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 상냥한 가시
유메지의 집에 초대된 츠구미는, 영국식 정원이 잘 보이는 테라스로 끌려왔다.
……전속 운전 기사나 사용인이 있는 것을 보고 어렴풋이 눈치는 챘지만, 역시 유메지의 집은 가문을 논할 만큼 아주 훌륭한 것이었다. 감각이 일반 시민에 가까운 츠구미로서는, 안절부절해져 조금 진정되지 않는다.
"오빠도 카나에를 본받고 편히 있으세요. 이 홍차, 향이 정말 좋죠?"
다도의 준비를 끝낸 사용인들이 떠나자, 예쁜 꽃무늬의 찻잔을 든 유메지가 웃으며 츠구미에게 그렇게 말했다. ……아무래도 빌려온 고양이처럼 얌전히 있는 츠구미가 재미있는 듯 하다.
그리고 그런 유메지에게 이끌리듯 옆을 돌아보자, 이타도리가 기쁜 듯 쿠키를 입에 넣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런 이타도리의 저절로 미소짓게 되는 모습을 보고 위로를 받으며, 츠구미는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그럼, 모처럼이니까 나도 한 잔 할까?"
"네에, 부담갖지 마세요."
그렇게 잠시 서로의 근황 등을 이야기하다가, 그러던 도중에 이타도리가 긴장한 듯한 얼굴로 츠구미를 바라보았다. 아마도, 이제야 본제로 들어갈 마음의 준비가 된 것이겠지.
이타도리는 가슴 위에 두 손을 포개더니, 작게 숨을 내쉬며 말하기 시작했다.
"실은, 츠구미 오빠에게 물어보고 싶은게 있어."
"물어보고 싶은거?"
츠구미가 고개를 갸우거리자 이타도리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오빠는, 마법소녀 후보생의 적성 연령이 낮아졌다는 뉴스 알고 있어?"
"아아. 지금까지는 열 두살이었다가, 여덟 살까지 내려갔다는 그거말이지? 그게 어쨌다는거야?"
――얼마 전, 정부는 마법소녀 후보생의 시험 연령을 갑자기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명목으로는, 이레귤러 사태에 대응할 수 있는 인재를 젊은층으로부터 기르기 위한 것이었지만, 이것은 일종의 『보호』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마법소녀가 되기 위해서는, 높은 적성과 자질이 필요하다. 자질은 실제로 신과 대면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지만, 적성만 있다면 정부 공인의 병원 등에서 쉽게 측정할 수 있다.
그래서 높은 적성을 가진 여자는, 후보생 시험을 치르라는 병원의 권유를 받고, 대부분 자체적으로 시험을 치르기를 택한다.
하지만 그 중에는 바로 시험에 떨어져 버리는 사람이나, 전혀 마법소녀에 흥미가 없는 사람, 마법소녀가 될까 고민하고 있는 사람, 후보생의 수험 연령에 닿지 않은 아이도 많이 존재한다.
지금까지는 그래도 별 문제는 없었지만, 최근에는 사정이 달라졌다. 그렇다――유괴 사건의 증가다.
그리고 조금 전 예로 든, 후보생이 되지 않았거나, 혹은 되지 못했던 사람들――즉 정부의 비호에서 벗어나버린 인간에 대해서, 아무런 보호 대책도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이 부각된 것이다.
……변명을 하자면, 이것은 딱히 정부가 실수를 한 것은 아니다.
아무리 적성이 높다 해도, 후보생――명확한 형식으로 정부에 소속되지 않으면, 일반인과 다를 바 없다. 즉 정부가 높은 적성을 지녔다고 해도, 이들이 일반인인 한 특별대우를 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 사실을 무겁게 본 정부는, 곧바로 가능한 한의 대응을 했다.
후보생의 적성 연령을 대폭 낮춰, 비록 시험에 떨어지더라도 수년간 서포트를 약속하고, 마법소녀가 될 의지가 없는 사람들이나, 헤메는 사람들에게는 『예비과』라고 불리는 클래스로 명의상만 소속시켜, 일시적으로 정부에 소속되도록 한 것이다.
신변의 안전을 위해, 조금은 답답한 생활을 보낼 수도 있지만, 그래도 유괴당하는 것 보다는 나을 것이다. ……확실히 다소 억지스럽긴 하지만, 대책으로서는 틀림없을 것이다.
게다가 적성 연령 단축에 관해서도, 내린 것은 시험 연령 뿐, 마법소녀로서의 활동의 허용되는 것은, 이전과 변함없이 12살이 되어서야 허용된다. 나이가 한 자릿수인 아이가 싸워야만 한다, 는 사태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학교 선생님이 후보생 시험을 받아보라, 고 했어. 모처럼의 기회니까, 도전해 볼까 하는데. ……그, 츠구미 오빠는 어떻게 생각해?"
그렇게 말하며, 이타도리는 불안한 듯 츠구미를 올려다보았다. 그 눈에는, 불안 외에 어딘가 희망을 품은 색도 담겨 있다. 그런 이타도리의 모습을 보고, 츠구미는 그녀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차리고 말았다.
――분명 이타도리는 등을 밀어주길 바라는 것이다. 그녀는 아마도, 츠구미가 「너라면 할 수 있어」「응원할게」라는 말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이것이 그다지 친하지도 않은 상대였다면, 츠구미는 분명 책임 따위는 느끼지 않고 웃으며 응원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타도리는 다르다. 그녀는 츠구미에게 있어 매우 귀여운 여동생과 같은 존재였다. 그렇기에, 선뜻 대답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 침묵이 이어지는 동안, 유메지는 잠자코 츠구미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그 표정은 말보다도 웅변이었다. ――제발 그녀를 말려줬으면 좋겠다, 라는 마음이 표정에 전부 드러났다.
――이 자리에서 이타도리가 마법소녀가 되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분명 유메지일 것이다.
그녀는, 그 놀이공원에서 이타도리가 자신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내던지려고 하는 순간을 보고 말았다. 즉 그것은, 이타도리의 위험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친구가 위험도가 높은 마법소녀가 된다는 것은, 그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겠지.
……이래저래 마음 속으로 생각해 보긴 했지만, 실은 그런 걱정은 기우로, 이타도리가 시험에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게다가 설령 후보생이 된다고 해서, 반드시 신에게 선택받는 것은 아니다. 왜냐면 마법소녀라는 것은, 노력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니까.
……하지만, 이타도리는 분명 신에게 선택받을 것이다. 선택 되어버린다. ――그런 확신이 츠구미에게는 있었다.
츠구미의 나쁜 예감은, 거의 들어맞는다. 그녀가 후보생이 되어 버리면, 마법소녀로의 길은 거의 확정됐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렇다면, 전해야 할 말은 하나 뿐이다.
"……내 누나는, 지금 정부에서 마법소녀로서 일하고 있어. 다행히 전투 전담 부서가 아니어서 그렇게 위험하진 않지만, 그래도 역시 동생으로선 걱정이 돼."
"오빠? 갑자기 무슨 소리야?"
느닷없이 다른 소리를 꺼내는 치도리에게, 이타도리는 불안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것을 신경쓰지 않고, 츠구미는 말을 이어갔다.
"만약 누나가 마수에게 패해 죽는다면, 난 분명 울부짖으며 정부에 행패를 부리겠지. 그저 화풀이인건 알지만, 그래도 목이 쉴때까지 외치고, 여러 사람들을 원망하겠지. 잘못하면, 마음이 망가질지도 몰라. ――내게 있어 소중한 사람이 죽는다는 것은, 그만큼 고통스러운 일이야."
츠구미는 그렇게 말하고 일어서서, 이타도리에게 다가가 두 손으로 그녀의 뺨을 감싸며, 논높이를 맞추었다.
"나는 딱히 반대하지는 않아. 전에도 말했듯이, 그건 너 자신이 선택해야 하는 일이야. 하지만 카나에 짱――네가 반드시 마법소녀가 되기를 원한다면, 한가지 각오해야 할 게 있어."
츠구미가 진지한 얼굴로 그렇게 말하자, 쾅 하고 큰 소리가 주위를 울렸다.
"잠깐만요. 당신 설마, 카나에에게 죽을 각오를 다지라고 말 할 생각인가요!? ――그런건, 저는 절대로 용납하지 않아요!!"
유메지가 화를 내며 일어서서, 츠구미를 비난하듯 소리를 질렀다. 그 얼굴은, 어째서 당신이 그런 소릴, 이라고 말하고 싶은 절망의 표정에 물들어 있었다.
"아니야. 죽을 각오같은건 버려버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무슨 일이 있어도 포기하지 않는 각오야."
츠구미는 이타도리처럼, 누군가를 구하고 싶은 마음은 매우 고귀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타도리는, 거기에 자신의 생명을 포함시키지 않은 것처럼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 과거 옥쇄 각오로 라돈에 도전하려 했던 츠구미처럼.
"포기하지 않는, 각오?"
"맞아. 마법소녀가 되면, 분명 힘든 일이나 고된 일, 모두 포기하고 싶어질 때가 있을거라고 생각해. 그래도 넌, 절대로 살아가는 것을 포기하면 안 돼. 한심해도, 볼품없어도, 손반을 질질 끌어서라도 살아남는거야. ――소중한 사람들을 울리는건, 카나에 짱 역시 싫지?"
츠구미는 상냥하게 그렇게 말하며, 이타도리의 얼굴을 살며시 유메지 쪽으로 돌렸다. 이타도리가, 깜짝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그 이타도리의 얼굴에는, 명확하게 동요가 나타나 있었다.
――그녀의 눈에는, 울 듯한 얼굴을 하고 있는 친구가 어떻게 보였을까. 그 감정이, 이타도리에게 있어서 쐐기가 됐으면 하고 진심으로 생각한다. 설령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에 빠진다 하더라도, 그것만 있다면 분명 단념할 것이다. 적어도, 츠구미는 그렇게 생각했다.
이후, 이타도리는 고민하는 듯 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그래도 역시, 난 마법소녀가 되고 싶어」라고, 또렷하게 말했다.
그 대답에 유메지는 다소 충격을 받은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이타도리의 결의가 굳어진 것을 알고는, 질린다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응원할게」라고 말했다. 그 유메지의 얼굴이 당초에 비해 부드러워 보였던 것은, 분명 잘못 본 것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나서 잠시동안 실없는 이야기를 나누다가, 어두워 지기 전에 다과회는 끝이 났다. 돌아가는 길에 유메지가 이타도리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감사합니다」라고 츠구미에게 감사인사를 했다. 그것이 이타도리에의 조언에 대한 것이었음을 금방 알 수 있었지만, 츠구미는 자조하듯 웃으며,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라며 고개를 저었다.
……결국, 츠구미가 말한 것은 단순한 근성론일 뿐이다. 외야가 아무리 그녀의 무사를 빈다 해도, 이타도리가 살아남을 수 있는지는, 결국 그녀에게 달려 있다.
말할 수 없는 감정을 안고 귀로에 올라, 아무도 없는 거실 소파에 난폭하게 뒹군다. 만약 여기에 치도리가 있었다면 「버릇없어」라는 핀잔을 들었겠지만, 그녀는 정부의 일로 밤까지 돌아오지 않는다.
츠구미가 큰 한숨을 내쉬며 꾸물대고 있는데, 소파 아래에서 둥그런 것이 나오는 것이 보였다.
"왜 그러지? 꽤 난폭한 것 같다만."
나온 둥그런 것――치도리의 계약신은, 소파 끝에 하얀 작은 손을 얹고, 츠구미에게 얼굴을 가까이 대며 불가사의한 듯이 물어 왔다.
"……형. 치도리에게 붙어있지 않아도 되는거야? 여럿에게 혼나지 않았어?"
"조금 정도면 문제 없다. 게다가, 정부 안에서는 별 일 없잖아?"
화풀이처럼 강한 어조로 그렇게 말하는 츠구미에게, 시로는 표표히 그렇게 대답했다.
……그 유괴사건 때, 시로는 연락이 전혀 되지 않았던 것을 정부측의 신으로부터 주의를 받았다고 벨이 말했었지만, 아무래도 반성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츠구미는 곤란한 것을 보는 눈으로 시로를 바라보면서, 머리를 긁었다.
"뭔가 싫은 일이 있으면, 이 형에게 얘기해도 좋다. 힘이 되어주지."
"딱히 별 일이 있었던 건 아냐. 그저, 자신조차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것을, 연하의 여자아이에게 잘난 듯이 말하는 내게 화가 났을 뿐이야. ……정말로, 한심해서 싫어지는걸."
딱히 이타도리에게 틀린 말을 한 것은 아니다. 단지, 그 말을 한 자기 자신에게 제멋대로 혐오를 품었을 뿐이다.
――츠구미 역시, 마수에게 죽을 뻔 해 포기하고 싶을 때가 여러 번 있었다.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을 겪으면서도 희미한 희망에 의지해 살아가는 사람과, 적당한 곳에서 옥쇄해 막을 내리는 사람. 어느 쪽이 편한지는 뻔하다.
그런 죽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고행――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남는다는 고문을, 츠구미는 이타도리에게 강요한 것이다. 자기혐오를 가지는 것이 당연하다.
"게다가 이런 거짓말만 하는 동생은, 형도 싫잖아. 나같으면 벌써 연을 끊었어."
――나나세 츠구미의 인생은 거짓말 투성이다. 이름도 과거도 가족도 전부 거짓으로 되어있다. 그런 인간이 잘난 듯이 도리를 말하다니, 애시당초 전제가 틀려먹은 것이다.
츠구미가 험악하게 그렇게 말하자, 시로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거짓말하면 안 되는 거냐?"
"보통은 안 되지.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해."
츠구미가 의아해하며 그렇게 대답하자, 시로는 작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바른 말을 함으로써 상처를 받는 사람이 있다면, 거짓말을 해 배려하는 것 또한 도리다. ――게다가, 신들도 경우에 따라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거짓말을 할 때가 있는데? 그렇다면, 인간이 그런 사소한 일에 신경 쓸 필요 없지 않나?"
――시로가 하는 말은, 얼핏 보면 극론이었다. 신 답다, 고 보면 신 답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그 말이 츠구미의 마음에 스며들어, 조금이지만 숨을 쉬는게 편해진 것만 같았다.
"……그렇구나, 신들도 거짓말을 하는구나."
"그렇다. 애석하게도, 옛 신 중에는 고집이 센 자가 많다. 그것들을 그냥 넘기려면, 방편을 쓰는게 최고니까 말이다."
시로의 익살스러운 대답에, 츠구미는 왠지 이상해져 웃어 버렸다.
침울해있는 츠구미에게 배려의 말을 던지거나, 올바름을 내포한 말로 타일러 보거나, 같이 웃거나――어쩐지 그건, 정말로 형제같다, 라고. 그런 바보같은 생각을 하고 말았다.
한바탕 웃은 뒤, 츠구미는 천천히 소파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켰다.
"시로 님은 말야, 꽤 괜찮은 형이라고 생각해."
그렇게 말하고, 조금 부끄러운 기분이 들었따.
츠구미에게 있어서는 치도리의 그 다음으로 강요된 형제관계일 뿐, 좋을대로 행동하는 것인가, 라고 느낄 때도 있지만 주위가 생각 이상으로 잘 풀리고 있다. 그렇게 생각해 보면, 뭔가 신기했다.
"그럼, 슬슬 저녁을 만들어야겠는걸. ……전처럼 식칼을 들고 있을 때 발밑으로 오지 말아줘. 정말로 위험하니까."
"아아, 선처하지."
츠구미는 그 말만 하고, 옷을 갈아입기 위해 2층 방으로 갔다. 그 등을 바라보면서, 흰 토끼는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래, 신도 거짓말은 하지. ……그것이 너희들에게 있어서, 상냥한 것이었으면 좋았을테지만 말야."
――아무도 없는 거실에서, 흰 토끼의 금안이 빛난다. 그것은 마치, 호수면에 비치는 달과 같았다.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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