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 추억의 장소
골든위크의 마지막 토요일.
츠구미는 약속장소의 벤치에 걸터앉아, 편치 않은 듯 땅을 응시하고 있었다. 얼굴을 들고 있으면, 비정상적으로 통행인들과 눈이 마주치기 때문이다.
……왠지 남들이 보고있다는 기분이 든다. 말을 걸어오지는 않지만, 역시 변장이 허술했던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츠구미는 자신의 복장을 보았다.
메부키에가 받은 색유리 안경에, 캐스킷 모자. 옷은 마네킹이 입고 있던 것을 한 벌로 구매해서 입었기 때문에, 그렇게 이상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게 내심 고개를 갸우뚱하지만, 정답은 나오지 않는다.
――츠구미는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던 것은, 외모나 복장이 아니라, 츠구미 자신의 분위기 때문이었다.
츠구미의 몸은 그릇의 강화에 의한 영향으로 쓸모없는 살이 빠졌고, 그럼에도 부드러움은 잃지 않고, 날씬하게 뻗은 손발은 균형이 잡혀 있어, 나긋나긋한 검은 고양이를 연상케 했다. 그리고 나른하게 고개를 숙인 그 모습에는, 묘한 색기가 있었다.
그런 츠구미의 모습은, 비록 얼굴을 숨기고 있었다 하더라도, 무심결에 눈길을 끌어버리는 매력이 있었던 것이다. 마치 숨어서 다니는 연예인 같은 분위기, 라고 하면 알기 쉬울것이다.
그런 것을 알지 못하는 츠구미는, 시선에서 얼굴을 돌리듯이, 할일없이 휴대폰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배후에서 뭔가가 가까워지는 기색을 느꼈다. 그리고, 가볍게 어깨를 두들겨졌다.
"기다렸지, 츠구미 군! 기다렸어?"
"아니, 그렇게는 기다리지 않았, 는데……?"
츠구미는 비스듬히 위를 올려다보고는, 입을 크게 벌렸다. 그리고 말을 걸어온 인물을 가리키며, 놀란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에, 정말로 스즈시로야?"
스즈시로는 언제나 트윈테일로 묶고있던 머리를 내리고, 큰 빨간 테 안경을 쓰고, 하얀 블라우스에 검정색 카디건을 걸치고, 감색의 플레어 스커트를 입고 있다. 어디를 봐도 사랑스러운 청초한 아가씨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맞아― 에헤헤, 어울려?"
"어울리고 귀엽지만, 조금 놀랐어…… 복장 하나로 이렇게까지 인상이 바뀌는구나. ……저기, 혹시, 그 뒤에 있는 애가 미부인 거야?"
주뼛주뼛하며 말을 건넨다. 그러자, 스즈시로의 뒤에 있던 키가 작은 소년이 씨익 웃었다.
"정답! 보는 눈이 좋은걸."
그렇게 말한 미부는, 츠구미의 앞에 섰다.
소매 끝에 레이스가 달린 연한 회색 셔츠에, 소매가 없는 조끼와 넥타이를 매고, 체크무늬 반바지와 긴 부츠를 신고 있다. 앞머리를 가르마로 바꿔 한쪽 눈과 얼굴의 절반을 가리고, 감색의 베레모를 쓴 그 모습은, 마치 귀여운 소년처럼 보였다.
복장 계통도 그렇지만, 스즈시로와 나란히 서면 마치 남매처럼밖에 보이지 않았다.
"란 짱이 전부 준비해줬는데, 소년 코디? 라는 거 같아. 그런건 잘 모르지만, 잘 어울려?"
"어울려. ……그런데 왠지 나보다 인기있을 것 같아. 특히 내 선배가 굉장히 마음에 들어할 것 같아."
소년 모습의 미부를 메부키가 기뻐하며 달라붙는 모습이 머리에 떠올랐고, 츠구미는 작게 미소를 지었다.
그렇지만, 이 모습이라면 변장이 들통날 일은 없을 것이다. 그 두사람의 겉모습의 인상은, 평소의 발랄한 모습과는 많이 달리, 차분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이거라면 한 번 본 것만으로는 육화――아니, 십화의 멤버라는 것을 알아채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두 사람이 있는 것 만으로 안면 편차치가 껑충 뛰어서 그런지, 묘하게 시선이 쏠리는 것 같다. 빨리 자리를 뜨는 편이 좋을 것이다.
"그래서, 물어보지는 않았는데, 이제 어디로 갈 예정이야?"
화제를 바꾸듯이 츠구미가 그렇게 묻자, 스즈시로는 미소를 지으며 즐거운 듯이 대답했다.
"그거야 물론, 『천마 놀이공원』 리벤지인게 당연하잖아!"
◆◆◆
그 뒤 택시를 타고 이동한, 츠구미와 두 사람은 놀이공원 앞에 와 있었다.
――천마 놀이공원. 그곳은, 츠구미와 그들이 만나, 함께 싸운 과거가 있는 장소이다. 4월 중순부터 영업을 재개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설마 이 두사람과 또 이곳을 오게 될 줄은 츠구미도 생각조차 못했다.
프리패스 티켓을 사고, 놀이공원 안으로 들어간다. 연휴중이긴 하지만, 사람이 너무 붐비는 것 같지는 않다.
……아마도, 오픈 초기의 그 사고가 아직도 영향이 남아있는 것일 것이다. 일본인은 길흉을 따지는 생물이다. 아무리 우발적인 사고였다고는 해도, 인상이 최악인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인파를 피해야 한다는 점에서 보면, 상당한 명당일지도 모른다.
즐거워 보이는 두 사람에게 이끌려, 놀이공원의 놀이기구를 하나씩 차례대로 순회한다. 2월에 왔을 때에는 별로 볼 시간이 없었지만, 비교적 재미있는 것들이 갖추어진 듯 하다.
고속 회전하는 커피잔이나, 거꾸로 달리는 롤러코스터. 크툴루 신화를 모티브로 한 유령의 집과, 이상하게 리얼한 조형 말이 돌고 있는 회전목마.
……일시적인 유행을 노린 것들이 많은 것 같지만, 이만큼이나 관심을 끄는 것들이 있다면 보통이었으면 꽤 유행했을텐데. 이레귤러의 발생 장소가 되어버린 것은, 정말로 운이 나쁘다고밖에 할 수 없다.
놀이공원의 경영자를 속으로 응원하면서도, 츠구미는 두 사람에게 휘둘리듯이 공원 내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중에는 여러번 도전한 놀이기구도 있다. 거의 논스톱으로 계속 움직이기 때문에, 꽤나 괴로운 것이 있었다.
하지만, 매일매일 마음 고생으로 지쳐 있던 츠구미에게 있어서, 오늘의 외출은 정말로 마음이 정화되는 것이었다. 걱정없이 웃으며 놀이공원을 즐기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츠구미는 더러워진 마읍이 정화되어 가는 것 같기도 했다.
그리고 사람이 적은 놀이공원을 셋이서 어린아이처럼 놀러다닌 뒤, 떨어지는 석양을 관람차 안에서 바라보고 있는데, 중얼거리듯이 미부가 말했다.
"잘 생각해보면, 마법소녀 관련된 것을 다 잊어버리고, 이런 식으로 놀아본 것은 처음인지도 모르겠네. ……둘 다, 오늘은 고마워. 란 짱도, 내가 여길 신경쓰고 있는걸 알고 일부러 데려와준거지?"
미부가 그렇게 말하자, 스즈시로는 안경을 벗고 활짝 웃었다.
"유리 짱, 사고가 끝난 후 많이 실망했었거든. 정말로 놀이공원에 가는 것을 기대하고 있었구나―, 라고 생각해서. 아직 내원하는 사람도 적은 것 같아서, 이번에 놀러 가기에 딱 좋다 싶어서."
"아아, 역시 생각대로 정말 즐거웠어! 왠지, 오랜만에 인간으로 돌아온 기분이 들었어."
그런 말을 꺼낸 미부에게, 츠구미는 쓴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지나치게 위험한 말을 하는걸. 정부의 마법소녀가 하는 일이 그렇게 가혹한거야?"
"음. 그렇다기보다는, 주위의 대응 때문이야. 정부의 인간도, 다른 마법소녀들도, 일반인들도, 나를 『마수를 죽이는 검』으로밖에 보지 않아. 별로 그건 상관없지만, 나도 가끔은 투정정도는 부리고 싶어. 이렇게보여도 일단, 나는 인간이니까 말야."
진지하게 그렇게 말하는 미부에게, 츠구미는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되었다. 미부와 알게 되고 이야기를 하기 전 까지, 츠구미도 그들과 똑같이 생각했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마법소녀에게도, 마음과 감정이 있다. 마수와 싸우며 세상에 미소를 짓는 우상(아이돌)로서만이 아니라, 그들 역시 제대로 된 인간인 것이다. 그런 당연한 것을, 아무도 인식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것은, 풍요로워진 이 나라가 안고 있는 최대의 왜곡일 것이다.
"유리 짱……"
스즈시로가 걱정스러운 소리를 낸다. 그에 비해, 미부는 조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저 한결같이 마수를 죽이는 방법만을 연마해 왔어. 내겐 그것밖에 없었고, 그것 말고는 필요없었어. 하지만 뜻밖에 란 짱과 행동을 같이 하게 되었고, 츠구미라는 마음이 맞는 친구도 늘어났어. 그리고 마법소녀라는 틀에서 벗어나, 실없는 대화를 나눴어. 그것이 이렇게나 마음이 편해질줄은, 나는 몰랐어."
미부는 그렇게 말하며, 예쁘게 미소 지었다.
"나타――내 계약신도 말했어. 요즘은 많이 사람다워졌다고. 이것도 모두, 두사람 덕분이야."
"……난 딱히 한 것도 없는데."
츠구미는 딱히 특별한 대응을 한 것이 아니다. 반 친구들이나 유키타카에 대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평범하게 대응했을 뿐이다. 이런식으로 감사받을 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미부는 츠구미의 대답에 작게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 않아. 츠구미는 나를, 마법소녀로서가 아닌, 『미부 유리에』로 대해 줬어. 그것만으로, 충분히 구원받은거야."
"그런가?"
츠구미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리자, 미부는 움츠리며 대답했다.
"그런거야. ……츠구미는 그런 둔한 점이 글렀다니까. 반성하는게 좋아."
"에에, 왜 띄워줬다가 떨어뜨리는거야…… 조금 심한거 아냐? 저기, 스즈시로는 어떻게 생각해?"
그렇게 말하며 옆에 있는 스즈시로를 보고 츠구미는 깜짝 놀랐다.
"잠, 어이, 왜 울고있는거야. 괜찮아?"
양손으로 입가를 누르며, 오열을 억누르듯이 스즈시로는 굵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뚝뚝 눈물방울이 손을 따라 소맷부리를 적셔간다. 그리고 스즈시로는 일어나서, 미부를 꽉 안아주었다. 그 기세에, 관람아츼 곤돌라가 크게 흔들렸다.
"나, 나도, 유리 짱을 정말 좋아하니까!! 이렇게 친해질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라, 란 짱?"
안긴 미부가 당황하듯 두 손을 헤매고 있자, 스즈키는 울먹이며 말했다.
"유리 짱은 항상 내 이야기를 기쁜듯이 들어주고, 같이 있으면 굉장히 즐거워! 신 님 다음으로 정말 좋아해! ……정말, 더 빨리 친해졌으면 좋았을텐데."
――그랬다면, 정부에서의 일도 더 마음이 편해졌을텐데. 그렇게 말하며, 스즈시로는 끌어안는 양손의 힘을 더 강하게 했다. 미부는 당황하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어딘가 기뻐보이기도 했다.
그런 흐뭇한 광경을 바라보며, 츠구미는 자신의 친구―― 유키타카를 떠올렸다. 유키타카와 츠구미는 절친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니지만, 이런 식으로 적나라하게 속마음을 토로해 본 적은 없다. 남자끼리 하는 것도 좀 그렇지만, 마음속 부분이 어딘가 식은 것이다.
――나아가면 안 되는 일선이, 유키타카에게는 존재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그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했지만, 눈앞에서 껴안고 있는 두 사람을 보며, 츠구미는 조금이지만 가슴이 아팠다. 하지만, 그것을 모르는 척 하며 마음 한구석으로 사고를 내몰았다.
유키타카와는 언젠가 제대로 대화를 해야만 한다. 하지만, 그것을 생각하는 것은 지금은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이다.
미부에게 달려들어 안은 스즈시로는, 잠시동안 그렇게 있다가, 천천히 손을 놓고 일어나, 다시 츠구미의 옆에 앉았다. 소맷부리로 눈가를 닦으면서, 츠구미 쪽을 바라보며 스즈시로는 말했다.
"츠구미 군도 좋아해. 유리 짱 다음이지만."
"에, 고, 고마워……"
갑작스런 스즈시로의 말에, 자기도 모르게 볼이 붉어졌다.
……남자로서 의식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친구로서의 『좋아해』인 것은 알고 있지만, 그래도 역시 부끄럽다.
"나도, 두 사람을 소중한 친구라고 생각해."
츠구미는,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대답했다. 두 사람은 정말 소중한 친구라고 생각한다. 남녀간에 우정이 존재하는지는 논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츠구미는 그 둘에게는 연애감정을 갖지 못했다. 분명 두 명은 귀여운 여자아이들이지만, 그런 대상으로 보는 것은 꺼려졌기 때문이다.
이 둘에게서, 마음 속 어딘가에 미발달된 앳됨을 느꼈다. 그건 분명, 오랫동안 마법소녀로 지내온 폐해일지도 모른다. 그런 어린 새와 같은 순수함을 가진 두 사람에게, 그런 감정을 느끼는 것은 미안한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만약 여동생이 있다면, 이런 느낌이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츠구미는 상냥한 미소를 지었다. 누나나 동생을 원했던 시로의 마음을, 지금은 조금이지만 알 거 같다.
그리고 세 사람은 화창한 공기를 마시며 관람차를 내렸고, 츠구미들은 놀이공원을 떠났다. 돌아오는 길은 방향이 달라서, 역에서 해산했다.
그리고 헤어질 때 「또 같이 놀자!」라며 스즈시로에게 손을 잡혀 손가락 걸고 약속을 하고, 다른 노선 개찰로 향하는 두 사람의 등에 손을 흔들며, 츠구미는 멍하니 생각했다.
――만약 저 두 사람이, 나나세 츠구미가 『하가쿠레 사쿠라』라는 것을 알아버린다면, 어떻게 생각할까.
속이고 있던 것을 힐책할지도 모른다. 그것보다도, 실망하고 미움받을 가능성이 높으려나. 그렇게 생각하면, 조금이지만 마음이 가라앉는다.
"언젠가, 말하지 않은 책임을 질 날이 올 거야. ……그때까지는, 아직."
――아직, 이 미지근한 물과 같은 행복을 누리고 싶었다.
◆◆◆
――역 안에 있는 카페 안에서, 스즈시로와 미부는 마주보고 앉아 있었다.
차가운 커피를 마시면서, 미부는 말했다.
"츠구미는, 정말로 이상한 녀석이야."
"유리 짱. 그런 표현은 어떨까 싶은데."
타일르듯이 스즈시로는 주의를 헀지만, 미부는 신경쓰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아직 알게된 지 몇 달밖에 되지 않았는데, 처음부터 그랬던것처럼, 당연한 얼굴로 우리 옆에 서있어. 신기한걸. 나는, 그게 싫지 않아."
"확실히, 츠구미 군은 그런 점이 있지."
그렇게 답하면서, 스즈시로는 츠구미와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리고 있었다.
불가항력으로 함께 미로 속을 뛰어다니고, 손을 잡고 도깨비가 계단을 올리오기를 둘이서 기다렸다. ――그 때, 실은 신에 대해서 이야기 할 생각따위는 스즈시로에게는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깨닫고 보니 입에서 흘러나오듯 자신의 사정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라면, 바보취급하지 않고 들어줄 것이라고 무의식 중에 그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츠구미에게는, 사람의 마음의 틈에 스며드는 것 같은, 그런 이상한 매력이 있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병원에서 무리하게 연락처를 교환한 것은, 그와의 관계를 끊고 싶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스즈시로도 미부도, 종류는 다르지만 커다란 왜곡을 안고 있다. 신에 대한 광신에, 절단 충동. 츠구미는, 나중에 미부의 사정을 듣고도, 무엇 하나 태도가 변하지 않았다. 그럴 수도 있지 않는가, 하고 당연하게 받아들인 것이다.
게다가, 츠구미는 두 사람을 특별대접하지 않았다. 육화로서 권력을 가진 두 사람은, 주위에서 시중을 드는 입장이다. 연락처를 교환했을 당시에는 다소 사양하고 있었지만, 그 이후로는 별다른 아첨을 하지 않고, 평범한 친구처럼 두 사람을 대하고 있었다.
시시한 농담도 하고, 학교를 불평하기도 한다. 얼마전, 갑자기 그의 반 친구들이 바보짓을 하는 동영상을 보내왔을 때에는, 자기도 모르게 큰 소리로 웃고 말았을 정도였다.
그 때가 생각나, 작게 미소를 지으며, 스즈시로는 전부터 생각하고 있던 것을 입에 올렸다.
"츠구미 군은 말야, 추측이지만 『질투』의 감정이 거의 없어. 그래서, 어떤 사람이든 대등하게 볼 수 있다고 생각해."
크든 작든, 인간에게는 다른 사람을 시기하는 성질이 있다.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을 보면 질투가 나고, 질투가 나서 열등감을 갖고 만다. 하지만, 츠구미에게는 그런 내색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인간이 되어있다기 보다는 처음부터 그 기능이 결여되었다고 생각하는 편이 더 잘 어울린다.
그렇기에 츠구미는, 두 사람이 잘났든, 강하든, 비뚤어졌든, 당연한 것처럼 『보통』으로 대할 수 있는 것이다.
"흐응. 그러니까 우리를 대할 때 겁을 먹지 않는건가?"
"어디까지나 추측이지만 말이야."
그러나, 그런 부정적인 감정이 얽히지 않은 츠구미와의 교류는 매우 기분이 좋았다. 분명, 미부도 같은 마음일 것이다.
"아아―. 츠구미 군이 여자아이였으면 좋았을텐데."
"어째서?"
스즈시로의 말에, 미부가 이상한듯한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 스즈시로는 불만스러운 듯 입술을 삐죽거리더니, 양 팔꿈치를 책상에 올리며 말했다.
"왜냐면, 만약 여자친구 같은게 생기면 상대방이 좋은 얼굴을 하진 않을 거 아냐. 아수라장이라던가 곤란하지 않을까?"
"음― 당분간은 그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어설픈 여자들은, 그 누나의 벽을 넘지 못할거라고 생각하는걸?"
"아아, 뭐 그럴지도……"
츠구미 본인은 인정하지 않겠지만, 그는 말도 안되는 수준의 시스콤이다. 그가 첫번째로 우선하는 것은, 자신의 누나――치도리이다. 그것만큼은, 분명 무슨 일이 있어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치도리의 이야기를 하고있을 때의 츠구미는, 지금까지 본 적 없는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것만으로, 그가 얼마나 누나를 소중하게 여기는지 알 수 있다. 치도리가 있는 한, 누구도 츠구미의 첫번째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을 때, 스즈시로의 가슴이 따끔거리듯 아팠다.
"……응, 어라?"
"왜 그래?"
갑자기 가슴을 억누르는 스즈시로에게, 미부가 걱정스러운 듯 말을 걸었다. 스즈시로는 작게 고개를 저으며, 난처한 듯 웃으면서 말했다.
"으응. 아무것도 아니야."
그리고 둘은, 서로 놀이공원의 소감을 말하며 휴일의 마지막 시간을 즐겼다. 내일부터는, 또 마수를 죽여야 하는 날들이 기다리고 있다. 지금만큼은, 잊은채로 있고 싶었던 것이다.
잠시 후 미부와 헤어진 뒤, 스즈시로는 살며시 왼쪽 가슴을 어루만지며, 이상한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과연, 그 때 가슴에 달린 아픔은 무엇이었을까. 아직, 그 풋풋한 마음을 아무도 알 리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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