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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번역/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5장 117. 살아있는 천재(天災)

by 린멜 2020. 8. 18.


117. 살아있는 천재(天災)







그로부터 몇 시간의 대기 끝에 츠구미는 문득 하늘이 흔들리는 기색을 느꼈다.



―A급 마수의 현현이다.



그와 동시에 직원의 지시를 받은 마법소녀――시로키가 검게 일그러진 하늘 아래로 달려나간다. 그리고 순식간에 결계를 치고 경면 세계로 사라졌다.


츠구미와 카자쿠루마는 이를 확인하고는, 마수와의 전투를 볼 수 있는 거울 앞으로 이동했다. 커다란 거울을 들여다보면서, 카자쿠루마는 눈을 가늘게 뜨고 나지막이 중얼거리듯 말했다.



"이건, 황토색 뱀?"


"아뇨, 뱀은 아니에요. ――전체 길이는 약 500미터. 하늘을 유유히 헤엄치는 모습. 커다란 뿔에 발 같은것에 나 있는 갈고리 발톱. 이 마수는 아시아 방면의 전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용』의 모습과 흡사해요."



카자쿠루마의 말에 거울을 관측하고 있는 직원이 컴퓨터를 두드리며 그렇게 대답했다.



"용, 인가요. 그러면 역시 폭풍을 조종하거나 벼락을 떨어뜨리거나 하는건가요?"



츠구미가 그렇게 묻자, 직원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전승대로라면 그렇겠지만, 싸워보지 않으면 알 수 없습니다. ……전승처럼 약점――역린이 존재한다면 편하겠지만, 상대는 A급 마수니까요. 여러가지로 다른 부분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 말에, 츠구미는 과연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A급 마수들은 전승이나 신화를 바탕으로 한 마수들이 나오는 경우가 많지만, 그 특성까지 모두 전승과 일치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예전에 츠구미가 시뮬레이션으로 싸운 미노타우로스의 미궁 등이 좋은 예일 것이다. 그 미궁은 신화에서는 천장이 없으며, 결코 어둠의 미궁이 아니었다.


게다가, 그다지 많은 예가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전혀 다른 전승의 생물이 합쳐진 마수가 나오는 경우도 있다. 결계는 필요할 것이다.



"시로키의 능력은, 분명 『창』과 『흙』. 비행 마수와는 상성이 나쁨. ――뭐, 뭔가 대책은 있을 것 같지만."


"네. 그녀는 그런 약점을 개선했습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A급전의 허가같은건 내려오지 않으니까요."



보세요, 하고 말하는 직원의 목소리에 이끌려 거울을 본다. 그러자 그곳에는, 조종한 흙을 발판으로 해 하늘을 향해 뛰어 오르는 시로키의 모습이 비추어지고 있었다.


시로키는 경쾌한 발걸음으로 용이 선회하는 공중에 이르러, 키를 훌쩍 넘는 큰 창을 휘두르고 있다. 반면 용은 완만한 움직임으로 만들어낸 바람과 벼락을 구사하며 반격을 하는 듯 했다. 아무래도 능력은 츠구미의 예상대로 전승 그 자체가 맞는 듯 했다.


――하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용의 공격의 위력이 낮다. 처음엔 폭풍우와 같은 것을 상정했지만, 아무래도 날씨를 바꿀 만한 위력은 없어 보였다. 뭐 A급 마수 중에서도 힘의 차이는 있다고 들었기에, 이 마수가 그렇게 강한 편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 후 몇분 동안, 츠구미는 말없이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현재로서 전황은 시로키가 유리한 것 처럼 보였다. 이대로라면, 용의 역린――혹은 마핵 그 자체를 관통하는 것도 머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응 응. 이 상태라면 나와 하가쿠레 사쿠라가 나설 필요는 없음. 좋아, 철수 준비를 하자."


"아직 일러요 카자쿠루마 씨. 하지만, 정말 다행이네요. 아무 일 없이 끝날 것 같아서."



츠구미는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대답했다. 지령을 받을 때만 해도 A급 마수와 싸워보고 싶은 욕심이 조금 있었지만, 아무도 죽지 않고 끝난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다. 게다가 이 싸움이 끝나면 A급 마법소녀가 한 명 더 늘어나게 된다. 전력을 생각하면 그것은 충분히 기쁜 일이었다.



"그러고보니, 카자쿠루마 씨에겐 상대하기 싫은 타입의 마수가 있나요?"



거울을 바라보며, 살짝이나마 긴장을 푼 츠구미는 카자쿠루마에게 그런 질문을 했다. 전황이 급박하면 몰라도, 지금 상태라면 잡담 정도는 괜찮을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카자쿠루마는 갑작스러운 질문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는, 어깨를 움츠리고 말하기 시작했다.



"증식형이나 쓰러뜨리는 데 이상한 조건이 있는 마수는 좀 상대하기 힘듬. 내 능력――『활』과 『바람』은 일점돌파가 이점. 아, 그리고 벌레는 싫음."


"그렇군요. 저도 증식형은 사양이에요. 라돈전 때 지겹도록 성가신 일을 겪었으니까요. 후후, 그건 그렇고 의외네요. 벌레를 싫어하시나요?"



츠구미가 그렇게 놀리듯 말하자, 카자쿠루마는 불평하듯 입을 삐죽거리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마수 같은 거대해진 녀석은 아무렇지 않음. 돌 아래에 있는 공벌레 떼라든가, 풀에 달라붙어있는 대량의 유충이라든가, 갓 부화한 사마귀 알이라든가, 우글거리는 것은 무리. 생리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음. 소름돋음."


"아아, 확실히 그건 좀 기분 나쁘죠. 저도 어렸을 땐 아무렇지도 않게 만졌는데, 지금은 그렇게 손대고 싶다고는 생각하지 않으니까요."



츠구미가 진지하게 그렇게 답하자, 카자쿠루마는 질린 듯한 얼굴로 한 걸음 물러서고는, 양손으로 자신을 꼭 껴안고 부들부들 떨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확실히 마음의 거리가 벌어짐. 하가쿠레 사쿠라는 모두의 상상보다도 장난꾸러기였음. 해석의 차이로 울 것 같음."


"그런 과장을…… 아, 시로키 씨가 용의 뒷다리를 잘라냈어요."



카자쿠루마와 어린애 같은 대화를 하며 거울을 보고 있는데 시로키가 용의 뒷다리를 잘라내는 장면이 나왔다. 용의 몸통에서 떨어진 발이 지면으로 곤두박질친다. 그 광경을 보고, 츠구미는 미세한 거부감을 느꼈다.



――저 용은, 피를 흘리지 않는건가? 게다가, 다리를 잃었음에도 아무렇지도 않아. 통각이 없는 건가?



츠구미가 지금까지 싸워 온 마수 중 상당수는 베면 피를 흘렸고, 몸의 일부를 잘라내면 그만한 고통을 느끼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저 용에게는 그것이 없다.


그러한 체계의 생물이라고 말해 버리면 그만이지만, 츠구미에겐 아무래도 그것이 신경이 쓰인다.



그러는 동안에도 시로키의 맹공은 계속되었고, 마침내 그녀의 창 끝이 용의 목――마수의 힘이 강하게 느껴지는 부위를 잘라냈다. 목의 절반이 잘린 용은, 힘이 다한 듯 천천히 지상으로 떨어진다.


그 순간, 츠구미는 용의 머리에 집중되어 있던 힘이 흩어지는 것을 느꼈다. 아무래도 목을 잘랐을 때 마핵이 부서진 듯 했다. ――마핵이 부서진 마수는, 더 이상 싸울 수 없다. 즉 이 싸움은, 시로키의 승리다.



그 광경을 보고 있던 직원들이 안심한 듯 중얼거렸다.



"다행이다…… 이걸로 이번 승급시험도 무사히 끝난 것 같네요."


"그러게요. 최근에는 좋은 소식이 적었으니까, 이번 일은 모두 기뻐하겠죠. 시로키 씨에게도 축하의 말을 전해줘야겠는걸요."



하지만, 그렇게 말하며 명랑하게 웃는 직원들을 무시하고, 츠구미는 뚫어지게 거울 화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곳에는 지상에 내려온 시로키가 기쁜 듯이 승리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과, 땅에 떨어진 용의 모습이 담겨 있다.



용은 완전하게 움직임을 멈추고, 꿈쩍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두근거림은 무엇일까.



츠구미가 진지한 얼굴로 거울을 바라보고 있자, 카자쿠루마가 이상한 듯한 얼굴로 말을 걸어 왔다.



"뭔가 이상한 것이라도 있음?"


"아뇨…… 날끝이 직격한 것도 아닌데, 마핵이 부서진 게 이상해서요."


"확실히 A급 치고는 좀 약했음. 하지만, 마핵이 부서진 이상 승리는 승리. 신경 쓸 필요 없음."


"뭐, 그건 그렇지만요."



카자쿠루마가 그렇게 타이르자, 츠구미는 돌아갈 채비를 하기 위해 거울에서 눈을 떼려 했다.



――그 때, 거울 끝 쪽에서 작은 벌레 같은 것이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보이고 말았다. 무의식중에 움직임을 멈춘 츠구미는, 거울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것은 잡초에 파묻힐 정도의 작은 벌레였다. 드러누운 용을 닮은 황토색에, 검은 무늬가 섞인 날개가 있는 생물. 그래, 그건 마치 메뚜기 같은――



츠구미가 그 생각에 달했을 때, 온몸의 피가 차가워지는 것을 느꼈다. 용의 잔해는 시로키를 감싸듯 떨어져있고, 시로키는 그 중심부에 있다. 만약, 이 예상이 맞다면――시로키는 결코 도망칠 수 없다.



"……안돼, 도망쳐."


"으응? 무슨 소리?"



카자쿠루마가 의아한 듯이 말을 걸었지만, 츠구미의 귀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그리고 츠구미는 얼굴을 창백하게 물들이고, 시로키에게 이 소리가 닿지 않는 것을 이해하면서도, 거울을 향해 외치듯 말했다.



"그녀석은 용 같은게 아니야!! 빨리 도망치지 않으면 잡아먹힐거야!!"





◆◆◆





시로키 렌은, A급 마수――자신이 쓰러뜨린 용의 시체에 둘러싸여 기쁜 듯이 웃고 있었다.


무리도 아닐 것이다. 괴로움을 견디며 5년만에 꿈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었던 것이다.


――A급이 되면 정부로부터도 여러가지 지원이 있고, 세간의 인지도도 현격히 늘어난다. 그러면, 분명 십화에도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계속 계속 꿈이었어……!! 나도, 이걸로 조금은 사쿠라 씨에 가까워 진 걸까?"



그렇게 말하는 시로키는, 넋을 잃고 볼을 붉히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시로키가 마법소녀에 뜻을 둔 건, 『사쿠라 아카네』를 존경했기 때문이다.


시로키의 어머니는 어릴 적 마수에게 습격당해, 위험한 고비에서 사쿠라 아카네에게 구조된 적이 있다고, 매번 어린 시로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런 시로키가, 각인과 같이 마법소녀에 뜻을 두는 건 필연이었다고도 할 수 있다.



시로키는 들떠 있었다. ――그렇기에 눈치채지 못했다.



황토색에 검은 반점이 섞인 용의 몸이, 와르르 무너져 간다. 그리고 땅에 퍼지는 그 용의 몸――아니, 용의 몸을 구성하고 있던 메뚜기는 날개 소리를 내며 일제히 날아올랐다.



"――에?"



시로키는 넋이 나간 듯이 고개를 들었지만, 그 시야는 순식간에 검은색으로 칠해졌다. 비명을 지를 틈도 없이, 입 안으로 단단한 무언가가 날아든다. 몸 밖과 안쪽에서 살을 도려내는 아픔을 느끼며, 시로키는 생각했다.



――어째서? 나는, 이겼을텐데.



통증과 함께 의식이 삼켜져 간다. 그것은 기이하게도――잠이 들기 전의 감각과 비슷했다.





◆◆◆





"――큿, 다음 결계 준비를 하겠습니다! 직원 분들은 다시 원위치로!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순식간에 황토색 덩어리가 되어버린 시로키를 매섭게 바라보며, 츠구미는 그렇게 소리쳤다.



"뭐, 뭐야 저건. 메뚜기 떼? 이레귤러가 아닌 이상, 마수는 한 체 뿐 아니었어?"



멍하니 그런 소리를 내는 직원에게, 츠구미는 냉정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글쎄요. 저건, 어디까지나 군체라는 것에 의미가 있는 것. 이런 형태로도 나타나도 이상하지 않아요."



――떼면서 체. 체면서 떼. 온갖 음식을 먹어치우며, 절망과 공포를 뿌리는 살아있는 재액. 츠구미의 계약신인 벨에게 그 행동에 대한 죄를 떠넘긴, 증오해야 할 적.



"황해. ――자연이 낳은, 무시무시한 악마에요."



츠구미는, 내뱉듯이 그렇게 말했다.


저것이 용의 형태를 띠고 나타난 것은, 분명 원래 존재로는 A급으로서의 격이 부족해서 그런걸지도 모른다. 그것을 보완하듯, 용의 특성이 추가된 것일테지. 본래 메뚜기는 고기는 먹지 않겠지만, 어디까지나 저건 메뚜기의 모양을 한 마수이다. 도를 넘은 악식이라 해도 위화감은 없다.


그리고 시로키의 공격에 의해서 핵이 부서진 것처럼 보인 것은, 아마도 페이크다. 놈들은 핵을 여러 개체에 우선적으로 배분하고, 그 개체를 공격의 순간에 움직임으로써 마핵이 부서졌다고 위장했다. 꽤나 잔꾀를 부릴 줄 아는 것 같다.



――아니, 그런 고찰은 아무래도 좋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저 해충들을 죽이느냐 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츠구미가 카자쿠루미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카자쿠루미는 입술을 꾹 다물고 새파란 얼굴로 거울을 바라보고 있었다.



……벌레를 진심으로 싫어하는 카자쿠루마에게, 이 메뚜기 떼와 싸우라고 하는 것은 가혹한 짓이다. 그래도 십화인 카자쿠루마가 그런 개인적인 감정때문에 움직임이 둔화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여긴 츠구미가 나서는 편이 무난할 것이다.



"카자쿠루마 씨. 이번에는 제가 나서겠습니다."


"……미안, 폐를 끼침."



그렇게 말하며 미안한 듯 고개를 숙인 카자쿠루마에게, 츠구미는 일부러 밝게 들리도록 말했다.



"그 대신, 무사히 돌아오면 맛있는 밥을 사 주세요. ――약속이에요."



츠구미가 그렇게 말하자, 카자쿠루마는 곤란한 듯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알았음. 엄청 비싼 곳으로 예약해 두겠음. ……힘 내."



그 성원에 츠구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직원에게 말을 걸어 밖으로 뛰어나갔다. 결계는 이미 일그러져, 금방이라도 풀릴 것만 같았다.


츠구미는 아주 잠깐 애도하듯 눈을 내리깔고, 오른손을 하늘로 내밀었다. 그 순간, 츠구미의 모습이 흔들리듯 사라진다.



"결계, 재전개. ――『폭식』의 가짜 녀석이, 기세등등하게 두지 않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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