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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번역/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3장 71. - 그녀의 『사랑』

by 린멜 2019. 11. 20.


7. 그녀의 『사랑』






하가쿠레 사쿠라와 조우 후, 치도리는 화장실로 뛰어들어가, 살며시 눈가의 눈물을 닦아냈다.



"――아아, 다행이다."



안도가 감도는 목소리로, 치도리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치도리가 하가쿠레 사쿠라에 대해 품고 있는 감정은, 말로 할 수 없는 죄책감과, 기어다니는 듯한 공포이다.


하코네에서 도움을 받은 은혜는 있지만, 그 이상으로 공포심이 더 컸던 것이다. 그것은 분명, 그녀를 『사쿠라 언니』와 겹쳐서 보기 때문일 것이다.



메부키에게 DNA감정을 제안받았을 때, 치도리가 가장 먼저 느낀 것은 공포였다. 츠구미와의 혈연관계를 남에게 의심받은 것은, 이것이 처음이 아니다. 메부키 외에도, 악의가 없던 친구나 분별이 없는 어른들에게 『닮지 않았다』라고 지적을 계속 받아왔다.


그때마다 치도리는, 발밑이 무너지는 듯한 고통을 겪고 있었다.



유일하게 수중에 남아 있는, 과거로의 단서. 『사쿠라 언니』와 츠구미가 찍혀있는 사진에는, 치도리의 모습은 없다. 마치 그것이, 『가족』안에 치도리가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처럼. 그 사실이, 치도리를 무겁게 짓누른다.


기억 속의 『사쿠라 언니』는, 항상 상냥하게 미소짓고 있었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예전에는 상냥하다고 인식했을 그 미소가, 이제는 몹시 스산하게 느껴지고 만다.


――그것은 분명, 닦을 수 없을 정도의 자기혐오 때문일지도 모른다.



츠구미가 저렇게나 맹목적으로 치도리를 따르는 것은, 진짜 누나와 치도리를 무의식적으로 겹쳐 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런 근거 없는 불안이, 마음속에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과거의 기억이 없는 치도리에게는, 단 한 명의 가족――츠구미밖에 남아있지 않다. 만약 치도리와 츠구미가 남매가 아니라면, 『나나세 치도리』라는 인간은 대체 무엇을 마음의 버팀목으로 삼고 살아야 하는걸까. 그렇게 생각하면, 무서워서 참을 수가 없었다.



츠구미와 둘이서 보내는 일상은 편안하고 만족스럽지만, 문득 가슴이 조이는 듯한 불안을 느꼈다.


고등학교에 올라간 후에도 그 불안은 사라지지 않았고, 불이 타오르는 것처럼 점점 불안은 커져갔다.



그런 때에, 저 마법소녀――하가쿠레 사쿠라는 나타난 것이다.



츠구미, 아니, 『사쿠라 언니』를 닮은 저 마법소녀는, 활동 시작부터 순삭간에 C급으로 뛰어올라, 그리고 연말의 라돈전에서 기적의 생환을 이뤄, 일약 유명해졌다.


치도리는 그 날, 버스 안에서 하가쿠레 사쿠라가 마수와 싸우게 되었다는 말을 듣는 순간, 멀리하던 과거에게 따라잡힌 듯했다. 마치, 도망칠 수 없다 라고 하듯이.



그녀가 『사쿠라 언니』와 동일인물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저렇게나 닮은 인물이 무관하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만약 그녀가 츠구미의 혈연이라면, 『사쿠라 언니』의 입장이 되어있는 치도리를 어떻게 생각할까. 그런 생각도 가졌기에, 치도리는 하가쿠레 사쿠라와 별로 관련되고 싶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이번 해후로, 하가쿠레 사쿠라는 표면상――내심으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츠구미에게 접촉을 하는 일은 없다고 판단할 수 있었다. 저 말대로라면 그녀와 츠구미는 무관한 존재이고, 만약 그녀가 츠구미의 관계자라고 하더라도, 일부러 모른척 한다는 것은, 즉 관여할 생각이 없다는 말일 것이다.



――그렇기에 그 때, 치도리는 그녀의 대답을 듣고 안도했던 것이다.


하가쿠레 사쿠라가 츠구미와 관련되지 않는 한, 츠구미는 분명 『사쿠라 언니』에 대한 기억이 떠오르지 않을 것이다. ……츠구미의 기억이 돌아온다면, 아마도 치도리와 츠구미는 지금까지와 같은 관계일 수 없게 된다.



다행히도 츠구미는 하가쿠레 사쿠라에게는 관심이 없는 듯 했고, TV 등에 그녀가 나와도, 특별히 신경쓰는 모습은 없었다. 오히려, 얼굴이 닮은 탓에 귀찮은 일에 휘말려, 반대로 질려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가족 이상의 감정을, 치도리가 츠구미에게 품어버린 것은.


그가 우연히 하는 행동이나, 웃는 방법. 화났을 때의 얼굴이나, 우울할 때의 목소리. 그 모든 것이, 치도리의 마음을 술렁이게 했다.



그것은 사랑이라고 부르기엔 약했고, 사랑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무거웠다.


치도리는 앞으로도 분명, 츠구미의 손을 놓지 못할 것이다. 미움받아도, 증오를 해도, 옆에 있고 있다고 생각을 해 버린다. 그런 제멋대로는, 『연인』은 결코 되지 못할 것이다.



그렇기에 치도리는, 자신의 마음에 뚜껑을 덮었다. 이 애정은, 연모가 아니라 친애라고 믿고 있었다.


만약 피가 연결되어 있었다고 해도, 연결되어있지 않았다고 해도, 그렇게 생각해 두면 치도리의 마음은 상처받지 않아도 된다.



남매로 있으면――남매라는 것으로 하면, 계속 츠구미와 함께 있을 수 있다. 게다가 츠구미는 상냥한 사람이니까, 『누나』의 부탁은 분명 거절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주박 같았다.



"……나, 최악이네."



울면서 웃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치도리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이렇게나 추악한 마음속을, 귀여운 동생 츠구미는 아무것도 모른다.



"――하지만, 그게 누님이 선택한 길이다."


"시로 짱……"



어느새 어깨 위에 앉아 있던 흰토끼――치도리의 계약신은 의연한 목소리로 말했다.



"치도리. 너는 그 때 『무슨 일이 있어도 동생 편으로 있겠다』고 다짐했다. 그렇다면, 그것을 관철해야 한다. 왜냐면 너는, 그 아이의 누나니까."


"응, 그렇네……"



그리고 치도리는, 빨개진 눈가를 조금 식힌 후, 자신이 소속된 부서로 돌아갔다.


휴식시간은 이미 지났지만, 울어서 퉁퉁 부은 것 같은 눈을 보고 이것저것 헤아려 줄지도 모른다. 동료가 자주 죽는 이 직장에서는, 숨어서 울고 있는 인간은 상상 이상으로 많다. 그들은, 치도리의 눈물의 이유를 그렇게 오해했을 것이다.



정해진 시간 내에 일을 하고, 집에 도착하자, 집에서 츠구미가 저녁을 준비하고 있었다. 검은 앞치마를 두르고, 콧노래를 부르며 주방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



"어서와. 곧 저녁밥 다 되니까. 조금만 기다려줘."


"응, 고마워. 이 냄새는 튀김이야?"


"맞아, 두릅의 싹과 보리멸 튀김. 밥은 죽순이 있어서 죽순밥으로 했어. 메인이 튀긴 음식인데 먹을 수 있겠어?"



뒤를 돌아보며, 츠구미는 그렇게 말했다. 요즘, 입이 짧은 치도리를 걱정하고 있는 것일 것이다.



"괜찮아. ……그런데, 이번엔 꽤나 손이 많이 가는거네. 전부 제철 먹을거리같고."


"응, 요즘은 좀 먹는 즐거움에 눈을 떠서. 식도락을 위해 아르바이트도 하고 있고."


"아르바이트도 좋지만, 너무 무리하지는 마. 항상 성물을 사오는 것은 기쁘지만, 적당히 하는게 좋으니까."



츠구미는, 2월 초부터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것 같다. 이유는, 치도리가 정부에서 일하고 있는데, 자기만 집에 있는 것은 마음이 불편하다는 것이었다. 정부 근무를 이유로 들면, 치도리로서도 할 말이 없게 된다.


간혹 있는 토, 일요일은, 이동경로 확보를 위해 전국으로 돌아다니기에, 츠구미와 보내는 시간은 현격히 줄어들고 있다. 츠구미는 츠구미 나름대로 외로움을 느끼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곳은 「부끄러우니까」라는 이유로 알려주지는 않았지만, 이 상황을 보면 음식점과 관계된 곳일거라고 치도리는 생각하고 있다.



게다가, 문제가 있다면 츠구미의 씀씀이 쪽이다. 츠구미는 자주 주말에 나가는 일이 많은데, 그때마다 값비싼 선물을 들고 돌아온다. 처음에는 첫 알바비로 분발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것이 여러번 계속되니 조금 걱정이 된다.


역시 보호자인 요즈루에게 받고 있는 생활비는 손대지 않은 것 같지만, 앞으로의 금전감각을 생각하면, 츠구미에게 낭비벽이 생기는 것은 별로 좋지 않다.


츠구미는 「주의할게」라고 애매하게 웃고 있었지만, 별로 진지하게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만약 다음에도 고액의 선물을 사서 돌아오면, 그때는 질책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 때는 메부키 선배에게 협조를 부탁하자. 치도리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소파에 깊숙이 앉았다. 시로는, 오늘 저녁은 부재중이다. 아무래도 볼일이 있는 것 같다.



"그러고보니, 치도리는 골든 워크는 어떻게 보낼거야?"



요리가 담긴 접시를 옮기면서, 츠구미가 그런 것을 물어왔다.



"예년처럼, 검도부 합숙에 얼굴을 내밀기로 했어. ……대회에는 나갈 수 없지만, 연습 보조나 서포트는 가능하니까."



마법소녀가 되어 대회 출전 자격은 잃어버렸지만, 치도리는 시간이 나면 검도부에 얼굴을 내밀어, 연습 보조를 하고 있었다. 동아리를 그만두겠다고 말하러 갔을 때, 다른 부원이 간청했기 때문이다. 치도리로서도, 신체 능력이 오른 몸을 움직이는 법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특별리 힘들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구나. 마지막 토요일에 친구와 놀기로 약속을 해서, 괜찮다면 치도리도 함께 가면 어떨까 생각했는데, 그렇다면 어쩔 수 없나."


"친구? 반 친구일까. 츠구미는 걔들과 사이가 좋구나. 복도에서 만나면 모두가 츠구미의 상태를 말해주는걸."


"……아니, 걔들은 자기가 치도리와 이야기하고 싶은 거 뿐이야. 게다가 이번 상대는 반 친구도 아니야. 그리고 유키타카도 연휴는 부잣집 누나와 크루즈를 간다고 말했고."



그 츠구미의 대답에, 치도리는 쓴웃음을 지었다. 아무래도 츠구미의 친구인 아마리는 변함없는 것 같다.



"그렇다면, 대체 누구야? 내가 아는 공통 지인은 메부키 선배 정도밖에 없는데."


"스즈시로와 미부야. 치도리도 연락처를 교환했었지?"



――쨍그랑.


츠구미의 말이 귀에 들어오는 순간, 치도리는 건네받은 밥공기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테이블 위에, 밥이 조금 떨어졌다.



"우왓, 괜찮아? 깨지진 않은것 같은데, 추가로 더해야겠는걸."



많이 지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 라고 츠구미는 웃었다. 치도리는 당황한 눈으로 츠구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확실히 연락처는 교환했지만, 난 겉치레 인사 정도밖에 안했어. 게다가 내게 둘은 상사 같은거고…… 오히려, 놀러갈 정도로 츠구미가 두 사람과 사이가 좋은게 신기한네……"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치도리는 스즈시로와 미부가 츠구미와 친해진 이유를 생각해고 있었다.



――츠구미에게는, 본인은 자각하고 있지 않지만, 특수한 인간을 끌어당기는 무언가가 있다.



문제아로 지목된 반친구들을 비롯하여, 행실불량의 귀감인 아마리, 그리고 학교 제일의 기린아라고 불리는 메부키――누구나, 츠구미를 따르고 있다.


극소수의 선택받은 자인 육화의 두 사람 또한, 츠구미의 특이성에 끌렸을 것이다.


그렇지만, 하고 생각하면서 치도리는 츠구미를 보았다.



……이 모습을 보면, 연애 사건이 되지는 않을 것 같네.



두 사람의 이야기를 했을 때도, 츠구미는 기를 쓰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다소 즐거운 기색은 있었지만, 거기에 연모의 색은 보이지 않는다. 정말로, 『그냥 친구』로서 외출하려는 예정인 것 같다.



"이번에는 나는 신경쓰지 않아도 되니까. 즐기고 와."



치도리가 웃으며 그렇게 말하자. 츠구미는 상냥하게 미소지으며 입을 열었다.



"응. ……여름이 되고 쉬는날이 늘어나면, 그때야말로 같이 어딘가로 여행을 갈까? 최근에는 치도리와 별로 나간 적도 없고."


"그렇네……내 알바비도 들어왔으니, 다리 쭉 피고 쉬는것도 좋을지도 모르겠네."



츠구미의 마음 씀씀이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아아, 이 평온한 행복이 더 오래 지속되면 좋을텐데. 그런 생각을 하면서, 치도리는 따뜻한 요리에 손을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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