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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번역/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5장 139. 미래에 대한 약속

by 린멜 2021. 4. 9.


139. 미래에 대한 약속




정부에서 나온 츠구미는, 높이 뜬 태양을 눈이 부시듯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벨과 대화를 나누는 바람에 생각보다 시간이 지체되었다.

원래 오늘은 여행의 마지막 날로, 별 일 없으면 해산물 시장에 아침을 먹으러 갈 계획을 세웠는데. 이미 이 시간이면, 다들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매우 유감이지만, 이번만은 어쩔 수 없다.

츠구미는 적당한 가게에서 남녀겸용 옷으로 갈아입고 남자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역시 치마 모습으로 친구의 앞에 나설 생각은 없다.

수영복과 피투성이가 된 파카를 넣은 자루에, 벗은 옷을 아무렇게나 집어넣었다. 그리고 내용물이 보이지 않게 실로 윗부분을 꿰맨다. 이것으로 언뜻 보면 내용물은 알 수 없을 것이다.


……그건 그렇고, 이 정부에서 빌린 옷은 어떻게 해야 좋은 걸까.

빨아서 돌려주고 싶어도, 여러 가지로 격렬하게 움직이는 바람에 셔츠에 피가 배거나, 스커트의 꿰맨 자리가 뜯겨져 버렸다. 이건 그냥 새 것을 사서 돌려주는 게 빠를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며, 츠구미는 묵었던 숙소로 돌아가 친구들과 합류했다.

숙소 안에 들어서자,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던 아키야마가 츠구미에게 달려왔다.


"앗, 나나미잖아. 돌아왔구나. ――그건 그렇고 재앙이었지, 너도 그 이레귤러 녀석에게 말려든 거지?"

"뭐어, 응. 난 팔을 조금 스친 정도로 끝났지만 말야. 그런데도 입원해서 검사라니 과장이 심하잖아."


――친구들에겐, 이번 일을 『이레귤러의 피해에 말려들었으니, 하룻밤 입원해 검사를 받고 오겠다』고 전했다. 뭐, 반은 사실이지만.

츠구미가 그렇게 말하자, 아키야마는 어이없다는 듯 눈을 흘기며 입을 열었다.


"바보구만, 그런 방심이 가장 위험하다고? ……어쨌든 무사해서 다행이야. 왠지 이번 이레귤러는 상당히 위험했던 모양이니까. 우리도 걱정했다고."


아키야마는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아무래도 꽤나 걱정을 끼쳐 버린 모양이다.


――좀 더 제대로 된 거짓말을 할 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자신이 말려들었다 고한 사건은, 피해자의 30%가 죽은 사건이다. 평범하게 생각하면 걱정하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

솔직히 말하자면,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 ……최근에 많은 일이 있었던 탓인지, 조금 감성이 어긋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조금 더 조심하는 편이 좋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며 츠구미는 애매한 미소를 지었다.

마법소녀로서 아슬아슬한 싸움을 거듭한 폐해인지, 위험을 느끼는 선이 모호해지고 있는 것 같다. 죽지만 않으면 OK라고까지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지금과 같은 감각을 갖고 있으면 친구들에게 의심을 받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친구들은 츠구미가 마법소녀인 것을 모른다. 그리고 앞으로도 말할 생각은 없다. 그것은 정체를 들키는 것이 무서운 것도 있지만――그 이상으로 지금의 관계성을 잃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쉬는 날이나 방과후의 대부분은 마법소녀로서의 활동으로 보내지만, 그 이외의 시간――학교에 있는 동안만은 『평범한 고등학생』으로 있을 수 있다.

이상하게 겉꾸미지 않고, 실없는 대화로 떠들거나, 시시한 걸로 웃는다. 그런 날들이 츠구미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 분명 그들은 모를 것이다.


"내년 이맘때쯤엔 다들 뭘 하고 있으려나. 진로도 다르고, 이렇게 다 같이 모이는 일은 거의 없을 테니까, 조금 쓸쓸해지는 걸."


돌아갈 채비를 마친 뒤, 츠구미는 중얼거리듯 투덜거렸다.


이 고등학교의 마지막 여름방학이 끝나면, 아무리 만사태평한 반 친구들도 수험에 전념할 것이다. 그러면 이렇게 바보같이 떠들 기회도 없어진다.

내년 이맘때쯤엔, 분명 새로운 거처에서 사귄 친구들과 어울리게 되고, 고등학교 때 친구들은 금방 소원해질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뭐라 말할 수 없는 쓸쓸함이 치민다.


그러자 그 중얼거림을 듣고 있던 아키야마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츠구미에게 말했다.


"어라, 나 나나세에겐 말 안 했던가? ――우리들, 내년에도 여길 빌려달라고 나츠가와의 아버지에게 부탁드렸거든. 답장은 아직이지만, 안된다 해도 다른 장소를 찾을 거니까 문제없어. 그러니까 나나세도, 내년 이맘때쯤 일정을 비워두라고."

"……내년?"

"그래, 내년. 아, 설마 거절하려는 거야? 너 이번에 중간에 빠졌으니까 다음엔 꼭 참가하라고!"


아키야마가 그렇게 말하고, 쑥 하고 검지를 츠구미에게 들이댔다. 츠구미는 놀란 듯 입을 벌리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른 친구들은 「설마 거절하는 건 아니지?」라 하는 듯 이쪽을 압박하고 있다. 그 모습엔 어딘가 필사적이란 것을 알아차렸다.


"아니, 괜찮을 거 같은데. 너무 성급한 거 아닌가 해서."


츠구미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렇게 답하자, 몇몇은 눈을 돌리고, 몇몇은 쓴웃음 같은 미소를 지었다. 그런 친구들의 모습을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자, 이 대화를 멀리서 보고 있던 후유노가 스케치를 그리면서 타이르듯이 말했다.


"다들 진학 같은 걸로 뿔뿔이 흩어지는 게 싫어. 미리 약속을 잡아두면 다시 만날 수 있잖아? 나도 너희들과의 여행은 또 참가하고 싶고."


그런 후유노의 대사에, 츠구미는 조금 놀랐다.


"뭐어, 그건 그렇지만. 하지만 후유노가 그런 말을 하다니 의외인걸. 그런 건 별로 신경 안 쓰는 편이라 생각했거든."


후유노라는 녀석은, 기본적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 외엔 무관심하다. 이번 여행도, 놀러 왔다기보단 아름다운 경치를 담는 게 목적이었을 것이다. 사실, 후유노는 단체행동보다 개인이 움직일 때가 더 많았다.

인간에게 별로 흥미를 갖고 있지 않는 예술가 타입이라 생각하고 있었지만, 저 말투를 보아하니 아무래도 그녀 나름대로 이 여행을 즐기고 있던 모양이다.


츠구미가 그렇게 말하자, 후유노는 엷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에―, 그렇게 보였어? 나도 이 반은 정말 좋아한다고? 내가 뭘 해도 다들 그걸 바보 취급하지 않고, 아무리 그림을 잘 그려도 날 질투하거나 하지 않는걸. ……이곳보다 편한 장소는, 분명 없을 테니까. 아마 다들 그렇게 생각할걸."


후유노는 그렇게 말하며 미소지었다. 어쩐지 다른 친구들의 얼굴을 보면, 겸연쩍은 듯 얼굴을 찌푸리거나, 시선을 피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메부키도 전에 같은 말을 했다. 『자신들 같은 아웃사이더들에겐, 괴짜만 있는 그 반은 편했다』고.


츠구미가 소속된 F반은, 학년에 8개 반이 존재하며 그중 유일하가 반 바꾸기가 없는 반이다. 문제아를 모으는 반이라 그런지, 다른 반에서 중도 편입하는 경우도 많다.

참고로 다른 반은 1에서 7까지 숫자로 할당되어 있으며, 어째선지 F반만 알파벳으로 되어 있다. 그 이유는 확실치 않지만, 졸업한 선배들의 말로는 『불량不良의 F』라든가 『괴짜(Freaks)의 F』라든가 하는 여러 가지 가설이 있다 한다. 개인적으로는 『자유(Freedom)의 F』설을 밀고 있다.

츠구미의 경우는 1학년 6월에 유키타카와 함께 F반으로 옮겨졌으나, 2년이 지난 지금은 이와 같은 면면이 갖추어졌다. 처음엔 비뚤어진 태도에 험악했던 녀석도 있었지만, 깨닫고 보니 머리의 나사가 빠진 것처럼 다른 녀석들과 떠들고 있었다.

그 변모에 츠구미는 「정말 이 녀석들은 괜찮은 건가?」라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처음 만났을 무렵에 비하면 상당히 즐겁게 지내게 되었기에, 뭐 아마도 마음이 잘 맞는 것이겠지 하고 납득했다.


――천재란, 본래 고독한 생물이다.

평범한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상대방이 이해의 범주에 있다 하더라도, 그 사람이 자신보다 우월하다면 비뚤어지고, 질투하게 된다. 어떤 천재라도 그런 인간의 순전한 악의에는 벗어날 수 없다.

교사들은 이를 알기 때문에 문제아를 모은 F반――같은 고민을 가진 아이들을 하나로 묶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F반――특례들로만 모아진 반은 모종의 구원이었다고 메부키는 말했었다. 반의 대부분이 정도를 넘은 기재거나, 빼어난 괴짜밖에 없었던 덕분인지도 모른다.


……유일한 예외는 역시 유키타카지만, 그는 사람의 악의조차 즐기고 있으므로 제외해두자.


그런 생각을 하면서, 츠구미는 무심코 웃음을 흘렸다. 즉 그들도, 자신처럼 이별을 쓸쓸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이지만 마음이 따뜻해졌다.


"뭐야, 역시 너희들도 쓸쓸한 거냐. 평소에는 표표한 주제에, 꽤 귀여운 구석이 있잖아."


츠구미는 어쩐지 흐뭇한 기분이 돼서 가장 가까이 있던 아키야마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가볍게 찔렀다. 조금 심술궂은 건 알고 있지만, 항상 자신이 놀림을 받는 편이라, 자신도 모르게 우쭐해지고 만다.

그러자 아키야마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크게 숨일 내쉬고는 그대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


"――나나세는 말야, 가끔 이렇게, 별로 건드리지 않았으면 하는 부분을 파고든단 말이지. 성격 나빠진 거 아냐?"

"아니, 가끔은 언제나 노 가드로 맞는 내 기분을 알아줬으면 해서…… 그보다 아키야마 너 귀가 새빨갛다고."

"…………"

"아, 잠, 말없이 관절기를 거는 건 위험하다니깐! 그쪽 팔은 다친 팔이니까! 아파 진짜 아파! 부끄러운 것도 정도가 있지!"


흐르듯 유연한 동작으로 팔을 잡혀, 반대쪽으로 꺾인다. 상처가 뒤틀려서 몹시 아프다.

사과할 때까지 단단히 기술에 걸리다, 겨우 풀려난 츠구미는 눈물을 글썽이며 팔을 문질렀다. ……정말 심한 꼴을 당했다.

츠구미가 투덜거리며 불평하자, 아키야마는 겸연쩍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미안. ……그리고말야, 아마리 말인데."

"그 녀석이 또 무슨 짓을 한 거야?"


갑자기 나온 이름에, 츠구미는 엉겁결에 그렇게 반응했다. ――그 녀석은 또 문제를 일으킨 것인가. 그런 생각을 하며 아키야마의 말을 기다렸지만, 아키야마는 부정하듯 작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게 아니라. ……내년은 그, 아마리 녀석도 데려와. 나나세가 권하면 아무리 그 녀석이라도 올 거 아냐?"


아키야마는 비정하게 본의는 아니다, 라는 표정을 숨기지도 않고 그렇게 말했다.


"권하는 건 상관없는데, 정말 괜찮겠어? 너희들 그녀석 싫어하잖아?"


츠구미 자신은 유키타카와 함께 여행을 가는 건 아무렇지 않지만, 친구들은 그렇지 않다.

이번엔 일단 유키타카에게도 말을 걸긴 했지만, 바쁘다며 거절당했다. 뭐 아마 그건 표면상이고, 유키타카는 그들과 싸우게 될 것을 알고 있기에 오고 싶지 않았던 것일 것이다.


"당연히 싫지 그런 녀석. 성격 나쁘고, 짜증나고. ――하지만, 그래도 나나세에게 있어선 소중한 친구잖아? 그렇다면, 일 년에 한 번 정도라면 우리도 싸우지 않으려 노력할게."

"……아키야마."

"그리고 그 녀석 요즘 왠지 얌전하잖아. 저대로만 있어 준다면 우리도 딱히 시비 걸거나 하지 않는다고. 괜히 시비 걸지만 않는다면 그걸로 OK."


츠구미는 아키야마의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유키타카가 어떤 대답을 할 진 아직 알 수 없지만, 친구들이 양보하고 다가가려는 자세를 보여줘 기뻤다.

――하지만, 확실히 요즘은 유키타카 녀석 얌전한걸. 묘하게 낙심하고 있달까, 고민하고 있달까. 거기까지 생각하다, 츠구미는 속으로 작게 고개를 저었다.

유키타카에게도 고민이 한두 가지 정돈 있을 것이다. 본인이 이야기하지 않는 한 깊이 파고들 이야기는 아니다.

츠구미는 아키야마의 얼굴을 쳐다보고, 살짝 고개를 숙여 말했다.


"알았어. 돌아가면 녀석에게도 전화해 둘게. ――고마워."

"딱히. ……그런 녀석이지만 일단은 반 친구니까."


그렇게 말하며 아키야마는 고개를 돌렸다. 아무래도 이 이상은 이야기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이걸 기회로 유키타카와 그들의 관계가 개선됐으면 좋겠다 생각하며 츠구미는 웃었다.


그 후 츠구미 일행은 전차를 타고 사는 곳 근처 역까지 돌아와 그곳에서 해산했다. 츠구미는 큰 여행가방을 끌며 어떤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아, 여보세요. 유키타카?"

『그런데, 무슨 일이야?』


몇 번 울리고 전화를 받나 싶더니, 유키타카는 그렇게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아무래도 기분이 나쁜가 보다.

그리고 잠깐 잡담을 하고, 츠구미는 본제를 꺼냈다.


"오늘 아키야마네랑 이야기를 좀 했는데, 내년에는 유키타카도 함께 바다에 안 갈래?"

『……내년?』

"응, 내년. 조금 이른 감이 없잖아 있지만. 어때? 난 유키타카가 왔으면 좋겠는데."


츠구미가 그렇게 묻자, 유키타카는 작은 소리로 『내년은……어떠려나. 모르겠는걸』이라 중얼거리듯 투덜거렸다. 하지만, 곧 마음을 다잡은 듯 밝은 목소리로 츠구미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년 여름이 됐을 때, 츠구미짱이 함께 참가해준다면 가줄 수 있어』

"정말!? 아마 난 내년에도 특별한 예정 같은 건 없을 테니까, 그럼 괜찮겠네."


생각했던 것보다 시원스레 허가가 나서, 맥이 탁 풀린다. 츠구미는 후우 하고 숨을 내쉬고 유키타카에게 말했다.


"아직 자세한 건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으니까. 뭔가 알게 되면 다시 연락할게."

『응. ……저기말야, 츠구미짱』

"응? 왜?"


어딘지 모르게 힘없는 유키타카의 상태에, 츠구미가 그렇게 되묻자, 유키타카는 주저하듯 말을 하려다 『역시 아무것도 아냐. 신경 쓰지 마』라 말했다.


"무슨 일 있었어? 아니, 네가 말하고 싶지 않다면 하지 않아도 되지만. ……아니면 역시 여행 가는 게 싫은 거야? 거절해도 상관없다고?"


――간다고 하긴 했지만, 역시 여행이 싫은 걸 지도 모른다. 츠구미가 걱정하며 그렇게 묻자, 유키타카는 작게 웃으며 답했다.


『괜찮아. 조금 다른 문제로 화가 난 거뿐이니까. ――저기, 츠구미짱.』

"왜"


그러자 유키타카는 평소와 같이 가벼운 말투가 아닌, 아주 상냥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년이 기다려지는걸』




◆◆◆




츠구미와의 통화를 마친 후, 유키타카는 말없이 휴대전화를 벽을 향해 던졌다. 콰직, 하고 뭔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린다.

유키타카는 숨을 헐떡인 채 머리를 박박 긁고는, 그 자리에 털썩하고 주저앉았다. 그리고 어두운 눈으로 바닥을 바라보며, 신음하듯 말했다.


"내년 같은 건, 없어. ……네겐 그런 시간은 남아있지 않아, 츠구미짱."


――루시퍼에 의한 침식. 그릇에서 흘러내리는 사신. 아무리 오래 잡아도, 나나세 츠구미는 내년 여름까지 버틸 수 없다.


거기에 더해, 오랜 세월 현세에 숨어있던 사랑의 신――프레이야가 츠구미와 맺은 계약. 그 때문에, 유키타카는 츠구미를 안이하게 죽일 수 없게 되었다.


"만약 츠구미짱이 죽으면, 그 영혼을 저 창녀가 가로채버려. ――그건 내가 원하던 전개가 아니야."


어느 관계자에게 그 정보를 입수했을 땐 잘도 그런 짓을, 하고 분개했지만, 너무나도 타이밍이 좋은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유키타카는 루시퍼와의 마지막 대화를 떠올렸다. 이번 이레귤러――하늘의 갈라진 틈을 개의치 않는 마수의 습격. 그건――루시퍼가 마지막으로 한 말과 맞아떨어진다.

아마도 루시퍼가 말한 협력자는 프레이야일 것이다. 녀석의 협력자이기에 심사가 뒤틀려있다. 설마 그 상황에서 츠구미에게 손을 대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아니, 루시퍼는 성격이 나쁜 녀석이니까. 이쪽의 의도를 안 다음, 프레이야에게 그런 계약을 맺게 했을 것이다. 츠구미가 유키타카에게 죽지 못하게 하려고.


"――그 녀석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뭘 하려는 거야?"


영물을 몰라 쾅하고 벽을 때린다.

루시퍼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저히 알 수 없다. 츠구미의 몸을 빼앗을 뿐이라면 이런 거추장스러운 짓은 하지 않아도 가능할 것이다.

적어도, 그때의 루시퍼는 츠구미의 인격을 지우려는 행동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기에 유키타카는 일단 관망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일이 이렇게 됐다.


프레이야와의 계약 때문에, 유키타카의 목적인 『나나세 츠구미를 인간으로서 죽게 한다』는 계획은 완전히 이루어질 수 없게 되었다. 즉, 궁지에 몰린 것이다.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할까."


계약을 피해 츠구미를 죽이는 방법을 생각할 것인가. 아니면 다른 방법――츠구미를 살릴 수단을 찾을 것인가. 어느 쪽이든, 이제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유키타카는 머리를 감싸 쥐고, 바닥에 드러누웠다. 그리고, 아까 전화했던 말을 떠올렸다.


――함께 바다에 가지 않을래, 라니. 츠구미짱은 아무것도 모르니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것이겠지.

당연한 듯 내년의 약속을 꺼낸다. 그때까지 유키타카가 옆에 있을 것이란 것을 의심하지도 않는다. 정말, 바보 같은 남자다.

하지만 정말 어리석은 건, 지금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자기 자신일지도 모른다.


"……이놈이고 저놈이고, 바보들 뿐이야."


유키타카는 그렇게 중얼거리더니, 떨어져 있던 노트의 페이지를 찢어 무엇인가를 적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종이를 학처럼 접고는 손바닥에 놓고 기도하듯 눈을 감았다.


"츠쿠요미에게 연락을. ――루시퍼가 제멋대로 움직이게 하지 않겠어. 저건, 츠구미짱은 내 친구야. 절대 양보하지 않아."


그렇게 말하고, 유키타카는 고개를 들었다.


――그것은 헌신인가, 아니면 집착인가. 루시퍼의 그것이 왜곡된 가족애라면, 유키타카의 그 감정은 뭐라 불러야 할 것인가. 분명 사랑의 신 프레이야라면, 유키타카의 그것도 사랑이라 할 것이다.


인간의 악의와, 신의 장난과, 악마의 기도. 누가 마지막에 아름다운 꽃을 손에 넣을 것인가. 운명의 주사위는 아직도 공중에 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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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로 5장 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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