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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번역/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하가쿠레 사쿠라는 한탄하지 않는다 -4장 89. 눈가림과 의심

by 린멜 2020. 1. 10.


89. 눈가림과 의심






히고로모에게 받은 파일에는, 대화재에 대한 상세한 정보가 적혀있었다.


피해 규모에서 시작해, 최종 사망인원. 그리고 화재 원인으로 추측되는 것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부는 그 큰 화재를 일종의 인재라고 단정짓고 있었다.



화재 발생원이 된 곳은, 어떤 종교 시설――『여명의 별』이라는, 당시 14살이었던 소녀를 교주로 삼던 단체의 활동 거점이었다.



여명의 별은 시카바네 사쿠라가 다섯살이 될 무렵에 그녀의 부모가 세운 신흥 종교로, 그 창립이유는 『마수에 의한 희생자의 고통을, 신의 소리를 듣는 무녀의 기도로 누그러뜨린다』는, 사람의 마음 틈새를 파고드는 수상한 것이었다.



그 신자의 대부분은, 마수의 습격으로 인해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이 목숨을 잃어버린 사람이 주를 이루었지만, 특별히 악성 피해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수상한 창설 이유와는 달리, 활동 자체는 그저 진지하게 기도할 뿐, 과도한 금품 요구 등은 없었으며, 종교로서는 비교적 정당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 건전한 운영의 한편, 이면에서는 일부 신자가 기묘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신자 중에는 오컬트 관계 연구자나, 마음앓이로 그만둔 정부의 전 직원 등, 유례없는 인재가 적지 않게 모여 있었다. 서류 도중에 손으로 적어둔 히고로모의 소견으로는, 그 사람들이 교주였던 소녀를 컨트롤해 조직적으로 마수를 연구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 같다.


당시 생존자가 거의 없는――신자들이 대부분 대화재로 죽었고, 운좋게 난을 피한 자들도 불과 몇 개월 사이에 원인 불명의 병으로 인해 목숨을 잃었기 때문에, 여명의 별의 실체는 파악되지 않았지만, 단 한가지 확실한 것이 있었다. 우연히 불타지 않고 남아있던 신자의 수기에서, 터무니없는 사실이 발견된 것이다.



――그들은, 사람의 손으로 마수를 제어하려고 했던 것이다.



『드디어 우리는 차원의 갈라진 틈을 지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다음은 무녀님의 지시대로, 신을 맞이할 준비를 할 뿐. ――아아, 이제야 인간은 마수를 이겨낼 수 있는것이다. 더 이상 내 아내 같은 피해자를 내지 않기 위해서, 이 의식은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 그래, 반드시』



그런 불온한 표기를 마지막으로, 수기는 끊겨져 있었다.



신자들 중 일부는, 무녀의 계시를 통해 어떤 【신】을 소환하려 하고 있었다.



――이전에 벨이 추측했던 것은, 역시 옳았다. 그들은 『신내림』을 하려던 것이다. 적지 않게 신과 관련되어있는 츠구미는, 그것이 얼마나 무모한 짓인지 잘 알고 있다. ――인간 따위가, 신을 조종할 수 있을 리가 없는 것이다.



그들이 연구하던 『마수의 제어』란, 도대체 어떤 것이었을까. 궁금하긴 하지만, 이 이상의 정보는 파일에 기록되어 있지 않다.


그리고 츠구미가 곤란한 얼굴을 하며 파일을 열고 있는데, 벨이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과연. 생각대로 그 부분은 구린게 있던건가."


"에, 뭐가?"



츠구미가 그렇게 되묻자, 벨은 불쾌한듯이 말을 하기 시작했다.



"너무나 역겨워서 말하는 것을 잊고 있었다만, 이전에 네 이야기를 들은 후, 흥미를 갖고 예의 폐쇠지역에 가 보았다. 하지만 그곳은 이미 지독한 냄새가 나더군. 타락한 신이 그 자리에 내린 것이라면 그 냄새도 납득이 간다. 게다가 그 규모의 재액(사귀)라면, 마을 하나 둘을 삼키는 것 쯤은 이상하지 않아. 그녀석들도 바보같은 짓을 했군."



초조한 듯이 그렇게 말하는 벨에게, 츠구미는 곤란한 듯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들의 마음은 알 거 같아. 마수의 출현을 인간이 관리할 수만 있다면, 인간이 입는 피해는 상당히 감소시킬 수 있어. 마치 꿈같은 이야기지. ……결국은, 실패한 것 같지만."



――적어도, 그들 자신은 성공을 확신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결과는 너무나도 비정했다. 그들이 무책임하게 신에게 손을 뻗은 결과,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고, 땅은 절멸했다.



무엇보다 괴로운 것은, 그들에게 악의는 일절 없었다는 것이다. 그들은 어디까지나 선의로 마수를 제어하려고 했을 것이다. ――이 이상 마수에 의해, 자신들과 같은 피해자를 내지 않기 위해서.


――하지만, 츠구미에게 있어서 진정한 문제는 그것이 아니다. 이 자료가 모두 옳을 경우, 『사쿠라 누나』는 터무니없는 대죄인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즉 그 남동생일지도 모르는 츠구미는――가해자 측의 인간인 것이다.



……히고로모가 충격을 받을거라고 했던 것은, 오히려 이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모르는게 좋았다, 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는건 거짓말이 된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과거로부터 계속 도망칠 수는 없다. 이것이 진실이라 한다면, 조용히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츠구미가 눈살을 찌푸리고 생각에 잠겨있자, 벨은 츠구미의 생각을 간파한 듯 웃었다.



"흥, 네놈도 꽤나 귀찮은 운명을 가지고 태어난 것 같군. 관계자가 거의 죽었다고는 하지만, 네놈을 아는 놈이 없다는 법도 없다. 갑작스런 기습은 조심하는 편이 좋겠군."


"……그렇네. 조심할게."



츠구미는 기운없이 그렇게 답하며,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츠구미의 사정을 떠나서, 문제는 치도리 쪽이다. 파일 내 자료에서는, 여명의 별 중에 치도리를 닮은 소녀는 확인되지 않았다. 보다 더 소중히 숨겨져 있었다던가――아니면 애초에 없었던 것인가. 그 두가지 선택지의 답을 아는것이, 츠구미는 너무나도 무서웠다.



"그나저나, 네놈의 누나――시로의 계약자 쪽은 역시 확인되지 않은게냐? 그 장소에 있었던 흔적도 없고, 사진도 증언도 없었다. 슬슬 인정하는게 어떠냐? 네놈도 실은 알고――"


"다물어 줘. 그 이상은 아무리 벨 님이라도 용서할 수 없어. ……부탁할게, 아 말도 하지 말아줘."



감정을 억누른 목소리로 그렇게 단언하고, 츠구미는 떨리는 손으로 가슴을 억눌렀다. 손톱을 세워 통증을 느끼는 것으로 동요를 억제한다.



츠구미는, 나나세 치도리가 자신의 누나인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나, 쌓인 증거들이 그 생각을 부정해 나간다. 마치, 츠구미의 무른 생각을 비웃는 것처럼.



――답을 내기 싫다고 생각하는 것은, 역시 도망치는 것일까.


쌍둥이라고는 하지만, 다른 인간인 이상, 언젠가 이별이 올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결코 이런 형태가 아니었다.



그렇기에 츠구미는, 명확한 증거가 나오지 않는 이상은 모른 척을 한다. 눈을 가리고, 귀를 막고, 생각하기를 포기한다. ――그렇지 않으면 마음의 유연한 부분이 부서져버리니까.



그런 츠구미를 벨은 귀찮은 것을 보는 눈으로 바라보고는, 마음속으로 기가막힌 듯 한숨을 내쉬었다.



"인간이라는 생물은 정말이지 이해할 수가 없군. 문제를 미루어봤자 결과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데."


"인간은 벨님과 달리 약한걸. 나라고 예외는 아니야. ……그냥 조금만 더, 시간이 필요해."



――마수에게 도전하는 것보다도, 정부의 높은 분들의 앞에 나서는 것보다도, 치도리에게 미움을 받는 것이 훨씬 무섭다. 왜냐하면 츠구미의 세계의 중심은, 언제나 치도리라는 소녀였으니까.



그렇게 츠구미가 무언가를 견디는 듯이 눈을 내리깔고 있자, 딸랑 하고 방울이 울리는 듯한 소리가 울렸다. ――정부에서 지급받은 단말기의 호출음이다.



"긴급연락? 무슨 일이 있는걸까?"


"오늘은 비번이잖나. 무시해라. 녀석들은 너무 잘 대해주면 금방 기어오른다고."


"그럴 수도 없잖아. 어디, 통화는……"



츠구미는 싫은 표정을 하는 벨을 달래면서, 계속 울리는 단말기를 들고, 변신을 한 뒤 통화를 시작했다.



"네, 하가쿠레입니다."


"아아, 받아줘서 다행이다. 마수대책실 이나바입니다. 휴일에 죄송합니다, 하가쿠레 씨."


"그건 별로 상관없지만요, 무슨 일이 있으신가요?"



츠구미가 그렇게 되묻자, 전화 너머 공기에 긴장감이 감도는 것 같았다. 차분한 목소리로, 이나바가 말을 꺼냈다.



"지금으로부터 한시간 뒤에, 히로시마의 이쓰쿠시마에서 B급 상당의 이레귤러 출현이 예측되었습니다. ――마수대책실 실장으로서 요청하겠습니다. 부디, 하가쿠레 씨. 이쓰쿠시마로 향해 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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헷갈리시는 분들을 위해 정리



나나세 츠구미(하가쿠레 사쿠라)와 나나세 치도리는 친남매가 아니다


나나세 요즈루(의부)와 나나세 치도리는 혈연관계이다


시카바네 사쿠라(여명의 별의 교주)와 나나세 츠구미는 호적상으로는 등록되어있지 않지만 연관이 있다


사쿠라 아카네(시작의 마법소녀)와 나나세 치도리는 혈연 관계자일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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