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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번역/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4장 87. 닮은 두사람

by 린멜 2020. 1. 2.


87. 닮은 두사람







인사를 마친 히고로모가 츠구미의 대면에 앉자, 옆에 서 있던 메부키는 츠구미에게 다가가, 츠구미의 어깨에 손을 얹고 가벼운 어조로 말했다.



"그럼 난 이만 실례할게. 츠구미 군, 뒤는 잘 부탁해."


"……하? 자, 잠깐만요. 설마 저를 두고 갈 생각이신거에요!?"



그대로 곧장 방을 나가려하는 메부키의 손목을 잡고, 츠구미는 조급한 목소리를 냈다. 백번 양보해서, 갑자기 연구자를 소개받은것은 괜찮다지만, 일대일로 대화를 요구하는 것은 역시 무리가 있다.


매달리듯이 메부키를 올려다보자, 메부키는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눈꼬리를 내렸다.



"그렇게 말해도 안돼. 히고로모 씨의 연구는 여러가지 기밀사항에 얽힐 수 있으니까, 이번에는 자리를 비워달라고 말하셨거든. 생각해 봐, 개인정보 보호 같은것도 최근에는 엄격하잖아."


"아니, 그치만."


"게다가말야, 츠구미 군."



주저하는 츠구미에게, 메부키는 조용히 작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고는, 비밀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귓가에 얼굴을 내밀었다.



"――히고로모 씨는 최근, 11년 전의 대화재의 일을 조사하고 있는 것 같아. 잘만 되면, 그 건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지도 몰라."



속삭이는 듯 한 말에, 자기도모르게 눈을 크게 떴다. 츠구미는 메부키에 대해, 한 번도 『대재앙을 조사하고 있다』라는 말을 한 적이 없다. 궁금해하는 내색조차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어떻게 그걸, 이라고 말하고 싶은 듯한 얼굴이네. ――그 정도는 쉽게 알 수 있어. 넌 의외로 알기 쉬운 아이니까말야."



그렇게 말하고, 메부키는 웃었다. 츠구미가 석연치 않은 표정으로 메부키를 쳐다보자,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뭐 사실은 그 건에 대한 신문기사를 도서관에서 묵묵히 조사하고 있는 널, 내 친구가 봤기 때문이지만 말야」라고 덧붙였다.



……과연 그것은 막을 방법이 없다. 그렇게 생각하며, 츠구미는 한숨을 내쉬었다.


딱히 나쁜 짓을 하고 있는건 아니지만, 츠구미가 그 대화재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는 것은, 가능한 한 아는 사람에게는 들키지 않게끔 하려고 했던 것이다.



이유는 두말할 나위 없이――치도리 때문이다.


치도리는 츠구미가 11년 전의 일을 물을 때마다, 몹시 괴로워 보이는 듯한 얼굴을 하며 거절의 뜻을 표했다. 그것은 말하는 것이 괴롭다기보다는, 무언가를 두려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 사정도 있어서, 그다지 대놓고 행동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어느 의미로 그건 호기이다. 정부에 가까운 위치에 있는 히고로모라면, 꽤나 자세한 사정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 일은 치도리에게는 비밀로 해 주세요."


"네 네. 알고 있대도."



메부키는 어깨를 으쓱이고 그렇게 말하고는, 츠구미에게 등을 돌리고 히고로모 쪽으로 다시 돌아섰다.



"저희 몫의 지불은, 나갈 때 내고 갈테니까. 만약 히고로모 씨가 추가로 주문할 경우에는 스스로 부탁드려요."


"아아, 알고있어."



그렇게 말하고, 메부키는 손을 흔들며 방에서 나가 버렸다. 히고로모와 단 둘이 된 츠구미는 왠지 모르게 불편함을 느끼고, 괜히 식은 홍차를 홀짝거렸다.



――그건 그렇다 치고, 라고 생각하면서 츠구미는 히고로모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유키노 시즈쿠가 스즈네의 친척이라는 것은 이전에 들었었다. 하지만 히고로모에 대해서는 한번도 들어본 적은 없다. 딱히 말할 필요성이 없었던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것이 은근 신경쓰였다.



그렇게 츠구미가 멍청히 있자, 테이블 위에 자료를 펼쳐놓은 히고로모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실은, 네 사정은 스즈네 나기사――내 친척과 한번 상담했던 적이 있어. 주로 그 특수한 눈의 일인데. 뭐, 유감스럽게도 그쪽은 문외한이라 힘이 되어줄 순 없을것 같다. 미안하군."


"아, 아뇨. 제 경우는 스즈네 선생님과 달리 안보일 때가 더 많으니까요. 그렇게까지 신경쓰지 않으니까요."


"그래? 네가 곤란하지 않다면 그걸로 된거겠지. 하지만, 조심하는 것이 좋아. 경우에 따라서는 악화될 수도 있으니까. ……특히 나기사 녀석은, 정말 보고 있으면 괴롭거든."



그렇게 말을 끝내고, 히고로모는 펼쳐져 있던 메뉴표를 닫고, 옆에 있던 초인종을 눌렀다. 그리고 방에 들어온 점원에게 커피를 주문하면서, 히고로모는 츠구미에게 물었다.



"뭐 추가로 주문하고 싶은게 있나? 이야기에 어울려주는 답례다. 원하는 것을 주문해도 좋아."



그렇게 말하기에, 츠구미는 사양할까 조금 고민했지만, 본인이 주문하라 했으니 상관없겠지라고 다시 생각하고, 메뉴에 있는 사과 파이를 가리켰다.



"그렇다면, 이 케이크 세트를 하나 부탁드릴게요."



주문을 메모한 수첩을 한손에 들고 나가는 점원의 등을 바라보며, 츠구미는 입을 열었다. 예전부터 조금 궁금했던 것이 있었던 것이다.



"히고로모 씨와 스즈네 선생님이 친척이라는 건, 혹시 히고로모 씨도 십화의 유키노 시즈쿠 씨와 친척인건가요? 왠지모르게 생김새도 비슷한 거 같아서요."



피곤한 얼굴빛과 큼직한 안경으로 알아보기는 힘들지만, 히고로모의 생김새는 어딘지 모르게 유키노와 닮았다. 친척이란 말을 들으면 확실히 납득이 갈 정도로.



츠구미가 그렇게 묻자, 히고로모는 난처한 듯 웃으며 말했다.



"아아, 뭐 나와 그녀석은 남매 같은거지. ――딱히 꿀릴 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가지로 사정이 있어서 말이야. 가능하다면 이 일은, 너무 소문내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정말이지, 나기사 녀석은 입이 가벼워서 곤란하다니까."


"……아―, 죄송합니다, 이상한 걸 물어본 거 같아서."



――공식적으로 성립되지 않는 남매. 그 시점에서, 꽤나 깊은 어둠을 느꼈다. ……모친이 다르다, 같은 걸까. 히고로모 자신은 특별히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이 이상은 건드리지 않는 것이 무난할 것이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 동안에, 주문했던 것들이 개인실에 도착했다. 사과 파이 접시를 손으로 당겨오면서, 츠구미는 히고로모에게 물었다.



"그래서, 오늘은 대체 제게 무슨 이야기를 들으러 오신건가요?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뭐든지 이야기하겠지만."



케이크에 기분이 좋아진 츠구미가 그렇게 말하자, 히고로모는 자료를 훑어보며 입을 열었다.



"아아, 우선은 네 마법소녀로서의 적성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다. ――넌, 어떻게 남자인 자신이 마법소녀로서의 적성을 가지고 있는지 아나?"



갑작스러운 질문 내용에 놀라면서도, 츠구미는 난처한 듯이 대답했다.



"아뇨, 전혀요. 오히려 그건 제가 묻고싶을 정도인데요……"


"2월 놀이공원에서 이레귤러 건은, 내게도 보고는 왔었어. 적성의 진단도 포함해서, 병원의 진료기록을 봤는데, 너 자신의 몸에 달라진 점은 보지 못했어. 난, 그게 너무 신기해."



그렇게 말하며, 히고로모는 우아하게 커피를 입에 가져다 댔다.



"과거에는 남자 마법소녀도 소수이긴 하지만 분명히 존재했었지. 본인의 희망도 있고, 그 존재 자체는 은닉되었지만말야. 하지만, 적성이 평균보다도 훨씬 높았던 남성――그들에게는 비슷한 특징이 몇 가지 있었다."


"특징, 인가요?"



츠구미가 의아한 듯 묻자, 히고로모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아. 자료에 남아있는 그들 대부분에게는, 쌍둥이 형제가 존재했었지. 아니, 이 경우에는 존재했어야 했다, 라고 해야 하나. ――너는 베니싱 트윈이라는 단어를 아나?"


"아뇨. 모르겠어요."



생소한 단어에,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갸우뚱한다. 히고로모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갔다.



"그런가. 간단히 설명하자면, 베니싱 트윈이라는 것은, 태어날 예정이었던 한쪽의 태아가, 성장 도중에 모체에 흡수되어 사라져 버리는 것을 의미하지. 극히 드물게, 다른 한쪽 태아에 흡수되어 버리는 예도 있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성장하지 못한 태아의 장기가 다른 쌍둥이 내부에 일부 남아 있는 케이스도 있지. ――그리고 지금 확인된 남자 마법소녀의 체내에도, 알아보니 작은 장기임이 틀림없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것에, 나는 몇 가지 가설을 세웠지."



그렇게 말하고, 히고로모는 두 개의 손가락을 세웠다. 그리고 하나씩 접으면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첫번째. 사라진 일부분은, 원래 여성으로서 태어날 예정이었다. 두번째. 그들의 마법소녀로서의 적성은, 흡수해 버린 다른 쌍둥이가 가지고 있던 것이었다. 즉, 그들의 적성이 높았던 것은, 본래의 소양이라기보다는, 쌍둥이 남매의 소양을 물려받은 것 뿐이라고도 할 수 있지. 은퇴한 사람들에게 연락을 취해 MRI를 찍어봤는데, 그 누구나 마찬가지로 자신의 것이 아닌 장기나 뼈 조각이 몸 안에 존재하고 있었어. ――그렇다고 하면, 몸에 아무런 특징도 찾아볼 수 없었는데, 높은 적성을 가진 너는 대체 뭘까. 실로 흥미로워."



방긋 미소를 짓는 히고로모에 대해, 츠구미는 마음속으로 침을 삼키며, 오른손을 세게 쥐었다.



――그런건, 나 자신이 가장 궁금해.


어떻게 자신에게 적성이 있는지, 그런건 도저히 생각해도 알 수 없었다. 신인 벨도 몰랐는데, 그런 말을 들어도 곤란하다.



"……제게는, 쌍둥이 누나가 있어요. 어쩌면, 그녀의 재능의 일부를 제가 나눠받은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히고로모의 가설을 진실로 받아들인다면, 이것이 가장 진실에 가까운 것일지도 모른다. 츠구미가 그렇게 대답하자, 히고로모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런가, 하고 작게 중얼거렸다.



"네 누나――치도리 씨였나? 그녀도 너와 마찬가지로 대화재 이전의 기억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건 사실인가?"


"네, 그런데요. 그게 대체 왜요?"


"그냥 확인이야. 그 대화재의 후에, 너희 둘은 나나세 요즈루라는 남자에게 인계되었다고 하던데. 그 때 일은 기억하고 있나?"



히고로모에게서 불쑥 튀어나오는 질문에 당황하면서도, 츠구미는 입을 열었다.



"글쎄요, 분명히 피난처에 있던 저희 할아버……, 요즈루 씨는 곧장 다가왔어요. 너무 험악한 얼굴을 하고 있어서, 치도리가 겁을 먹었던 것을 기억해요. 그 때는 말도 없이 떠났는데, 얼마 뒤 그 사람이 두 사람 모두를 맡았다고 했을 땐 놀랐어요."


"그건 왜지?"


"왜냐면, 그 사람은 절 싫어하는 것 같았으니까요."



――옛날에는 신경쓰지 않았지만, 큰 지금이라면 알 수 있다. 그 사람――나나세 요즈루는 츠구미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다. 오히려, 멀리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뭔가 특별한 말을 하지 않아도, 때때로 보았던 그의 눈은 웅변이었다. 치도리를 바라볼 때는 온화한 색을 보였는데, 츠구미를 볼 때만은 어딘지 차가운 색이 엿보였다.


슬프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래도 요즈루에게 큰 은혜를 진 것에는 변함이 없다. 언젠가 은혜를 갚고 싶다는 마음도 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의문이 더 컸던 것이다.



"의식주를 전부 챙겨준 사람에게 이런 말을 하는건 배은망덕한 걸지도 모르지만, 치도리는 몰라도, 그 사람이 왜 저까지 맡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아요."



남매를 떼어놓는 것이 불쌍하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아니면 다른 사정이 있었던 것일까.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처음 만났을 때, 요즈루는 험악한 얼굴을 하고 있었으면서도, 츠구미들을 보고 안심했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들었따. 어쩌면, 기억을 잃기 이전의 츠구미들과 안면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츠구미가 그 일을 물어보아도 분명 요즈루는 대답해주지 않을 것이다. 생각해 봐야 쓸데없는 이야기다.



츠구미가 그렇게 말하자, 히고로모는 가엾은 듯한 표정을 짓고 무언가를 말하려다,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그건, ……아니, 미안하다. 가혹한 이야기를 하게 했군."


"아뇨, 별로 신경쓰지 않으니까요. ……아, 하지만 이 이야기를 누나에게는 하지 말아주세요. 그녀석, 이런거 마음에 두고 앓는 체질이라서."



히고로모가 치도리를 만나러 갈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그렇게 못을 박아둔다. 그러자 히고로모는, 살짝 어색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무턱대고 남의 사정을 퍼뜨리지는 않아. 안심해. ――그럼, 이게 마지막 질문이야."



히고로모는 그렇게 말하고는, 책상에 널려있는 자료 중에서, 작은 봉투를 꺼냈다. 그리고 한 장의 종이를 꺼내더니, 그 종이를 살짝 츠구미에게 내밀었다. 종이는 뒷면이 보였기에, 무엇이 적혀있는지는 보이지 않는다.



"저기, 이건…… 에?"



당황하면서 종이를 받아 들고, 앞을 본다. ――거기에 있었던 것은, 상정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솔직하게 대답해 줘. ――넌, 그녀를 알고 있나?"


"하가쿠레 사쿠라…… 아냐, 이건 달라. 그녀는――"



길고 부드러운 검은 머리에, 부드러운 미소. 츠구미와 같은 색의 눈동자를 가진 여자아이. ――『사쿠라 누나』의 모습이 거기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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