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 거짓말과 약속
아가츠마와 헤어지고, 홀로 복도를 걷고 있던 츠구미는,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속삭이는 듯 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평범하게 생각하면 협력하는 것이 효율은 좋겠지만, 조금 걸리는걸."
같은 사건을 쫓는 자끼리,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좋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아가츠마에 대한 정보와 이해가 부족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특히 신경이 쓰이는 건 그 눈이다.
웃는 얼굴 뒤에 요란하게 타오르는 것 같은, 깊은 분노. 츠구미에게 있어서, 재해의 진실을 아는 것은 중요한 과제이기는 하지만, 어쩐지 아가츠마와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필요 이상은 상관하지 않는게 정답이겠지."
"벨 님."
벨이 그 자리에 나타나며, 그런 말을 했다. 아무래도, 식당에서의 주고받음은 파악하고 있는 것 같다.
"녀석들의 본질은, 원한에 사로잡힌 복수귀 그 자체다. 잘못 관련되었다간 화상으로는 넘어가지 않을것이다."
"녀석들이라고? 아가츠마 양 외에도 더 있는거야?"
츠구미가 그렇게 묻자, 벨은 앗차, 하는 표정을 지으며 눈썹을 찌푸렸다.
"……말이 조금 많았군. 잊어라."
"벨 님이 그렇게 말한다면 상관없지만…… 일단, 아가츠마 양과는 조금 거리를 둘게. 왠지 좀 방향성이 맞지 않는것 같기도 하고."
지장이 없는 정보교환이라면 모를까, 적극적으로 협력체제를 취하는 것은 관두기로 했다. 게다가, 벨의 충고 건도 있다. ……조금 마음이 괴롭운거 같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지.
"그건 그렇고, 화상 자국인가……"
――나와 치도리는 불길 속을 달려나갔지만, 그런 종류의 상처는 입지 않았지.
그 재해의 날, 기억 속의 츠구미는 신장을 넘는 불의 벽을 헤치고, 잔해가 흩날리는 길을 치도리에게 이끌려 필사적으로 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그 손의 따뜻함은 기억하지만, 불의 뜨거움만큼은 아무래도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 복도 깊숙한 곳에서 인기척을 느꼈다. 이내 표정을 가다듬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걷기 시작한다. 아직 아무런 정보도 파악하지 못했는데, 정부의 인간에게 의심받을만한 짓을 하는 것은 좋지 않다.
다행히도, 요즘은 『하가쿠레 사쿠라』로 행동하는 일이 많아서인지, 가면(연기)는 쉽게 벗겨지지 않는다. 여성으로서의 행동거지도 제대로 공부했으니, 실수만 하지 않으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무른 생각은, 걸어온 자의 얼굴을 보고 쉽게 부서지고 말았다.
길고 윤기있는 검은 머리를 흔들며, 하얀 블라우스에 체크 스커트를 입고, 가슴쪽에 『임시직원』이라고 적힌 카드를 달고 나타난 인물――나나세 치도리는 눈 앞에 나타난 『하가쿠레 사쿠라』의 얼굴을 바라보며, 경악의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녀가 멈춰선 순간, 손에 쥐고 있던 서류가 뿔뿔이 땅으로 떨어져 나간다. 마치, 그녀의 마음속을 나타내는 것처럼.
그 광경을 바라보며, 츠구미는 흔들리는 마음을 비틀어 억누르듯이, 오른손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웃어. 동요를 보이지 마. 입꼬리를 끌어올려. 치도리가 정부 내에 있다는 것은 미리 알고 있었잖아. 이 정도 일로, 당황하지 마!!
그렇게, 자기 자신을 질책한다. 『하가쿠레 사쿠라』로서 치도리와 만나는 것에 대해,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고는 단언할 수 없다.
어디선가 정부 안에서 마주볼 수 있다는 것은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츠구미는 그것을 뒤로 미루고 말았다. ――무서웠던 것이다.
치도리라면――단 한 사람의 가족이라면, 변신한 츠구미를 간파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면, 무서워서 견딜 수 없다.
여자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한 것, 모멸과 혐오. 거짓말에 속은 것에 대한 한탄과 분노. 그런 감정을 치도리가 보인다면, 츠구미는 더 이상 살아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던 것이다.
츠구미는 간신히 동요를 억누르고 미소를 지으며, 그 자리에 쭈그려 떨어진 서류를 줍기 시작했다.
"괜찮으신가요? 왠지 안색이 안좋으신거 같은데요."
주운 서류를 건네면서, 츠구미는 걱정하는 듯한 표정을 짓고, 치도리에게 그렇게 말했다. 말을 건네받은 치도리는, 핫 하는 표정을 짓고 서류를 받으면서 작게 고개를 숙였다.
"아, 아뇨……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조심해 주세요. 그럼 이만."
그렇게 고하고, 츠구미는 그 자리에서 발빠르게 떠나려 했다.
"기다려주세요!!"
배후에서, 치도리가 말을 걸어왔다.
"뭔가 용무라도 있으신가요?"
"저기, 제 이름은 나나세 치도리라고 해요. 당신은, 하가쿠레 사쿠라 씨 맞죠?"
"네, 그런데요……"
손에 든 서류를, 주름이 생길 정도로 강하게 움켜쥐면서, 치도리는 매달리는 듯 한 눈을 하고 츠구미――하가쿠레 사쿠라를 바라보고 있다. 츠구미가 당황한 듯 대답을 하자, 그녀는 무언가를 결의한 듯 숨을 깊게 내쉬고, 입을 열었다.
"하가쿠레 사쿠라 씨. ――당신을 닮은 소년, 나나세 츠구미라는 인물에게 뭔가 짚이는 점은 없으신가요?"
치도리의 단도직입적인 말에, 엉겁결에 눈동자가 흔들린다. ――눈치 챈 것인가? 아니, 그럴 리가 없다.
일순간에 그 가능성을 부정한다. 만약 모든것이 들킨 것이라면, 치도리는 더욱 감정적이 되어 따질 것이다. 게다가, 그녀의 표정. 의심하고 있다기 보다는, 겁을 먹은 것처럼 보인다.
"아뇨. 저는 그 츠구미 씨? 라는 분은 모릅니다. 닮은 사람이 있다, 라는 말을 듣는 경우는 가끔 있지만, 결국은 소문일테고…… 그 분이 왜요?"
천연덕스럽게 자기 혐오를 느끼면서도, 츠구미는 웃으면서 그렇게 대답했다. 그러자 치도리는, 왠지 안심한 듯 한 얼굴을 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 신가요. 갑자기 무례한 질문을 해서 죄송합니다."
"별로 상관없어요. 저야말로, 힘이 되어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아뇨,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치도리는 그렇게 말하고, 이쪽에 시선도 맞추지 못하고 발빠르게 복도를 달려가 버렸다. ……너무 급해서 넘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츠구미는 욱신욱신 쑤시는 가슴을 살짝 누르면서, 조용히 눈을 내리깔았다. 알고는 있었지만, 계속 치도리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은 정말 괴롭다.
"후회하고 있나?"
벨이 그렇게 물었다. 츠구미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덧없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전부 이제와서 뭘, 벨 님. 이제 나는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밖에 없다니까."
◆◆◆
치도리와의 조우 후, 마수대책실에 들러 인사와 답례를 마친 츠구미는, 기진맥진한 상태로 귀로에 올랐다. 집에 전이를 사용해 도착한 다음, 그대로의 못브으로 침대 위로 쓰러졌다.
――정말, 지쳤어.
변신중에 『하가쿠레 사쿠라』의 연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힘든데, 사소한 순간에 엉성한 행동이 나오지 않도록 주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신경을 많이 써 버리고 말았다. 게다가, 치도리와 조우까지 했다. 피곤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누워서 변신을 풀고, 머리맡에 놓아둔 휴대폰을 손에 잡는다. 화면을 보니, 몇 건의 메시지가 와 있었다.
"첫 두 건은, 유키타카와 메부키 선배인가. 게다가, 스즈시로. 걔도 꽤 성실한걸."
이렇게 스즈시로와 연락을 하게 된 지, 벌써 몇 개월. 지금은, 며칠에 한 번씩의 페이스로 연락이 오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것은 터무니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 날, 병실에서 스즈시로와 미부와 연락처를 교환한 것은 좋지만, 츠구미가 연락을 하는 것은 조금 망설여졌다.
츠구미가 여자에게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도 있지만, 두 사람이 너무 높은 위치의 인물이어서, 접촉을 하기에 기가 죽고 말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츠구미의 기분 따위는 알지도 못하는 그녀들은, 각자의 타이밍에 연락을 해 왔다. 그야말로, 진짜 친구처럼.
스즈시로는 케이크가 맛있었던 가게 소개나, 유행하는 화제 등을 자주 연락해 온다. 그리고 미부 쪽은 길에서 촬영한 잘 모르는 오브제나, 못생긴 들고양이의 사진 등을 느닷없이 보내오는 것이다.
어쩌면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츠구미를 제대로 친구라고 생각해주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것이 조금이지만 간지러웠다.
"어디보자. 『하가쿠레 사쿠라 짱을 만났어! 츠구미 군과 얼굴이 똑같이 생겼어! 그런데 내용은 별로 안 닮았네』……그건, 뭐 그럴 수 밖에."
스즈시로가 보낸 메시지에는, 하가쿠레 사쿠라를 만난 감상이 적혀 있었다. 문맥으로 상상해보면, 나름 고평가를 받는 것 같다. 츠구미는 숨을 내쉬고, 눈을 가늘게 떴다.
그리고 읽어가다 보니, 메시지의 끝 쪽에, 이런 것들이 적혀 있었다.
『육화가 십화가 되고 인원수가 늘어나니까, 시프트가 줄어서 기뻐! 그래서 말인데, 골든위크 마지막 주말에 유리 짱과 휴일이 겹치는데, 괜찮으면 츠구미 군도 같이 어디 놀러가지 않을래? 연락 기다릴게.』
츠구미는 수첩을 확인하고, 그날에 예정이 없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고민하듯 턱에 손을 대고, 천장을 올려다본다.
"하가쿠레 사쿠라의 시프트 발표는 골든위크가 끝난 뒤. 그때까지는 자유야. ……조금 정도는, 잊고 즐겨도 괜찮으려나."
그리고 츠구미는, 『꼭 가게 해 주세요.』라고 스즈시로에게 답신을 보냈다. 그들과 함께 외출하는 것은, 조금 눈에 띌 것 같기도 하지만, 귀여운 여자아이 둘과 외출한다는 유혹은 이길 수 없다.
하지만 과연 그녀들도 변장등의 대책은 해줄 것이고, 거기까지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싱글벙글 기분 좋은 듯이 웃는 츠구미를 보며, 실은 계속 옆에 있던 벨이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이래서 인간은. 방금 전까지 울 뻔 했으면서, 타산적인 녀석."
"……읏, 찍소리 하지는 못하겠어."
하지만, 조금 변명하고 싶다. 인간이라는 생물은, 힘든 것 만으로는 살 수 없는 것이다. 힘든 와중에도, 잠깐쯤 즐거움을 찾아도 되지 않을까? 비록 그것이, 현실도피의 일종일지라도.
게다가, 일상과 마법소녀(비일상)은 어디까지나 별개의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머지않아 마음이 부숴지고 만다.
"흥, 딱히 쉬는 날에 뭘 하든 상관없지만, 저번과 같은 사건은 일으키지 말도록."
"……그건 불가항력이었는데 말이지."
분명 그 때와 멤버가 겹치기 때문에 조금 불안하기는 하다. 하지만, 이레귤러한 사고 따위는 그렇게 자주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츠구미는 주말을 생각하며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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