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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번역/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4장 113. 변하지 않는 것

by 린멜 2020. 6. 21.


113. 변하지 않는 것





병원으로 옮겨진 지 하루만에, 아침 검사에서도 문제없다는 진단을 받은 치도리는, 납치사건의 사정청취를 위해 정부로 발길을 돌렸다.


그걸 병원 앞에서 배웅한 츠구미는, 음울한 마음을 안고 천천히 귀로에 올랐다. 그 때 드물게 전이의 힘을 사용하지 않았던 것은, 조금만 생각할 시간을 갖고 싶었기 때문이다.



――치도리는, 츠구미에게 옆에 있어달라고 했다. 적어도, 그녀의 기억이 돌아오지 않는 동안은 그 마음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치도리는, 츠구미를 진짜 동생이라고 믿고 있으니까.



치도리의 기억이 언제 돌아올지는 알 수 없다. 그것은 내일일 수도 있고, 평생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 불호가실한 미래에 겁먹고 사는 것이, 츠구미에게는 벌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전철이나 버스로 시간을 들여 이동해, 츠구미는 간신히 집 앞에 도착했다. 집안에서는, 낯익은 기색――벨의 존재를 느꼈다.



――벨은, 이 기억의 이야기를 들으면 도대체 어떤 말을 할까. 그것이, 너무나 궁금했다.


어이없어 할까. 아니면 경멸할까. 아니면 흥미가 없다며 전혀 상대해 주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저 , 버림받는 것만이 진심으로 두려웠다.


치도리와의 피의 연결이 사라져 버린 지금, 외톨이인 츠구미가 진심으로 매달릴 수 있는 것은, 계약신인 벨밖에 없다. 그런 마지막 마음의 버팀목이라고 할 수 있는 존재에게 버림받는다면, 겨우 버티던 츠구미의 마음은 간단하게 부러지고 말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하고, 츠구미는 작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벨 님만은――나의 신 만은, 절대 떠나지 않을거야."



가슴 위를 강하게 움켜쥐며, 츠구미는 작은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잘난척하고, 제멋대로며, 언제나 엉뚱한 소리만 하는 나의 신. 하지만 츠구미는, 그런 유아독존을 그대로 실현하는 신이, 츠구미를 나름대로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믿자. 벨 님만은, 분명 괜찮을거야.



그리고 츠구미는 기합을 넣듯 크게 숨을 내쉬고는, 진지한 얼굴로 현관문을 열었다. 그러자, 무서운 기세로 거실에서 고성이 흘러나왔다.



"늦었다! 나의 호출에 시간을 들이다니, 꽤나 좋은 신분이 된 모양이로군!!"



거실에서 얼굴을 내민 벨이, 화난 듯한 표정을 지으며 츠구미를 노려본다. 그 좋건 나쁘건 평소와 다름없는 벨의 언동에 안도감을 느끼며, 츠구미는 쓴웃음을 지으며 방 안으로 들어갔다.



"미안, 벨 님. 이것저것 생각을 하다보니 조금 늦어졌어. ……저기, 벨 님에게도 이야기를 해 두고 싶은게 있는데, 괜찮을까?"



츠구미가 주저하며 그렇게 말하자, 벨은 의아한 듯 한쪽 귀를 누르며 불손하게 말했다.



"흠? 뭐 좋다, 말해 보도록. 나는 관대하니까."



그렇게 말하며 시원스레 허가를 내준 벨은, 커다란 소파에 털썩 걸터앉아, 츠구미에게 계속 이야기를 하라고 재촉했다.



"아아. 우선 어제 일부터 이야기해야 하는데――"



그렇게 츠구미가 어제 일어났던 일들, 떠올린 과거의 기억들, 11년 전의 대화재의 진실과 츠구미와 치도리의 진짜 관계 등을 말하자, 벨은 작은 손으로 자신의 이마를 짚으며 깊이 한숨을 내쉬었다.



"즉, 뭐냐. 네놈은 제물로 자란 아이며, 저 탐탁치 않은 흰토끼의 계약자는, 네놈의 누나가 아니라 의식에 말려들었을 뿐인 생판 남이었다고. ……변덕으로 시련을 부여할 한가한 신이 많았던 시절도 아닌데, 잘도 그렇게 불행이 집중되었군."


"……나도, 설마 내게 이런 터무니없는 사정이 숨겨져 있을것이라곤 생각도 못했어."



힘없는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츠구미는 고개를 숙이고 바닥을 바라보았다. 어제 받은 충격에서, 겨우 대답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이 되긴 했지만, 그래도 역시 암울한 기분은 가시지 않는다.



――분명, 아무것도 모르는 편이 행복했을 것이다. 과거 같은건 조사하지 않고, 그저 주어진 일상을 누렸다면, 이런 고달픈 생각은 하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위험할 때 힘을 빌려준 『사쿠라 누나』에 대해 알고 싶다고 생각한 건 후회하지 않지만, 그래도, 라고 생각해 버리는 것은 멈출 수 없다.



"하지만, 묘하군. 어째서 아마테라스의 앞잡이는 일부러 네놈의 기억을 되살린거지? 그런 짓을 하면 무슨 이득이 있다고?"



못마땅한 듯 그렇게 말하는 벨에게, 츠구미는 작게 고개를 저었다.



"그건 나도 모르겠어. ……다만, 그 때 화상을 입은 여성의 몸을 빌렸던 신은, 치도리를 『아카네의 딸』이라고 불렀어. 나는, 그 이름을 가진 마법소녀를 단 한명밖에 몰라."


"――사쿠라 아카네인가. 듣고보니, 닮은 것 같기도 하군."



벨이 대답한 그 이름에, 츠구미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기억이 돌아온 후, 계속 그 화상을 입은 여성에 대해 생각했다.


이레귤러전에도 나왔던, 수수께끼의 여성. 아카네라는 이름과, 사용하던 능력의 기묘한 부호. 평범하게 생각해보면, 오래전에 죽었던 인물이 나오는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하지만, 츠구미의 안의 무언가가, 그것이 정답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만 같았다.



"아아. 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해. ……그렇게 생각하면, 사쿠라 아카네가 마수와 무승부가 났다는 건 위장이었을지도 모르겠는걸. 게다가 결계 밖에서 대판싸움을 하다니, 그야말로 십화 수준의 실력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야. 소거법으로 생각해봐도, 그건 사쿠라 아카네일 가능성이 높다고 봐. 즉, 그 신은……"



일찍이 사쿠라 아카네와 계약했던 신이며, 지금은 토노 스미레의 곁에 있는 아마테라스의 측근――야타가라스. 그 신은 그였을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아마테라스 다음으로 막강한 권력을 가진 야타가라스라면, 한 사람의 죽음을 위장하는 정도는 간단히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누구나 인정하는 영웅이었던 사쿠라 아카네가, 무슨 생각으로 자신의 죽음을 위장했는지는 츠구미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주위의 눈을 속이면서까지 손에 쥔 그녀의 10년의 평온을 부순것은, 틀림없이 츠구미와 츠구미의 누나에게 책임이 있다.



거기까지 생각하고, 츠구미는 가슴의 통증을 견디듯 훨씬 강하게 자신의 손을 꽉 쥐었다.



"……역시, 난 원한을 산걸지도 모르겠네. 자신의 계약자를, ――소중히 여기던 사람이 죽는 원인이 된 녀석이, 그 딸과 행복하게 산다니 보통이라면 용서할 수 없을테니까."



츠구미가 체념하듯 그렇게 말하자, 벨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글쎄. 다른 잡다한 신들이 생각하는 것 따위는, 난 이해할 수 없군. ――게다가, 딱히 네놈이 그렇게까지 걱정할 일은 아닐텐데. 결국은 죽은 놈들이 나쁜것이다. 살아남은 네놈이 이러쿵저러쿵 할 필요는 없다."



그렇게 확연히 노골적인 말을 꺼내는 벨에게, 츠구미는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건 좀 극론인 것 같긴 한데."


"무슨 소리냐. 애초에 인간의 역사는 계속 그래왔을 것이다. 진 쪽이 도태되고, 이긴 쪽이 위에 선다. 그리고 그것은 신의 세계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진 쪽이 언제까지나 보기 흉하게 매달리다니, 한심하기 짝이 없군. 네놈처럼, 죽은 자를 두고두고 챙겨주는 게 이상한 것이다."



어리둥절해 하는 츠구미에게, 벨은 팔짱을 끼며 흥, 하고 콧소리를 내며 말을 이어갔다.



"무엇을 그렇게 침울해 할 필요가 있지? 지금의 네놈은 나의 계약자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런 하찮은 일로 고민할 바에야, 전부 다 잊고 나를 받들면 되는 것인데. 정말 귀찮은 인간이로군, 네녀석은."



그 벨의 기분이 좋을 정도의 자기 본위의 말에, 츠구미는 크게 입을 벌리더니, 후훗 하고 참을 수 없는 웃음소리가 입에서 흘러나왔다.



"후, 후후, 벨 님은 정말, 어쩔 수 없구나."



츠구미를 신경을 써서 일부러 그런 말을 한 걸까. 아니면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걸까. ――아마 반반일 것이다.


벨은 분명, 츠구미의 과거를 그렇게까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벨이 보고 있는 것은, 츠구미의 『지금』뿐이다. 그 산뜻할 정도로 단순한 진실에, 마음속으로 깊은 안도를 했다.


벨은 츠구미가 무례한 행동을 취하지 않는 한, 츠구미를 버리지 않는다. 비록 츠구미가 대죄인이었다 해도, 그것은 변하지 않는다. ――정말이지, 사람의 마음을 잘 휘어잡는 신이다.



"뭐냐 갑자기 웃다니, 기분나쁘군. ……그건 그렇고, 아마테라스의 앞잡이가 무엇을 하려 하는지가 신경쓰이는군. 그놈의 움직임에 따라서는, 내가 앞에 나설 필요도 있겠어. 정말이지, 네놈은 귀찮은 일만 불러들이는구나."


"으, 그건 미안하긴 한데……"



귀찮은 듯이 고하는 벨에게, 츠구미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하자, 벨은 작은 미소를 지으며 상냥한 목소리로 말했다.



"뭐 됐다, 어차피 이 세상은 덧없는 꿈이다. 가끔은 불쌍한 하인을 위해 귀찮은 일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 ――겨우 나를 질리지 않게 하는구나."


"알고 있어, 나의 인정이 많은 신 님. ――당신 덕분에, 나는 꼿꼿이 서 있을 수 있으니까."



그렇게 말한 츠구미는, 공손히 벨 앞에 무릎을 꿇었다. 벨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츠구미를 내려보고 있다. 그런 시답잖고 신성한 평소의 주고받음을, 츠구미는 무척이나 좋아했다.


변해가는 것. 무너져 가는 것. 망가져 가는 것. 설령 운명에 농락당할 수 밖에 없더라도,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고 믿고 싶었다.






◆◆◆





――나나세 츠구미라는 특이점을 중심으로, 희곡은 천천히 나아간다. 착잡한 수많은 계략 속에서, 그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 것인가. 그것은, 분명 신조차도 예측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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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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