄이는구나."


"아니, 적어도 지금의 나는 처녀 아닌가? ……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윤리관의 문제야. 자신이 나쁜 일을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이런 식으로 생물……이라고 말해도 좋을지는 모르겠지만, 동물의 형태를 한 것을 죽인건 처음이었으니까, 조금 생각할 게 있어서."



츠구미는 살며시 자신의 오른손을 쓰다듬었다. 나는, 겨우 그 정도의 동작만으로 생물을 간단히 죽일 수 있다. 그것은,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매우 무서운 일일 것이다.


뭐, 농담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있으니, 그렇게까지 심각한 것은 아니다.



"이제와서 물러날 생각하지 마라. 네녀석의 명운은 내가 쥐고 있다―― 그것을 잊지 말도록."



강한 어조로, 비난하듯 벨은 말했다.


벨도, 츠구미가 지금 여기서 「이제 관둘래」라고 말을 꺼내면 곤란할 것이다. 마음은 안다.



――하지만, 그 걱정은 기우다.



"걱정하지 않아도, 그만두겠다고는 하지 않아.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건, 생각하고 있던 것보다도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 나 자신이니까. 자신의 박정함에, 기분이 조금 좋지 않아졌을 뿐. 아, 혹시 이게 스킬에 있던 [최적화]의 효과인가?"



그렇게 말하며, 츠구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만약 그렇다면, 마법소녀에게 있어서는 꽤 편리한 스킬이라고, 가벼운 마음으로 생각한다.


평소대로라면 양심의 가책이라고 하는 것은, 꽤 무시할 수 없는 단점이다. 밝고 즐겁게 마수 퇴치가 가능하다면, 그보다 좋은 것을 없을것이다.


하지만 츠구미는 알 수 없겠지만, 원래 [최적화] 스킬은 어디까지나 동작보조 스킬이며, 정신에까지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아무것도 느끼지 않는다. 그래서 기분이 나쁘다. 그것은, 굉장히 사치스러운 말일까.


한 해에도 수백 명의 마법소녀가 마음이 망가져 관두는데, 츠구미는 그것이 얼마나 희귀한 재능인지 모른다. 분명 누군가에게 지적받지 않는다면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그래도 분명, 이 상태라면 나에게 잘 맞겠는걸. 마법소녀."



그렇게 말하며, 츠구미는 벨을 보고 씨익 웃었다. 그 표정에, 비애의 색은 볼 수 없었다.


어차피 츠구미는 마법소녀를 계속해 갈 길 밖에 없는 것이다. 한 번 죽었다 살아났으니, 세세한 것을 신경쓰면 모처럼의 인생이 손해일 것이다.


츠구미로서는, 앞으로도 부담 없는 활동이 가능하다면, 사소한 것은 아무런 문제도 없다.


그런 태연한 츠구미의 모습을 보고, 벨은 잠깐 눈을 크게 떴다가, 만족한 듯 미소를 지었다.



――이건, 좋은걸 주운걸지도 모르겠군.



그런식으로 생각하면서도, 벨은 눈을 가늘게 떴다. 이 남자가 벨에게 편리한 장난감으로 남아있는다면, 머지않아 애착도 생길 것이다. 그 때가, 너무나도 기대된다.



"그러고보니, 또 다른 스킬 [폭식]은 어떻게 사용하면 되지? 전투 종료 후라고 써있었으니까 지금 쓰면 되는건가?"


"……글쎄? 선언해보는게 어때?"



[폭식], 벨에게 있어서는 꽤 친숙한 단어다. 그것을 츠구미에게 알려줄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다. 그것은, 벨에게 있어서도 본의가 아니었으니까.



"흐응. ――그럼, 스킬 발동 [폭식]!"



츠구미가 소리를 내는 순간, 마수 주위의 공간이 조금 흔들렸다. 그러자, 지면에서 커다란 짐승의 입이 나타나, 마수의 잔해를 먹어치워갔다.


그 외견은, 솔직히 벨이 보아도 좀 역겹다고 생각한다. 언뜻 츠구미 쪽을 보니, 입을 손으로 가리고, 새파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마수를 쓰러뜨렸을 때 보다 지금이 더 표정이 좋다.


나타났던 짐승의 입은, 마수의 핵과 백은의 어금니 이외를 남김없이 삼킨 뒤, 만족스러운 모습으로 땅 속으로 사라졌다.


지금으로써는, 어떤 효과를 가지는 스킬인지 확실히 모르겠지만, 옆에서 보기엔 츠구미의 그릇의 강도가 희미하게 오른 것처럼 느꼈기 때문에, 결국은 그런 스킬일 것이다.


츠구미는 불안하게 자신의 배를 문지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벨 님. 나, 역시 마법소녀 그만두고 싶을지도……"


"……안 된다."


"그렇겠지.……하아."



그렇게 말하고, 츠구미는 툭 하고 고개를 숙였다. 스르륵, 하고 묶지 않은 흑발이 옆으로 흘러내린다. 


벨은, 말끄러미 츠구미의 옆모습을 응시했다. 지금까진 그다지 주시하지 않았지만, 이 녀석은 나름대로 나쁘지는 않은 생김새다.


――이 마법소녀가 우아하게, 그리고 잔혹하게 마수를 쓰러뜨리는 모습은, 분명 구경거리로서 필시 빛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벨은 만족스럽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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