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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번역/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5장 114. 오랜만의 재회

by 린멜 2020. 7. 18.


114. 오랜만의 재회







그 유괴사건으로부터 2주간. 츠구미와 치도리의 관계는――놀라울 정도로 변하지 않았다. ……아니, 변하지 않도록 서로가 의식하고 있다 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평소대로 행동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눈동자 속에는 숨길 수 없는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배어 있다. 살얼음판을 건너는 듯한 긴장과, 마음의 타협. 숨이 막히는 정도까진 아니었지만, 왠지모르게 지내기 불편한 것은 확실했다.


한편, 신경이 쓰이는 것은 토노의 동향이었다. 츠구미는 토노에게서 무언가 행동이 있을지도 모른다 생각하고 자세를 갖추고 있었지만, 그 날 이후 토노가 츠구미――하가쿠레 사쿠레에게 말을 걸어 오는 일은 없었다.


츠구미의 태도를 살피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너무 바빠서 츠구미의 상대를 할 틈도 없는 것일까. 어쨌든 기분 나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신경이 쓰인다면, 토노에게 따지러 가도 된다. 하지만 츠구미가 그러지 않았던 것은, 마음 속 어딘가에 두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토노의 사람을 꿰뚫어보는 듯한 투명한 눈빛. 츠구미의 안에 숨겨진 응어리를, 그 이상 파헤칠 수 있다는 것이 두려웠던 것이다.


과연 토노는 무엇을 어디까지 알고 있는 것일까. 알고 싶지만, 무서워서 아무것도 묻고 싶지 않다. ――그런 모순된 마음을 품고서, 츠구미는 잠시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해서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 겁이 많은 츠구미에 대해, 벨은 정부 측의 신을 떠본다 말하고 행동을 개시했다. 벨 자신도, 츠구미의 과거에 대해 뭔가 생각하는 바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 자그마한 배려가, 츠구미는 정말로 기뻤다.


비록 벨이 츠구미에게 품은 그 감정이 단순한 동정이었다고 해도, 츠구미에게 있어 그 상냥함은 마음의 버팀목이 되었다. ……츠구미는 그것이 의존에 가까운 믿음이라고 이해하고 있었지만, 자신의 계샥신에게 의지하는 것이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츠구미는 위가 아파오는 것 같은 날들을 흘러가는대로 보냈고, 계절은 눈 깜짝할 사이에 삶아지는 듯 한 더운 날이 계속되는 시기로 바뀌었다.



"역시말야―, 나로서는 바다가 좋다고 생각해. 예쁜 누나들의 수영복 차림이라던가 최고잖아?"


"아니, 난 단연 놀이공원이야. 여름의 빌어먹게 더울 시기라면 손님도 적을테고, 가끔은 그런 곳에서 실컷 야단법석 떨고 싶어."


"어이어이, 여름하면 산이지. 다 같이 캠핑한 뒤에 서바이벌 게임 하자구."


"더운 곳은 녹으니까 싫어. 난 실내에서 게임하는게 좋아."



방과후의 교실에서, 제각각 자신의 생각을 말하면서 떠드는 반 친구들에게, 츠구미는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너희들 올해는 수험생이잖아. 그렇게 놀 예정만 잡아도 되는거냐."



츠구미가 돌아갈 채비를 하면서 조심스럽게 그렇게 말하자, 친구들은 크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하아아, 츠구미는 말야 정말로 시시하다니까. 고등학교 마지막 여름이라고? 놀지 않으면 손해잖아?"


"맞아맞아. 게다가 우린 나나세보다 머리가 좋으니까. 필사적으로 공부하지 않아도 그런대로 점수를 받을 수 있고. 뭐, 반의 평균점조차 넘지 못하는 나나세는 잘 모르겠지만."


"……정말 짜증나네 니들. 학년 평균은 넘었으니까 상관없잖아."



그렇게 말하고는, 츠구미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십화에서의 일이나 여러가지 심적 피로가 겹친 것도 있어, 7월의 정기 시험은 참담한 성과였다. 그래도 학년 평균은 겨우 넘었지만, 그보다 한 과목 당 10점은 높은 반 평균은 역시 넘을 수 없었다.


원래 이 학교 자체가 나름대로의 진학학교이기 때문에, 수업을 빠지기 쉽상인 츠구미가 뒤쳐지지 않을 만큼 그나마 나은 편인것이다.



――그건그렇고, 여름방학인가. 최근에는 기분이 침울해지는 일 뿐이었으니까, 가끔은 도가 지나치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미부나 스즈시로, 그리고 어린 친구인 이타도리 등에게도 여름방학에 놀러갈 제의는 왔지만, 세부 계획은 아직 세우지 못했다. 하지만 십화의 일도 사전에 사정이 좋지 않은 날을 말하면 쉴 수 있고, 며칠 정도의 여행 정도는 어떻게든 될 것이다.


츠구미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면, 의논은 상당히 가열되고 있는 것 같았다.



"마지막 해인데 말야, 한가한 녀석들 모두 함께 데리고 나가자고. 뭣하면 인솔로 나기사 선생님이라던가 부르면 되잖아."


"아니, 오히려 나기사 짱은 인솔되는 측 아냐? 그냥 두면 바로 미아가 되어버릴 것 같은걸."


"있잖아, 이왕이면 숙박으로 하자. 밤중에 여자회라던가 하고싶어!"


"아, 내 친척이 별장이랑 프라이빗 비치 같은걸 갖고 있으니까, 빌릴 수 있는지 물어볼게. 아마 20명 정도라면 될 거라고 생각해."



반의 여자들도 이야기에 섞여, 순조롭게 예정이 짜여져 간다.


기운넘치는구만, 하고 남의 일처럼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한 명이 돌아보며 「당연히 나나세도 올거지?」라고 말을 걸어왔다.


츠구미는 특별히 거절할 이유도 없어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는, 바다도 산도 놀이공원도 위험한 마수와 싸웠던 불쾌한 기억들뿐이라 다소 기피감이 있지만, 그 정도는 참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 권유를 받지 않을 친구~~유키타카의 불만스러운 얼굴이 머리에 스쳤지만, 유키타카는 여럿이서 행동하기보다는 잘 아는 사람과 있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어차피 권해도 오지 않을 것이라고 스스로를 납득시켰다.



"그럼, 자세한게 정해지면 연락할게. 아, 치도리 짱도 같이 권할까?"



그렇게 물어보는 친구에게, 츠구미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 치도리는 여름방학에는 반드시 검도부의 합숙 도우미로 참가할테니까. 뭐, 일단 물어는 볼게."


"오우, 부탁할게. ――그러고보니, 뭔가 서두르는 것 같던데 예정이라도 있어?"



흥미진진한 모습으로 물어오는 친구에게, 츠구미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아아. ――귀여운 여자애와 만나기로 약속했어."





◆◆◆





――뭐, 여자애라고 해도 아직 초등학생 아이지만.



순간 술렁거리는 교실을 재빨리 빠져나와, 인근 역으로 향한 츠구미는 그런 생각을 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딱히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지만, 이상하게 허세를 부린 것 같아 조금 부끄럽다.


그렇게 츠구미가 역의 남쪽 출입구에 도착하자, 낯익은 교복을 입은 소녀들의 뒷모습을 발견했다. 그 중 한 사람이 뒤돌아보며, 츠구미를 보고 큰 소리를 질렀다.



"아, 츠구미 오빠! 오랜만이야!"



그렇게 말하며 달려오는 소녀――이타도리 카나에는 기쁜듯이 미소를 지으며, 츠구미를 향해 달려왔다. 그것을 어렵지 않게 받아내면서, 츠구미는 흐뭇한 것을 보는 듯 눈을 가늘게 떴다.



"오랜만이야. 카나에 짱도 건강해 보여서 다행이네."



이타도리와는 때때로 전화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곤 했지만, 이렇게 직접 만나는 것은 놀이공원 사건 이후 처음이다. 상처도 없이 건강해 보이는 이타도리를 보고 안도하면서, 츠구미는 또 다른 소녀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아스카 학교에 다니는 숙녀가, 아무리 은인이라지만 남성분에게 안기는 것은 어떨까 생각합니다만."



그렇게 말하며 새침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또 다른 소녀――유메지 나데시코는 한숨을 내쉬며 츠구미들 쪽으로 다가왔다.


츠구미가 그 시건방진 모습――처음에 만났을 무렵에 비해 꽤 원만해진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자, 유메지는 불편하다는 듯이 눈을 돌렸다.



"뭐, 뭔가요. 제가 같이 있는게 불편하신가요?"


"아니, 유메지 짱도 건강해 보이는 것 같아서 안심했어.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는 그런 상태였으니까말야."



츠구미가 진지하게 그렇게 말하자, 유메지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아무래도 병실에서 이타도리에게 매달려 흐느껴 울었던 것은, 그녀에게 있어서는 흑역사인 듯 하다.



"진짜, 나데시코 짱을 너무 놀리지 마. 오빠도 알고 있잖아?"



그렇게 말하며 뺨을 불룩하게 만들고 화를 내는 이타도리에게, 츠구미는 「미안 미안」이라고 가볍게 사과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유메지의 모습을 보고 안심한 것은 사실이었다.



――이타도리의 친구인 유메지 나데시코는 가정에 문제가 있다. 높은 적성을 지녔기 때문에, 가족들은 유메지가 마법소녀가 되기를 간절히 바랬고, 그녀는 그 밖의 길을 택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배워 왔다.


하지만, 그 놀이공원에서 처음으로 마수와 조우해 피해를 본 유메지는, 마음이 완전히 꺾여 버렸다. 마수에 대한 깊은 트라우마가 겹쳐, 마법소녀를 꿈꾸는 것을 포기해버린 유메지는, 가정 내에서 있을 곳을 잃고 있었다.


그 흐름이 바뀐 것은, 히츠기에게 편지를 건네고 나서부터이다. 이타도리가 준 정보에 따르면, 그 이후 히츠기가 유메지의 집을 찾는 일이 여러 번 있었고, 히츠기와의 대화를 통해 유메지의 부모님의 생각도 점차 누그러졌다고 한다. 지금도 다소 어색하다고 하지만, 그래도 많이 나아진 듯 하다.


츠구미로서도, 유메지에 대해서는 걱정하고 있었기 때문에 좋은 쪽으로 굴러가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가족은, 사이가 좋은게 제일이니까.



"아, 아무튼! 계속 여기에 있을 수도 없으니, 이동하도록 하죠. 차로 안내해 드릴테니 따라오세요."



유메지는 그렇게 말하고는, 휙 돌아서서 역 밖으로 재빠르게 걷기 시작했다. 당황하면서도 그 등을 따라가고 있자, 옆을 걷고 있던 이타도리가 작은 소리로 츠구미에게 말을 걸어 왔다.



"저기말야, 실은 근처의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이야기하려고 했는데, 나데시코 짱이 반대했어. 요즘은 소란스러우니까,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장소에서 중요한 이야기는 해서는 안 된다, 라고 해서. 봐봐, 우리가 이야기를 하려 하면, 아무래도 그 놀이동산 이야기가 나올거 아냐?"


"……확실히 그렇네."



아무리 놀이동산의 이레귤러 건이 정부에 의해 정보규제를 당했다 하더라도, 당사자인 츠구미들이 무심코 말해버리면, 쉽사리 세상에 정보가 새어 나가버린다. 그 사건은 지금은 꽤 시들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조심하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은 없을 것이다.


그렇게 츠구미들이 역 로터리에 서 있는 차――보기만 해도 알 수 있는 고급차 앞에 다다르자, 굳은 표정을 지은 운전 기사가 정중한 동작으로 뒷자석 문을 열었다.


그 운전 기사의 날카로운 시선에 주춤하면서 차에 오르자, 츠구미는 깜짝 놀란 듯 유메지에게 물었다.



"그러고보니, 이 차는 어디로 향할 예정이야?"



――말하는 대로 차에 올라타긴 했지만, 아직 어디로 가는지는 듣지 못했다. 츠구미가 그렇게 묻자, 이타도리는 의미심장하게 방긋 웃으며, 마치 비밀 이야기를 하듯 츠구미의 귓가에 얼굴을 대고 말했다.



"나데시코 짱의 집에 갈거야. 보안도 확실하고. 엄청 예쁜 집이야!"



이타도리의 그 말에, 츠구미는 경련된 미소를 지으며 「그, 그렇구나」라고 답했다.


……그래서, 운전 기사에게 감시당하는 것이다. 어느 가게의 가는 것과, 본가에 실례하는 것과는 주변이 받아들이는 의미도 달라진다.



저 운전 기사 입장에서 보면, 츠구미는 귀여운 아가씨를 속이려고 하는 수상쩍은 남자로 보이는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들에게 있어서, 츠구미는 결국 『조금 의지할 만한 연상의 오빠』정도로밖에 생각하고 있지 않을 것이다. 운전 기사의 걱정은 기우이다.



……그래도, 이상한 말은 하지 않도록 조심하자. 오해를 받으면 곤란하니까.


그렇게 마음속으로 철저히 결의를 다지며, 츠구미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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