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 사로잡힌 것은
거울 사본 결계를 재구축한 뒤, 츠구미는 비교적 메뚜기가 적은 곳으로 내려섰다. 그리고 경계하듯 주위를 둘러보다가, 즉석에서 실로 벽을 만들었다.
메뚜기는 바람을 일으키며 하늘을 날아다니며, 번개를 머금은 모래 폭풍의 회오리를 발생시키고 있다. 아무래도 능력은 용의 형상을 하고 있을 때보다 스케일이 다운된 듯 했다.
――하지만 그 대신, 이 마수를 죽이는 건 상당히 어려워졌다.
처음 용의 형상을 가장했을 때는, 일부 메뚜기에게 마핵을 넉넉하게 나눈 듯 했지만, 지금은 그 기미가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아마도, 용의 형상이 무너졌을 때 핵의 비율을 재분배했을 것이다. 즉, 소수를 저격해 마핵을 제거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도 일정 이상의 양――대략 마핵의 80%를 파괴할 수만 있다면 나머지 메뚜기들도 연쇄적으로 목숨을 잃을 것이다. 화력이 없는 츠구미에게는 힘든 일이지만, 그럼에도 할 수밖에 없다.
"음, 마치 움직이는 모자이크 같은 광경인걸. ……이 모든게 메뚜기라니, 아찔하네."
하지만 그런 무시무시한 광경을 보면서도, 츠구미는 놀라울 정도로 냉정했다. 같은 마법소녀가 살해당한 것에 대한 동요는 조금 있지만, 그렇다고 정신을 어지럽힐 정도는 아니다. ――기억에 있는 한, 사람이 죽는 순간을 본 것은 그것이 난생 처음이었을텐데.
마법소녀의 전투 장면을 각지의 거울로 실시간으로 보는 것이라면 모를까, 그것을 동영상으로 찍는다면, 정부로부터 강제 검열이 가해진다.
인터넷에 올라간 실시간 동영상의 경우, 사망 장면이 나오는 순간 동영상은 삭제되어 볼 수 없도록 처리된다. 그리고 당연한 것이지만, TV에서 방영할 경우에도 그런 직접적인 장면은 내보내지 않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따.
하지만 『진짜 죽음』을 보고도, 츠구미의 정신은 흔들리지 않았다. ……후방 대기의 마법소녀로서는 그것이 정답이겠지만, 한 명의 인간으로서 생각하면 어딘가 결함이 있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거기까지 생각하고, 츠구미는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그런 문답을 주고받을 여유가 없다. 무엇보다도, 이 메뚜기를 쓰러뜨리는 것을 최우선으로 해야만 한다.
"한 마리의 강도는 플라스틱의 딱딱함 정도인가. 자르는 것에는 문제가 없긴 한데, 뭉쳐서 돌진해 온다면 위험하려나. 바람으로 가속하면 총알 정도의 위력이 나올테니."
츠구미의 존재를 알아차리고 다가오는 메뚜기를 실로 자르며, 마수의 강도를 확인한다. 역시 A급의 마수라 그런지, 보통 메뚜기와는 몸의 강도부터 다른 것 같다.
그렇게 분석을 하며 폭풍을 피하면서, 펼친 실로 메뚜기를 흘러내리듯 베어간다. 과녁은 작지만, 그 수가 많기 때문에 타격 판정은 크다. 그렇게 담담하게 메뚜기를 사냥하던 중에, 츠구미는 문득 이상한 것을 눈치챘다.
"꽤 많은 수를 죽였는데도 수가 별로 줄지 않고 있어. 오히려 늘고 있어? 어째서, 음, 저건……읏, 그런건가!!"
잘려져 지면에 떨어진 메뚜기가, 다른 메뚜기에게 잡아먹힌다. 그와 동시에 시체를 파먹은 메뚜기가 커다란 알을 낳고, 순식간에 우화한다.
……이녀석들, 시체를 먹어치우고 증가하고 있어. 그렇게 속으로 중얼거리고, 츠구미는 눈썹을 찡그렸다.
자라난 식물을 먹고, 죽은 동족을 먹어, 그것을 영양으로 삼아 분신을 만드는 것처럼 메뚜기의 수가 서서히 증가해 간다. 그야말로 천재라는 이름에 걸맞은 형국이다.
"정말로, 화력이 없는 것이 후회되는걸.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츠구미――하가쿠레 사쿠라에게 있어서, 화력 부족은 최대의 과제였다. 힘을 키운 지금이라면 라돈전에서의 유성 떨구기――전이로 하늘에 옮긴 것을 떨어뜨리는 심플하고도 대규모인 공격을 할 수 있겠지만, 이번에 한해서 그것은 별로 유효하지 않다. ――과녁이 너무 작은 것이다.
땅 일부를 잘라내 하늘에서 떨어뜨린다 해도, 그것만으로 80%의 수를 전부 죽일 수는 없을 것이다. 게다가 최악의 패턴은 땅속에서 농성하는 것이다. 거기서 시체를 잡아먹고 또 수를 늘린다면, 공격은 아무런 의미도 없어져 버린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새로운 승부수를 띄울 수 밖에 없다.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 할 수 없는 일, 노력하면 할 수 있을 것 같은 일을 조합해 작전을 짠다. 다행히도 몇 개의 기술은 시뮬레이터에서 시험한 덕에, 어느 정도 무리를 하면 실전에서도 문제 없이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기술 후보 중에서, 이번 상황에 가장 최적인 것을 선택한다. ……다소 리스크가 크지만, 필시 그것이 최선일 것이다.
"――좋아. 해 보자."
츠구미는 크게 숨을 내쉬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천천히 눈을 뜨며, 자세를 낮추었다가 그대로 메뚜기 떼를 향해 뛰쳐나갔다.
◆◆◆
――그 메뚜기에게 하나하나로서의 의사는 없으며, 있는 것은 『먹는다』는 본능 뿐이었다. 그렇기에, 그 본능을 방해하는 자――마법소녀는 배제해야 할 적이며, 중요한 영양원이기도 했다.
처음에 상대했던 마법소녀는 다소 전투의 마음가짐은 있는 듯 했지만, 이쪽의 본질도 모른 채 순식간에 동포들의 먹이가 되었다. 이제는 머리털 하나까지 전부 소화해, 새로운 동포를 만들어내는 양분이 되었다.
그리고 또 한 명――새롭게 나타난 흑의의 마법소녀는, 담담하게 동포들을 죽이나 싶더니, 발아래를 보고 그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리고 씁쓸한 표정을 짓고는, 거리를 두고 생각에 잠기듯 입에 손을 대었다.
아마도, 아무리 죽여도 수가 줄지 않음을 깨달은 것일 것이다.
결계 내에 넘쳐나는 여러가지 것들을 먹고 증가해 가는 동포들. 수가 늘어날 때마다 개개의 강도는 떨어지지만, 그것은 사소한 일이다.
압도적인 수의 이로움이 있는 이상, 녀석이 사용하는 실 같은 작은 공격으로는, 이 방대한 양의 동포들을 물리칠 수 없다. 저 마법소녀가 새로운 먹이가 되는 것도 시간문제일 것이다.
하지만 저 마법소녀는 공격을 해 오는 메뚜기를 받아넘기면서,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 다갈색의 눈에는, 체념의 빛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마법소녀는 갑자기 허리를 숙이는가 싶더니, 많은 메뚜기들이 모여있는 방향――뇌격을 머금은 토네이도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미쳐서 자살이라도 하려는 것일까.
동포들은 신이나 날아든 먹이를 덮치지만, 끊임없이 움직이는 실에 의해 튕겨져 나와 잡아먹지 못했다.
마법소녀는 그대로 잠깐동안 토네이도를 상대하나 싶더니, 살며시 사이를 빠져나와 다음 대군을 향해 달려간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는 모르겠지만, 저 상태로는 동포들을 전부 죽이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방해가 되는 것임에는 변함없다.
그렇게 생각한 메뚜기들은 몇 개의 대군을 움직여, 마법소녀에게 덤벼든다. 아무리 동포들의 공격을 막아낸다 하더라도, 물량으로 짓누르면 상관없다. 저 방어벽을 만들고 있는 실을 휘두를 수 없을 정도의 공간으로 몰아넣어기만 하면, 뒤는 천천히 먹어치우면 될 뿐이다.
하늘을 가득 메우듯 날고 있던 메뚜기들이 차례로 마법소녀가 만든 돔 모양의 실의 벽을 향해 날아든다. 마치 큰 산처럼 쌓아 올려진 메뚜기들은, 안의 것을 찌그러뜨려는 듯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이렇게 되어 버리면 실의 벽 같은것은 아무 의미도 없어진다. 탈출할 길이 없다면, 안의 마법소녀가 죽는 것도 시간문제일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던 메뚜기들은, 환희의 소리를 질렀다. 새된 불협화음이 사방에 울려퍼진다.
――그것이 하가쿠레 사쿠라의 손바닥 위인줄도 모르고.
◆◆◆
츠구미가 메뚜기에게 짓눌리기 조금 전. 츠구미는 필사적으로 지상을 뛰어다니고 있었다.
재빠르게 춤을 추듯 지면을 달리면서 실을 조종한다. 전격을 막기 위해 고무의 특성을 부여한 실을 사용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공격 시 충격은 막을 수 없다. 손발에 작은 화상이나 베인 상처를 입으면서도, 츠구미는 메뚜기 떼의 사이를 뛰어다녔다.
그 때 전이를 사용하지 않은 것은 일부러다. 이번만큼은, 자신의 수를 까지 않는 것이 작전이 잘 풀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메뚜기들은, 아직 하가쿠레 사쿠라의 능력의 전부를 알지 못한다. 애초에, 마수는 아무런 사전지식 없이 지상으로 내려온다. 이것은 지금까지의 전투기록에서도 드러났다.
어떤 강력한 마수라도 처음 보는 기발한 공격에 대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중에는 그런 초견살 공격방법을 주체로 한 마법소녀도 존재한다.
……이레귤러의 경우는 그렇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이번의 이 메뚜기――충해는 보통의 A급이다. 하가쿠레 사쿠라의 능력을 미리 알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렇기에, 승산은 있따.
메뚜기의 대군을 파고들면서 수를 줄여가며 투명화한 극소사를 폭풍의 흐름에 따라 감돌게 한다. 거미의 실보다 훨씬 가는 그것들은, 위화감 없이 메뚜기들의 팔다리에 감겨든다.
그리고 충분한 수의 메뚜기에 실이 얽힌것을 확인하면, 또 다른 대군에게. 그것을 몇 번이나 반복한다. 메뚜기의 절대수는 줄일 수 없지만, 그래도 증가한 만큼은 확실하게 처리해 나간다.
한편 메뚜기 쪽도, 공격을 해도 전격을 퍼부어도 멈추지 않는 츠구미에게 위기감을 품었을 것이다. 회오리바람을 멈추고, 츠구미 쪽을 향해 메뚜기의 대군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굉음을 울리는 날개소리. 울려퍼지는 위협음. 밝았던 하늘이, 메뚜기의 그림자에 의해 어둠으로 변해간다. 360도를 가득 메우는 작은 군인들의 무리는, 순식간에 츠구미를 에워쌌다.
사람을 잡아먹는 것 밖에 생각하지 않는 악의의 시선이 츠구미를 관통한다. ……사람에 따라서는, 그 광격만으로 기절해도 이상하지 않다.
그런 무시무시한 광경을 보며, 츠구미는 한 손으로 입을 가리고 히죽거리며 입꼬리를 올렸다.
――그래. 좀 더 이쪽으로 와. 누가 먹잇감인지, 확실히 가르쳐주겠어.
메뚜기가 덮쳐오는 것을 확인하면서, 츠구미는 전이를 이용해 하늘로 날았다. 지상에 남긴 실의 돔은, 즉시 다시 연결해 최소한의 형태로 유지되고 있다. 그리고 자신에게도 투명화 스킬을 써서, 전이를 반복하며 공중에 머물렀다.
"계속 생각하고 있었어. 이 실은, 어떤 것까지 재현할 수 있을까 하고."
그렇게 중얼거리며, 메뚜기들보다 훨씬 높은 장소에서 하늘을 가릴 듯 보이지 않는 실의 그물을 펼쳐 내리기 시작한다.
"면, 나일론, 철사, 강인한 카본실. 실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대부분 재현할 수 있었어. ――한 가지를 제외하고."
손가락을 놀리며 말을 이어간다. 그것은 마치 실뜨기를 하고 있는 듯한 움직임이었다.
지상에 쏟아진 불가시의 실들은, 메뚜기에 얽혀 있던 실에 묶여, 그 형질을 서서히 변질시켜 간다. ――정성들여 설치한 덫은, 드디어 싹을 틔웠다.
나사가 빠진 완구처럼 메뚜기의 움직임이 둔해져 간다. 하늘을 날고 있는 메뚜기는 능숙하게 날갯짓을 하지 못하고 땅바닥에 떨어져 처참하게 몸부림치고 있다. 몸이 움직일 때마다 무언가에 의해서 얽히고, 접착제를 뿌린 것처럼 인접한 메뚜기에 달라붙어 간다. 발버둥치면 칠수록 자유는 없어져, 칭칭 얽매여갔다.
마치, 거미집에 걸려 버린 것처럼.
"마지막 하나는, 거미줄. ――자, 먹이가 되는건 어느 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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