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설 번역/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6장 141. 명탐정인 그대

by 린멜 2021. 5. 24.


141. 명탐정인 그대







히고로모에게 들은 말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츠구미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하지만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감싸듯 부정의 소리를 질렀다.


"……무슨 소릴 하시는 건가요. 제가 하가쿠레 사쿠라라뇨? 그런 바보 같은 일이 있을 리 없잖아요, 아무리 제게 마법소녀의 적성이 있다 해도, 이상한 농담은 하지 말아 주세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마음속에 생겨난 동요는 숨기기 어렵다.


――대체 왜 들킨 거지? 그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지만,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


애초에 츠구미와 히고로모와의 접점은 거의 없고, 직접 얼굴을 마주 보는 것도 이번이 두 번째다. 하가쿠레 사쿠라의 정체가 드러날 법한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왜?


"농담은 하지 않았다. 나는 진심이다."

"그러니까, 무슨 근거로――"

"토노 스미레에게도 확인을 받았다, 고 하면 이해하기 쉬우려나? 아아, 안심하도록. 딱히 그녀가 너에 대해 떠들고 있는 건 아니니까."


그렇게 말하며 히고로모는 완만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 눈은 츠구미를 똑바로 보고 있어, 허풍을 떨고 있는 것처럼은 보이지 않았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처음부터 의심을 받았었다. 전에 만났을 때, 히고로모는 남자 마법소녀에 대한 이야기를 츠구미에게 털어놓았다. 그때는 남자의 적정성에 대한 이야기라고 방심하고 있었지만, 아마 그때부터 츠구미의 반응을 관찰했을 것이다. ……이 얼마나 성격이 나쁜 남자인가.

하지만 그 토오노에게 확인을 받았다는 것은, 이미 확실히 뒤가 잡혔단 것이다. 이 이상 속여봤자 소용없다. 츠구미는 크게 한숨을 내쉬며 히고로모를 수상쩍은 눈으로 보았다.


"그래서, 제가 하가쿠레 사쿠라라면 히고로모씨는 절 어떻게 할 작정인가요? 설마 대화재 건의 인수인계를 위해서 그런 말을 꺼냈다고 하진 않겠죠?"


그렇다면 너무나도 단락적인 행동이다. 아무리 하가쿠레 사쿠라의 정체를 알았다 하더라도, 이렇게 얼굴을 맞대고 폭로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토노와 아는 사이라면 그녀를 경유해 은근슬쩍 말을 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런 짓을 할 생각은 없지만, 츠구미가 발끈해서 실력 행사에 나설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일까. 대단히 머리가 좋은 연구자일 텐데 너무나도 돌발적이고 엉성한 행동처럼 느껴진다.

히고로모에 대한 불신감에 츠구미가 경계를 강화하자, 히고로모는 귀찮은 듯 한숨을 내쉬었다.


"……자네는 의외로 완고한 성격을 가지고 있군. 분명히 말해 두겠는데, 나는 이 이상 의미 없는 문답이나 흥정을 할 생각은 없다. 시간낭비니까."


히고로모는 그렇게 말하며 어깨를 으쓱였다. 아무래도 츠구미가 부정을 하더라도 이대로 츠구미=하가쿠레 사쿠라를 전제로 이야기를 진행하는 듯하다.

――그렇다면 이 이상 고집을 부려도 소용없나. 토노와 히고로모가 연결되어 있는 시점에서, 이쪽의 주장은 승산이 없다.

츠구미는 체념한 듯 한숨을 내쉬고는, 조용히 의자에 다시 앉았다. 어떻든간, 히고로모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야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럼, 일단 그런 걸로 해 두죠. 하지만, 이후의 대화에 따라선 나름대로의 대응을 할지도 모르지만요."


츠구미가 불쾌한 듯 그렇게 말하자, 히고로모는 담담하게 말을 하기 시작했다.


"걱정할 필요는 없다. 난 이 일에 대해 자네를 협박하거나 해칠 생각은 추호도 없으니까. 뭐, 네 데이터는 확실히 흥미롭지만, 난 가까이에 남자 마법소녀 샘플이 있으니까 말이지. 그렇게까지 네 우선순위는 높지 않아."

"가까이에 전례가……?"

"아아. 넌 누구에게 들어본 적이 없나? ――정부 내에 또 다른 한 명의, 남자 마법소녀가 있단 것을."


히고로모에게 그 말을 듣고, 츠구미는 전에 푸드 코트에서 토노가 말한 것을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토노도 비슷한 말을 했었다. 그때는 자세한 이야기를 듣지 못하고 떠나버렸지만, 분명 츠구미 이외의 남자 마법소녀가 있다고 했다. 어쩌면 상층부에선 그럭저럭 유명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딱 한번 그런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있어요.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그런가, 그렇다면 이야긴 빠르겠군. 이번에 자네를 부른 건 대화재 인수인계 건도 있지만, 본 목적은 그 마법소녀의 이야기다. ――자네도 잘 아는 사람이지."

"……잘 알고 있는 사람? 내가?"


히고로모의 말에 츠구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히고로모는 그 남자 마법소녀가 츠구미도 아는 사람이라 했지만, 전혀 짐작이 가지 않는다.

애초에 츠구미――하가쿠레 사쿠라는 정부의 마법소녀와 그다지 친하지 않다. 오히려 조금 멀리서 맴도는 느낌이 있다. 제대로 말을 걸어주는 사람은, 십화 사람들과 대책실 멤버 정도다.

그런 교우 관계가 좁은 츠구미가 알고 있는 인물. 굳이 추측하자면, 프로필이 밝혀지지 않은 인물이 가장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하고, 츠구미는 핫 하고 고개를 번쩍 들었다. 정부의 마법소녀 중 신분이 분명치 않고, 더욱이 히고로모와 친분이 있는 자. 그 양쪽에 해당하는 인물을, 츠구미는 단 한 명, 알고 있다.

유키노 시즈쿠――츠구미와 같은 십화의 마법소녀이며, 히고로모의 여동생인 소녀. 가만히 생각해 보면 유키노는 어딘지 모르게 보이쉬한 분위기고, 말투도 그다지 여자답지 않다.


"――과연, 그런 건가요."


그렇게 말하며, 츠구미는 수긍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유키노에 관한 이야기라면, 이렇게 형인 히고로모가 말을 꺼내도 그다지 이상할 것은 없다.


"흐음? 뭘 알아낸 건가?"


츠구미의 말에, 히고로모는 조금 놀란 듯 눈을 뜨더니 작게 웃으며 대답을 재촉했다.


"네. 당신의 여동생이자 십화의 유키노 씨는――사실 여동생이 아니라 남동생이었군요. 이야, 전혀 눈치채지 못했어요. 굉장하네요, 평범하게 귀여운 여자애로밖에 보이지 않았다고요."

"…………응?"


츠구미의 대답에 잠자코 듣고 있던 히고로모는, 턱을 괴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마치 「어째서 그런 답이?」라 말하고 싶은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그리고 잠깐 곤란한 듯 생각에 잠기고는, 말끝을 흐리듯 말하기 시작했다.


"아―, 그, 뭐라고 해야 할지. ――너, 날카로워 보이는데 상당히 둔하구나."

"엣, 틀렸나요!?"


츠구미로서는 상당히 핵심을 찌른 대답이었는데, 아무래도 틀린 듯하다. 그렇다면, 그 남자 마법소녀는 대체 누구란 것인가. 유키노가 아니라면 아가츠마 정도밖에 없지만, 아무래도 그녀가 그렇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러자 히고로모는 「왜 거기까지 알아내 놓고 제외하는거냐. 이것이 선입견에 따른 오인의 효과인가?」라고 툴툴거리며 자신의 흰옷 소매를 살짝 걷어붙였다. 그리고 왼쪽 손목의 조금 위를 만지듯 손가락을 문지르고는, 큰 한숨을 내쉬었다.


"뭐, 여기까지 와서 나만 다물고 있는 건 공정하지 못하겠군. 게다가 본론도 있으니. 지금 단계에선 보여주는 쪽이 무난하려나."


히고로모는 혼잣말 하듯 중얼거리더니 의자에서 일어나 츠구미에게서 등을 돌렸다.


"전에 했던 이야기 기억하나? 지금까지 존재했던 남자 마법소녀에겐 반드시, 태어나지 못한 쌍둥이 여동생의 잔재가 남아 있다는 것을"

"에, 일단은 기억해요. 그 잔재 때문에 적성이 드러난다 했었죠."

"정답이다. 그리고 그 쌍둥이는 대부분 이란성――즉 그 남은 쪽의 남자가 변신한다 해도, 얼굴이나 체형은 여동생 쪽의 요소를 따라가 버려, 남자의 모습은 거의 없어지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지. 일란성처럼 쏙 빼닮은 너와는 달리 말이야."


그런 히고로모의 엉뚱한 말에 츠구미가 「그거랑 지금 이야기가 무슨 관계가 있나요?」하고 답하려던 그 순간, 책상을 사이에 둔 반대편에 있던 히고로모의 모습이 무너졌다.


스르륵 무너져 내리듯 히고로모의 몸이 작아지고, 그 머리카락이 새하얗게 물들어 간다. 그리고 몇 초 지나지 않아, 그 변형은 멈추었다.

가냘픈 체구에, 흰머리. 그게 누군지는 뒷모습만 봐도 금방 알 수 있었다. 왜냐면 그건――너무나도 익숙한 인물이었으니까.


츠구미는 크게 입을 벌리고는, 당황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듯 말했다.


"유, 유키노, 씨? 히고로모씨가? 정말로?"

"아아 그렇고 말고. ――어때, 놀랐나? 나야말로, 네 유일한 동류다."


큰 백의를 끌면서 돌아보는 히고로모――아니, 유키노 시즈쿠는 장난이 성공한 것 같은 아이처럼 웃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