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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번역/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3장 80. 그리운 목소리

by 린멜 2019. 12. 18.


80. 그리운 목소리







기세가 오른 공격을 종이 한 장 차이로 피하면서, 차근차근 히츠기 쪽으로 다가간다. 실을 다시 잇는 시간도 아깝기에, 전이를 이용해 도망가는 것은 가능한 한 삼가야 한다.


신경을 곤두세우고, 최소한의 동장만으로 상자를 피해간다. 불규칙하게 회전하는 상자가 피부를 얇게 베어가지만, 움직일 수 없을 정도는 아니다.  ……자신이 조급해 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래도 히츠기(적)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가는 실을 히츠기의 발 밑에 숨기고, 멀리 있는 나무를 경유해서 반대방향에서 당긴다. 자세가 무너진 히츠기에게 때려박듯이 실을 뽑아늘려, 어떻게든 히츠기의 손발에 실을 감는데 성공했다.



"――좋아, 이대로……!!"



그 그세로 히츠기를 묶어 올리려 했던 츠구미는, 갑자기 강한 현기증에 휩싸였다. 눈앞에 하얀 빛이 깜빡거리고, 그 자리에서 헛발을 내디딘다. ――아무래도, 신력의 감소가 생각했던 것보다 빨랐던 것 같다.


의식이 날아갈 것만 같은 머리를 어떻게든 붙잡으며, 츠구미는 조급히 앞을 향했다. ――시선 끝에 있는 히츠기가, 웃고 있는 것 같았다.



"……읏, !!"



주위에 상자가 전개되는 낌새에, 살갗이 소름이 끼친다. ――급하게 전이를 하면, 확실히 도망갈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모처럼의 구속이 전부 풀려버린다. ……그 한순간의 망설임이, 치명적이었다.



――아아, 늦었다.



주변 일대에 상자가 나타나, 토네이도의 재현이 되려고 한 그 순간, 작은 그림자가, 츠구미의 옆을 달려나갔다.



"이런 때 방심하지 마세요!!"



그런 소리를 지르며, 오른손에 빨간 종이를 든 여자아이―― 휴우가가 히츠기의 앞으로 뛰어올랐다. 그리고 들고 있던 그 종이를 힘껏 히츠기에게 붙이고, 소리지르듯 말했다.



"『정지』하세요!! 이제, 적당히 해 주세요!!"



빨간 종이를 가슴에 붙여진 히츠기는, 그 모습 그대로 꼼짝도 하지 않고 그 자리에 정지되었다. 그 앞가슴의 종이에는, 아까 휴우가가 외친 말――『정지』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휴우가의 능력은, 【부적】과 【소리】이다. 아마도, 그 부적의 한 장을 사용한 것일 것이다. 얼굴을 찡그리며 츠구미 쪽으로 달려오는 휴우가를 보고, 츠구미는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무거운 돌을 짊어진 것처럼 몸이 무겁다. 결계 밖에서의 신력이 이렇게까지 몸에 영향을 미칠 줄은 몰랐다.



"잠깐만요. 당신 괜찮은건가요?"


"그다지, 괜찮다고는 할 수 없네요……"



솔직히, 두통은 심하고 몸의 마디마디도 아프다. 결계 밖에서 고갈 상태에 빠지면, 이런 상태가 되는건가. 츠구미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작게 숨을 내쉬었다. 신력은 시간이 경과되면서 서서히 회복되어가고 있지만, 이 상태라면 몇 분은 더 제대로 움직일 수 없을지도 모른다.



괴로운 듯 가슴을 억누르면서 그런 말을 하는 츠구미에게, 휴우가는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고 오른손을 내밀었다.



"뭐, 저 히츠기 선배가 상대라면 이 추태도 어쩔 수 없을지도 모르겠네요. ……즉시 이동할게요. 제 부적도 언제까지나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고마워요, 휴우가 양. ――정말, 살았어요."



――만약 그 순간에 휴우가가 날아오지 않았더라면, 츠구미는 분명 크게 다쳤을 것이다. 자신의 힘을 과신했던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을 오인한 것은 분명했다. 이 자리에 휴우가가 달려와 준 것은, 정말 행운이었다고 할 수 있다.



"딱히 당신을 위한건 아니니까요. ……유키노 녀석에게도 이야기를 듣죠. 저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휴우가는 그렇게 말하고, 어려운 얼굴을 하고 히츠기 쪽을 돌아보았다. 그러나 긍정적인 말과는 달리, 그 눈에는 닦을 수 없는 체념이 깃들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





"안 돼. 그것만으로는 아무것도 해결이 되지 않아."



츠구미들과 합류한 유키노는, 휴우가의 손에 든 부적의 구조를 들은 다음, 그렇게 판단했다.



휴우가의 【부적】은, 결계 밖에서는 다섯장 밖에 만들지 못하고, 하루에 한장씩 밖에 늘릴 수 없다. 게다가 거기에 적을 문자는 미리 설정해 두어야 하며, 나중에 변경할 수 없다. 남은 네 장은 『치유x2』 『방어』 『회피』같은 것으로, 히츠기를 장시간 구속할 수 있는 효과는 기대할 수 없다.



게다가 오늘 분량의 부적을 『정지』로 만든다고 해도, 임시방편일 뿐 근본적인 해결에는 이르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또 다른 능력, 【소리】는 어느쪽인가 하면 강력한 공격 스킬이며, 사람에 대해 사용하기에는 너무 위험성이 높다. 어쨌든, 사면초가인 것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럼, 지금은 방법이 없다는 말인가요, 당신은."


"아아, 그렇게 말했어. 지금은 네 부적으로 히츠기의 움직임을 봉하고 있지만, 부적의 효과도 영원하지는 않아. 아마도, 효과 시간은 10분이라고 했던가?"



담담하게 그렇게 고하는 유키노에게, 휴우가는 분노한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확실히 그 정도의 시간밖에 되지 않아요. 하지만, 그럼 어쩌라는 건가요? 당신들은 이제 움직일 수 없어요. 다른 약한 마법소녀가 온다 해도 바로 죽을게 뻔해요. 제 부적도 그렇게 연달아 만들 수 있는것도 아니고, 설마 히츠기 선배를 버리라고 말할 생각인가요?"


"그것도 생각해 두어야 해. ……아무리 우리가 십화로 극찬받고 있다고 해도, 할 수 있는 것은 한정되어 있어. 그 중에서 최선을 선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야."


"읏, 이 냉혈녀!!"



격앙되어 멱살을 움켜쥔 휴우가에 대해, 유키노는 감정을 억누르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분명히 말하지만, 나도 히츠기의 살해도 생각에 두고 있어. 그녀를 막을 수 있는 인재가 없는 이상, 타인에게 피해가 가기 전에 끝내주는 것이 그녀를 위해서이기도 해."


"하아? 당신, 무슨 소리를 하는건가요? 히츠기 선배를 죽여? 그런걸 용납할 수 있을리가 없잖아요!!"



히츠기를 죽인다. 그렇게 고한 유키노에게, 휴우가는 명백한 동요를 보였다. 동요하고 있는 것은 휴우가 뿐만이 아니다. 츠구미는 땅에 웅크려, 멍하니 둘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각오. 책임. 휴이코는 여러번 그런 류의 말을 하고 있었다. 그녀가 말했던 각오란 즉 『히츠기가 죽는 것』에 대한 각오가 아닌, 『히츠기를 죽이는 것』에 대한 각오였을까. ……그것은 너무나도 슬픈 각오였다.



그리고 유키노는, 멱살을 흔들고 있던 휴우가의 손을 털어내고, 분노가 담긴 눈을 휴우가에게 향했다.



"나라고, 좋아서 이런 말을 하는게 아니야. ――생각해 봐!! 여기서 우리가 그녀를 막지 못한다면, 히츠기는 많은 사람을 죽이게 되어버려!! 저 히츠기가 그것을 바라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지면, 히츠기는 살아남는다 해도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릴거야. 저녀석은 그런 녀석이야. ……그렇다면, 지금 여기서 죽게 해주는 것이 더 행복할지도 몰라. 나는, 그렇게도 남을 위해 애쓰던 그녀를, 살인자로 만들고 싶지 않아."


"하지만, 히츠기 선배를 죽이다니, 그런거……"


"게다가, 나의 계약신에게서 진단 결과도 드디어 왔어. ――히츠기의 지금 상태는, 극히 나빠. 이레귤러의 마핵 파편은 그녀의 몸속으로 파고들어, 전신에 뿌리를 내렸어. 그 핵의 장소만 알면 손 쓸 방법이 있겠지만, 방해도 있어 장소까지는 알 수 없었다고 해. ……더군다나 그녀의 계약신은 완전히 조종당하고 있어서, 신력을 공급할 뿐인 기계가 되어있어. 신력 부족을 바랄 수 없는 이상, 히츠기의 몸이 완전히 망가지지 않는 한 그녀는 멈출 수 없어. ……다른 방법같은건 없어, 휴우가."



유키노의 타이르는듯한 말에 울 것 같게 되면서, 휴우가는 살며시 유키노의 멱살에서 손을 떼었다. 휴우가는 피가 배어날 정도로 입술을 깨물며, 괴로워하는 듯한 얼굴로 땅을 응시하고 있따.



그리고 츠구미는 유키노의 말을 마음속으로 반복하면서, 눈을 내리깔았다.


――유키노가 하는 말은, 맞다. 츠구미 역시, 히츠기가 사람에게 상처입히는 것을 좋게 여길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해결책이 없는 이상, 사태가 커지기 전에 끝내주는 것이 히츠기를 위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성과 감정은 별개다.


아무리 이론 무장으로 정론을 말한다 해도, 츠구미는 히츠기가 살아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라고 있다. 저렇게 착하고 성실하고 우수한 사람이 죽는다니, 도저히 츠구미는 인정할 수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아직, 유메지에게 건내받은 편지도 건네주지 못했다. 그녀의 소소한 꿈도, 반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생존을 바라고 있다. 저 사람은, 반드시 살아있어야 할 사람인 것이다. 마수 따위에게 조종당해야 하는 인간이 아니야!!



"――생각해, 포기하지 마. 뭔가, 뭔가 방법이 있을거야."



고개를 숙이고,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을 것 같은 작은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린다.



생각해. 사고를 멈추지 마. 아직 뭔가 남아있을 거야. 지금 가지고 있는 패를 정리해. 할 수 있는 일이, 아직 있을 거야. 그렇게 사고를 정리하면서, 약간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휴우가의 남은 부적의 효과. 신력이 거의 고갈된 유키노가 할 수 있는 일. 그리고――지금의 츠구미에게 가능한 것. 둔통이 나는 머리를 억누르면서  필사적으로 생각한다.



――그 때, 머릿속에서 달그락 하고 열쇠가 열리는 듯한 소리가 들린 기분이 들었다. 흐릿한 시야 끝에, 하얀 소녀가 보인다.



『어쩔 수 없는 아이. ――조금만, 도와줄게.』



상냥한 봄볕 같은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려퍼진다.


――그 순간에 느낀 정동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소리치는 듯한 그리움과, 가슴속 깊은 곳을 찢는 듯한 안타까움. 거친 파도처럼 흘러넘치는 감정이, 눈물이 되어 뺨을 적셨다.



실며시 열이 있는 왼쪽 눈을 살짝 누르면서, 츠구미는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그 눈의 올바른 사용법은, 모르는 사이에 머릿속에 들어와 있다. 그것을 불가사의하게 느끼기보다 먼저, 기쁨으로 가슴이 벅찼다.



"고마워. ――누나."



왜 그런 말이 입에서 새어 나왔는지, 츠구미는 알 수 없다. 단지, 그렇다고 느낀 것이다.



뚝뚝 흘러나오는 눈물을 소맷부리로 닦으면서, 츠구미는 천천히 일어섰다. 오른쪽 눈을 누르고, 왼쪽눈으로만 히츠기를 바라본다.



"오른쪽 폐에, 새까만 불씨. 거기서 흘러나오듯 온몸에 검은 불꽃이 번져가고 있어. 저 불씨――핵만 배제할 수 있다면, 가능성은 있을거야."



한층 더 격해진 두통을 견디며, 츠구미는 그렇게 말했다. 이 두통은, 정확도를 더한 마안의 부작용일 것이다. 하지만, 견딜 수 없을 정도는 아니다.



츠구미는 불안한 발걸음으로 유키노와 휴우가의 사이에 서서, 두 사람의 손을 잡았다. 츠구미는 의아한 표정을 하는 두 사람의 얼굴을 쳐다보고, 작게 웃고난 뒤, 깊숙이 고개를 숙였다.



"하가쿠레? 갑자기 왜그래?"


"두사람에게 부탁이 있어요."



기도하듯, 말을 내뱉는다.


――한 번 뿐인 도박이다. 만약 실패하면, 그야말로 대참사가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츠구미는, 그 가능성에 매달릴 수 밖에 없었다.


츠구미 혼자서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세 명이라면,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제게 한번만 기회를 주시지 않으시겠어요? ――제발, 두 사람의 힘을 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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