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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번역/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 쉬어가는 이야기

by 린멜 2021. 4. 29.


쉬어가는 이야기 - 여름방학 직후의 동아리 활동의 한 장면





여름방학 첫날. 학교 수업은 없지만 운동부는 여름에 있는 대회를 위해 동아리 활동에 열중하고 있었다. 치도리가 소속된 검도부도 예외 없이 첫날부터 강도 높은 훈련에 힘쓰고 있다.


"――오늘의 연습은 이상으로 마치겠다! 각자 정리에 들어가도록!"


동아리 고문이 그렇게 말하고, 부원들은 헥헥거리며 고개를 숙였다. 그야말로 기진맥진이라고나 할까.

호구를 벗고, 숨을 가다듬으며 수건으로 땀을 닦던 치도리는, 그런 광경을 보고 작게 미소를 지었다.


――다들 열심히 하니까, 이 상태라면 여름 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다. ……금년 2월에 부의 주력인 자신이 대회에 나갈 수 없게 되어, 동아리의 모두에게 여러 가지 폐를 끼쳐 버렸지만, 전처럼 회복해서 정말 다행이다. 치도리는 그런 생각을 하며 쓴웃음을 지으며 눈을 내리깔았다.


정부에 마법소녀로 등록된 치도리는 규정에 따라 대회 참가 자격을 잃었다.


신과 계약한 마법소녀의 몸은 개인차는 있지만 마수와 싸움을 거듭할수록 움직이기 쉽도록 최적화돼 보통 사람보다 신체 능력이 훨씬 높아지게 된다. 그런 규격 밖의 사람이 일반 대회에 나갈 수 없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시합에 나갈 수 없는 건 조금 슬프지만, 그것은 납득할 수 밖에 없다.


수건을 바닥에 내려놓고, 주위에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 가볍게 죽도를 아래로 내려찍는다. 그런 단순한 동작조차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위력과 정확도가 있다. 마수와 별로 싸우지 않는 치도리조차 이렇게까지 은혜를 받는 것ㅎ이다.

높은 랭크의 마법소녀――그 놀이공원에서 싸우던 미부는, 훨씬 날카롭고 빨랐다. 그 모습이야말로 마법소녀로서의 이상형일 것이다.

치도리가 그런 생각을 하며 주변 정리를 하고 있는데 같은 장소에서 연습 중이던 남자 검도부 후배가 옆으로 달려왔다.


"나나세 선배. 도장 앞에 츠구미 선배님이 와 있는데요."

"엣, 츠구미가? 무슨 일이 있나?"


치도리가 의아해하자 후배는 이어서 말했다.


"츠구미 선배 말로는, 메부키 선배로부터 선물이 왔다고 해요. 뭔가 큰 아이스박스 여섯 개 정도 안고 죽을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어요. 저희 선배들이 놀고 있으니까 가능하면 빨리 가주는 게 좋을 거 같아요."

"……그래. 츠구미도 참 또 메부키 선배에게 일을 떠맡겨진걸까."


입구 부근의 창문을 보니, 무거운 짐을 몇 개 든 츠구미가 남자 검도부 소속의 F반 남자들에게 말을 거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그들은 짐을 옮기는 걸 도우려 온 것으론 보이지 않는다. ……빨리 짐을 내려 주지 않으면 역시 불쌍하다.


"가르쳐 줘서 고마워. 겸사겸사 미안한데, 고문 선생님에게도 저거에 대해 전해줄 수 있을까?"

"알겠습니다. 나나세 선배도 수고하셨습니다."


후배는 치도리를 향해 고개를 숙이고, 고문 앞으로 걸어갔다. 그것을 배웅한 치도리는 서둘러 검도장 입구로 향했다.

입구에 다가가니 「이거 안에 뭐가 들어있어?」「요즘 CM으로 나오는 스포츠 드링크. 빨간 패키지인 녀석」「엣 그거 꽤 비싸잖아? 역시 메부키 선배야」라고 떠드는 소리가 들려온다.

사이가 좋은 것 치고는 도와주지 않는 모습은 쟤들답구나, 하고 생각하며 치도리는 츠구미에게 말을 걸었다.


"더운데 와줘서 고마워, 츠구미."

"아아. 치도리도 수고했어. 오늘은 계속 연습이었지? 선배가 선물을 보내왔으니까 받아 줘. ……솔직히 이제 어깨가 빠질 것 같거든."


큰 한숨을 내쉬며 그렇게 말한 츠구미는 주위에서 웃고 있는 친구들을 째려보고는, 다시 짐을 껴안았다.


"정말 엄청난 양이네. 무거울 테니 안에 들어가서 짐을 내려놓자? 자, 자도 하나 들게."


치도리는 그렇게 말하며 짐을 들려했지만, 주변에 있던 츠구미의 친구들이 「치도리 짱에게 이런 무거운 걸 들게 할 순 없다」고 우기며 츠구미에게서 짐을 뺏어 들었다. 이쪽에서 전혀 끼어들 수 없을 정도의 재빠른 솜씨였다.

갑작스레 짐을 빼앗긴 츠구미는 「이 녀석들 진짜… 기세가 장난 아니잖아……」라고 중얼거리며 어이없단 표정을 지었다. ……조금 불쌍하긴 하지만, 어쩌면 남자들끼리 대하는 방식은 대개 이런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못마땅해 보이는 츠구미의 얼굴을 보고, 치도리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괜찮으면 츠구미도 안에 들어가 쉬었다 가. 짐이 무거워서 지쳤지?"

"아냐, 난 부원도 아니고 다른 모두에게 미안하잖아. 만약 나 때문에 음료수가 부족하면 곤란하고 말이지. 아, 그리고 아이스박스는 메부키 선배 집에 착불로 돌려보내도 상관없다 했으니까, 뒤는 잘 부탁해."


츠구미는 그렇게 말하고 거절하듯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아무래도 츠구미 본인으로선 짐을 가져오는 것 까지가 일이고, 뒷일은 상관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런 건 너무 쓸쓸할 것이다. 아까 전에 안으로 들어간 츠구미의 친구들도 설마 츠구미가 이대로 돌아갈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분명 츠구미의 상냥함은 미덕이지만, 조금쯤은 제멋대로 행동해도 된다 생각한다. 치도리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츠구미를 붙잡았다.


"괜찮아. 게다가 메부키 선배도 분명 츠구미의 몫까지 준비했을 테니까. 자, 가자?"

"하지만 그, 정말 괜찮겠어? 나, 치도리의 후배들에게 꽤 미움받는다 생각하는데."


츠구미는 치도리에게 이끌려 갈팡질팡하면서도 그렇게 말했다. 어쩌면 검도장 안으로 들어가고 싶어 하지 않는 이유는 그게 더 큰 걸지도 모른다.


"혹시 2월 때 일을 신경 쓰고 있는 거야?"

"뭐어, 조금은. ……그땐 시끄럽게 울었으니까, 하마터면 문제가 될 뻔해서 조마조마했어. 그 후로는 가능한 한 그 애들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피했지만, 안에 들어가면 역시 그럴 수 없으니까 말이지."


츠구미는 그렇게 말하고, 지친 듯 한숨을 내쉬었다.


――2월 중순. 마법소녀가 되어버린 치도리가 대회에 나갈 수 없게 됐단 말을 듣고, 치도리를 특히 흠모하던 후배 몇 명이, 츠구미를 책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말하자면, 그 아이들은 좋아하는 선배와 함께 대회에 나갈 수 없게 된 분노를 누군가에게 풀고 싶었을 뿐일 것이다. 평소에 온후해 보이는 츠구미는, 그러한 의미로도 화풀이에 딱 맞는 상대였을지도 모른다.


그 후배들은 인적이 드문 곳에 츠구미를 불러, 그날 놀이공원에 간 것이나, 치도리를 싸우게 한 것을 책망한 모양이다.

나중에 츠구미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본인들도 반쯤 화풀이인걸 이해했는지, 끝엔 울음을 터뜨리고 츠구미가 달래는 쪽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자신들이 부른 주제에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그녀들의 울음소리로 사람이 모이기 시작할 무렵엔, 일단 당사자들끼리 화해가 끝난 듯했으나, 츠구미는 거북한지 그 뒤로는 접촉을 안 하려는 듯한다.

한편 후배들은 여러 사람에게 꾸중을 듣고 깊이 반성했는지, 제대로 사과하고 싶다고 하지만, 츠구미가 피하는 것도 있어서 타이밍이 잘 맞지 않는 듯했다.

뭐, 아마 츠구미의 친구들이나 츠구미를 호의를 갖고 보는 부원들이 배려를 해, 그 아이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 것일 것이다. 이에 대해선 치도리로서도 생각하는 바가 있으므로 아무리 아끼는 후배들이라도 도와줄 생각은 없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치도리는 웃으며 말했다.


"그 애들도, 그때 일은 반성하고 있으니까. 츠구미가 신경 쓸 필요 없어."

"그래? 뭐 딱히 상관은 없지만."

"응. 그리고 치우는 것도 곧 끝날 테니까, 조금 쉬었다 가지 않을래? 후후, 오랜만에 외식하고 돌아가는 것도 괜찮을지도 모르겠네."

"그거 좋은걸.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으―음, 오늘은 너무 지쳐서 제대로 먹을 수 있는 게 좋을지도. ――그렇지, 그때 다음 달 계획도 짜자? 여름이 끝나면 나도 은퇴니까, 시간이 나면 또 같이 어디 놀러 가고 싶어."


――지난 반년 동안은 여러 문제가 많았다. 치도리의 동아리와 정부에서의 일, 그리고 츠구미의 아르바이트 등도 있어서 둘이 보낼 시간이 별로 나질 않았다. ……지난번 영화를 보러 갔을 땐 그런 일이 있었으니, 이번 여름 방학은 좋은 기회일 것이다.

치도리가 그렇게 말하자, 츠구미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거 기대되는걸」이라며 웃었다.


흐뭇해야 할 일상의 한 장면.

하지만, 그 츠구미의 웃는 얼굴이――아무래도 【사쿠라 언니】와 겹쳐 보인다.


웃을 때 고개를 약간 왼쪽으로 기울이는 버릇이나, 곤란할 때 자기도 모르게 목을 만지는 버릇. 자신과는 다른 그 사소한 몸짓에, 먼 과거에 두고 온 누군가의 환영을 보게 된다.

――따스한 미소를 지으며 사랑스러워하는 눈으로 치도리들을 바라보던 그 사람은, 지금 자신들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할까.


그런 감상에 가슴에 둔탁한 통증을 느끼면서도, 치도리는 붙잡은 츠구미의 손을 꼭 움켜쥐었다.

――이따금, 츠구미가 어디론가 사라지는 꿈을 꾼다. 질 무렵의 벚꽃이 바람에 날려 멀리 사라지듯, 츠구미가 눈앞에서 없어져 버리는 꿈. 마치 무언가를 암시하는 듯 한 그 꿈은, 치도리의 마음에 어두운 그림자를 남기고 있었다.


하지만, 치도리는 그런 불안을 떨쳐버리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자, 빨리 안 가면 남은 몫까지 빼앗길 거야. 서두르자!"


그리고 츠구미의 손을 잡아끌며 걷는다. 11년 전의 그때와 비교하면, 서로의 모습은 변해버렸지만,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것은 분명히 있다.


――그 날, 불속을 달려 나가는 자신을 믿어 주었듯, 츠구미는 절대로 이 손을 떼어놓지 않는다.

게다가 비록 피가 섞이지 않았다 해도, 나나세 츠구미는――치도리에게 있어서 누구보다도 소중한 가족이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치도리는 자신의 마음을 북돋웠다.




――하지만, 인간의 마음에 절대란 없다.

만약 그녀가 자신의 과거를 떠올렸을 때, 그녀는 원수의 친족인 츠구미를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사랑스러운 가족. 형편 좋은 거짓을 심어주며, 평온을 갈가리 찢은 여자의 남동생. 사랑과 증오――그녀는 어느 쪽을 택할 것인가.


――선택의 때는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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