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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번역/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5장 116. 새로운 일

by 린멜 2020. 8. 2.


116. 새로운 일






7월이 끝나가는 어느 날. 정부에서 대기중인 츠구미가 시뮬레이션으로 마수와의 전투훈련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새된 경보음이 울렸다.


"……시끄러워. 머리에 울리잖아."


츠구미는 움직임이 정지해 버린 마수를 곁눈질로 바라보며, 계속 울려대는 소리에 눈섭을 찡그렸다.

――이 소리는 긴급 호출음이다. 그렇다는건, 그것을 누르지 않으면 안 되는 사태가 일어나 버렸다는 뜻일 것이다.

그리고 츠구미는, 경보와 함께 눈앞에 나타난 전자화면에 손을 갖다 댔다. 그와 동시에 시야가 캄캄해지고, 사지의 감각이 없어져 간다. 그리고 흔들림과 함께, 츠구미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팔다리의 감각이 돌아온 뒤, 천천히 눈을 뜨자, 푸쉬식 하는 소리와 함께 방의 문이 열렸다. 츠구미가 눈을 비비며 출구로 향하자, 문 앞에 잘 알고 있는 인물이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츠구미보다 약간 어려 보이는 생김새에, 난잡하게 잘린 검은 머리. 그리고 졸린 듯이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소녀――십화 서열 9위인 카자구루마 토키와는 똑바로 츠구미를 바라보고 있었다.


"――카자구루마 씨. 무슨 문제라도 생겼나요?"


그렇게 츠구미가 묻자, 카자쿠루마는 표정을 바꾸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마수대책실로부터 지령. 하가쿠레 사쿠라와 내게 출동 요청. 자세한 것은 현지에서 직원이 설명."

"알겠습니다. 장소는 어디인가요?"

"응, 이게 관측된 좌표. 나는 지금부터 전이관리부로 가서 이동. 먼저 가 있도록."


카자쿠루마는 단적으로 그렇게 말하고는, 서류를 츠구미에게 내밀었다. 여전히 이상한 말투를 구사하는 사람이구나, 하고 생각하며 서류를 받자, 거기에는 마수의 출현 예정인 좌표와 출현 예정 시간이 적혀 있었다.

A급 마수 출현까지, 앞으로 4시간 남았다. 조금 늦게 간다고 별 문제는 없겠지만, 갑자기 이레귤러로 변할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빨리 이동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츠구미는 고개를 작게 끄덕이고는, 카자쿠루마 쪽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현지에서 뵙겠습니다."

"응, 그럼 이따봐."


카자쿠루마는 그렇게 대답하고는, 츠구미를 등지고 시뮬레이션 룸을 빠져나왔다. 아마도 그 길로 전이관리부 방으로 향했을 것이다.

츠구미는 자신의 이동능력이 있기 때문에, 전이관리부의 신세를 진 적은 없지만, 타인에 의한 전이라는 것은 조금 신경쓰인다. 어쩌면, 이동시의 감각 같은게 자신과는 다르거나 할 지도 모른다.

……뭐 전이의 낭비가 허락되지 않는 이상, 츠구미가 그것을 경험하는 일은 아마 없겠지만.

그렇게 보면, 츠구미의 전이 능력은 파격적인 성능이다. 단독 이동에 한정되지만, 쿨타임은 단 몇 분, 이동거리 제한도 없고, 사용하는데 드는 신력도 그리 많지 않다. 매우 사용하기 편리한 능력이다.

츠구미가 이 능력을 갖게 된 것은, 정말 행운이었다고 해도 좋다. ……어쩌면 그것으로 운을 다 써버렸을지도 모르지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츠구미는 치도리에게 『오늘은 친구 집에서 잘게』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츠구미가 싸운다고는 할 수 없지만, A급이라면 전투가 길어질 게 확실할 것이다.


"……이번에는 별 일 없었으면 좋겠는데."


그런 한숨을 내쉬며, 츠구미는 지정된 좌표로 날아갔다.




◆◆◆





"A급 승격 시험, 인가요?"

"네. 이번 A급전에서는, 우선 B급의 마법소녀가 싸우게 되어 있습니다. 십화이신 두 분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주시길 바랍니다.


츠구미가 지정된 장소에 도착해, 정부 직원이 모여있는 가설 작전본부까지 갔더니, 직원 한 명이 그런 말을 했다. 그 말을 듣고 츠구미가 의아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직원은 「아아, 그러고보니 하가쿠레 씨는 재야셨죠.」라고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직원 왈, 정부의 마법소녀는 일정한 조건을 만족하면 승격시험――실제로 그 랭크의 마수와 전투 허가가 떨어진다고 한다. 즉 츠구미의 이번 일은, 만일의 경우의 대처――먼저 싸우는 마법소녀가 패배했을 때의 후방 부대이다.

그리고 츠구미는 의자 옆에 준비된 음료수를 집어들면서, 저 멀리 앉아있는 사복의 여성을 바라보았다.

아름다운 금색으로 염색한 머리를 숏컷으로 자른, 눈매가 사나운 여성. 아마도 저 사람이, 먼저 싸우는 마법소녀일 것이다.

츠구미가 멍하니 여성을 바라보고 있는데, 문득 돌아본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여성은 불쾌한 듯 츠구미를 노려보고는, 흥, 하고 콧바람을 불고는 일어나 어디론가 가버렸다. ……그렇게 보여지는게 불쾌했던 것일까.

어딘가 석연찮은 것을 느끼면서, 음료를 마시며 자료를 훑어보고 있을 때, 갑자기 수중에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그녀는 시로키 렌. 21살. 마법소녀 경력은 5년. 전투 스타일은 창을 이용한 공격형. 실력은 있지만, 성격에는 좀 곤란한 편."

"햐앗!! 에, 카, 카자쿠루마 씨? 갑자기 귓가에 대고 말하지 말아주세요……"


갑작스레 귓가에서 속삭이는 말에 놀라, 츠구미는 손에 들고 있던 음료를 떨어뜨릴 뻔했다. 그것을 어떻게든 쥐고, 쿵쾅거리는 심장과 동요를 억제하면서, 츠구미는 나무라듯이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카자쿠루마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무표정인 채 불만스러운 소리를 냈다.


"음, 유감. 신경쓰이는 것 같아서 알려준 것 뿐인데."

"확실히 좀 신경은 쓰였습니다만…… 카자쿠루마 씨는 그녀와 아는사이신가요?"


츠구미가 그렇게 묻자, 카자쿠루마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직접은 모름. 예전에 자료로 본 게 기억났을 뿐. 게다가, 후방 부대는 기본적으로 시험자와 관련이 적은 사람이 선정되게 되어 있음."

"그런가요? 그건 처음 알았어요."


――하지만, 확실히 맞는 말이다. B급에서 A급으로 올라갈 때의 사망률은 상당히 높다. 그렇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것인가. 그렇다――후방 대기의 마법소녀가 싸울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아무리 마법소녀라지만, 아는 사람이 죽는다면 정신이 온전할 수는 없다. 2차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런 조치는 필요한 것이다.


"저 상태를 보면, 저쪽도 아마 신경이 곤두선 것. 너무 자극하지 않는게 좋음."

"인사 정도는 하려고 했는데, 그만두는게 좋겠네요. 아까도 잠깐 눈총을 받기도 했고."


츠구미가 난처한 듯 그렇게 말하자, 카자쿠루마는 어깨를 으쓱이며 입을 열었다.


"좋든 나쁘든 하가쿠레 사쿠라는 눈에 띔. 저런 식으로 제자리걸음인 녀석들에게 있어서는, 화풀이 대상 중 한명임. 유명세라고 생각하고 포기할 수 밖에 없음."

"저로서는, 최대한 사이좋게 지내고 싶은데요……역시 그건 어렵나보네요."


그렇게 말하면서, 츠구미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츠구미――하가쿠레 사쿠라는, 정부의 마법소녀들이 고통스럽게 절차를 밟고 걸어가는 길을, 한순간에 뛰어넘어 버렸다. 그것은 그들의 눈에 어떻게 비쳐졌을까. ――굉장히 역겨워 보였음에 틀림없다.

……하지만, 여기서 츠구미가 그들에게 겸손해하는 것은 도리가 아닐 것이다. 하가쿠레 사쿠라는, 많은 이들의 선택을 받고 이 자리에 서 있다. 그 기대에의 책임은, 자신이 지지 않으면 안 된다, ……져야만 하는 것이다, 라고 생각하면서 츠구미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A급 이외의 마법소녀와 적극적으로 어울리려는 것은 별로 추천하지 않음. ――만일의 경우, 자신만 힘들어질 뿐."

"……그건, 그."


카자쿠루마가 조용히 고하는 말에, 츠구미는 거북함을 느끼며 고개를 숙였다. 카자쿠루마의 그 말은 결코 하급 마법소녀에 대한 조롱이 아니라, 츠구미에 대한 순수한 충고였다. 어쩌면, 그녀도 소중한 누군가를 잃은 적이 있는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카자쿠루마의 말도 일리가 있다. A급과 그 이외의 마법소녀는, 사망률이 배 이상 다르다. 그것은 그저 단순하게, A급 마법소녀가 월등하게 『강하기』때문이다.

――애초에, 마법소녀에게는 뚜렷한 격차가 존재한다.

높은 적성과, 계약신의 격. 얻은 능력의 유효성과, 개인의 전투 센스. 분배되는 패는 결코 평등하지 않으며, 첫 시점에서 결과는 거의 정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비록 능력이 부족하더라도, 싸우는 방법이나 노력에 따라 B급 마수까지라면 쓰러뜨릴 수 있지만, 그것이 A급이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A급과 B급 사이에는, 힘과 노력만으로는 결코 뒤집을 수 없는 힘의 벽이 존재한다. 스스로의 껍질을 깨고, 그 불합리한 벽을 부순 극소수만이 고랭크의 마법소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카자쿠루마의 말, A급 마법소녀 이외――죽기 쉬운 사람과 거리를 두라고 하는 것은, 마음을 지키기 위해서는 올바른 행동일지도 모른다.


"충고 감사합니다. 카자쿠루마 씨는 상냥하네요."


츠구미가 그렇게 말하자, 카자쿠루마는 익살스럽게 말했다.


"우수한 후배를 챙기는 것은 당연. 우수한 사람이 많을수록 내 부담도 줄어듬. 즉 윈윈."

"후후, 그럼 선배님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응, 응원함."


그렇게 말하며, 카자쿠루마는 엷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츠구미는 카자쿠루마의 장난스럽게 웃는 모습에, 어딘가 메부키와 비슷한 것을 느꼈다. 이상하게 잘 돌봐줄 것 같은 점이 많이 닮았다.

――과연, 확실히 『선배』인걸. 그런 생각을 하면서, 츠구미도 자연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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