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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번역/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3장 84. 폭음 폭식

by 린멜 2019. 12. 26.


84. 폭음 폭식








"심한 일을 겪었어……"



츠구미는 피곤한 듯 그렇게 중얼거리고, 커다란 한숨을 내쉬었다.



히츠기의 병실을 나온 후 병원의 안뜰에서 잠깐 쉬고 있던 츠구미는, 어째선지 화난 상태의 의사들에게 둘러싸인 것이다. 자세히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무래도 츠구미가 병실을 떠난 뒤부터 히츠기의 모습이 이상해진 것 같다.


그 후 한동안, 병실에서 이야기한 내용 등을 질책받으며 심문을 받았으나, 침착함을 되찾은 히츠기의 증언에 의해 별 일 없이 무사히 끝났다. ……그렇게나 자신은 신용이 없는 것일까. 의사들에게 사과는 받았지만, 아직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히츠기 씨가 걱정인 건 알겠지만, 그렇게까지 화 낼 필요는 없잖아. ……아, 이 고기 벌써 다 익었는걸."



그렇게 말하며, 츠구미는 철판 위에서 구워져 있는 쇠고기를 작은 접시에 옮겨담았다.



――의사에게 혼난 후, 병원에서 나온 츠구미는 개인실이 있는 고깃집에 방문했다. 병실에서의 일을 방관하던 벨이 「뭔가 먹고싶다」라고 운을 뗀 게 시작이지만, 무엇보다 츠구미 자신이 배고프다는 것도 있다.


구워진 고기를 능숙하게 벨과 자신의 접시로 나눠담으면서, 추가로 새 고기를 구워간다. 하이페이스인 탓인지 방안이 조금 냅기는 하지만, 그 정도는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그나저나, 시킨 대로 히츠기 씨에게는 전했는데, 정말 저걸로 괜찮은걸까."



그런 말을 하면서, 츠구미는 울적한 한숨을 내쉬었다.



――일은, 며칠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마수의 핵을 무력화하고, 너덜너덜하게 된 츠구미들은, 그 후 바로 온 정부 스탭에 의해 회수되어,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히츠기와 싸운 세 사람중, 히나타는 비교적 경상이었지만, 츠구미와 유키노의 부상은 꽤 심한 것이었다. 한동안은 그대로 입원이라는 이야기가 되었었지만, 어떠한 사정으로 인해 긴급조치가 취해졌고, 정부 소속의 치유능력을 가진 마법소녀들이 치료를 해 주었던 것이다.



뭐 츠구미의 경우에는, 응급처치만 하고 바로 퇴원하려고 했기 때문에, 입원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고마웠다. 며칠씩 집을 비우게 되면, 치도리에게 의심을 받고 만다.


만약을 위해, 한동안은 통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래도 입원보다는 나을 것이다.



그리고 상처를 치료하는 중에 정부의 관리――츠구미는 파악하지 못했지만 아마도 대단한 사람일 것이다――가 이야기를 하러 왔지만, 관리는 방에 들어오자마자, 대단히 어려운 듯한 표정을 지으며 깊이 고개를 숙여 왔다.



아무래도 그 관리의 말에 의하면, 이번 사건은 가스폭발이라는 것으로 해, 사건을 묻어버릴 예정인 것 같다.


다행……이라는 것도 묘할 수도 있지만, 직접적인 피해는 정부의 설비와 마법소녀인 츠구미들 뿐이다. 실질적인 피해자――즉 츠구미들의 양해만 구한다면, 히츠기의 폭주 사실을 묻는 것은 쉬운 것이다.



마법소녀――그것도 십화의 한 사람인 히츠기가 조종당해, 정부시설을 습격했다는 추태. 아무리 예측하지 못했다고는 하지만, 이 일이 밝혀지면, 과도한 혼란이나, 국민으로부터의 신뢰를 잃을 것이 틀림없다. ……은폐 자체는 칭찬받을 일이 아니지만, 정부가 그런 대응을 하는 것 자체는 납득할 수 있다.



츠구미들도, 사건이 드러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찬성이었다. 그것은 정부의 체면을 위해서가 아닌, 히츠기의 명예를 위한 것이다. 아무리 본인에게 책임이 없다고 해도, 누군가를 험담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일정수 존재한다. 그런 놈들의 말에 히츠기가 상처를 받는 것은, 너무나도 불합리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밖에도 문제는 아직 있다. 히츠기 자신의 일이다.


휴우가의 치요의 부적으로 인해 히츠기의 상처 자체는 거의 치료되었지만, 그녀의 몸은 생각 이상으로 타격을 입었다. 그 중 가장 심한것은, 영혼의 그릇이다.


신력을 담기 위한 그릇은 마수의 침식으로 금이 갔고 지금까지처럼 능력을 행사하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그것은 실질적으로, 마법소녀로서의 죽음이라고 해도 좋다. 아무리 생각해도, 은퇴는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히츠기 본인의 정신상태도 별로 좋지 않은 것 같다. 의사에게 들은 바로는, 의식은 돌아왔다 하지만, 질문 등에는 일절 반응하지 않는다고 한다.



벨 왈, 마수의 침식에 저항했을 때, 영혼의 마모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마수의 잔재 자체는 이미 제거되었기에, 마모 자체는 천천히 회복되어 가는 것 같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본인에게 나을 의지가 없다면 의마가 없다.



――하지만, 히츠기 씨라면 아마 괜찮을거야. 그 사람은, 강한 사람이니까.



츠구미는 그렇게 생각해, 히츠기의 병세에 대해서는 낙관시하고 있었지만, 그렇게 말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사건으로부터 이틀이 지난 늦은 밤. 무언가의 기색을 느낀 츠구미는, 침대 위에서 천천히 눈을 떴다.



잠에 취한 시야에 들어오는, 붉은 커다란 눈. 그것도 한 쌍이 아닌, 열개가 넘는 양의 벌레의 눈이 천장에서 츠구미를 지긋이 바라보고 있었다.



"――히익!"



숨이 메인듯한 목소리가 츠구미의 입에서 새어 나왔다. 큰소리로 비명을 지르지 않은 것은 기적일지도 모른다.



붉은 눈의 소유자――인간만 한 커다란 거미는, 츠구미가 잠에서 깬 것을 확인하자, 벽을 걸어와 츠구미에게 가까워졌다. 불길한 기색은 느껴지지 않았기에 아마 마수는 아닐 것이라 생각하지만, 아무래도 외견이 무섭다.



생리적인 공포 때문에, 등에 소름이 돋는다. 마수와 마주볼 때와는 또다른 두려움이었다.



"에, 잠, 기다…… 베, 벨 님!! 손님이 온 거 같은데요!!"



다른 방에서 자고 있는 치도리를 깨우지 않기 위해, 츠구미는 작은 목소리로 그렇게 소리쳤다. 하지만, 벨은 나타나지 않는다. 절망한 츠구미는 몸을 일으켜 벽에 몸을 기대고, 겁먹은 얼굴을 하면서도 거미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커다란 거미는 츠구미의 앞까지 다가와, 날카로운 이로 소리를 내며 입을 열었다.



"――그렇게 겁먹지 마라, 벨의 무녀. 오늘 밤은, 그대에게 용무가 있어서 온 것이다."



새된 기계음같은 목소리가, 방에 울려퍼졌다. 츠구미는 겁을 내듯이 조금만 몸을 내밀어, 「나에게?」라고 작은 목소리를 냈다.



"그렇다. ――부디, 나의 계약자――히츠기 아이리를 구하는데 도움을 주었으면 한다."



그렇게 말한 커다란 거미――히츠기 아이리의 계약신인 귀자모신은 츠구미에게 고개를 숙인 것이다.



당황하는 츠구미에게, 커다란 거미는 몇 가지 부탁을 말했다.


하나는 히츠기의 병실로 향해, 유메지에게 부탁받은 편지를 건네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유메지의 언니인 유메지 요츠바의 꿈을 꾸었다고, 히츠기의 앞에서 거짓말을 하는 것. 이 두가지였다.



왜 그 편지에 대해 알고 있을까, 라고 츠구미는 의문이 들었지만, 바로 고개를 저으며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상대는 신이다. 그런 것 정도는 알고 있는건 당연한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왜 일부러 그런 거짓말을 해야 하는 것일까? 츠구미가 그렇게 묻자, 커다란 거미는 어깨를 움츠리고 말하기 시작했다.



"지금의 그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살아가기 위한 쐐기이다. 유세에 기울어져 있는 정신을 현생으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뭐, 그대가 걱정할 필요는 없다. ――뒤는 내가 알아서 할테니."



그런 말을 남기고는, 거대한 거미는 밤의 어둠으로 사라졌다. ……정말이지, 신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모르겠다.



그 후 바로 정부 직속 병원에, 히츠기에게 면회 신청을 했지만, 면회를 신청한 인원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직접 만나기까지 일주일 이상의 시간이 걸려버렸다.


……그동안, 매일 밤마다 거대한 거미가 「아직인가?」라고 물으러 왔기 때문에, 솔직히 잠이 조금 부족하다. 신들이, 사물의 수순이라는 것을 이해해 주었으면 한다.



하지만, 그 후 바로 히츠기의 의식이 정상으로 돌아왔으니까, 귀자모신의 일은 옳았던 것이겠지. 비록 그것이, 상냥한 거짓말일지라도.



구워진 고기를 차례차례 먹어가며 츠구미의 이야기를 듣던 벨은, 중얼거리듯 말했다.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녀석도 한번쯤은 실태를 보였다고는 하나, 고대신임은 틀림없다. ――그 정도의 거짓을 진실로 하는 것 쯤은, 간단하겠지."


"응? 잘은 모르겠지만, 벨 님이 그렇게 말한다면 그런거겠지."



거짓을 진실로. 설마 유메지 요츠바의 유령을 히츠기에게 직접 데려간다――같은 일은 역시 없겠지만, 그 신이라면 그렇게 하게 될것같아 두렵다.



"게다가 이번 일은, 아마테라스 녀석의 허락도 제대로 받은 것 같다. ……나에게의 보고가 사후 보고였던 것은 글러먹었지만."


"아하하……"



화가난 듯이 그렇게 내뱉는 벨에게, 츠구미는 쓴웃음을 지었다.



이미 계약신이 있는 마법소녀에 대한 간섭은, 계약신끼리의 승낙이 없는 경우는 금지되어 있다. 본래대로라면, 츠구미에게의 접촉은 룰 위반인 것이다.



귀자모신이 떠난 후에 온 벨은, 제멋대로인 내방에 몹시 분개했지만, 이 나라의 제신 시스템을 총괄하고 있는 아마테라스의 허가가 났다고 한다면 불평도 할 수 없게 된다.



……그것보다도, 신들에게 하가쿠레 사쿠라의 정체의 취급은 어떻게 되고 있는걸까. 이번 귀자모신의 모습을 보면, 신 측에는 어느정도 퍼져있는걸지도 모른다.



【계약신이 있는 마법소녀의 개인정보를 함부로 이야기하면 안된다】라는, 아마테라스가 만든 규칙 덕분에, 신 측에서 다른 마법소녀에게 츠구미의 정보가 넘어가는 일은 아마 없을 테지만, 그래도 걱정스러운 것에는 변함이 없었다.



츠구미가 그런 일을 벨에게 묻자, 벨은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차를 홀짝였다.



"……뭐, 알 수 있는 녀석들은 알고 있겠지. 정체 간파의 권능을 가진 신도 적지만 존재하고 있다. 게다가, 완전히 숨길 수 없다는 것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건 그, 벨 님은 괜찮은거야? 하가쿠레 사쿠라가, 남자라는걸 다른 신에게 들켜도."



――이전에 벨은 「남자와 계약했다는 것이 들키면 바보취급 당한다」고 투덜거렸다. 그렇다면, 이 상황은 벨에게 있어서도 본의는 아닌 것일까.



츠구미가 죄송한 듯 그렇게 묻자, 벨은 훗 하고 웃으며 말했다.



"흥. 계약 당시의 약한 네놈이라면 몰라도, 이렇게까지 높은 적성을 나타난 계약자에 대해서, 이제와서 성별이 어떻다는 둥, 그런 바보같은 말을 할 리가 없지. 결국은 좋은 마법소녀를 꼬시지 못한 패배자들의 개소리다. 신경 쓸 필요도 없어."



――벨 왈, 남자의 계약자가 다른 신들에게 바보 취급을 받는 이유는, 남자 계약자는 마법소녀로서 성장할 가능성이 극히 낮기 때문이란 이유가 강하다고 한다. 즉 남자와 계약하는 신은 주위에서 잡캐와 손을 잡고 있는 것처럼밖에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츠구미의 경우 【폭식】 스킬 덕분에, 그릇의 성장률은 같은 마법소녀보다도 비교적 높다. 하지만 만약 이것이 보통 스킬이었다면, 다른 신의 말처럼 「뒤떨어지는 남자 계약자」인 채였을지도 모른다. 어떤 의미로는, 운이 좋았던 것이겠지.



"아, 고기가 없어졌네. 일단 나는 몇접시 추가 주문할건데, 벨 님은 얼마나 먹을래?"


"글쎄, 다시 한번 처음부터 끝까지 부탁한다. 디저트도라고. ……그건 그렇다 치고."


"응? 왜?"



의아한 눈빛으로 츠구미를 바라보는 벨에게 물음표를 띄우면서, 츠구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니, 오늘은 네놈도 꽤 먹는단 생각이 들어서 말이다."


"아아, 응. 왠지 요즘은 이상하게 배가 고파서…… 의사에게도 일단 물어봤는데, 크게 다친 영향일 수 있다고 하더라. 상처는 나았다 해도, 다친 사실을 뇌가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보충하려고 영양을 과다하게 얻으려 하고 있는 것 같다, 라나. 뭐, 아직까지 몸에는 영향이 없으니까 크게 신경은 쓰진 않지만."



먹어도 먹어도 어딘가 채워지지 않는다. 처음에는 벨 님의 영향인 줄 알았는데, 의사가 말하는 거니까 그런것이겠지. 치도리와 함께 있을 때는 자제하려고는 하지만, 방심하면 나도모르게 무언가를 입에 물고 만다. ……본격적으로 살이 찌기 전에 개선할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말한 츠구미는, 구워진 야채에 젓가락을 가져갔다. 폭식들의 잔치는, 아직 끝이 날 것 같지 않았다.






◆◆◆






새하얀 공간에, 한 소녀가 있었다.



다섯 살 정도의 모습을 한 하얀 머리의 소녀는, 공간의 한가운데서, 커다란 상자 같은 것에 걸터앉아 있다. 곳곳이 하얗고 탁한, 투명한 상자――그것은 멀리서 보면 얼음으로 만들어진 관처럼 보였다.



소녀는 상자 위에서 다리를 흔들며, 기분 좋은듯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잔―뜩 먹고―, 커져서―"



킥킥거리며 천진하게 웃으면서 소녀는 계속한다. 예전에 가지고 있던 인형은, 이제 그 손에는 없다.



"이제 곧 만날 수 있을거야. 나의 남동생과. ――이번에는, 절대로 실패하지 않을거니까."



붉은 눈이, 걸쭉하게 검게 탁해진다. 그것은 마치――지옥에 피는 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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